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 <아비규환(阿鼻叫喚) 대여정(大旅程)(3)>
소정대 시절 우리는 처절했다.
무림맹이 본래 소정대에게 부여한 임무는 전장의 맨 앞이나, 마교의 시선을 돌리는 미끼 역할이 대부분.
하지만 우린 ‘생존’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했고, 전략적으로 상대가 되지 않는 이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금단산의 물보라도 그중 하나. 금단산의 산등성이를 타고 형성되어 있는 계단식 저수지들.
한 개의 저수지가 크지 않아도 그 모든 저수지를 한 번에 터트리면 한순간 계곡을 가득 채울 정도는 된다.
그리고 나는 전생에 혈마귀검대에 쫓기는 동안 이 작전으로 그들을 쫓아낸 적이 있었다.
“말도 안 돼!”
나는 천하독행신을 펼쳐 순식간에 현수에게 날아갔다.
“네놈!”
놀란 와중에 나를 발견한 현수가 빠드득 이를 갈며 검을 휘두르지만, 부지불식간에 휘두른 검에 힘이 제대로 실릴 리 없다.
챙.
놈의 검이 힘없이 날아가고, 나는 무방비한 놈의 마혈을 집는다.
“나는 무당파의 현수…….”
놈이 뭔가 말을 하려고 한 것 같은데, 끝까지 듣지 않고 주먹에 내기를 가득 실어 단전을 때렸다.
퍽.
“커흑!”
놈의 몸이 날아온 속도보다 더 빠르게 물보라에 처박힌다.
첨벙.
다른 무당파의 도사들도 현수와 마찬가지로 정신이 없긴 매한가지였다.
“뭐야? 저건!”
“진법인가? 이런 곳에서 웬 물벼락이야!”
“피, 피해!”
“아냐! 진법이면 피하면 안 돼!”
피하라 피하지 말라 갈팡질팡하던 무당의 도사들은 결국 피하지 않는 것을 결정했다.
“커흑!”
“끄르륵.”
“이런 시발! 진짜잖아!”
계곡 위에 쌓아둔 돌과 나무들이 물보라에 휩쓸려 절벽 아래로 미친 듯이 떨어져 내린다.
무당파의 도사들은 돌에 치이고 나무에 치여 정신을 못 차린다.
한차례 물보라가 지나가면 참았던 숨을 몰아쉬기 위해 정신이 없는 무당의 도사들을 향해 우리의 공격이 시작된다.
“던져!”
계곡 위 나무로 피신해 있던 우리 조원들과 무사들은 주변의 바위를 들어 도사들에게 자비 없이 던진다.
“커흑.”
“망할! 누가 위 좀 봐!”
“도망쳐!”
떨어지는 바위들과 함께 몸을 던진 나는 현명, 현향, 현진에게 차례로 몸을 던졌다.
챙.
“당신 이런 짓을 하고도…….”
퍽.
검을 쳐내고, 마혈을 집고 단전에 정권을 냅다 꽂는다.
단전에 이만한 충격을 받는다면, 최소 한 달은 요양을 해야 한다.
그때쯤이면 무림정시는 모두 끝나 있을 테지.
응시생들을 모두 곤죽을 낸 나는 곧장 천하독행신을 펼쳐 계곡 위로 단박에 치솟는다.
“무슨 신법이 그렇게 신출귀몰해요?”
사람 머리통만 한 바위를 내던지던 성모란이 토끼 눈을 뜬다.
“이제 갈 시간입니다.”
“도망갈 시간이란 거죠?”
“네.”
남궁세가와 철검문과는 손발을 맞춘 시간이 길어서 그런지, 말을 길게 하지 않아도 손발이 척척 맞는다.
“무당파가 계속 쫓지 않을까요?”
성모란은 마지막에 손에 준 바위를 던지지 못했던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생각보다 작전이 잘 먹혀들어 갔습니다.”
절반의 수가 저수지의 물과 바위 등으로 다친 상태다.
더구나 후열의 인원들은 혹시나 계곡에 퍼부어진 물들이 진법이 아닌지를 계속 고민하고 있는 상황.
진법을 따로 공부한 적이 없는 이들에게 진법에 갇힌다는 건 생각보다 더 무서운 일.
혈마귀검대도 쉽사리 발을 떼지 못했는데 도사들이 무턱대고 들어설 수 있을 리 없다.
“그런데 갑자기 계곡 아래는 왜 갔다 온 거예요?”
내 옆에 따라붙은 남궁선화의 질문에 성모란도 궁금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전리품은 챙겨야 하지 않습니까?”
