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모든 걸 기억하는 천재무사-39화 (39/357)

#39.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일류무사>

무림맹에서 세 명의 술사들이 악양 지부를 통해 파견되었다.

마령고원에 모인 사람들은 기대 어린 눈으로 그들을 보다 실망을 금치 못했다.

이제 막 솜털이 가신 애송이 둘과 장년인 하나.

더구나 이들은 무림맹의 진법을 설치한 이들이 아닌, 진법을 관리하던 인원임을 알고 더욱 분개하였다.

“지금 이 인원이 전부란 말인가?”

현재 마령고원에 모인 사람들은 백도, 흑도를 가리지 않고 무림맹의 악양 지부장에게 따지고 있었다.

백도의 입장에서 흑도들이 거슬릴 법도 했지만, 피해자 모임이라는 공통된 명제 아래 그들은 더 이상 적·아를 가리지 않았다.

“일단은 진법이 어떤 진법인지를 먼저 파악하고 추가 인원을 파견할 생각입니다.”

“그럼 용소아는? 이곳에서 생존하여 나갔다고 들었다. 용소아는 어디 있는가?”

“현청은 무림맹에 보고를 마친 뒤 본산에 급한 일이 있어 복귀하셨습니다.”

“뭣! 지금 오천의 인원이 죽어가는 것보다 더 급한 일이 있단 말인가!”

남궁진명이 주먹을 부들부들 떨었다. 나름대로 혈맹이라 할 수 있는 자들이 어찌 이런 행동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현청도 실상 진법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다고 하였기에 온다 한들 큰 도움은 되지 않았을 겁니다.”

무림맹 악양 지부장이 필사적으로 면피를 해보려 했지만 알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무당파가 가장 귀하게 여기는 인재.

무당파에 다시 없을 신성.

그런 존재가 오천의 인원을 두고 홀로 살아 나온 것을 통해 그 책임을 뒤집어쓰게 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안에 들어간 인원 중에 모산파의 인원이 있다. 들었소. 그들이라면 분명 어떤 진법인지 파악할 수 있었을 텐데?”

“…현청은 그런 말이 없었습니다.”

계속 해결되지 않는 이야기의 연속.

이대로라면 끝없이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할 뿐이었다.

“당장 용소아 그놈을 이곳으로 데려오시오!”

“…….”

악양 지부장은 고개를 숙인 채 눈동자만 이리저리 굴릴 뿐이었다.

“이번 일이 결국 비극적인 결말로 끝난다면 현청과 무당파, 무림맹 또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란 걸 모르고 있소이까?”

“……저.”

악양지부장은 거듭되는 압박에 두려워하면서도 말을 이어나갔다.

“무림맹에선 당초 임무의 일환이 아니었기에 책임질 수 없다는 견해입니다. 술사들을 보낸 것은 어디까지나 맹우들에 대한 예우일 뿐, 책임 소재는 이 안으로 들어간 사람들에게 있다고…….”

“뭣이라!!”

“더불어 현청과 무당파에 대한 처세는 무림맹에서 상관할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그 이야기가 어디서 나온 것이오? 장로회요? 만통부요?”

“……무림맹의 결정입니다.”

남궁세가의 일원으로서 평생을 살면서 단 한 번도 이런 무기력한 경험을 겪은 적이 없었기에 남궁진명이 느끼는 분노는 더욱 컸다.

남궁진명은 몸을 움직여 모산파의 술사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곳의 소식을 들은 모산파에서는 열 명의 인원들이 지원을 나왔다, 그들은 벌서 며칠 전에 당도하여 진법을 연구하는 중이었다.

“어떻습니까.”

“……들어가는 입구는 그저 평범한 천연진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오천의 인원이 들어가서 나오지 못하는 걸 보면, 어쩌면 이건 고도의 함정인지도 모르겠군요.”

“이쪽에서 해진할 수는 없겠습니까?”

“진의 축이 이쪽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찌나 큰 진인지 그 크기조차 밖에서는 가늠이 되지 않습니다.”

“결국 구해낼 방법이 없다는 거군요.”

“유지량은 저희 문파 내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훌륭한 실력을 가진 제자입니다. 그 아이가 저 안에서 나오지 못하는 것을 보면…….”

“현청…… 아니 용소아가 이곳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어찌 나왔을까요?”

“……아마도 순간적인 파괴력을 이용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파괴력이요?”

“만약 그들이 있던 곳이 외부와 가까운 곳이고 진의 영향 안으로 완전히 들어가지 않았다면, 잠깐의 파괴력을 일으켜 순간적으로 진의 문을 열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정도의 파괴력이 되려면 최소 오 갑자의 내력이나 벽력탄 정도는 있어야 하겠지요.”

