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모든 걸 기억하는 천재무사-42화 (42/357)

#42. <사람을 모으는 일류무사>

월호객잔의 점소이 강유성은 몇 주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처음엔 마령고원에서 무슨 영약이 나타나 무림인들이 몰린 덕분에 바빴고, 이후엔 마령고원에 들어간 이들을 구하기 위해 온 사람들로 인해 바빴다.

무림인들은 일반 여행객보다 통이 컸다.

거스름돈을 안 받아 가기도 했고, 기분이 좋으면 음식값에 몇 배나 되는 돈을 봉사료로 받기도 했으니까.

물론 성질 더러운 무사님을 만나면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 위험한 상황에 놓이기도 했었다.

그래도 이 일을 그만둘 수 없는 건, 자신이 버는 돈으로 어린 누이들을 돌봐야 했는데 아직 어린 강유성에게 다른 일자리는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최근 요 며칠은 강유성에게 신나는 나날이었다.

마령고원에서 사천 명의 무사들을 구해 온 분께서 월호객잔의 별채에 머물고 계셨기 때문이다.

악양의 거리에선 술판이 벌어지는 곳마다 그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그 무사님이 아니었으면 사천 명의 무사님들이 모두 죽었을 거라고.

객잔 1층의 식당에서 음식을 나르다가도 그 무사님의 활약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강유성은 걸음을 늦추거나 괜히 그 탁자 주변을 서성이며 정리하는 척 그 이야기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들었다.

그런 무사님이 월호객잔에 머문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뛸 듯이 기뻐했었다.

“대단한 만큼 참으로 특이한 분이십니다.”

목간의 물을 갈아주다가, 요 며칠 계속 얼굴을 봤다고 이제는 조금 친근해진 무사님께 말을 걸었다.

“내가?”

“예.”

무사님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가?”

“악양의 대단한 분들이 모두 무사님을 보고 싶어 하시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매일 별채에만 계시지 않습니까.”

“아…….”

목간의 물을 쏟아내자 시꺼먼 때들이 둥둥 떠다녔고, 이상한 허물 같은 것도 같이 흘러나왔다.

이상한 건 이번이 벌써 세 번째 물을 갈아주는 거란 거였다.

“귀찮아서.”

“악양의 이름난 기루에서도 연락 많이 받으셨지요?”

지금 악양에서 이 무사님을 찾는 건 무사들이나 고관대작들뿐만이 아니었다.

점소이는 자신이 숱하게 전달해 준 전서들을 떠올렸다.

“푸하하. 어린 녀석이 별걸 다 아는구나?”

“이름을 알리고 미녀들과 연을 쌓는 건 무공을 익히는 무사들이 다들 바라는 바 아니겠습니까.”

목간에 다시 뜨거운 물을 가득 채우자, 무사님은 목간 안으로 들어가 차돌로 피부를 살살 긁었다.

참으로 신기하게도 맑았던 물이 금세 탁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내가 부러우냐?”

“그럼요.”

“네가 몇 살이라 그랬지?”

“올해로 열넷입니다.”

“이름을 날리고 미녀들과 연을 쌓고 싶으냐?”

강유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건 아닙니다.”

“응? 그럼 내가 왜 부러우냐?”

“무사님께선 다른 사람을 구할 힘이 있지 않습니까. 그게 부럽습니다.”

“…….”

무사님은 말없이 차돌을 계속 긁었다.

강유성은 자신이 왜 그런지도 모른 채 자신의 이야기를 쭉 털어놓았다.

“저한텐 어린 누이들을 지킬 힘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제가 너무 어리고 너무 약해서 괴롭습니다.”

“……누이가 몇이나 되느냐?”

“셋입니다.”

“유성이, 너 혼자 셋을 데리고 있다고?”

“……네.”

강유성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스스로 놀라고 있었다.

이런 이야기는 객잔 주인에게도 하지 않았다.

이런 이야길 하면 늘 돌아오는 건 동정과 불쌍함, 어리석음을 탓하는 모습들이 대부분이었으니까.

특히나 어린 동생을 팔고 네 살길을 찾으라는 말이 제일 싫었다.

그런데.

“녀석, 기특하구나.”

“……!”

무사님이 때를 밀다 피식 웃어주었다.

왠지 강유성은 줄줄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어찌 그런 기특한 결심을 한 것이냐?”

“……크흠, 큭. 어, 어머니와 약속했습니다.”

“그래그래. 당금 남자라면 자기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의 소중한 사람을 챙겨야 후회가 안 남는 법이다. ……이런 물이 벌써 더러워졌구나. 물 좀 갈아다오.”

“…….”

