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모든 걸 기억하는 천재무사-77화 (77/357)

#77. <관문을 뛰어넘는 흑염룡(5)>

가을 산불은 낯선 것이 아니다.

특히나 여름 가뭄을 겪고 가을 낙엽이 산에 수북이 쌓였을 땐 조금의 바람만으로도 산불이 나곤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인근 마을의 사람들은 겨울 장작을 미리 준비하기도 하고, 불길이 널리 퍼지지 않도록 목로를 만들어 둔다.

“하지만 쌍막채는 마을 사람들이 산에 오르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지.”

산적들이 몸을 숨기기 위해선 빽빽한 수풀림만큼 좋은 것이 없다.

이를 위해 쌍막채는 벌목은커녕 약초도 수집도 하지 못하게 했고, 그렇게 빽빽하게 마른 숲은 이제 놈들의 몸을 숨겨주기는커녕, 녀석들의 숨통을 쥐고 있었다.

맹렬하게 산에서 내려오던 산적들이 기름에 의해 순간적으로 폭발하는 불구덩이에 주춤하는 순간, 불길은 사방으로 더욱 번진다.

천여 명이나 되는 인원은 오르막길을 되돌아가려 하지만 그건 더 힘이 든다.

“크악.”

“비켜!”

“앗 뜨거!”

서로 뒤엉키고 엎어지며 행렬이 금방 무너진다.

길을 벗어나 산을 타고 도망치려던 산적들은 그사이 거세게 타오른 불길에 집어삼켜지고, 뜨거움을 참지 못하고 사방으로 구르는 탓에 산불은 더욱 쉽게 번진다.

“말도 안 돼.”

은호가 새까맣게 연기로 가득한 하늘을 보며 넋을 놓는다.

거센 바람은 까만 연기를 금방 밀어내지만, 덕분에 불길은 영약을 먹은 것처럼 더욱더 거세게 타오른다.

천여 명 전체가 무공을 익혔지만 그 안에서도 성취의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내공이 낮은 이들은 숨을 참지 못하고 연기를 들이마시다가 이내 기절하기 시작했다.

“소운님 설마 바람이 올 걸 예상하고 계셨던 겁니까?”

양군백이 휘몰아치는 바람 때문에 머리카락을 넘기며 물었고, 나는 특별한 대답 없이 흑룡검을 뽑았다.

“준비해라.”

내 말에 세 형제가 저마다 검을 뽑아 든다.

“산 쪽으론 불길 때문에 도망치지 못한다. 하지만 기름이 부어진 길은 타고 내려올 것이다.”

“저희도 가겠습니다.”

양군백이 하오문도들과 함께 나섰다.

“불길을 거치고 나온 상태에서 정신이 없을 동안 몰아쳐야 합니다.”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거대한 파공음이 들렸다.

콰과과광.

금면불도와 독안혈부가 합공하여 땅을 패어 흙더미를 사방으로 흩뿌린 것이다.

“불길이 약해졌다! 최대한 빨리 지나가라!”

쩌렁한 음성과 함께 탈출 경로를 찾던 산적들이 길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옷에 불이 붙은 이들은 정신없이 불길을 끄려 하다 뒤에서 달려오는 산적들의 발에 밟혀 죽고 만다.

쩌저적!

길 양옆으로 매복하기 위해 자르지 않았던 거목들이 불이 붙으며 길로 쓰러진다.

“끄아악!”

“피, 피해!”

“살려줘!”

결국 두 채주를 따라가길 포기한 산적들이 산 너머의 다른 길로 달리기 시작한다.

산적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와중에도 금면불도와 독안혈부는 그들을 통솔할 여력이 없었다.

길을 내기 위해선 두 사람이 다시금 합공으로 흙을 사방으로 흩뿌려야 했으니까.

콰과과과광.

강맹한 공력이 사방에 흩뿌려지자, 흙과 바윗덩이들이 사방으로 튀며 불길을 어느 정도 잡는다.

그렇게 두 사람이 지나고 나면, 산적들이 뒤따르다 불에 타 죽는다.

“이런 빌어먹을!!!”

거듭되는 죽음에 독기가 잔뜩 오른 금면불도는, 독안혈부마저 신경 쓰지 않고 신법을 극성으로 펼쳐 뛰어 내려오기 시작했다.

“잘 들어라.”

“갑자기 말입니까?”

“저들이 살아남으면, 마을의 비극은 반복될 것이다.”

“……네.”

“구릉에서 봤던 장면만 기억해라.”

손속에 사정을 두지 말라는 이야기.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세 형제는 굳게 입을 악물었다.

“가자!”

내 외침과 함께 세 형제와 양군백의 일행이 달리기 시작했다.

산적들의 위세에 두려워하던 처음 모습과는 달리 용기백배한 모습이었다.

