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모든 걸 기억하는 천재무사-101화 (101/357)

#101. <지옥 정시 제 ‘三’관문(4)>

지옥 정시가 시작될 때면 남악으로 수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삼관문에서 열리는 비무대회는 강호와 연이 없는 사람들에게 평생에 한 번은 꼭 봐야 하는 볼거리이며, 동시에 말하기를 좋아하는 호사가들이 술안줏거리를 찾기 위해 들러야 하는 필수 장소 중 하나이다.

하남성의 사람들은 물론이고, 타 성에서 구경을 하기 위해 몰려드는 이들로 인해 남악은 그 어느 때보다 외부 사람들로 들썩거렸지만, 정작 남악에 사는 이들은 비무 대회에 심드렁하다.

“자네 비무 보러 안 가나?”

“거 맨날 똑같은 거. 뭐하러 보러 가나. 자네도 얼른 가서 일이나 하게. 우리가 이때 아니면 대목을 언제 잡아.”

하남에는 무림의 태산북두인 소림이 있는 만큼, 삼관문의 관문패는 대부분 소림이 가장 많이 가져간다.

호북성의 무당이 종종 참여하곤 했지만, 소림과 무당이 서로 반목하는 일은 없었기에, 삼관문의 시험 결과는 크게 달라지는 일이 없었다.

“자네 못 들었어? 지금 난리가 났는데.”

“난리? 왜? 무당이랑 소림이랑 한 판 붙기라도 한대?”

“이 사람아! 지금 무당이 태을문에게 졌어.”

“태을문? 그 가짜 전설 태을검제의 태을문?”

“그래!”

갑작스러운 이변에 남악에서 상업에 종사하던 이들도 하나둘 가게 문을 닫기 시작했다.

강호 무림의 절대 강자가 꺾였다는 사실은 무림과 관계없는 사람들에게도 가슴 뛰는 일이었으니까.

“이럴 수가!”

“무당파 현수가 졌다고?”

무림맹 남악지부 대연무장에서 직접 비무를 관전했던 이들의 놀라움은 더 컸다.

특히, 무당의 경쟁자였던 소림의 충격이 대단했다.

“……일명 사형의 말이 사실이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어찌하여 몇 번이나 태을문과 비무를 하지 말라 하셨는지 이제야 알겠습니다.”

무림학관 시험을 치는 소림의 제자들은 일명의 말에 태을문의 제자들에게 비무를 신청하지 않았다.

그 이유를 여태 몰랐다가 진소운의 한 수에 일명이 당부했던 이유를 깨달은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현수 시주의 대응은 조금 당황스러운 면이 없지 않습니다. 어찌 태극이 허상을 구분치 못한 것일까요?”

“구분하지 못한 게 아닐세. 구분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버린 것이지.”

처음부터 집중하여 대비하였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환과 변이 눈을 현혹하긴 했지만, 그 안에 실(實)의 숫자는 많지 않으니까. 하지만 현수는 스스로 삼초식을 양보하고, 더불어 긴장의 끈까지 놓아 버렸다.

하지만 별수 없다.

태을문의 환검이 저토록 신기 망측할 것이란 예상은 아무도 하지 못했으니까.

“빠드득.”

대연무장을 내려온 현수의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처음 삼초식을 양보하겠다고 호언장담한 것도 모자라, 진소운이 펼친 일초식에 당황하여 수세를 버리고 공세를 취하다 허공을 가득 메우는 환권에 처맞고 대연무장 밖으로 밀려나 탈락한 것이다.

무당의 옷자락이라도 한번 보겠다고 먼 길을 달려온 사람들 앞에서 개망신을 당한 것이다.

그들에게 무당의 위용을 보여주기는커녕, 무당의 이름에 먹칠을 했으니, 이런 수치스런 상황을 난생처음 경험해 보는 현수는 어찌 자신을 추슬러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

“…….”

그럼에도 먼저 입을 연 것은 현수다. 지금 뭐라도 이야기하지 않으면 이 어색하게 흐르는 정적에 숨이 막혀버릴 것 같았기에.

