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신검을 놀라게한 일류무사(5)>
남궁태하는 여섯 살에 처음 검을 들고, 반백 년간 강호를 겪으며 상상 불허한 사건을 겪고 기상천외한 인물들을 만나왔다고 생각했다.
환갑이 넘은 후론 어떤 일을 마주해도 놀랄 일이 없다고 생각했건만, 눈앞의 약관도 되지 않은 청년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에 깜짝 놀랐다.
“뭘 달라고?”
“창궁상단이라 말씀드렸습니다.”
“허…….”
너무나도 어처구니가 없는 말에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거부하려고 일부러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구나?”
“만약 제가 신검께서 말씀하신 것을 가지고 있다면 기회가 아니겠습니까. 거부할 이유가 없습니다.”
흔들림 없는 태도와 고저 없는 목소리.
이 청년은 정녕 진심으로 그런 말도 안 되는 조건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달라고 하는 것이더냐?”
창궁상단은 남궁세가를 유지하는 가장 큰 기반이다.
창궁상단을 달라 하는 것은 곧 남궁세가의 모든 자산을 달라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서까래에 불이 붙었습니다. 기둥뿌리까지 모조리 타 버리기 전에 얼른 떼어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
이 건방진 청년의 말이 이상했다.
분명 자신은 한 번도 말하지 않았는데 무엇을 알고 있는 것인가?
“그게 무슨 소리더냐?”
“방계에 문제가 있으신 거 아닙니까? 그걸 위해 저를 부르신 거고요.”
“!!”
내부의 문제가 밖으로 새어 나갔는가?
그럴 리 없다. 남궁세가의 그 누구도 이런 수치스러운 상황을 알리길 바라지 않는다.
더구나 역심을 품은 방계가 자신들의 계획을 공공연히 드러낼 리 없었다.
그랬다간 당장에 의심을 받고 자신들의 죄 역시 낱낱이 까발려질 테니까.
구엄산에서 손자·손녀가 습격당했지만 그들의 배후를 찾을 수 없었던 것이 모두 방계의 철저한 입단속 때문이 아니었던가.
설사 은밀하게 소문이 퍼졌다 한들 저 청년은 태을문의 제자에 불과하다. 절대로 남궁세가의 내막까지 속속들이 알 방법 따윈 없었다.
“……설마.”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진소운의 정체 자체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결코 태을문의 제자에 불과하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
의심이 들자 의념이 공력을 움직이고 강렬한 살기를 뿜어내기 시작한다.
범상치 않은 내공과 재주를 가지고 있는 것 같지만, 결코 그 정도론 버틸 수 없는 수준의 살기였다.
“어찌 그 일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냐?”
“……!”
“말하라. 네놈이 대답하는 것에 따라 네놈의 생사가 결정될지도 모를 중요한 질문이니라.”
남궁진명도 직격으로 맞았다간 버티지 못할 살기를 뿜어냈지만, 놀랍게도 청년은 미간을 찌푸리기만 할 뿐 꿋꿋이 견뎌내고 있었다.
혹여나 자신이 살기를 미약하게 뿜은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한쪽에 선 남궁산을 보았다.
저 멀리서 이야기의 심각함을 느끼고 다가오지 않던 남궁산은 자기 몸에서 뻗어내는 살기에 대경하며 대연전의 끝으로 가 피해있었다.
‘대체 무슨…….’
남궁태하가 놀라고 있는 사이 진소운이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남궁산 선배가 입관패를 찾으러 왔을 때 처음 의심이 들었습니다. 오대세가의 힘이 무림학관 정시도 치르지 못할 정도로 약하지 않을 텐데. 필사적으로 입관패를 빼앗아 가려 했지요.”
살기란 본능을 자극하는 공포다.
정신을 극도로 단련한 이들도 자신이 본격적으로 내뿜은 살기를 견디는 것이란 요원한 일이다.
“두 번째로는 미타성수를 찾기 위해 선화 소저가 마령고원에 왔을 때, 두 번째 단서를 얻었습니다. 오 년마다 한 번씩 받게 되는 대연신단과 남궁세가의 뛰어난 정종심법을 생각하면, 미타성수는 흑도들과 경쟁하여 목숨을 걸고 찾을 만한 영약은 아니었지요.”