“진소운!”

꼬리에 불붙은 멧돼지처럼 달려오던 금면불도가 나를 발견하곤 더욱 속도를 내서 달려왔다.

나 또한 천하독행신을 밟으며 속도를 더 올려 금면불도에 맞섰다.

펑.

“죽인다!”

도기를 품은 태도가 머리를 가르기 위해 내려치려는 순간, 연화(蓮花)를 펼쳐 금면불도를 불구덩이 속으로 던져버렸다.

퍼퍼퍽!

인간의 신체가 내는 소리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굉음을 내며 몇 그루의 나무를 부러뜨리고 불 속으로 처박힌 금면불도.

“크아아악!”

그사이 나는 소천검법 파격식을 펼쳐 숨을 쉬기 위해 달려 나온 산적들을 베어내기 시작했다.

“사, 살려……!”

“크헉!”

요혈을 노리는 검식은 핏물을 사방으로 흩뿌리며 혼란을 더더욱 야기한다.

일 초식에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며, 거침없이 검이 휘둘러 질 때마다 산적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동료들이 죽어가고 있었지만, 산적들은 발을 멈출 수 없었다.

이미 턱 끝까지 차오른 숨이 이성을 마비시켜 끝없이 달리게 하고, 넘어지면 기어서라도 앞으로 나아가게 할 뿐이었으니까.

쾅!

정신없이 검을 휘두르는 와중에 갑자기 들이닥친 거대한 충격으로 두 걸음이나 뒤로 물러났다.

고개를 드니 독안혈부가 진득한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아주 맹랑한 놈이구나.”

“후배의 한 수가 어떻습니까?”

“네놈은 잘못된 선택을 했다!”

쾅. 쾅. 쾅. 쾅. 쾅. 쾅.

혈부와 흑룡검이 맞부딪칠 때마다 파격음이 사방으로 뻗는다.

미친 듯이 달려들던 산적들도 위험을 감지하고 옆으로 피해 돌아간다.

소천검법 파격식을 거둬들인 나는 곧장 쌍천검결을 펼치기 시작했다.

흑룡검은 부챗살 펴지듯 환영을 만들기 시작했고, 요혈을 노리며 쏘아져 나간다.

“놈! 실력을 숨기고 있었구나!”

독안혈부의 한쪽만 남은 눈동자가 불을 뿜는다.

그의 혈부는 때론 환검을 때리려다 허공을 휘젓기도 하고, 우연찮게 진검을 때려 공격을 막기도 했다.

하지만 뒤에서 끊임없이 밀려드는 부하들과 불길을 막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내공 덕분에 손은 더없이 복잡해지고 있었다.

“이놈!”

불구덩이 속에서 사자후가 터져나오더니, 새까맣게 그을린 금면불도가 튀어나왔다.

“네놈의 살과 뼈를 발라 모조리 씹어 먹어주겠다!”

나는 두 걸음 물러나며 만해천지검결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

금·은·동 세 형제는 싸움이 시작된 뒤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검진을 만들고 적을 상대하지만, 적은 세 형제가 뻗어내는 검을 피할 생각도 막을 생각도 없이 그저 미친 듯이 불길로 도망가길 원할 뿐이었다.

“은호! 동룡! 검진을 계속 유지해! 다른 건 필요 없어!”

“형! 너무 많아!”

“검진만 유지해! 그러면…… 그러면…….”

금표는 뭔가를 얘기해야 할 것 같았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이 전투에 끝이 있을까? 얼마나 오래 싸워야 하나?

상대가 불길에 혼비백산하여 도망치고 있다 한들, 진정 우리만으로 상대할 수 있는 것인가?

쌍막채의 두 채주들의 무공은 자신들이 범접할 수 없는 수준임이 분명했는데.

“그러면 뭐!”

은호가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자, 정신을 번뜩 차린 금표가 그저 생각나는 대로 지껄였다.

“대사형이 올 거야! 우리가 죽을 것 같았으면 대사형이 전투를 시작했겠어?”

“그거 대사형이 너무 자기 기준으로 우릴 생각하는 거 아냐?”

그 말에는 뭐라 대답할 수가 없다.

애당초 산채를 정벌하라는 임무를 받고선, 녹림칠십이채 중 가장 강대한 세력을 정벌하려는 생각 자체가 이미 평범에서 한창 벗어난 거니까.

“크헉!”

“으악!”

“비, 빌어먹을…….”

정신을 잠시 놓은 사이, 옆에서 산적들이 죽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돌리니 동룡이 처음 보는 검식으로 산적들을 처리하고 있었다.

초식들 모두가 태을문에서 배운 것들이지만 궤(軌) 자체가 다르다. 마치 살인을 위해 가장 효율적인 검로를 따르는 듯 매섭기 그지없다.

