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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기억하는 천재무사-107화 (107/357)

#107. <아비규환(阿鼻叫喚) 대여정(大旅程)(6)>

“놈들이 태실봉으로 향했습니다.”

“소실봉이 아니라?”

숭산의 태실봉은 험하기로 유명하다, 소림사를 방문하기 위해 들르는 것이 아니라면, 일부러 태실봉에 들어서는 이는 없다.

“매번 당연한 선택을 하지 않는 다 이건가?”

우연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철순직이 예상한 의도를 계속 피해가고 있었다.

“나와는 상성이 좋지 않은 자로군. 더구나 어리석어.”

뜻밖의 선택은 기분을 환기시키기도 하지만, 남발은 좋지 않다.

임기응변을 남발하는 자는 결국 제 꾀에 넘어가는 법이니까.

“부대를 둘로 나눈다. 소실봉으로 가는 길에 귀궁문, 비파문과 합류해 태실봉의 출구를 막는다.”

소실봉의 길은 태실봉의 길보다 더 빠르다. 말을 채근하여 달리면 태실봉에 들어선 이들이 태실봉을 지나기 전에 그들 앞과 뒤에서 막아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는 말을 맡기고 나를 따른다.”

“철 형, 내가 앞장서겠소.”

남화성이 주먹을 비비며 말하자 철순직은 고개를 끄덕인다.

“예로부터 태실봉은 험하기가 그지없어 사람들이 많이 떨어 죽곤 한다지?”

“그러게나 말이오. 스물네 개나 달하는 봉우리에서 시체를 찾으려면 여간 힘든 게 아니겠소.”

오백의 인원은 예정대로 소실봉으로 향하는 관도를 타고 이동하고, 철순직의 부대는 태실봉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어지간히도 급했나 보군요.”

한참을 가다 만난 것은 그들이 끌고 다니던 이상한 철마차.

애당초 말도 들어설 수 없는 이 험준한 길에 누더기처럼 철판을 붙인 마차가 들어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 것인가?

남화성은 곧 진소운의 얼굴을 곤죽 내줄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험한 길이라 위태하긴 했지만, 철순직은 크게 말리지 않았다.

이런 포위 작전은 상대를 초조하게 만들수록 더욱 큰 효과를 거두니까.

헌데.

“왜 아직도 안 나타나는 거지?”

지금 그들은 태실봉을 걷는 것이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럼에도 철마차를 지난 것이 한참인데, 진소운 일행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혹시 놈들이 숨은 거 아뇨?”

“그럴 곳도 없거니와, 그랬다면 우리 중 누군가 알 수 있었겠지.”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팔십에 달하는 인원. 전문적인 살수도 아닐 텐데 이 짧은 시간에 흔적을 완벽하게 지울 수 있을 리 없었다.

펑.

그때, 서쪽에서 붉은색 신호탄이 쏘아졌다.

“처, 철 형!”

“뭐?”

신호탄이 쏘아진 방향은 소실봉 방향. 붉은색의 신호탄은 습격받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소실봉으로 향했다고?”

상대의 변칙적인 작전보다 놀란 것은 ‘그게 가능한 일인가?’라는 것이다.

동쪽의 태실과 서쪽의 소실 사이엔 깎아지듯 아찔한 절벽이 놓여있다.

초절정 고수도 아닌 다음에야 태실에서 소실로 넘어가려면 태실 24봉을 모두 넘어 돌아가는 길밖에 없다.

“대체 뭘 어떻게 한 거지?”

철순직은 다음 명령을 내릴 생각도 하지 않고 방법에 대해 생각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

본래 총원 이백삼십은 되어야 했을 우리 조는 현재 칠십팔 명으로 줄어있는 상태다. 남궁세가, 모용세가, 철검문의 정예들이었음에도 이만치 숫자가 준 것을 생각하면 그간의 여정이 얼마나 가혹한 것이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이야기하면 남은 칠십팔 명은 정예 중의 정예라는 이야기가 된다. 그 가혹한 여정을 겪는 와중에도 상처를 입지 않고 낙오되지 않으며 계속 여정을 함께 할 수 있는 인원들.