“…….”
살기를 견딜 수 있는 것은 그 전에 더 큰 살기를 맞아본 경험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한데, 약관도 되지 않은 청년이 신검 수준의 살기보다 더욱 강한 살기를 겪을 일이 뭐가 있을까.
“세 번째는 구엄산에서의 습격입니다. 오백이나 되는 인원이 남궁세가의 안방이나 마찬가지인 안휘성에서 남궁세가의 직계들을 습격하기 위해 움직였음에도, 남궁세가가 사전에 움직임을 몰랐다는 건 눈과 귀가 제 할 일을 하지 않았다는 거지요.”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얼굴이 사색이 되는 와중에도 끝까지 말을 이어간다.
무공에 대한 오성보다, 어찌 얻었는지 알 수 없는 대단한 내력보다, 남궁태하는 자신의 살기를 견디는 정신력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마치 이런 살기는 아무것도 아닌 지옥을 건너온 자의 모습이다.
“네 번째는 신검께서 어떤 대가를 치르던 제가 알지 못하는 그 검술을 얻겠다 하신 것 때문이었습니다. 이제 이해되시면 살기 좀 풀어주시겠습니까? 더는 견디기 힘이 듭니다만.”
“…….”
모든 이야기를 들은 남궁태하는 살기를 거둬들였다.
털썩.
줄 끊어진 인형처럼 털썩 주저앉는 진소운.
남궁태하는 자신의 솔직한 감상을 이야기해 주었다.
“……난생처음으로 상대에게 경외라는 감정을 느껴보는구나.”
“…….”
무려 창제신검이라 불리는 자신이 칭찬했지만 진소운은 대답이 없었다.
“화난 것이냐?”
너무 강하게 살기를 뿜은 탓에 삐진 건가 하는 생각에 녀석에게 다가가니, 진소운은 입가에 피를 흘리며 기절한 채였다.
“허허…… 이 지경이 되도록 그 자리에서 버틴 것이었던가?”
남궁태하는 이렇게 지독한 사람은 처음 보았다.
더불어 한편에서 지켜보고 있다 진소운이 넘어지는 것을 보고 달려오는 남궁산을 보며, 저 아이가 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
깊은 밤.
온종일 바쁘게 하루를 보냈던 태을문의 주요 인사인 홍문기, 강채석, 진태산 세 사람이 각자 술 한 병씩을 들고 한자리에 모였다.
“다들 너무 오랜만에 보는군.”
홍문기의 말에 강채석과 진태산이 쓴웃음을 지었다.
예전 같았으면 허구한 날 이렇게 모여 술잔을 나눴건만, 요즘은 하루하루 눈 돌아가게 바쁜 탓에 부족한 잠을 자기에도 모자랐다.
물론 이렇게 바쁜 게 다 누구 때문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아는 바였다.
“중요하게 할 이야기가 있다고?”
오늘의 이 자리도 진태산이 ‘아주 중요하게 할 이야기’가 있다는 말 때문에 모인 것이었다.
홍문기와 강채석의 눈가에는 검은 그림자가 내려앉아, 당장이라도 침소로 돌아가고 싶은 얼굴이었다.
“근데 난 왜 부른 거야? 요즘 유성이 녀석 때문에 정신없고만.”
어느 날 갑자기 표사하나가 어린아이 넷을 데리고 왔다.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사내 녀석이 전달한 편지에는, 진소운이 태을문의 제자로 받아주기로 했으니 신변을 부탁한다는 어처구니없는 말이었다.
“내가 아직도 그때 생각만 하면…… 아우 골이야.”
“그래서 싫은가?”
강채석이 머리를 부여잡으며 술잔을 들었다.
그럼에도 입가엔 은은한 미소가 어려있었다.
사대 제자들의 부생당 과정이 모두 끝났기에 유성을 가리키기 위해선 다음 대의 부생당의 문원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게 해야 했다.
하지만 그랬다간 안 그래도 열넷이라는 애매한 나이 때문에 무공을 익혀야 하는 시기를 놓칠 수 있는바.