“전리품이요?”
나는 남궁선화와 성모란에게 각각 입관패를 두 개씩 건네주었다.
무당파의 도사들에게서 빼앗은 일관문과 이관문의 관문패를 받은 두 사람은 황당하다는 시선으로 나를 바라봤다.
“두 분도 이유 없이 쫓기면 억울하지 않겠습니까?”
“…….”
남궁선화는 말이 없고.
“미쳤어. 진짜…….”
성모란은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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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뭘 익히시는 겁니까?”
백원각은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소운 형님이 직접 손본 검진이랍니다.”
백원각은 ‘역시나’ 하는 심정이었다. 진소운에 관련된 거라면 뭐든 하고 싶은 거겠지.
그게 아니고선, 평소엔 가문의 검법도 등한시하던 도련님이 잘 시간도 부족한 지금 시점에서 검진을 왜 익히겠는가.
‘이걸 좋다고 해야 하나…….’
맹목적으로 진소운이 하는 거라면 다 따라 할 것 같은 모용재화.
무공에 열의를 보이는 모습을 보면서도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들었다.
모용재화는 어려서부터 검법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다음 대의 모용세가를 이끌어야 하는 장남임에도 검보다 잡기를 익히느라 시간을 더 쏟았다.
그나마 삐뚤어진 명문세가의 자제들처럼 주색잡기에 빠지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이 그의 누이가 바로 모용설이다.
일찍이 건강을 위해 알려준 토납법으로 스스로 단전을 만들고, 가문의 무사들이 수련하는 모습을 보고 혼자 검법을 익힌 그녀와 비교되기에 모용재화는 늘 너무 가벼웠다.
무림정시를 보지 않는다고 얘기했을 땐 진천각이 한바탕 난리가 나고, 가주인 파검이 직접 몽둥이를 들고 모용재화를 찾아 나설 정도였다.
차라리 모용설과 모용재화의 성별이 바뀌어 태어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것이 세가의 공공연한 의견.
그러다 가주님의 기행에 끌려갔다 마치고 돌아온 뒤였던가? 그때부터 모용재화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스스로 시간을 내어 검을 익히고, 제 발로 찾아와 모용세가의 무사들과 대련도 서슴지 않았다.
홀로 잡기를 연습하는 건 그대로였지만, 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수련하는 모습에 가문의 사람들 모두 대견한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매일 진소운과 태을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종종 태을문의 속가제자로 들어가고 싶다는 말을 하기도 해 가문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도 했다.
‘가슴 속 영웅인 거지.’
다들 어린 시절 마음속에 한 명씩 영웅을 품고 살지 않던가, 모용재화에겐 그 영웅이 진소운인 것이었다.
처음 자신의 시험을 포기하고 진소운 일행과 합류하고 싶다는 말을 했을 땐 실망을 금치 못했지만, 자신이 삼관문 패를 빼앗을 실력이 안 된다는 것을 인정하고, 더불어 아버지의 목숨을 구해준 사람에게 이 정도도 해주지 못한다면 모용세가의 장자로서 너무 부끄러울 것 같다는 말에 결국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요즘 무공 익히는 게 너무 즐겁습니다.”
해맑게 웃는 도련님의 얼굴을 보고 나면, 차후 가주님이나 소가주님께 혼나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사란 긴 것 아닌가.
무림학관에 못 들어간다 한들 모용세가의 장자가 아닌 것도 아니고, 이를 바탕으로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다면, 그 또한 좋은 것이겠지.
하지만 아무리 열의를 가져도 백호검진은 좀 아니지 않나?
“도련님 도련님은 이미 중파열화검진이라는 가문의 훌륭한 검진을 익히지 않으셨습니까. 그러니 지금 조금이라도 잠을 자두시지요.”
“남궁세가와 철검문의 무사님들도 모두 익혔답니다.”
“그걸 말입니까? 그치들이 왜?”
“이걸 익히면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다네요.”
“누가요?”
“남궁세가 창궁대 대주님이요.”
남궁세가의 강서표는 무림맹의 의무복무 당시 교류를 나눴던 사람이다. 진중하고 신중한 모습에 무게감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순진한 도련님을 상대로 시답잖은 농담을 한 것이다.
“그 양반 그렇게 안 봤는데 별 쓸데없는 소리를 다 했군요.”
백원각은 그렇게 혀를 찼지만 그 말이 농담이 아니었음을 확인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닷새 만에 드디어 마차가 멈춰 섰다. 진소운은 무려 반 시진 동안 식사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고, 사람들은 지겨운 건량과 육포 대신 따뜻한 죽이라도 끓일 수 있다는 현실에 희희낙락할 때였다.