강유성은 감동에 젖어 대성통곡을 터트리려다 무사님의 말에 갑자기 감정이 뚝 끊겼다.

이번에도 시꺼먼 때와 허물 같은 것들이 쏟아져 나왔다. 참으로 신기한 몸이다. 대체 몇 번이나 씻는데도 저런 때들이 나오는 걸까.

“무공을 익히고 싶으냐?”

“……네?”

“강해지고 싶다고 하지 않았더냐. 돈을 버는 것도, 공부하는 것도 강해지는 것이지만 그래도 무공을 익히고 싶어 내게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 아니더냐?”

“…….”

강유성은 부끄러움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래도 이번만 뻔뻔해지기로 했다.

“네! 꼭 무사님과 같은 무사가 되는 것이 제 꿈입니다.”

“나 같은 무사라…….”

잠시 생각에 잠겼던 무사님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내가 태을문 출신인 건 알고 있느냐?”

“그럼요. 악양 전체에서 그 이야기가 돌고 있는걸요.”

“태을문의 무공이 별 볼 일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요즘 사람들이 놀라는 것도 그런 것이니까.

“혹시 태을문에 들어올 기회가 있다면 들어오고 싶으냐?”

“네!”

“……난 무공의 힘을 빌리지 못하고 내 노력과 운으로 이렇게 된 거다. 실제 네가 태을문의 무공을 익힌다 한들, 네가 고수가 되는 길은 요원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그럼 무사님처럼은 될 수 있습니까?”

“뭐?”

“전 고수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무사님처럼 되고 싶습니다.”

첨벙.

무사님이 차돌을 떨어뜨려 물속을 더듬었다.

“녀석, 낯간지러운 말을 잘하는 구나.”

무사님은 더 이상 말이 없었다.

강유성도 무사님이 더 이상 대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걸 눈치채고 열심히 뜨거운 물만 갈아주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차츰 때와 허물의 양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목욕을 마치고 무사님이 목간에서 나왔을 때, 강유성은 무사님의 몸을 보고 멍해져 버렸다.

큰 골격에 큰 키, 남자다운 커다란 덩치였지만 군살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특히나 피부가 마치 여성의 것처럼 티끌 하나 보이지 않았다.

“내 옷은 어디 있느냐?”

“……아, 여, 여기 있습니다.”

강유성이 새로 준비한 흑색 무복을 건넸다.

무복 안에 뭔가 은색의 옷을 입고 흑색의 무복을 갖춰 입었다.

왼팔에는 매의 손톱 장식이 달린 손목 보호대를 차고 검은색의 검을 패용한다.

처음 월호객잔에 들어섰을 때의 모습이 거친 분위기의 낭인 같았다면, 지금은 틈이 없는 완벽한 귀공자 같아 보였다.

“이거 받거라.”

그러면서 내미는 금전 1냥.

봉사료로 받는 금액이라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났지만 강유성은 어쩐지 크게 기쁘지 않았다.

“……부족 하느냐?”

“그것이 아닙니다. 이제 뵐 수 없다고 생각하니 아쉬워서.”

“뭐가 아쉽더냐. 태을문에서 보면 될 것을.”

“네?”

“태을문에 들어오고 싶다고 하지 않았느냐? 각오가 서거든 그걸로 표사를 고용해서 누이들과 태을문으로 오거라. 그게 아니면 그 돈으로 누이들을 잘 챙기고.”

“……무, 무사님.”

“아, 물론 문주님이 허락해야 하겠지만, ……아마 허락하실 거다.”

마지막 말은 조금 믿음직스럽지 못했지만,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강유성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로 다신 울지 않겠다는 다짐을 깨고 한참이나 펑펑 울었다.

#

월호객잔에서 강유성을 만날 거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점소이 출신으로 검 한 자루를 들고 심산유곡에 들어가 만들어 낸 독문검법으로 천하십검의 말석을 차지했던 검치 강유성.

생긴 것도 비슷하고 이름도 똑같기에 혹시나 했건만, 누이가 아래로 셋이나 있다는 것까지 듣는 순간 확신할 수 있었다.

‘넌 내꺼야.’

너무 대단한 인재의 미래를 바꿔버린 건 아닌가 싶었지만, 그래도 기반이 있다면 더 잘하겠지.

“……태을문으로 거처를 옮긴다면 누이들을 잃을 일도 없고. 이제 태을진경이라는 진전도 이을테니, 너에게도 나쁠 것 없는 선택이야.”

나는 그렇게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다.

미타성수를 통해 탈태를 겪자 온몸이 날아갈 듯 가볍게 느껴졌다.

평생을 살아오면서 몸속에 쌓아왔던 불순물들이 모두 빠져나가고 내부는 갓 태어난 아이의 그것처럼 깨끗해졌다.