결국 쾌화당에 다니는 제자들과 진도를 맞추기 위해 개인 강습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유성의 오성은 역대 어떤 제자들보다도 뛰어났다.
문일지십.
한 가지를 가르쳤는데 열 가지를 깨우치는 천재.
부생당의 과정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았건만, 벌써 쾌화당에 들어가도 부족하지 않은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
“아마, 녀석은 태을문 최고의 기재가 될 걸세.”
강유성을 개인 강습하느라 낮과 밤을 불사르는 강채석은 피곤함도 잊은 채 너털웃음을 터트렸고, 그 모습을 보며 진태산이 쓴웃음을 지었다.
“사실 그 때문에 자네도 부른 걸세.”
“응?”
“제자 하나를 더 가르쳐야겠어.”
“……그게 무슨 소린가? 소운이 이놈이 또 누군가를 보낸 건가?”
“그놈이 보낸 건 맞지.”
“……?”
“……?”
강채석이 홍문기를 보았다.
자신이 아는 한 유성이 남매처럼 진소운이 새로이 보낸 이는 없었음이 분명한데.
하지만 홍문기도 이에 관해선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제갈천기가 있지 않은가.”
“……?”
강채석이 귀를 후볐다.
“내가 뭘 잘못 들은 거지?”
진태산은 여전히 쓴웃음을 짓고 있다.
강채석이 대경했다.
“이 사람아! 농담도 작작해! 괜히 피곤한 사람 불러다 뭐 하는 거야!”
“그게 농담이 아니네.”
“…….”
진태산이 홍문기에게 말했다.
“제갈천기…… 그 아이가 태을문의 무공을 배우고 싶다고 합니다.”
“……그게 되는 건가?”
“문주님의 허락이 있으면 되겠지요.”
“……아니, 내 말은 그걸 제갈세가가 허락하겠느냐는 말이네.”
진태산도 처음에 제갈천기에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똑같이 말을 했다.
그러자 제갈천기가 진태산에게 서찰 하나를 건넸다.
진태산은 조심히 그 서찰을 홍문기에게 건넸다.
“제갈세가의 가주이자 제갈천기의 아버지인 제갈현운이 보낸 서찰입니다.”
홍문기가 얼른 서찰을 건네받아 빠르게 읽어 나갔다.
서찰을 내려놓은 홍문기의 두 눈이 토끼처럼 커진 상황이었다.
“제갈세가에선 진신제자로 수학하는 것은 불가하나 속가제자로 받아준다면 감사하겠다고 합니다.”
“……이해가 가지 않는군.”
세가의 사람이 문파에 속가제자로 들어가는 것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오대세가 자제들의 경우에도 가문의 무공이 자신과 맞지 않는 경우 구파일방의 속가제자로 들어가는 경우도 부지기수였으니까.
한데 천하의 오대세가 중 하나인 제갈세가가 백팔봉의 말석인 태을문의 속가제자로 들어온다는 건, 문주인 자신의 견해에서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허허, 참.”
“가문을 나설 때 가주와 약속을 했다고 합니다. 자기 몸을 스스로 지킬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영영이가 그림자 무사로서 일을 더 이상 하지 않기로 말이죠. 그 때문에 무공을 익히려는 의지가 강합니다.”
내막을 들으니 허락하지 않을 수 없다는 심정이지만, 그래도 찜찜함이 남는 건 굳이 가문의 강한 무공을 놔두고 태을문의 무공을 익히려 함 때문이었다.
“천기가 의형인 소운이와 같은 소속이 되고 싶다고 강렬하게 주장한 것 같습니다.”
그 말에 홍문기가 너털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정말이지 자네는 자식 하나 끝내주게 낳았구먼.”
“……문주님 제자이기도 하지요.”
“제자와 스승의 관계가 부자의 관계만 하겠는가.”
“어쩌시겠습니까?”
“어쩌겠는가. 태을문의 가르침을 받고자 하는 자를 내칠 수 없는 법이지. 앞으로 강채석 당주가 고생을 좀 더 해줘야겠군.”
“……빌어먹을. 소운이 그 잡놈이 천 리 밖에서 나를 고생시키는구나.”