“습격이다-!”
보글보글 끓는 죽에 육포를 불려 대충 고기 맛이 나는 죽을 한 숟갈 입에 넣으려는 찰나.
빌어먹을 추격자들이 사방에서 몰려들었다.
악에 받친 모용세가 무사들은 전력을 다해 상대를 물리쳤고, 다행히도 아무런 피해 없이 그들을 물러나게 했지만.
식사 자리로 돌아온 이들은 좌절을 금치 못했다.
“내 밥……!”
“빌어먹을!”
난전 속에 솥이 넘어지며 하얀 죽들이 흙과 뒤범벅이 된 것이었다.
“거봐요. 익히면 따뜻한 밥 먹을 수 있다고 했잖아요.”
고개를 돌리니 모용재화가 금표 일행과 뜨끈한 죽을 먹고 있다.
“…….”
아니 모용재화뿐만 아니다. 남궁세가와 철검문의 무사들의 죽은 모두 온전했다. 오직 모용세가의 죽만 흙과 뒤범벅이 된 것이다.
“…….”
“괜찮나?”
강서표와 초무빈이 각각 반쯤 남은 솥단지를 들고 다가왔다.
“어째서 우리 세가의 사람들 솥만 뒤엎어진 거지?”
“그거…… 원래 그러네. 우리는 백호검진 호위진으로 밥을 최우선으로 보호한 거거든.”
“…….”
‘밥 따위 때문에 호위진을 익힌다고?’라는 말이 튀어나오려다,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죽을 보곤 말을 꾹 삼켰다.
그날부터 모용세가의 무사들은 백호검진을 배우기 위해 짧은 휴식마저도 모두 반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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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도착했다!”
“내가 도착하다니! 부처님! 옥황상제님! 태상노군이시여 감사합니다!”
정주의 창궁상단에 도착하자마자 진소운 일행은 대마장에 뻗어버렸다.
남궁세가와 모용세가, 철검문이 온다는 소식에 보무도 당당한 무사들의 모습을 기대했던 상단 사람들은, 패잔병 같은 이들의 모습에 어안이 벙벙했다.
“…….”
“지부장님, 오랜만에 뵙네요?”
“선화 아가씨…… 고생이 많으셨던 것 같습니다….”
“그러게 말이에요. 산 오라버니는 이렇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말이에요.”
“네네. 정말…… 마아아않은 차이가 있습니다.”
“하하.”
“아가씨가 오신다 해서 잔칫상을 좀 준비해 놓았는데 말입니다…….”
지부장은 대마장에서 한 치도 움직일 수 없다는 듯 대자로 누운 무사들을 흘겨보았다.
“괜찮으시다면, 이곳에 준비해 주실 수 있을까요? 다들 한숨도 자지 못하고 일주일 내내 달려왔거든요.”
“허…… 어쩐지, 좀 빨리 도착하신다 했더니, 하루도 안 주무셨다고요?”
“네.”
대경한 지부장은 당장 식솔들을 시켜 대마장에 음식을 준비하게 했다.
대마장에 솥이 걸리고 솥뚜껑 위에서 음식이 지글지글 익어가자, 뻗어버렸던 이들이 하나둘 일어나 허겁지겁 음식을 집어 먹기 시작했다.
“이게 개방도인지, 오대세가의 무사인지…….”
“쉿, 조용히 안 해?”
명색이 천하오대세가 정예 무사들의 모습을 기대했던 그들은, 개방도는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원시적인 무사들의 모습에 기겁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설명하자면 긴데…….”
이야기를 하는 남궁선화의 눈도 꾸벅꾸벅 감기는 것 같다.
“아! 제가 말이 길었군요. 일단 조금 쉬시지요.”
“네…… 그리고…….”
“말씀하십시오.”
“음식들도 좀 방으로 가져다주시겠어요?”
“……아, 물론 그렇게 하겠습니다.”
남궁선화와 성모란은 방에 들어선 뒤 다른 무사들과 마찬가지로, 먹고 기절하고, 일어나서 운기조식후 다시 먹고 기절하고를 반복했다.
“이제, 좀 정신이 돌아오네요.”
“그러게 말이야, 나 마지막 날에는 그냥 시험 포기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한 만 번쯤은 들었거든.”
“……저도 그랬어요.”
