소설리스트

모든 걸 기억하는 천재무사-25화 (25/357)

#<비상을 준비하는 이류무사(3)>

대제자 지명식이 이루어졌다.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몸을 정갈하게 씻고 가장 깨끗한 옷을 꺼내 입은 후, 머리까지 단정하게 묶고 기름을 살짝 발라 머리가 흩날리지 않게 했다.

조사전에 사조들께 인사를 올린 후에, 준비를 하고 있던 장로들에게 차례차례 인사를 올렸다.

당주들도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저마다 각기 가장 깨끗한 옷을 챙겨 입고 나왔는데.

대부분이 왕금산이 가져온 옷감들로 만든 새로운 옷이라 속으로 웃음을 참기 힘들었다.

당주들에게 모두 인사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외당의 당주이자 내 아버지인 진태산에게 인사를 올리는 순서.

“…….”

진태산은 아련한 눈빛으로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문주님이 기다리십니다.”

“장로님들과 당주님들 사이에서 내가 유일하게 너의 대제자 지명을 반대했다.”

“…….”

“서운하더냐?”

“서운할 게 뭐가 있습니까. 아버지가 절 과소평가 하는 게 하루 이틀 있었던 일도 아닌데요.”

“대제자의 직분을 맡게 되면, 제자들을 거느리는 권위만이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아련한 눈빛은 어느새 그렁해지고 마치 먼 추억을 회상하듯 바뀌어 갔다.

“언제나 제자들의 가장 앞선 사람이 되는 것이고, 그들의 목숨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지금 아버지는 나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일까, 나의 어린 시절을 보고 있는 것일까.

“이제는 네 스스로의 목숨보다 사제들과 사매들을 먼저 챙겨야 한다. 너는 그 무거운 무게를 짊어질 수 있겠느냐?”

“…….”

세상에 과연 어느 부모가 자식의 목숨이 뒤로 밀리는 일을 맡는 걸 기꺼워할 수 있을까.

한 번의 생을 살면서 자식을 두어본 적은 없었지만 피붙이 같은 부하를 두어본 적은 있었기에, 간접적으로나마 이해가 되었다.

“아버지.”

“……그래.”

“어디서든 반드시 살아남겠습니다.”

“…….”

“그리고 제 뒤엔 언제나 사제들과 사매들이 함께일 것입니다.”

눈물을 흘릴 것 같던 진태산은 결국 고개를 돌리며 손을 휘저었다.

난 일부러 자리를 피해줌과 동시에 홍문기 앞으로 나아갔다.

“제자 진소운. 그대는 사조님들 앞에 태을문의 발전과 영광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음을 맹세하겠는가?”

“28대 제자 진소운. 앞선 사조님들 앞에 맹세합니다. 저는 태을문의 발전과 영광을 위해 사제들과 사매들의 가장 앞서는 제자가 되겠습니다.”

홍 문주는 자신이 머리에 두른 것과 같은 검은색의 천을 양손으로 건넸고, 나 또한 무릎 꿇은 상태에서 양손을 들어 천을 받았다.

검은색의 천에는 대제자임을 증명하는 은색의 태을문 문양이 수놓아져 있었다.

내가 천천히 머리에 천을 두르고 사형제들에게 다가갔다.

와아아아.

사방에선 사형제들이 환호를 하며 달려들었고, 저마다 축하의 인사말을 건넸다.

나는 하나하나 대답을 해주며 악수를 나누었다.

그렇게 한차례 인사가 끝난 후, 나는 한편에 서있는 계철영과 계연석에게로 다가갔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사형.”

“…….”

계철영은 손을 내밀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는 와중이었다.

그때 계연석이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아직 다 끝난 게 아니다.”

“무엇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놈이 우리 철영이의 무림학관 자리를 빼앗으려 하는 것을 내가 모를 줄 알고.”

“뭔가 착각하고 계시는 거 아닙니까. 특별전형은 견성사자들이 객관적인 평가로 가장 훌륭한 제자를 뽑는 자리입니다.”

“흥! 어디 두고 보자.”

계연석은 계철영을 채근하여 태을문을 나섰다.

나는 다시 제자들의 손에 둘러싸여 조잘거리는 대화를 받아주기 시작했다.

#

“빌어먹을 놈.”

“아버지, 이제 어떻게 해요?”

계철영의 얼굴에도 이제 수심이 드리워졌다.

억울하고 분한 감정이 가득 쌓여 올랐다.

철검문에선 자신은 계룡상단의 입장으로 참석한 것이기에 사단이 날 때 나설 수 없었다.

물론 총군사가 결국 태을문의 손을 들어줄 걸 알았다면, 자신도 충분히 나설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제외하고 철검문은 안휘성 내에서 남궁세가 다음으로 세가 큰 문파였다.