“녀석에겐 둘 중 하나가 있었다는 이야기군요.”

“오 갑자의 내력이란 게 전설에나 등장하는 이야기 아니겠습니까?”

“알겠습니다. 조금 더 힘써 주십시오.”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할 따름입니다.”

남궁진명은 빠드득 이를 갈았다.

당최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알기라도 한다면 속이라도 시원하련만, 안쪽의 소식을 알고 있는 현청은 무림맹을 통해 무당파로 도망간 뒤였다.

강호 생활을 하면서 목숨이 위험한 순간이 있다는 것은 무사라면 누구나 인지하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죽음까지 쉽사리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산아.”

“네. 아버님.”

“지금 당장 창궁단과 대연단, 폭뢰단을 데리고 무당으로 가거라.”

“…….”

창궁단과 대연단이야 이해가 가지만, 폭뢰단은 남궁세가 최정예 타격대다. 그야말로 남궁세가의 존망이 위협받지 않는 한, 남궁세가의 담을 넘어선 안 되는 존재들을 움직이라는 말이다.

그런 존재를 움직이라는 말에 남궁산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무당파와 전쟁이라도 벌이려는 것일까?

“용소아를 내놓지 않거든, 해검지를 통과해 가거라.”

해검지에서 검을 놓지 않고 가라는 이야긴 결국 무력투쟁을 벌이라는 이야기였다.

“지금 강호에서 무당을 향해 진실을 요구할 수 있는 곳은 오직 남궁세가 밖에 없다.”

“…….”

이 사건에서 무당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다음엔 개방에 문제를 제기할 것이고 하오문에도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하오문이야 백도와 흑도 사이를 오가는 문파인지라 문제가 안 된다고 할지라도 구파일방 중 두 개의 문파다.

이 일이 그냥 말로 끝날 일은 없다.

‘더 최악의 경우엔 무림맹이 분명 나서겠지.’

그럼에도 남궁산은 자신의 머릿속에 맴도는 말을 내뱉을 수 없었다.

아버지인 남궁진명이 그걸 모를 리 없을 테니.

이는 어쩌면 할아버지인 창제신검과도 이야기가 다 끝난 일인지도 몰랐다.

‘상황이 너무 좋지 않다.’

남궁선화의 문제만으로 끝났다면 이렇게까지 막 나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거기에 더해 방계의 일까지 더해지자, 그 분노가 두 배 세 배 더 커진 것이다.

“두려우냐?”

“아닙니다!”

“……난 두렵다.”

“네?”

“상황을 이리 만들어 버린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남궁진명은 타인보다 자신을 더욱 자책하고 있었다.

“아버지…….”

“그 어린 것이 저 안에서 어떤 상황 일을 겪었을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진다.”

“제가 반드시 용소아를 데려오겠습니다.”

“…….”

남궁진명은 대답 대신 어둠이 어려있는 동굴의 한 벽면을 보았다.

“그 아이를 데려온들 선화를 살릴 수나 있을까…….”

누구에게 하는지 알 수 없는 자조적인 물음.

남궁산도 섣부른 대답 대신 남궁진명과 같은 곳을 바라봤다.

그때.

“어?”

자신이 잘못 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굴 내부는 이미 수십 개의 횃불이 동굴 내부를 낮처럼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그런데.

“아버지 보셨습니까?”

검은 그림자가 꿀렁거리고 있었다.

“봐, 봤다!”

남궁진명의 외침과 동시에 진법을 연구하던 모산파의 술사들이 후다닥 뒤로 물러났다.

혹여나 진법이 사람들을 잡아먹을까 두려워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검은 그림자는 사람들에게 짓쳐 드는 대신, 꿀렁거리다 갑자기 양옆으로 쫙 물러났다.

그러곤 그 그림자 사이에서 사람이라 보기 힘든 해골 같은 자를 하나 뱉어냈다.

그 사람의 등에는 마찬가지로 깡마른 상태의 여성이 업혀있었다.

남궁진명과 남궁산이 동시에 외쳤다.

“선화야!!”

“남궁선화!!”

선화를 업은 사람 뒤로 마찬가지로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업은 일단의 무리가 줄지어 나오고 있었다.

특이하게도 맨 앞에 선 사람이 밟은 자리를 보고 걷던 그들은, 동굴 안에 들어선 후에도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남궁진명과 남궁산이 선화를 받아 들자, 맨 앞에 섰던 남자가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무, 물. 머, 먹을 거…….”

화들짝 놀란 사람들이 저마다 품에 가지고 있던 음식과 꿍쳐둔 술 같은 걸 재빠르게 건네주었다.