“……노, 놈이 쓰는 환검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

“별것…… 그, 그렇습니까?”

‘별것 아닌 거 같던데요?’라고 말하려던 현군 사제는 옆구리를 찔러오는 다른 사제의 팔꿈치에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여 줄 뿐이었다.

“그래도 그 안에 실(實)의 묘리가 매우 매섭더구나.”

“네…… 네. 그렇겠지요.”

어쩐지 대답하는 모양새가 영 미덥지 않다는 태도였지만, 현수는 그 행동을 꼬집을 수 없었다.

이미 사형의 위엄 따윈 저 대연무장 위에 올려놓고 와버린 자신 아닌가.

이번엔 태을문에서 응시생이 올라올 시간이었다.

잠시 후, 태을문의 막내인 이동룡이 대연무장 위에 올라섰다.

작은 키에 어른이 쓰는 검을 품에 꼭 쥐고 있는 모습이 꼭 검동(검을 대신 들어주는 아이)의 모습이라, 관중석 이곳저곳에서 웃음이 터졌다.

“크흠, 신무십삼검이 태을문의 환검을 상대할 때 좋을 것이다.”

대연무장에 올라서려던 현진은 현수의 이야기를 듣고 우뚝 멈춰 섰다.

“신무십삼검은 무엇보다 빠른 속도로 환검 속에 실검을 상대하기 용이할 것이다.”

“…….”

본래 같았다면 우렁차게 대답했을 현진은 말없이 빤히 현수와 현명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 오가는 시선에 현수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다.

“……현수 사형 말이 맞는 것 같다.”

얼른 현명이 현수의 말을 거들었지만, 현수의 얼굴에선 붉은 기가 사라질 줄 몰랐다.

신무십삼검은 무당파 내에서도 살검에 가까운 위치를 담당한다.

음양의 묘리를 깊게 파고들어 깨달음을 추구하는 태극검과는 달리, 효율적으로 상대를 제압하고 죽이는 방향으로 만들어진 검이다.

당연하게도 태극검의 깨달음이 미숙한 아이에겐 가르침조차도 전수되지 않는 검.

신무십삼검은 어지간히 강호의 경험이 많은 낭인들도 상대하기 버거워할 정도로 극단적 효율을 추구한다.

신무십삼검을 상대하기 위해선 살인에 대한 경험이 무척이나 많거나, 신무십삼검보다 더 효율적인 검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그런 검법이 태을문에 있을 리 만무했다.

‘불쌍할 따름이군.’

최소한 태극검을 상대했다면 큰 부상은 입지 않았을 것이다. 현수 사형의 면을 세워주기 위해서라도 신무십삼검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신무십삼검이 뽑힌 이상 태을문의 막내인 동룡의 중상은 기정사실. 남은 두 형들은 평생 동룡의 병간호를 하며 살아야 할지도 몰랐다.

“준비…….”

키도 덜 자란 어린아이는 자신의 미래를 아는지 모르는지 기수식을 취한다.

진소운이 펼쳤던 그 기수식이다.

“시작!”

심판관의 목소리와 함께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달려든다.

현진은 제운종을 밟으며 첫수에 펼쳐지는 쾌검을 받아낸다.

태을문의 검은 쾌검과 환검을 뒤섞어 쓰는 묘리를 가지고 있다.

쾌와 환(幻)속에 변을 넣어 혼란을 야기한다. 하지만 그런 현혹은 더 빠르고 효율적인 검에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신무십삼검을 뽑아내자 동룡이 검을 휘두르는 속도를 앞질러 동룡의 가슴을 가로지른다.

이제 겨우 삼 초를 겨루었는데 비무가 끝난 것이다.

“!”

한데 그 순간,

“헛!”

손목을 자를 듯 들어오던 쾌검의 방향이 급변한다. 자신은 동룡의 가슴을 베려 하는데, 동룡은 곧장 자신의 목을 찔러 들어오는 것 아닌가.