더구나 검진을 펼치고 있음에도 동룡에게서 뻗어 나오는 살기로 인해 뼛속까지 시리고 있었다.

“빌어먹을!”

욕지기와 함께 은호와 눈이 마주친 금표는 고개를 끄덕인다.

동룡이 어떤 상태인지 알고 있는 은호의 표정도 좋지 않다.

천살성은 피를 갈구하는 천성.

대사형의 말대로 동룡이의 마음공부가 깊어지기 전에 천살성이 개화해 버리면 큰일이 터진다.

“형!”

“그래!”

말을 하지 않았지만, 금표와 은호의 생각은 이미 통했다.

“크악!”

“커흑!”

두 사람의 검에 쓰러지는 산적의 숫자가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고, 동룡이의 살기도 서서히 줄어들고 있었다.

“형! 적이 너무 많아!”

행공 덕분에 내력은 아슬아슬하게 유지되었지만, 아직 살아남은 산적들의 숫자가 많았다.

더구나 서서히 정신을 차린 이들이 세 형제를 피해 돌아가기도 하고, 시간을 끌기 위해 수세를 취하기도 했다.

하오문도 오십은 우물가를 지키며 산적들이 오지 못하게 막고 있었지만, 그 수가 너무 많아 점점 산적들에 둘러싸이고 있는 형세였다.

더구나 진소운의 도움을 바랄 수도 없는 것이 진소운은 산 초입에서 금면불도와 독안혈부를 상대하는 한편, 도망치는 산적들을 베어 넘기고 있는 상황.

이대로라면 진소운이 오기 전에 자신들이 먼저 죽을 수도 있었다.

“정신 바짝 차려! 지금은 눈앞에 있는 적만 생각해!”

금표는 그렇게 처절하게 외치며 검을 휘둘렀다.

그때 마을 밖에서 흙먼지가 잔뜩 일어나며 기합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가자!”

“우아아아!”

허 촌장을 비롯해 자리를 피했던 마을 사람들이 농기구를 들고 달려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애들부터 구해!”

“힘 빠진 놈들을 살려두지 마!”

낫과 괭이는 물론이고, 도끼와 대나무를 날카롭게 깎은 사람들까지.

무공이라곤 일절 익혀보지 않은 이들이, 지친 산적들에게 다가가 잔혹하게 손을 쓰기 시작했다.

“사, 살려주시오!”

“네놈 때문에 우리 아들이 굶어 죽었어!”

“네놈이 내 동생을 욕보인 걸 잊었느냐!”

“죽여!”

한이 가득 서린 사람들의 손속은 평생 무공을 익힌 이들 못지않게 매서웠다.

*

채채채채채챙.

퍼퍼퍼퍼펑!

만해천지검결에서 뻗어나간 검형들이 사방을 휩쓸며 산적들의 목을 베고 금면불도와 독안혈부를 상대한다.

이미 온몸에 상처가 난 두 사람이었지만, 절정에 경지에 오른 두 사람을 한꺼번에 상대하기는 나에게도 아직 무리였다.

만(萬)의 묘리로 상대에게 한 명 이상의 적을 상대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만해천지검결과 만화무적권이 아니었다면 언감생심 버티기도 할 수 없는 상황.

“죽인다! 죽인다! 반드시 죽인다!”

“죽어라!”

더구나 금면불도와 독안혈부는 방어는 도외시한 채, 중요한 급소만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거침없이 달려들고 있어 더욱 상대하기 어려웠다.

“내 죽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네놈은 데리고 갈 것이다!”

“나는 그쪽과 함께 가고 싶은 생각이 하나도 없소.”

“흥!”

퍼퍼퍼퍼펑!

도기가 사방으로 뻗어나가며 적아를 구분하지 못하고 폭발을 일으킨다.

금면불도의 도기에 죽어가는 산적은 배신감 가득한 눈빛으로 금면불도를 바라보지만, 금면불도는 신경도 쓰지 않고 계속 나를 향해 도기를 날릴 뿐이었다.

“신법이 꽤나 훌륭하구나!”

독안혈부가 잡히지 않는 나를 향해 이를 갈며 말했다.

“고금 제일인 둘이 만든 것이라 그렇소.”

“그래, 그런 좋은 무공들을 가지고 우리 손에 죽으려니 얼마나 원통하겠느냐.”

“다시 말하지만 나는 두 사람 손에 죽을 생각이 없소.”

“그건 네가 결정할 것이 아니다. 우리가 결정할 일이지.”

쾅! 쾅! 쾅! 쾅! 쾅!

혈부가 휘둘러지며 불길을 머금은 나무 덩어리들이 암기처럼 쏘아진다.