말은 툴툴거렸지만 강채석의 입가엔 여전히 미소가 감돌아 있었다.
훌륭한 인재를 교육하는 건 그에게 언제나 큰 보람을 가져다주는 일이었으니까.
“안 그래도 슬슬 유성이에게 가르칠 것이 없어졌던 참이네.”
“벌써?”
“말도 말게. 오성만 대단한 줄 알았는데. 말도 못 하게 지독한 노력파야. 잠을 자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
강채석이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젓는다.
“제갈천기 그 녀석은 유성이만큼은 아니었으면 좋겠군. 기재를 가르치는 게 이렇게 피 말리는 일인지 처음 알았어.”
홍문기가 진태산을 보며 물었다.
“재정은 괜찮은가?”
최근에 태을문에 여러 가지 일이 발생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지만, 그 말은 반대로 돈 나갈 곳이 많아진다는 이야기였다.
“어느 정도 버티고는 있습니다만, 곧 재정이 바닥날 겁니다.”
“……흠, 이걸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좋아해야지요. 어쨌든 발전하고 있는 거니까요. 일단은 광산에서 조금씩 철광석이 나고 있으니 한동안은 버틸 수 있을 겁니다.”
철광석 광산의 개발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왕가장주의 말이 상단을 하나 차려 보는 건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전해왔습니다.”
“상단을?”
“네. 어차피 철광석 광산을 하나 가지고 있으니, 그걸 기반으로 재정적 안정을 꾸려보자고요. 자신이 초기 투자를 돕겠다고 했습니다.”
“왕가장주의 배려에 몸 둘 바를 모르겠군. 감사하다고 전하게.”
“알겠습니다.”
“한데, 우리가 상단을 차리게 되면 합비에 차려야 할 텐데. 합비에는 이미 창궁상단이 있지 않은가.”
남궁세가의 창궁상단 본부가 위치한 곳이 바로 합비였다.
창궁상단을 시작으로 남궁세가의 모든 상업활동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아는 세 사람은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일단은 철광석 거래를 주로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대장간과 제철소를 중심으로 품목을 천천히 늘려가는 것이지요.”
“왕가장이 도와준다 한들 남궁세가의 심기를 건드릴 필요는 없지. 먼저 남궁세가에 문의해 제철에 관한 부분에 진출해도 되는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일 듯하네.”
“알겠습니다.”
홍문기가 진태산과 강채석을 보며 말했다.
“두 사람 다 고생이 많은 것 알고 있네. 그래도 조금만 더 힘 내주었으면 좋겠군. 내 생각에 태을문에 이런 변화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거든.”
“저희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를 말이오!”
세 사람은 각각 입가에 작은 미소를 하나씩 걸친 채 안주를 먹지도 않으며 쓴 술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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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노인네. 그렇게 무식하게 살기를 날리다니.
전생에서 천마흑검대에 맞서 버텼던 경험이 없었다면 분명 도망치고도 남았을 것이다.
처음엔 자존심 때문에 버티고 마지막엔 악으로 깡으로 버티다 기절했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아침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제왕각은 아니었다.
잠시 뒤 시비가 들어왔다.
“기침하셨습니까?”
“여긴 어디입니까?”
“대연전입니다.”
“……가주님의 처소란 말입니까?”
“네. 가주님께서 연무장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시비가 그렇게 나가고, 적당히 옷매무새를 만진 뒤 밖으로 향했다.
창제신검은 연무장에서 황산의 정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일어났는가.”
전날처럼 장난기 가득한 모습은 지워진 채였다.
난 전날의 일 때문에 일부러 대답을 피했다.
“……미안하네. 자네가 하는 말을 쉽사리 믿을 수 있어야지.”
나도 모르게 눈썹이 꿈틀댔다. 천하의 창제신검이 무림 말학에 불과한 나에게 사과한다니.
이렇게 된 이상 나도 계속 자존심을 부릴 수는 없었다.
“괜찮습니다. 가주님의 입장에선 충분히 의심할 만한 상황이었습니다.”
“……자네를 대하는 건 젊은 청년을 대하는 것 같지 않아. 꼭 구렁이 같은 노회한 마두를 대하는 것 같단 말이지.”