‘이래서 쾌검의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았던 것인가?’

쾌검 치곤 속도가 느리다 했더니 이런 묘리가 숨어있었다.

별수 없이 신무십삼검을 회수하고 거리를 한번 벌렸다가 다시 들이닥치려는 순간.

동룡의 검에서 검의 잔상들이 피어난다.

이전 진소운이 떨친 것과 같은 환과 변이 가득한 검들.

신경을 바짝 세우고 있었던 현진이었기에 희미하지만, 환과 변을 구분하고 다시금 짓쳐들 수 있었다.

움찔.

현진의 발걸음이 우뚝 멈춘다.

분명 환검이 확실하건만, 노리고 들어오는 요혈이 절묘하다. 조금만 스쳐도 혈관을 건드려 죽음에 이르게 하는 급소.

현진은 자신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그 환검에 왼손을 뻗었다.

푸욱.

“허어억!”

“저게 뭐야? 왜 검에 손을 뻗어?”

“미친 거 아냐?”

현진은 자신의 손에 붉은 피가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보며 깜짝 놀랐다.

분명 환검이 맞았다. 근데 어느새 그것이 진검이 되어버린 건가? 아니 애당초 진검을 환검으로 속였던 것인가?

이 한 수가 우연이 아니라는 듯 동룡은 차분한 얼굴 그대로 검식을 계속 펼쳐 나간다.

그의 주위로 수 개의 환검들이 생겨난다. 그리고 이번엔 그 환검들 모두가 현진의 요혈을 노리고 찔러 들어온다.

현진은 절박한 심정으로 제운종을 밟아 동룡의 검역에서 벗어났다.

“와아아아아!”

갑자기 사방에서 환호성이 터진다.

어리둥절한 현진은 그제야 자신이 태을문의 막내 제자를 상대로 열 걸음이나 뒤로 물러섰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구나 동룡은 그런 엄청난 환호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을 집요하게 응시하며 따라붙는다.

환과 변이란 결국 상대를 현혹하여 그 안에 실을 숨기는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화려하고 더욱 복잡하게 피어나는 것이 상식.

하나, 동룡의 환검은 비상식적이다. 허상에 불과한 환검마저 가장 위험한 급소만을 노린다. 그리고 그 환검 속에 진검을 숨겨 상대의 목숨을 앗아가려 한다.

‘살인만을 위한 환검이라고?’

듣도 보도 못한 기이한 검술에 다시 맞붙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마치 살수와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듯 느껴진다. 그것도 어중이떠중이가 아니라 수천의 사람들을 죽여 왔던 살검의 정점에 오른 살수.

그런 자를 상대로 신무십삼검을 쓴다는 건 덜떨어진 놈들이나 하는 짓이다. 당장에 환과 변을 걸러내지 못하면 언제 죽을지 모르지 않겠는가.

현진은 본능적으로 현수를 죽일 듯 노려본다.

저 덜떨어진 인간이 쓸데없는 조언을 하는 바람에 자신까지 태을문의 제자에게 지게 생겼다.

애당초 주력 검법인 태극검을 펼쳤다면 이리 환검에 헷갈릴 일도 없다. 태을문 제자의 예상 내력은 10여 년. 그에 4배 나 되는 내공을 가진 자신이 이기지 못한다면 그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동룡의 검에 손이 엉키는 만큼 머리도 복잡하게 뒤엉켜 온다.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하니 그나마 구분이 잘되지 않던 환검이 이젠 모두 진검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내공을 전력으로 끌어올려 그 환검들을 모두 쳐내지만, 대부분이 허상에 불과하다.

현진은 자신의 속도를 조절하지 못하고 미친 사람처럼 검을 휘둘렀다.

“허허…….”

“저게 지금 뭐 하는 거지?”

“꼭 상대가 다가오는 것이 두려워 검을 마구 휘두르는 것 같군.”

현진이 더욱 절박하게 검을 휘두르고 더 많은 내공을 사용하고 있지만 물러나는 것은 현진이다.