안휘성을 기반으로 장사를 하는 계룡상단의 입장에선 절대 나설 수 없었다.

남궁세가의 남궁산이 방문한 건 더더욱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어찌 되었건 마지막엔 남궁산이 손속에 사정을 봐준 것 아니던가.

그때 남궁산이 검을 당기기만 했어도 진소운의 손가락은 모두 날아가고 결국 승리는 남궁산이 가져갔을 것이다.

이걸 태을문의 승리라고 보는 녀석들의 어리석음에 분통이 터져 올랐다.

거기다 갑자기 왕가장은 웬 말이던가…….

특별전형으로 무림학관에 입학하여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기재들과 연을 쌓고, 그들과 함께 무림을 종횡하며 훗날엔 계룡상단을 천하제일 상단으로 만들겠다는 자신의 계획이 모두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실망할 것 없다. 저들이 배은망덕하게 수를 쓴다 한들 결국 특별전형의 기재는 네가 될 것이다.”

계연석의 막연한 이야기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모르느냐? 대제자가 된다 한들 종합 점수에서 떨어지면 특별전형에 선정될 수 없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특별전형은 총 세 가지 시험으로 나뉜다. 첫 번째 무공과 무림에 관한 상식을 시험 보고, 두 번째 초식과 내공에 대한 이해를 시험 본다. 마지막엔 실전을 위한 비무 시험까지 있지.”

“결국 그 시험이 뭔지 모르는 이상, 저도 녀석들과 똑같은 위치에 있는 거 아닙니까.”

“녀석아! 네가 누구냐!”

계연석이 발끈하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넌! 계룡상단의 적자다! 저런 태을문의 얼치기들과는 태생부터, 시작부터 다르다는 것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냐!”

“…….”

때마침, 삼 인의 인영이 경내로 들어섰다.

학사풍의 사내, 무사풍의 여인, 그리고 그 가운데 점잖은 기운을 풍기는 검을 찬 장년의 사내까지 다양한 분위기의 인물들이었다.

“단주님. 오랜만입니다.”

“어이구! 드디어 오셨구만! 내 아주 목 빠지게 기다렸소이다.”

“이 장 모를 반겨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어디 그 아이가 유명한 기재라던 계철영이 맞습니까?”

“하하, 기재라니요. 그저 조금 뛰어난 정도지요. 뭐 하느냐 인사드려라.”

계철영은 갑작스레 진행되는 상황에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계연석을 바라보았다.

“너도 일타강사(一拖講師)라는 별호는 들어보았지?”

계철영의 눈이 밤송이만큼 커졌다.

“설마.”

“그래, 무려 15년간 견성사자 일을 하셨고, 최근엔 족집게 과외를 통해 가르친 학생들 모두를 무림학관에 보내신 일타강사(一拖講師) 장사군님이시다.”

장사군은 뿌듯한 눈빛으로 계철영을 보았다.

“내 아무리 아둔한 자여도 무림학관에 보내지 못한 적이 없네. 자네 같은 우수한 인재라면 되려 이번 일이 쉬워질 터이니 더욱 기꺼운 마음이네.”

자신만만한 그의 말투에 더불어 계철영도 그동안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은 그의 명성에, 불현듯 억울했던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진소운 이 괘씸한 놈 어디 두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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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얘기를 하나?”

“어디 한둘이 그러겠어요?”

귀를 후비던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사련에게 물었다.

“내가 누구한테 욕을 얻어먹을 짓을 한 적은 없는데?”

“하지만 욕지기가 나올 만큼 미친 짓은 많이 했죠.”

“…….”

“애들이 수련만 끝나면 저한테 달려와서 하는 얘기가 뭔지 알아요? ‘사저, 철검문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해주세요.’예요. 너무 많이 해서 이제 자다 깨어나도 할 수 있을 정도라고요.”

“에이, 그게 무슨 미친 짓이야. 그냥…… 각오가 남달랐던 거지.”

“남궁산 대협과의 비무는 또 어떻고요.”

“…….”

“당주님들에 애들 모아놓고 맨날 하는 말이 ‘절대 검은 손으로 잡는 게 아니다.’라고요! 이게 정상적인 무문에서 할 교육이냐고요!”

“……으흠, 조금 크면 금방 알지 않을까?”

찌릿.

사련의 눈빛이 더욱 매서워졌고, 난 결국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했다.

“그래서, 여긴 왜 오자고 한 거예요. 설마 나랑 은거지 짓자고 온 건 아니죠?”

사련을 데리고 나온 곳은 태을문 인근의 화운산. 어린 시절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내리며 놀았던 곳이었다.

그중에서도 산 중턱에 있는 넓은 공터에는 나와 사제들 몇이서 만든 어설픈 은거지도 아직 남아있었다.