명문 가문의 여식으로 태어났다고 해서 험한 일을 겪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아니 되려 무가의 여식이기에 동 나이대에 평범한 여자들이 겪지 못하는 힘든 훈련을 어린 시절부터 받으며 자라왔었다.
하지만 그런 자부심들이 모두 박살 날 정도로 한계의 한계까지 맛봤다.
그래도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이제 서른에 다다른 남자 무사들도 모두 힘들어했다는 점이었다.
“……우리가 계속할 수 있을까요?”
정비를 마친 후엔 다시 출발해야 한다. 그리고 지난 칠 일간 겪었던 일을 한 달에 걸쳐서 경험하게 될 것이다.
“괜한 방해가 되고있는 건 아닌지…….”
머뭇거리는 남궁선화의 말에 성모란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 된 일인지 진소운은 남악을 출발할 때완 별반 다른 게 없었다.
심지어 그는 다른 이들을 대신해 번을 서기도 하고, 수색을 하기도 했으며, 식사 시간엔 멀리 나가 홀로 경계를 서기도 했다.
대여정은 대체로 정예로 은밀하게 움직이든, 집단으로 움직이든 둘 중 하나의 방법을 선택한다.
하지만 지금 진소운은 남궁선화와 성모란의 합류로 인해 어정쩡한 상태가 되어버린 듯했다.
진소운과 태을문을 도와주기 위해 합류했던 자신들이, 지금에 와선 명백하게 진소운의 방해가 되고 있는 것이었다.
“지금이라도 나눠서 움직이자고 이야기해야 할까요?”
“…….”
남궁선화가 말을 뗐지만, 성모란은 대답하지 않았다.
지금 진소운과 따로 움직였다간 자신들은 대여정을 완주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
그것을 알기에 남궁선화도 성모란의 대답을 채근하지 못했다.
두 사람이 고개를 침묵을 유지하는 동안 문밖에서 시비가 문을 두드렸다.
“아가씨,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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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용세가의 무사 스물이 퍼져버렸다.
다들 큰 외상은 아니었지만, 정신없이 이동하는 바람에 상처 입었다는 자각도 하지 못했고 그대로 상처를 방치하여 병이 커진 것이었다.
“어쩌죠? 형님?”
모용재화는 자신이 죄를 지은 것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당연히 쉬어야지. 우릴 돕다 죽기라도 한다면 내가 파검 어르신을 어찌 보겠느냐?”
“……죄송해요.”
“네가 죄송할 일이 아니다. 그보단 다른 무사들은 혹시 다친 곳이 없는지 꼼꼼히 살펴보거라.”
“네.”
모용재화가 모용세가의 무사들을 살피러 뛰어가고, 그 길로 남궁선화와 성모란이 다가왔다.
말끔하게 씻고 새 옷을 입은 모습이 어제와는 영 딴판이었다.
헌데 남궁선화가 뚫어지게 나를 본다.
“왜 그러십니까?”
“진 공자님, 잠은 잤어요?”
“네. 잤지요.”
나도 간밤에 두 시진 정도 자고 일어났다. 아침에 새로 들어온 하오문의 정보를 확인해야 해서 그 이상은 자지 못했지만.
“또 정보 확인하느라 제대로 못 잤죠?”
추격전은 정보와의 싸움이다.
잘 도망치는 것보다 상대의 동향을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지난 일주일간 자고 먹는 걸 함께 했더니, 이제 내 일과도 술술 꿰뚫기 시작한 것 같다.
성모란은 길게 한숨을 내쉰다.
“그래서, 어때요?”
“별로 좋지 않습니다.”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성 하나를 넘는 것인데도 그 난이도가 일반 표행과는 비교도 할 수 없다.
그나마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정주까지 왔던 방식 그대로 쉬지 않고 움직이는 방법뿐인데, 사람들이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
내 말이 괜한 부담이 되었는지 나는 웃으며 말해주었다.
“걱정 마십쇼. 방법은 여러 가지 있으니까요.”
내가 이야기했음에도 두 사람의 얼굴은 크게 밝아지지 않았다.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보이는 표정으로 한참을 망설이던 남궁선화가 끝내 말을 꺼냈다.
“진 공자를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저를요?”
지금 이 시점에서 나를 만나고 싶다고 하는 사람에 대한 감이 전혀 잡히지 않았다. 어차피 남악에서 구하지 못한 동료를 정주에서 구했을 리도 만무하고.
“12봉성에 대해선 아시죠?”
“……?”
12봉성은 백팔봉의 가장 강성한 문파 연합체이다.
“그들이 진 공자를 만나고 싶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