반대로 태을문의 동룡은 처음 비무를 시작할 때와는 감정의 변화도 커 보이지 않았다.

그 흔들림 없는 모습이 현진을 더욱 힘들게 했다.

“말도 안 돼! 어째서 태을문 따위가!”

“…….”

순간 동룡의 두 눈에서 붉은빛이 번쩍 튀었다.

난생처음 경험해 보는 찐득한 살기에 온몸이 우뚝 멈춰 선다.

그러더니 현진의 품으로 파고든다.

“우리 사문 욕하지 마.”

귓전에 들리는 소리와 함께 현진은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가기 시작했다.

퍽.

온몸을 때리는 충격과 함께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이 바닥에 누워있다. 손에 쥐고 있어야 할 검은 저만치 떨어져 있고, 목 바로 아래엔 날을 바짝 세운 검이 금방이라도 목을 뚫고 들어올 듯 날카롭다.

“……정지! 정지! 승자는 태을문의 이동룡!”

현수는 물론이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에 사방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와아아아아아”””

제 몸보다 큰 검을 다시금 품에 꼬옥 안은 동룡은, 방금 전 살기 가득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순진무구한 얼굴로 사방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대연무장을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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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예상치 못한 결과에 관객석의 사람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벌써 두 명째. 흔히들 용에 비견되는 무당파의 제자가 아무것도 아닌 사문의 제자에게 연달아 패배한 것이다.

“거봐! 내가 뭐랬어!”

“진짜네. 그 무당파가! 그 무당파가!”

“태을검제의 소문이 사실이었던 건가?”

어느새 관객석을 빽빽하게 채운 관객들은 마구 환호를 내지르는 한편 충격을 금치 못했다.

그 광경을 함께 보고 있던 여타 다른 문파들도 마찬가지였다.

한편으론 내심 한숨을 내쉬는 자들도 있었다. 태을문은 가장 상대하기 쉬운 문파라는 생각들이 자리 잡고 있었기에, 먼저 잡는 놈이 장땡이란 생각을 하고 있던 이들. 그들은 무당에게 태을문을 빼앗긴 것에 감사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

“…….”

“…….”

물론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곳은 다름 아닌 무당파였다.

비무에서 내려온 현진은 고개를 숙인 채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특히나 현수가 무슨 말만 하려 하면 죽일 듯 노려보고 있었다.

“…….”

때문에 현수는 현진을 위로하는 말도 새로운 작전을 세우는 것도 할 수 없었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고 있다. 태을문의 환검은 생각보다 용의주도하다.

진소운이 펼친 환검이 그저 장식에 불과했던 반면, 동룡이 펼친 환검은 어지간한 쾌검보다 효율적이다.

결국 처음부터 태극검으로 상대하며 내공으로 짓눌렀으면 쉽게 이길 수 있는 비무를 괜한 방식으로 이끌어 결국 지게 된 것이다.

“……태을문의 환검은 그 속에 종종 진검을 숨기기도 합니다. 그러니 현혹되지 않고 차분하게 자신의 검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연무장에 올라서려는 현향에게 현진이 한 말이었다.

현향 또한 앞선 비무를 보았기에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다.

현향이 오르자 태을문에선 은호가 나선다.

현수는 슬쩍 현진에게 다가가 사과의 말을 전하려 했다.

“……!”

그러자 현진이 벌떡 일어나 현수와 다섯 걸음 멀어지는 것 아닌가.

현수의 얼굴이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

사방에서 환호 소리가 들려온다.

사람들은 비무가 흥미진진한 듯 자신이 비무에 오르자 더욱 커다란 환호를 보내온다.

여긴 어디지?

나는 누구지?

분명 ‘무대뽀 대사형 무림학관 보내기 대작전!’의 입안자인 은호의 머릿속엔, 자신이 삼관문에서 비무대에 오를 일은 없었다.

겨우 10년 남짓 내공.

최근에 대사형이 구해온 영약을 먹고 15년 남짓의 내공이 되었지만, 그걸로 삼관문을 통과할 수 있을 거로 생각지 않았다.