칭찬인지 비난인지 모를 말을 한 창제신검이 검을 뽑아 들었다.
“우리의 이야기가 진행되기 위해선 우선 자네의 목숨이 보장될 만한 증거가 필요하겠지? 그래야 우리의 이야기가 진행될 듯하니.”
그리 말하며 검무를 추기 시작하는 창제신검.
분명 창궁무애검법의 기수식으로 시작한 그의 검법이 조금 이상하게 변형되기 시작했다.
“…….”
그리고 종국에 가선 전혀 다른 무공으로 변질되어 있었다.
그 검로가 가는 곳 하나하나마다 창궁무애검법의 생로를 막아서고 사로에 검을 찔러 넣는다.
검법이 갖는 의도가 명백하게 창궁무애검법의 파훼를 노리고 있었다.
“어떤가?”
“……이로써 제 목숨은 더 위험해졌군요.”
남궁세가의 가주가 가문의 오의가 담긴 창궁무애검법의 파훼를 연구하고 있다.
제갈천기가 만든 파쇄식에 비하면 부족한 면들이 많았지만, 누가 보아도 남궁태하가 만든 검법은 창궁무애검법을 부정하고 있었다.
“흐흐흐. 걱정하지 말게나. 이 비밀은 자네가 불지 않는 이상 알 사람이 없을 터이니.”
“…….”
“자, 그럼 자네의 목숨을 보장해 주었으니 다시 거래해 볼까나. 내가 원하는 것을 가지고 있는가?”
“가지고 있습니다.”
“역시나.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창제신검이 다시 물었다.
나는 어제와 똑같은 대답을 했다.
“창궁상단을 바랍니다.”
창제신검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게 말이나 된다 생각하는가?”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합비의 창궁상단 지부를 원하고 있습니다.”
“흥! 합비는 지부라 하지 않네. 창궁상단의 본부인 곳이지. 그곳을 달라는 이야기가 남궁상단을 달라는 이야기와 뭐가 다르지?”
“그 때문에 합비 지부를 달라 말씀드린 겁니다. 어째서 창궁상단의 본부가 황산의 남궁세가가 아닌 합비인 것입니까?”
“그야……. 당연히 그곳이 교통로의 중심…….”
말을 하던 창제신검이 입을 꾹 다물었다.
당금 남궁세가의 위기가 닥친 것은 본가와 상단의 본부가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방계의 노력으로 남궁세가의 경제 활동이 황금기를 맞이한 것은 사실이다.
하나, 본가와 떨어진 본부의 존재는 본가의 영향력을 떨어뜨리고, 본부에 기거하는 방계의 영향력을 대폭 올렸다.
그것이 지금 남궁세가의 비극을 가져온 가장 주된 원인이었다.
“가주님의 말 자체에 문제가 있다 생각지 않으십니까? 합비가 안휘성의 가장 큰 도시인 것은 맞으나, 창궁상단을 비롯한 예하 활동 단체들이 합비의 본부를 바라본다는 건 말이 안 되죠. 그들이 바라봐야 할 것은 황산의 남궁세가 아니겠습니까?”
“허허…….”
창제신검이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너의 말 한마디가 억만금의 가치를 느끼게 하는구나. 네가 한 이야기로 인해 나는 방금 합비의 창궁상단을 주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창제신검께서 주시는 게 아닙니다. 제가 신검님의 가장 큰 우환을 가져가, 도와드리는 것이지요.”
“허허, 그래그래. 네 말이 맞다.”
허탈한 웃음을 터트리던 창제신검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허나, 이미 창궁상단을 비롯한 대부분이 남궁송주의 손아귀에 떨어졌다. 내가 주고 싶다고 한들 이 비정상적인 거래에 장로원들이 허락지 않을 것이며, 동시에 남궁송주 그 아이가 어떠한 명분을 들어서라도 반대할 이야기다.”
“창궁상단의 단주는 제가 설득하겠습니다.”
“응? 네가 설득하겠다고?”
“네. 그분은 결국 저에게 창궁상단의 합비 지부를 줄 수밖에 없습니다.”
“…….”
아버지가 좋아할 생각에 나는 입가에 미소가 지워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