그 위로 태을진경이 다시 길을 내며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리듯 자신에게 맞는 몸으로 바꾸어 갔다.

처음엔 키와 신체가 바뀌어서 어색함이 들었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지금의 몸 상태가 태을진경을 비롯한 태을문의 무공을 펼치기에 가장 이상적인 상태임을 깨닫게 되었다.

“부럽네요.”

나에게 작별인사를 하겠다며 들른 남궁선화는, 내가 미타성수를 먹었다고 이야기하지 않았음에도 신체의 변화를 확실히 감지하고 있었다.

아쉽게도 미타성수는 한 명분밖에 나오지 않았고 남궁선화는 커녕 태을문의 사제들에게도 줄 양도 되지 않았다.

“이게 소문의 무골지체군요.”

“무골지체에 대해서 아십니까?”

“그럼요. 그걸 이루려고 미타성수를 찾으러 왔던 건데요.”

무골지체는 왕소소의 태양지체처럼 특성을 가진 체질 중 하나인데. 다른 체질들이 타고나는 것과 달리 무골지체는 부단한 수련과 깨달음으로 환골탈태를 겪거나 미타성수를 통해서만 바꿀 수 있는 체질이었다.

“아쉽겠군요.”

내가 위로의 말을 했지만 남궁선화는 그다지 아쉬워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뭐, 그쪽이 먹었으니까. 됐어요.”

“네?”

“아니에요. 오라버니께 들었어요. 남궁세가에 들르기로 하셨다면서요?”

“그렇게 됐습니다.”

“혹시 정시를 치를 때 함께하지 않으시겠어요?”

무림학관의 정시가 개별 시험이긴 하지만 가문을 동반하거나 조력자를 동반하는 것, 수험자들이 함께 협력하는 것도 상관하지 않았다.

대신, 무림맹에 중책을 맡고 있거나, 일류 이상의 무위, 무림학관의 출신들은 참여가 불가했다.

“전 아마 창궁대 한 곳이나 두곳을 이끌고 참석할 거 같아요.”

“……?”

남궁세가의 세력을 생각하면 최소 다섯 개의 대를 이끌어도 부족할 터였다.

“집안의 사정이 있어서.”

“……아.”

전생에 있었던 남궁세가 내부 분열이 벌써 시작되었나보다.

“그래도 최정예 인원들만 함께할 거기 때문에, 도움은 확실히 될 거라 생각해요.”

난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 소저. 저도 이번 시험에 계획한 바가 있어서. 그건 어려울 것 같군요.”

“……그렇겠죠.”

남궁선화는 알 만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얼추 작별인사도 다 끝냈고, 할 말은 서로 다 했건만 남궁선화는 나가지 않고 괜시리 아무것도 없는 바닥을 툭툭 차고 있었다.

“……저, 뭐 하나 물어봐도 돼요?”

“얘기하십시오.”

“혹시…… 모란 언니랑…….”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말을 얼버무리는 남궁선화.

“성 소저에게 무슨 일이 있습니까?”

“…….”

입을 뻐끔거리던 남궁선화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갑자기 포권을 쥐었다.

“아니예요. 진 공자. 이번엔 너무 감사했어요. 언젠가 이 은혜를 꼭 갚도록 할게요.”

#

월호 객잔에서 나온 나는, 제갈세가가 있는 호북성이 아닌 남악 인근에 위치한 구룡산으로 먼저 향했다.

제갈천기를 태을문으로 데리고 가려면 우선 돈이 필요했으니까.

더구나 이번 일로 의도치, 않게 좋은 물건을 얻어 멀리 보물을 찾으러 갈 필요도 없게 되었다.

구룡산 입구에 다다른 나는 머릿속 장서고에서 지도 하나를 꺼내었다.

소정대 소속 두천강이 죽기 전까지 털지 못해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던 월나라 제일 갑부의 첩실. 월향이 묻혀 있는 곳이였다.

사실 도둑놈 출신인 두천강이 왜 굳이 무림맹에 들어온 건지 우린 참 의문이었는데, 그 사연이 꽤나 걸작이었다.

주로 고관대작들이 뇌물로 받은 사치품들을 털어먹던 두천강은, 어느 날 고관대작들 중 하나가 비자금을 숨겨 놨다고 생각한 비밀창고를 털었는데, 그게 알고 봤더니 이부상서 집안의 무덤이었단다.

그런 집안의 무덤을 털었으니 전국의 관원들이 열 일 다 제치고 두천강 이놈 모가지 하나 따겠다고 강시처럼 달려들었는데.