태을팔만신보를 펼쳐 아슬아슬하게 나무를 피하는 순간, 금면불도가 태도를 휘두른다.

이대로라면 결국 내가 먼저 지칠 수밖에 없어진다.

“여기까지다!”

“하앗!”

나 또한 태을진경을 전력으로 끌어올려 만화무적권을 펼치며 허공으로 신형을 띄웠다.

그리고 독안혈부와 금면불도가 나를 향해 병장기를 휘두르려는 순간!

쐐애애액. 퍼퍽!

“흐익!”

“빌어먹을!”

집채만 한 바위가 두 사람에게 날아들었고, 두 사람은 혼비백산하며 피했다.

바닥에 내려앉은 내가 뒤를 바라보며 말했다.

“왜 이리 늦으신 겁니까?”

“애당초 날 반대쪽으로 보낸 건 네가 아닌가.”

“이 정도는 눈치껏 하실 줄 알았지요.”

그 짧은 시간에 반대편으로 도망쳤던 산적들을 처리하며 길을 따라 달려온 방두칠과 그의 일행들이었다.

“지쳤으면 쉬어라. 나머지는 내가 할 테니.”

시종일관 나의 작전을 믿지 못하고 적대감을 보이던 모습과는 사뭇 달라 보이는 모습.

“괜찮습니다. 사제들을 도우러 가야 하거든요.”

“그럼 빨리 처리하고 가지.”

우리 두 사람의 이야기에 금면불도와 독안혈부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이런 빌어먹을 놈들이!”

“어디 애송이 놈들이 감히!”

시간을 오래 끌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 방두칠은 곧장 양장을 모아 내력을 끌어올렸다.

그의 무복이 터질 듯 부풀며 강대한 기파가 터져 나왔다.

‘과연 천강무극체!’

독안혈부가 난생처음 느껴보는 기파에 아연실색해진다.

“뭔 놈의 내공이……!”

달려들던 독안혈부가 바닥을 박차고 방향을 틀어 도망치려는 순간. 대기를 떠엉떠엉 울리는 기류의 움직임과 함께, 방두칠의 양 장에서 그의 독문무공인 질풍신장이 쏟아져 나온다.

뻐어어어어엉!

연속으로 공기가 터져나가며 타오르는 불길마저 일순간 소멸시켜 버린 질풍신장이 독안혈부의 모든 뼈를 가루로 만들어 버렸다.

“미친…….”

나에게 달려들던 금면불도가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거길 볼 때가 아닙니다.”

나 또한 금면불도에게 광천신장을 쏘아냈다.

파파파파파팡!

금면불도가 급하게 방향을 틀었지만, 영역을 최대로 높인 광천신장에서 도망칠 수는 없었다.

공기와 불꽃이 터져나가는 동시에 금면불도의 신체가 터져나갔다.

휘잉.

질풍신장과 광천신장의 효력으로 일순간에 공기가 모두 사라졌던 공간엔, 불꽃마저 사그라들었다.

“…….”

그리고 그 안에서 방두칠이 눈썹을 파르르 떨며 나를 보고 있었다.

“왜 그러십니까?”

“…….”

대답이 없는 방두칠 대신 뒤쪽에서 연검을 휘두르던 백소령이 다가왔다.

“가가보다 강한 내력을 가진 사람은 처음 봐요.”

방두칠이 놀란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인 듯했다.

아마 태어나서 동년배 중에 자신보다 강한 내력을 가진 사람은 보지 못했을 테니.

“정말…… 쌍막채를 처리했네요. 그것도 비교적 손쉽게.”

천목산 곳곳에 피어오르는 산불, 그 아래 봉우리처럼 쌓여있는 산적들의 시체. 산 아래 잔당의 숫자가 아직 많았지만, 두 명의 채주가 고혼이 된 이상 쌍막채는 끝이나 다름없었다.

“덕분입니다.”

내가 가볍게 포권을 쥐며 감사 인사를 하자, 백소령과 방두칠의 부하들이 마주 포권을 쥐었다.

“…….”

방두칠은 멀뚱히 서서 나를 신기한 동물 보듯 보고 있는 와중에 백소령에게 팔꿈치로 한 대 맞고는 주춤거리며 포권을 쥐었다.

“의심해서 미안하네.”

“그럴 수 있는 법이지요. 어쨌든 아직 끝난 게 아니지 않습니까. 유종의 미를 거둬보도록 하지요.”

“좋네.”

그렇게 우리가 산 아래로 잔당을 처리하러 내려가려는 찰나. 산 아래서 검진을 이루고 있어야 할 은호가 헉헉거리며 이편까지 올라온 상황이었다.

“대사형! 큰일 났습니다! 동룡이를 살려 주세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채 얼마 남지 않은 내력을 모두 끌어올려 천하독행신을 펼쳤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