“얼마 뒤엔 견성사자가 올 거다.”

“그렇죠.”

“우리도 준비를 해야지.”

“우리도?”

“통상 계철영과 같이 속가제자를 통해 무림학관에 지원을 하는 경우, 견성사자가 내는 시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을 선생으로 초빙해 개인 교습을 받곤 한다.”

“네?”

사련은 뭔가 잘못 들은 사람의 표정이 되었다.

“견성사자의 결정은 문파의 결정과는 무관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탄생한 방법들이지. 아마 지금쯤 계룡상단에 과거 견성사자를 했던 이가 선생으로 초빙되어 계철영에게 개인 교습을 해주고 있을 거다.”

전생에서도 자랑질 좋아하는 계철영의 습성은 무림학관에 떨어져 좌절하는 사제들의 앞에서 인성질로 나타났다.

무림학관 특별전형에선 한 번도 실패해 본 적이 없다던 일타강사 장사군. 시험 문제 예상 적중률이 칠 할에서 팔 할이나 된다고 한다.

“그, 그럼 이건 불공정한 거잖아요.”

“그래, 공정하다곤 볼 수 없겠지. 하지만 역대 무림학관 시험들이 대부분 이랬다.”

사련의 얼굴이 풀 죽은 강아지처럼 시무룩해졌다.

“정말 너무하네요.”

“그렇게 실망할 거 없다. 우리도 똑같은 방법을 쓰면 되니까?”

“네?”

“말하지 않았더냐, 시험을 미리 준비하는 건 무림맹의 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하지만 우리에겐 그런 선생을 초빙할 돈이 없어요…….”

왕가장으로 인해 살림살이가 쭉 펴졌다 해도, 아이들의 개인 교습을 위해 막대한 돈을 쓸 수 있는 형편은 아니었다.

“그럴 줄 알고 내가 예상 문제를 뽑아놨다.”

“사형이요? 사형이 무슨 재주로요?”

난 서책 하나를 사련에게 건냈다.

“내 기억력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더냐? 지난번 외출 때 합비의 고서점에 가서 지난 회차 동안 나왔던 모든 문제를 달달 외워서 정리한 거다.”

물론 거짓말이다. 전생에서 나왔던 시험을 고대로 몇 문장과 단어를 바꿔서 응용한 것뿐이다.

최소한 서책을 모두 외우기만 한다면 필기시험에서 떨어질 일은 없을 거다.

“사형…… 이거 믿어도 되는 거예요?”

“어찌 사형을 믿지 못하는 거냐?”

“……글세, 너무 애 같아서?”

“으흠. 대사형으로서의 첫 번째 지시다. 사제들 모두에게 이 서책을 베끼고 달달 외우게 시켜라.”

“……알겠습니다.”

결국 사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서책이 생긴 덕분에 더 이상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겠단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다음 나는 사련을 이곳까지 부른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상자는 뭐예요?”

난 왕가장의 총관에게 받은 상자를 열어 보여주었다.

“어우, 차가워라. 이것들은 당최 뭐예요? 왜 이리 찬 기운이…… 찬 기운?”

말을 하던 사련이 의아함을 느끼고 상자 안의 물건들에 가까이 다가갔을 때.

“사형, 서, 설마 이것들…….”

“그래, 영약이다.”

“그냥 영약 맞아요? 아닌 거 같은데? 분명 냉기가…….”

영약에도 급이 나뉘는데. 일반적인 보약 수준의 것들은 내공 증진에 효과도 없고 몸 안의 기운을 복돋아 주는 데 그친다. 이런 영약들은 대부분 일반적인 식품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냉기나 열기 등 특별한 기운을 띠는 영약들은 일반적인 영약에 비해 몇 배나 더 커다란 효능을 가져다준다.

물론 그만큼 섭취에 제한이 있긴 하지만, 제 주인만 제대로 만난다면 그 대상에게 날개를 달아줄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왕가장에서 내게 준 것이다.”

“왕가장에서요? 말도 안 돼.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이리 귀한 영약을……. 하나도 아니고 세 개나.”

“…….”

세 개라는 말에 조금은 양심이 찔리는 기분이었다.

다섯 개 중 내가 섭취할 수 있는 만년설삼과 백사신담은 이미 내 입안으로 들어가 버린 후였다.

한참을 그렇게 영약들을 멍하니 바라보던 사련이 이내 입맛을 다시곤 고개를 들었다.

“이거 자랑하려고 저 부른 거예요?”

사련은 자신이 먹는다는 생각 자체가 결여된 사람 인 듯 보였다.

“아니지. 네게 먹이려고 불렀다.”

“네? 저요? 왜요? 차라리 사형이 먹어요.”