그렇기에 나는 소정대 시절 실행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작전도 서슴없이 펼칠 수 있었다.

“하지만 죽을 뻔했다고요!”

소실봉 절벽을 오르는 성모란이 빽 하고 소리를 지른다.

“그래서 제가 구해드리지 않았습니까.”

물론 조금 무리였던 것도 맞다.

100장이나 되는 깎아지는 절벽을 내려가자고 이야기했을 땐 강서표가 ‘……명령권 드리자마자 이러시깁니까?’라고 했을 정도니까.

하지만 내가 먼저 몸을 던져 비룡조로 벽을 타며 절벽 중간중간 흠을 파내주자, 어찌어찌 절벽을 타고 내려오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누군가 발을 잘못 디뎌 떨어질 때마다 내가 구해주기까지 했고.

다행히 아무도 죽지 않고 절벽을 건넜다.

“그게 문제가 아니라, 죽음의 위기를 몇 번이나 겪었다는 게 중요한 거란 생각은 안 들어요?”

“……무사는 종종 죽음의 위기 앞에서 깨달음을 얻곤 하는데, 그렇게 생각해 보면 제가 기연의 기회를 드린 거 아닐까요?”

“…….”

웃자고 한 이야기인데 성모란의 두 눈에 불이 번쩍 켜진다.

“이렇게 된 이유가 뭘까요? 12봉성이 귀궁문과 비풍문을 배치시켜 우릴 함정에 빠뜨리려 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이 고생을 하고 있을까요?”

“으드득.”

파삭.

성모란이 잡은 돌멩이가 깨져나가며 그녀의 신형이 휘청인다. 하지만 이내 균형을 다잡고 다시금 절벽을 오른다.

“12봉성이 우리에게 접근하고, 우리를 노린 것은 다 우리가 만만하기 때문입니다.”

생전에 한 번도 이런 취급은 받아본 적이 없었기에 분노는 더욱 커진다. 나는 일부러 목소리를 더욱 키웠다.

“남궁세가, 모용세가, 철검문의 진정한 저력을 보여줘야 다시는 넘볼 생각을 하지 못할 겁니다.”

사람들의 절벽을 오르는 속도가 두 배는 빨라진다.

어느새 소실봉 절벽에 올라간 이들은 주위의 넝쿨을 아래로 던져 동료들을 끌어당기고, 삽시간에 팔십의 인원들이 모두 절벽 위로 올라왔다.

절벽을 오르고 내리느라 지쳤을 법도 하건만, 그들은 재빨리 산에서 내려가기 시작했다.

강서표와 초무빈, 백원각이 동시에 일갈했다.

“가자!!”

“가자!!!”

“가즈아!!!”

하나둘 검을 꺼내어 들었다.

반대쪽으로 관도로 시위를 걸고 있는 귀궁문의 인원들을 발견한 것이다.

“쳐라!”

오대세가의 저력은 이런 곳에서 발휘된다.

누구 하나 어려운 기색도 없이 나무를 타고 올라 귀궁문의 궁사들을 베어 넘기기 시작했다.

“크악!”

“뒤에서 나타났다!”

“비풍문! 비풍문은 어디 있나!”

나무에서 열매가 떨어지듯, 기습당한 귀궁문의 궁사들이 후드득 떨어진다.

백의 인원을 채우기 위해 호위를 따로 대동하지 않았던 이들은 지형의 이점을 버린 순간 모용세가, 남궁세가, 철검문 무사들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쐐액.

나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틀어 내 볼을 지나가는 화살을 피했다.

볼에 주르륵 흐르는 피를 닦아낼 새도 없이 주위를 살폈다.