삼관문에 오르는 이들은 이미 동나이 때에 괴물 같은 실력을 가진 자들이다.

더구나 그 괴물들 사이에서 최고의 괴물을 손꼽자면 소림과 무당을 손꼽을 수 있는데, 그 둘 중 하나가 지금 자신의 상대이다.

삼형제 중 누구보다 똑똑한 머리를 가진 은호의 입장에선 이건 이길 수 없는 비무다.

고개를 돌려 태을문 일행이 있는 곳을 바라보니, 대사형은 태평하게 엄지를 치켜든다.

물론 대사형은 이상한 사람이니까 이길 수 있었겠지.

옆에 선 동룡이 엄지를 치켜든다.

물론 천살성을 개방하고 제어하는 동룡이라면 이길 수 있었겠지.

그 옆에서 금표가 긴장 가득한 표정으로 엄지를 치켜든다.

형, 형은 그 손가락 내려.

‘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지난밤.

대전 상대가 정해지자마자 대사형은 금표형과 자신을 데리고 벼락치기를 시작했다.

“너희는 지금부터 세 개의 초식을 익힐 것이다. 이것만 죽어라 익히면 내일 비무는 분명 이길 수 있다.”

말과 함께 어떤 검식을 선보이는 대사형.

처음엔 고개를 갸웃거리며 뭔가 싶었는데.

바로 태극검이었다.

“이게 무당파의 주력 검법인 태극검이다. 그리고 너희는 이 태극검을 파쇄할 파쇄식 세 개를 죽어라 익히는 거다.”

“…….”

대체 언제 태극검은 익힌 건지 알 수 없지만, 그다음 펼쳐 보이는 세 개의 초식은 은호의 눈을 번쩍 뜨게 만들었다.

“어…… 그러니까. 그거…….”

“대충 봤으니 알겠지?”

시범을 보이는 대사형이 태극검을 천천히 펼친다. 은호는 그에 맞춰 자신이 본 파쇄식을 그대로 따라 해본다.

그러자.

챙.

대사형의 손에서 흑룡검이 떨어질 듯 튕겨 나간다.

“……허.”

“봤지?”

“이게 대체…….”

“질문은 나중에. 너희 둘은 오늘 밤을 새워, 이 세 초식을 모두 익혀야 한다.”

금표형이 손을 든다.

“동룡이는 안 익힙니까?”

“동룡이는 익힐 필요 없다. 그래야 상대가 속을 테니까.”

또 대사형이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금표 형은 고개를 끄덕이곤 자세를 잡는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형. 진짜 중요한 질문을 해야지.

“대사형, 이 삼초식을 익혔는데, 무당파에서 태극검을 쓰지 않으면 어떻게 합니까?”

“아, 그건 걱정 안 해도 된다. 나랑 동룡이를 경험하고 나면, 무조건 쓸 수밖에 없게끔 할 거거든.”

“……그 믿으면 이루어진다는 그걸로 말입니까?”

마지막 질문은 하는 게 아니었다.

덕분에 대사형은 똑같이 초식 수련을 하는 와중에 몇 번이나 흑룡검 검면으로 매타작을 하지 않았던가.

밤새 한숨도 못 자고 삼초식을 익혔다.

그 와중에 혼자서 금표형과 자신을 상대하던 진소운이 새삼 대단해 보인 것은 안 비밀.

어쨌든 그렇게 밤새 익힌 삼초식이 무용지물이 된다면, 은호는 비무대에 오르자마자 포기할 생각이었다.

지금 다치면 대사형의 대여정을 함께 할 수 없다.

한데,

“와…… 이게 되네요.”

무당파의 태향이 태극검의 기수식을 펼친다.

“진짜 믿으면 이루어지네.”

이러다간 종교에 빠진 것처럼 대사형에게 빠지는 것 아닌가 슬슬 걱정까지 들 정도.

은호는 잠도 못 자고 익힌 삼초식을 기다리며 쌍천검결의 기수식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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