두천강은 최후의 수단으로, 관군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신분을 속이고 무림맹에 하급 무사로 입맹한 것이었다.

무림맹에 들어온 두천강은 항마력이 뛰어난 이들을 꼬드겨 월향의 무덤을 털려 했는데.

형산파나 모산파, 소림이나 무당파가 하급 무사 두천강을 상대할 리 만무했다.

결국 월향의 무덤도 못 털고 소정대에 있다 정마대전에 끌려간 그 놈은 밤마다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팔자를 탓했다.

“두가의 말대로라면 이쯤인데.”

구룡산 중턱에 폭포 뒷면을 살피자, 세차게 떨어지는 물들 사이로 좁은 입구가 보였다.

인간의 발길을 거부하는 듯, 발 디딜 곳 하나 없는 천혜의 험지.

난 조금 높은 곳에 비룡조를 쏘아 그 줄을 잡고 뛰어들었다.

휘리리리링.

폭포수를 지나쳐 작은 구멍 사이로 몸을 집어넣자, 그 안쪽엔 큰 공간이 나타났다.

준비해 온 횃불을 밝히자 동굴 내부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인간의 손을 타지 않은 것 같았던 동굴은 안으로 들어갈수록 인위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고, 동굴 끝에 가서는 동굴 한 면이 거대한 전각처럼 조각되어 있었다.

“찾았구나.”

전각 안은 무덤으로 꾸며져 있었다.

다만 문제라면 관이 있던 자리도, 살아생전 망자가 섰던 물건들이 있는 자리도 모두 텅 비어버린 채 거미줄만 가득하다는 것이었고.

“이쯤에 장치가 있다 했지.”

술만 먹으면 월향의 무덤을 털던 이야기를 주구장창 했기에, 처음 보는 장치도 단박에 찾을 수 있었다.

드드드드드드드드드득. 쿵. 펑.

예상대로 벽면이 한쪽으로 밀려나며 문이 반쯤 열렸다.

문 안쪽으론 사람 둘이 들어갈 정도로 좁은 통로가 놓여있었고, 통로에는 부러진 화살이나 바닥에서 튀어나온 두꺼운 가시들이 즐비했다.

“여기까진 다들 들어갈 수 있었다지.”

밀실로 가는 길목에는 이미 누군가 오간 흔적이 남아있었다.

마령고원에서 얻은 천하독행신을 일으켰다.

아직 성취는 일성에 불과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투캉. 투캉. 투캉.

슈슈슈슈슉.

밀실을 지나온 후에 장치들이 작동하며 바닥에서 가시가 튀어나오고 화살이 사방에서 쏘아져 나왔다.

“천하에 따를 자가 없다더니 이름값을 하는구나.”

잠시 천하독행신의 신위에 감탄한 뒤, 고개를 몸을 돌려 공간 안으로 들어서자 두 눈이 번쩍 떠졌다.

“허허.”

천장엔 야명주가 별처럼 총총이 박혀있고, 방 안엔 그 야명주의 불빛을 받아 번쩍번쩍 빛을 뿜어내는 금은보화들이 잔뜩 쌓여있었다.

두천강이 술만 먹으면 아쉬워했던 이유가 납득이 됐다.

“정말이었구나.”

그렇게 몇 개의 금은보화들을 살피고 있는데, 방 한쪽에 쌓여있는 해골들이 기분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대부분 여기에 묻힌 거였구나.”

분명 사람의 것으로 보이는 해골들.

그것도 한두 사람의 것이 아닌 꽤 많은 양의 숫자로 만들어진 해골 무덤.

“이 정도면 꽤나 많은 이가 왔다 나가지 못했나 보구나.”

그때.

불온한 소리가 들려왔다.

철그럭. 철그럭.

고개가 공간의 한쪽 방으로 향한다.

철그럭. 철그럭.

두천강이 눈앞에 억만금의 보물을 놓고도 빈손으로 나와야 했던 이유.

철그럭. 철그럭.

-이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

무림맹에서 갖은 수모를 당하면서도, 도사와 승려들에게 무덤을 털자 꼬셨던 이유.

“모습을 보여라!”

바로 이 무덤을 지키는 강력한 귀신 때문이었다.

-도둑이 주인행세를 하는 것이냐!!

마교의 광천소도 들어봤지만, 이렇게 마기가 짙은 음색은 처음이었다.

심령이 뒤흔들려 심장이 쿵쾅대고 몸이 굳기 시작했다.

철그럭. 철그럭.

-이곳에 들어오다니 겁이 없구나.

금속음 부딪치는 소리와 인세의 것이라 믿기 어려운 아름다움을 가진 여인이 나신에 화려한 금은보화만을 걸친 채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