정신을 차린 귀궁문이 반격을 시작한 것이다.

퉁.

사방에서 동시에 울려 퍼지는 시위 튕기는 소리와 함께, 하늘을 가득 메우며 날아드는 화살들은 도저히 백의 인원이 쏜 거라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양이었다.

“환시다!”

기습을 감행하던 무사들도 재빨리 나무 뒤로 몸을 숨긴다.

바닥에 떨어진 화살은 수십 개에 불과했다. 모두들 만천화우처럼 떨어지는 화살비 대부분이 가짜인 걸 알지만 쉽사리 나서지 못했다.

환검과 달리 환시는 날아드는 순간 그 진위를 확인하기 어렵다. 더구나 귀궁문이 다른 12봉성을 믿고 궁사로 100명의 인원을 모두 채운 것은, 그들이 동시에 활을 쏘는 전략이 검사들에겐 치명적인 약점처럼 작용하기 때문이었다.

퉁.

다시금 시위 튕기는 소리가 동시에 울린다. 이번엔 한 방향이 아니라 삼 방에서 시위가 날아든다.

그사이 궁사들이 위치를 옮기고 공격을 한 것이다.

“크억.”

“정면에서 오는 것만 신경 쓰지 마! 놈들이 자리를 바꿨다.”

“제길.”

환시의 폭풍 한방에 여덟의 인원이 몸에 화살을 꽂고 있었다.

화살비를 피해 반격을 노리던 우리 인원들 사이에서 다시금 비명이 터져나왔다.

“크헉.”

“비풍문이다!”

“일단 피해!”

환시의 폭풍이 사라진 뒤엔 비풍문이 들이닥쳤다.

그들은 궁사들보단 가깝지만 우리 인원들과는 거리를 둔 상태에서 비검을 마구 날리고 있었다.

그러다 비검을 날리는 이에게 공격하기 위해 달려들면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이 팔과 다리를 꿰뚫는다.

확실히 12봉성의 이름이 아깝지 않은 저력이었다.

“재화야.”

나는 비검을 피해 다니느라 정신이 없는 모용재화를 불렀다.

“네, 형님.”

“귀궁문의 응시생이 어디 있을 거 같냐?”

“네?”

급박한 와중에 무슨 소리냐는 듯 어안이 벙벙한 표정.

“너라면 어디 숨어서 활을 쏘겠냐고.”

“저, 저라면…….”

빼꼼 고개를 내민 재화가 주위 나무들을 둘러본다. 그러더니 두 번째로 높이 자란 나무를 가리킨다.

“저기 저 나무가 수풀이 더 울창합니다.”

“알았다.”

“네? 뭘 어쩌시려고요.”

“너 믿고 내 목숨 건다.”

“네?”

나는 내공을 전력으로 끌어올렸다.

이갑자를 넘은 내공 모두를 쏟아부어 천하독행신을 펼친다.

펑.

동시에 내 움직임에 깜짝 놀란 비풍문의 무사들이 사방에서 비검을 날린다.

슈수수숙.

종이 한 장 차이로 비검들을 피하며 나는 나무를 박차고 모용재화가 가리킨 곳을 향해 나아간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내가 점점 가까이 접근하자 나무가 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역시나!’

얼마나 은폐 엄폐를 잘한 건지 놈의 기척은 느껴지지만, 놈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나는 나무를 향해 만화무적권을 마구 흩뿌린다.

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팍!

부러진 나뭇가지와 나뭇잎들이 사방으로 튕겨 나가며 그 커다란 나무가 격하게 흔들린다.

그리고 그 사이로 청록색의 무복을 입은 자가 활을 들고 나무 아래로 뛰어내린다.

“잡았다!”

나를 돌아보는 놈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다.

#

펑,

진소운이 바닥을 차고 포탄처럼 쏘아져 나간다. 얼마나 바닥을 강하게 박찬 것인지, 땅 거죽이 물보라 치듯 사방으로 흩뿌려진다.