사내는 누가 뭘 주는지도 모른 채 꾸역꾸역 입에 처넣더니, 한참이나 그걸 씹고선 단박에 목구멍으로 넘겼다.

“푸하, 뒈질 뻔했네.”

그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사방에서 소리를 질렀다.

죽었다고 생각한 오천 사람 중에 첫 생존자가 나타난 것이다.

#

진소운의 등장에,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인지 조사하겠다며 무림맹의 악양지부장이 진소운을 따로 조사하려 했지만, 남궁진명을 비롯한 흑도의 고수들이 가만있지 않았다.

“무림맹은 책임이 없다고 했지!”

“하, 하지만…….”

“지금 난 내 딸아이의 생존 때문에 이성을 간신히 이어가고 있네. 더 이상 내가 무림맹에 실망하지 않게 하게.”

남궁진명의 서슬 퍼런 엄포에 무림맹의 사람들은 섣불리 나설 수 없었다.

첫 번째 생존자들이 나타났지만 일이 모두 끝난 것이 아니었다.

아직 안쪽에는 수천 명의 사람이 남아있었다.

“저게 무량불괴멸혼진이라고?”

삼백년전 사라진 전설의 진법이 다시 나타나자 모산파의 술사들이 대경했다.

더불어 이어지는 말에 더더욱 놀람을 금치 못했다.

“자네가 무량불괴멸혼진의 진로를 찾을 수 있다고?”

이야기를 듣던 모산파의 술사들은 생환자들을 이끌었던 진소운의 이야기를 쉽사리 믿지 못했다.

“제가 확인했습니다.”

옆에서 깡마른 유지량이 말했다.

유지량의 말까지 더해지자 더 이상 의심할 수도 없는 상황.

“하지만 어떻게…….”

“모산파의 술사들이 처음부터 진법의 진로를 계산 중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용소아 그 작자가 방해하는 바람에…….”

백도와 흑도를 초월한 무림의 명숙들이 모두 모여있었지만, 모두들 하나가 된 마음으로 용소아를 원망하고 있었다.

“그럼 진로 계산을 다 못 한 상황에서 어떻게 빠져나온 건가?”

모산파 술사의 질문에 진소운은 계속 입에 죽을 넣으며 대답하고 있었다.

동굴 밖 야영지에서 육포를 넣어 끓인 죽이었다. 그걸 벌써 열그릇째 먹고 있는 진소운이었다.

“나머지는 그 안쪽에서 혼자 계산했습니다.”

이야기를 듣고도 쉬이 믿어지지 않는 상황.

“자네…… 태을문의 제자라 하지 않았나?”

갑자기 모산파의 술사가 태을문을 들먹이자, 주변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흑도의 고수들이 한마디씩 내뱉었다.

“씨발! 여기서 태을문이 무슨 상관인데!”

“등신들 지금 여기서도 출신성분을 따지고 자빠졌냐!”

“그래! 지금 저 안에서 우리 제자들을 꺼내 올 수 있다면 태을문이 아니라 마교도라도 데려와야지.”

그에 동조하듯 유지량이 말했다.

“사숙.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안쪽에선 지금도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 그래. 아, 그리고 미안하네.”

흑도의 고수들의 득달에 모산파 술사는 결국 한 걸음 물러나며 남궁진명을 바라봤다.

남궁진명이 진소운에게 다시 물었다.

“나오는 길에 주의할 점은 없는가?”

“제 발걸음을 정확히 따라오면 진법 안에서 길을 헤맬 일은 없습니다. 다만 한 걸음이라도 잘못 디딘다면 진법 안에 갇혀버립니다.”

“저 안에 있는 사람들은 쉽지 않겠군.”

“그래서 처음 열 명까지만 데리고 나온 겁니다.”

“최대 몇 명까지 이끌고 나올 수 있나?”

“한 개의 진로가 유지되는 시간은 대략 일각. 안전하게 최대 스무 명까지만 오가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남궁세가에서 무사들을 준비해 주겠네.”

“우리 사황봉에서도 무사를 대지. 백도 나부랭이들보다 나을 것이야.”

“우리 흑사방의 이름은 들어봤겠지.”

사람들이 저마다 자신들의 무사들을 먼저 들여보내길 원하고 있었다.

“생각 잘하셔야 합니다. 한 번만 길을 잘못 들면 진법 안에서 다시는 찾을 수 없습니다. 전 몇 번 저 안을 오갔지만, 진법에 먼저 들어간 사람을 한 번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진소운의 말에 나서던 사람들이 합죽이가 되었다.

결국 남궁진명이 다시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는가?”