“이 영약들은 극음의 성질을 지니고 있는 것들이다. 지금 내가 먹었다간 최소 주화입마, 운이 나쁘면 죽을지도 모른다.”

내 단전을 이루는 내공의 대부분은 정순한 태을기다.

양강의 기운이 가득찬 자도 극음의 영약은 함부로 먹지 않는데, 그릇도 제대로 키우지 못한 내가 잘못 먹었다간 탈이 나도 단단히 날 것이 분명했다.

때문에 난 양강의 기운과 극음의 기운을 동시에 가진 만년설삼과 백사신담만을 이미 섭취한 후였다.

‘덕분에 내공은 이제 일갑자를 넘겼지.’

거기에 더불어 온몸엔 아직 제대로 흡수하지 않은 영약의 기운이 가득 남아있었다.

다만 이런 영약들을 모두 흡수하자면 더욱 상승 무공이 절실해지는 시점이 도래한 것이다.

“……아녜요. 그래도 전 안 먹을래요. 차라리, 차라리. 문주님께 말씀드려서 다른 사매들에게…….”

“그럴까 봐 일부러 널 불러낸 거다.”

“네?”

왕가장을 통해 들어온 영약의 존재는 일부러 밝히지 않았다.

지금 당장은 태을문의 제자들을 이끌어 줄 사람이 필요하다.

모두가 동일하게 함께 성장하는 것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그랬다간 이끌어 주기도 전에 발목 잡혀 같이 떠밀려 가기 십상이었다.

‘최소 3명.’

내가 예상하는 무림학관에 들어가야 할 최소 인력이다.

나를 포함해도 두 명이 더 필요한데, 지금으로선 무림학관에 들어갈 만한 확률이 있는 사람은 사련과 예전에 나에게 며칠이나 된 떡을 남겨준 동룡과 그의 형제들 금표, 은호 등이 전부다.

더구나 이 영약은 여자들만 섭취할 수 있는 극음의 성질.

문주님께 알렸다간 공정한 과정을 통해 나눠 먹을 수도 있고 그랬다간 사련에게 돌아갈 양이 적어질 것이 분명했다.

“아무리 그래도…….”

“난 이번 무림학관 시험에 최선을 다할 거다.”

“……?”

“그리고 만약 떨어지면 정시를 봐서라도 무림학관에 들어갈 것이다.”

“네? 왜 그렇게까지.”

“우리가 무림학관에 들어가지 않으면 무림맹에서 의무복무를 하게 될 사제들의 방패가 될 수가 없다. 결국 우리도 그들과 함께 휩쓸려 나가버리겠지.”

“……에이, 사형 이런 평화로운 시기에 무슨…… 그냥 몇 년 고생하다 돌아오는 거잖아요.”

장난처럼 받아들이던 사련의 얼굴은 내 딱딱한 얼굴을 보며 천천히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 거예요?”

“평화로운 시기라 하더라도 저기 서쪽의 최전방에서는 연일 흑도들과 전투가 일어난다. 그리고 무림맹의 윗대가리들은 최전방에서 죽어가는 문도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지. 너는 그들에게 사제들의 목숨을 맡기고 싶은 것이냐?”

“당연히 아니죠!”

“그럼 먹어라.”

“!”

“먹고 무슨 수를 쓰든 무림학관에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사제들을 지킬 수 있다.”

곰곰이 생각을 하던 사련이 감동을 받은 듯한 얼굴로 시선을 흔들며 나를 봤다.

“알았어요. 먹을 테니까 자꾸 무서운 말 하지 마요.”

“대진신공은 익혔겠지?”

대진신공은 쾌화당에나 들어가야 익힐 수 있는 태을문 내의 고등 무공이다. 사련은 제 아버지인 문주를 졸라 대진신공과 섬뢰검법을 익힌 지 한참이었다.

잠시 머뭇하던 사련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체 뭘 얼마나 알고 있는 건지.”

“설리의 내단과 설련실은 네가 먹거라.”

“두 개나요?”

“계철영이가 매화단을 다시 구매했다는 소식이 들리더구나. 내공에서 계철영에게 밀리지 않을 수 있겠느냐?”

“…….”

“그리고 남은 영청석균은 네가 생각하기에 태을문에 가장 애착이 강한 사매에게 주거라. 물론 비밀리에 건네야 한다.”

“다 태을문을 위한 일인 거죠?”

“그래.”

사련은 영약 하나를 입에 넣고 가부좌를 틀고 운기행공을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을 잠시 보다 몸을 돌려 호법을 서주기 시작했다.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모사재인 성사재천이라. 많은 과거를 바꾸었지만 거대한 흐름을 바꾸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나는 똑같은 삶은 반복하지 않겠다 다짐하며 저물어 가는 노을을 바라보았다.

한 달 후.

견성사자가 태을문에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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