“허…….”

그렇게나 바라왔던 순간이건만 모용재화는 허탈한 심정밖에 들지 않았다.

‘역시 난 도움이 안 되는구나.’

소운 형님을 도우려 왔지만,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소운 형님은 그런 마음까지도 알고 있는지, 굳이 묻지 않아도 되는 질문까지 해서 기를 살려주려 한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이런 무기력은 만성적이라서 적응된 줄 알았는데, 동경하던 이의 옆에서 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더욱 큰 좌절감이 엄습한다.

-구제불능이네.

-모용세가의 장자가 저런 거라니.

-차라리 설 아가씨랑 성별을 바꿔 태어났다면.

세가 사람들의 우려와 걱정 섞인 말들은 어깨를 무겁게 만든다.

재능이 없음에 그걸 채워주기 위해 목숨을 걸고 화후의 영단을 가져다준 아버지의 따뜻한 마음도 짐이 된다.

분명 모용설만큼의 재능이 있을 거라고, 누가 뭐래도 세가의 대를 이을 사람이라 이야기해 준 무공 사부들의 말도 짐이 된다.

그래서 도망치려 했다. 세가 사람들이 멸시하는 잡기나 익히고, 수련을 빼먹으며 학관 시험 자체를 응시하지 않으려 했었다.

할아버지가 무섭지만, 그거야 몸으로 때우면 되고, 그렇게 몇 년 지나면 사람들의 기대도 사그라지지 않을까. 그런 어리광 같은 생각.

하지만 목숨 걸고 구한 화후의 내단을 내미는 아버지 앞에 차마 무림정시를 보지 않겠다는 말은 할 수 없었다.

내공은 반갑자나 늘었지만, 어깨에 멘 짐이 가볍게 느껴지는 법은 없다.

그래서 소운 형님이 좋았나 보다.

자신보다 훨씬 무거운 짐을 지고, 자신보다 훨씬 더 열악한 상황에서, 자신보다 훨씬 더 대단한 의지로 상황을 뚫고 나갈 수 있는 사람이라서. 그래서 그렇게 동경의 마음을 품었나 보다.

“도련님!”

파바바박.

백원각이 자신을 보호하려다 팔에 화살을 맞았다.

“대주님!”

“괜찮습니다. 조금만 버티면 됩니다. 지금 아가씨들과 창궁대원들이 귀궁대를 하나씩 처리하고 있습니다.”

“…….”

조금 떨어진 곳에서 고군분투하는 금은동 형제가 눈에 들어온다.

금표와 은호가 손을 모으고 있으니 동룡이 달려와 그 손을 밟는다. 그리고 그 순간 금표와 은호가 전력을 다해 동룡을 하늘로 날린다.

파바바바박!

제 힘으로 오르는 것이 아니기에 나뭇가지들이 마구 부딪쳤지만, 궁사에게 닿은 동룡은 단박에 궁을 잘라내고 궁사를 바닥으로 떨군다.

같이 그 장면을 보던 백원각이 말한다.

“다 각자의 싸움이 있는 겁니다. 지금 나서시면 되레 방해될 겁니다.”

“방해…….”

백원각이 말실수를 인지했지만 말은 이미 튀어 나간 뒤, 더 이상 수습할 수 없었다.

그사이 숲을 진소운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귀궁문! 비풍문! 너희 도련님들은 내 손에 잡혀있다. 도련님을 지키고 싶거든 전투를 멈춰라.”

진소운이 뭐라 말하든 전투는 멈추지 않는다.

“아아아악-!”

“끄아아악-!”

하지만 두 개의 각기 다른 비명 소리가 들린 이후론 전투가 멎었다.

“황검문 종서각이 후퇴를 모르다 고혼이 되었지. 네놈들도 똑같은 일을 당하고서야 물러날 텐가?”