“일단 스무 명의 절정 무사들의 지원을 받아주십시오. 각기 다른 집단말고 평소에도 합을 맞춰본 이들로 말입니다. 그리고 처음 저와 같이 들어갈 땐 음식을 들고 들어가고, 나올 땐 스무 명의 환자들을 먼저 데리고 나오는 겁니다. 동굴 양쪽에는 의원들을 준비시켜 나오는 즉시 치료가 가능하게 해주십시오. 그리고 다음번에 들어갈 무사들을 준비해 주시고 계속 그것을 순환시켜야 합니다.”

“그것이 제일 좋겠군.”

이야기를 듣던 남궁진명과 흑도의 고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자네가 계속 들어가야 하지 않나? 자네는 괜찮나?”

살아 나온 사람 중 가장 피폐한 상태를 꼽자면 진소운도 빠지지 않았다.

더구나 안에서 얼마나 많은 피를 흘린 것인지, 푸른색으로 보이는 무복이 피에 젖어 검게 변해있었다.

“이제부턴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선 잠시도 지체해선 안 됩니다.”

“알겠네.”

그 말과 동시에 사람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흑도의 고수들은 악양으로 가, 인근에 있는 의원들을 강제로 깨워서 마령고원까지 업어 왔고, 백도의 고수들은 악양의 객잔과 주루에 들러, 있는 식자재 모두로 음식을 만들어 마령고원까지 추진했다.

남궁세가의 폭뢰단을 시작으로 스무 명의 인원이 음식을 짊어진 채 들어갔고,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엔 다시 등에 각기 한 명의 생존자를 업고 나왔다.

사람들은 흑도 백도 가릴 거 없이 손이 가는 대로 치료를 하고 회복에 힘썼으며, 시체가 나오면 시체가 나오는 데로 그와 연이 되어있는 자를 찾아주기 위해 지휘부로 데려갔다.

“자네 괜찮나?”

일 만에 가까운 고수들이 일제히 움직이는 덕분에 손이 부족한 일은 없었다.

다만 가장 큰 걱정은 진소운이었다.

멸혼진을 나온 이후로 멸혼진에 가장 많이 들어가는 것도 진소운인데, 벌써 삼 일째 진소운은 한숨도 자지 않고 멸혼진을 오갔기 때문에 처음 나왔을 때보다 더욱 상태가 안 좋아 보였다.

“괜찮습니다. 잠시 운기조식을 하면…….”

이런 식이었다. 부족한 잠을 잠깐의 운기조식으로 채운다.

하지만 그 모습이 무사들의 눈에는 영 안쓰러울 수밖에 없었다.

절정에 이른 고수들이야 잠을 자지 않고도 한 달은 거뜬히 버틸 수 있다고 하지만, 태을문의 제자가 어디 자신들과 같을 처지인가.

보다 못한 남궁진명이 품에서 목갑 하나를 꺼내었다.

“이거 먹고 운기조식하게나.”

“이게 뭡니까?”

“대연신단이네.”

“네? 이 귀한 걸 어찌…….”

“귀하긴, 자네가 우리 세가 사람을 구해준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진짜 대가는 나중에 치를 걸세. 일단은 이거라도 먼저 먹고 기운을 채우게나. 미안하지만 지금 저 안에 있는 사람들을 살릴 수 있는 건 자네밖에 없네.”

남궁진명이 그렇게 나서자 흑도의 고수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우리 흑사방의 영약이 자네가 익힌 도가심법에 맞을 것 같지도 않고 대신 이거 받게나. 자화란이란 것이네. 자네도 자화란이 뭔지는 알지?”

“사황봉의 사황단을 줄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아쉽군. 혹시나 몰라 흑점에서 구입한 청심단이 있으니 받아주게.”

“자네 현양수라고 들어봤나? 본래 우리 사문에서 영약을 만들기 위해 모아둔 것인데…….”

“구엽신초네…….”

“천지초라네.”

다들 어디에 그렇게들 영약을 꼭꼭 숨겨놓고 있었는지, 어느새 진소운의 눈앞엔 영약과 영단들이 수북이 쌓였다.

대연신단과 비교할 만큼의 대단한 것들은 없었지만, 지금 당장 원기 회복엔 충분히 도움이 될 것들이었다.

그때부터 진소운은 음식을 먹는 대신 영약으로 배를 채우고 진법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다시 나흘.

낮과 밤이 연속되는 나날 속에서 고수들도 지쳐갈 때쯤.

드디어 마지막 생존자들이 나타났다.

“끝입니다.”

“총인원 사천이백팔십 명 생환했습니다.”

지휘부의 발표가 끝나자마자 사람들은 백도와 흑도를 가리지 않고 얼싸안고 천지가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우와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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