그러자 한 나무에서 궁사 한 명이 바닥에 내려앉았다.

그 일대에 있던 무사들은 그가 그 나무에 있다는 것도 짐작하지 못했는지, 등장에 깜짝 놀라 움찔거렸다.

“살려준다는 것을 어떻게 믿지?”

“이거 시험이야. 내가 피에 미친 살인귀라도 되는 줄 아나?”

“복양 평원에서 그렇게 했던데.”

“그거 나 아니야!”

“……좋다 물러나지. 도련님을 풀어줘라.”

“안 돼!”

진소운 손에 잡혀있던 청년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궁사가 고개를 저었다.

“도련님, 시험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도련님입니다.”

이내 진소운을 바라본다.

“그리고 이들은 우리가 놓아준다 한들, 다른 12봉성에게 다시 잡힐 것입니다.”

“그래, 그건 내 사정이지. 그러니 좀 빨리 움직여 줬으면 좋겠는데?”

“끄아악.”

“어떻게 하면 되지?”

“무장해제하고 물러서.”

진소운의 말에 귀궁문의 궁사와 비풍문의 무사들이 자신들의 무기를 내려놓기 시작했다.

다들 궁사에 비검을 쓰는 자들이라 삽시간에 작은 무덤이 생길 만큼 많은 무기들이 쌓였다.

그 무기들을 보는 태을문 일행은 약간 질린 모습이었다.

“이건 내가 갖지.”

“그게 무슨 물건인 줄 알고!”

청년은 진소운의 손에 든 활을 보며 바락바락 말했지만, 진소운은 크게 반응도 하지 않았다.

“네놈에게 입관패가 있었다면 그걸로 대신했겠지만, 개뿔 아무것도 없으니 대신 받는 것이다. 강탈자.”

“…….”

인질을 넘겨받은 궁사는 소실봉을 내려가면서 한마디 덧붙이는 걸 잊지 않았다.

“우린 내려가지만, 12봉성의 인원들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장내를 둘러보니 아군 측에도 부상자가 많다. 당장에 거동이 불가능해, 치료를 해야 하는 사람들도 다수.

특히 백원각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해있었는데, 그의 배에 화살이 꽂혀있었다.

“백 대주님!”

상처를 살피던 강서표가 한숨을 쉰다.

“다행히, 장기는 피했습니다. 그래도 응급 처치를 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겁니다.”

백원각은 고개를 젓는다.

“일단 먼저 출발하지요.”

“그게 무슨 소린가! 자네 죽는다니까!”

“대 모용세가가 도우기 위해 함께했는데, 이런 데서 발목을 잡아야 쓰겠습니까? 저는 부상자들을 수습하여 알아서 돌아갈 테니 먼저 출발하십쇼.”

“백 대주님!”

강서표와 초무빈, 남궁선화와 성모란이 모두 진소운을 바라본다.

모용재화도 간절한 마음을 담아 진소운을 바라봤다.

“다행히 우리가 왔던 길로 오진 않는구나.”

성모란이 작게 ‘그 길로 오는 미친놈이 어딨어…….’라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둘로 갈라진 인원들이 소실봉을 향해 오고 있다.”

시간이 없는 것은 매한가지.

“일단 응급 처치를 시작하시지요.”

“전…… 괜찮습니다. 이까짓 상처…… 별거 아닙니다. 얼른 출발하십시오.”

백원각의 말에도 진소운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백원각 앞에 무릎 꿇은 모용재화를 바라봤다.

“모용재화.”

“…….”

“일어나라. 네 사람을 지켜야 할 시간이다.”

“……제가 말입니까?”

“그래. 지금 안 움직이면 백 대주님은 물론이고 남궁세가에게도 철검문에게도 그리고 나에게도 피해를 주는 것이다.”

“……하지만 제가 어떻게.”

진소운이 손에 쥐고 있던 궁을 내밀었다.

“진정한 너를 되찾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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