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모든 걸 기억하는 천재무사-111화 (111/357)

#111. <흑도야행(黑徒夜行)>

퍽, 퍽, 퍽, 퍽.

성모란이 흙바닥을 내려친다.

그녀의 손이 휘둘러질 때마다 흙더미가 비산하고, 그녀의 손에선 핏물이 줄줄 흐르지만, 남궁선화도 초무빈도 나서지 못했다.

“제길.”

터질 것처럼 타오르는 분노를 해갈할 길이 제 손에 상처를 입히는 것밖에 없다는 것을 모두가 알기에 다들 조용히 기다려 준다.

“흐으…….”

용소아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이들은 모두 성모란과 비슷한 심경이다.

쓸모없는 소모품 취급당하는 처지란 누구에게나 큰 상처가 될 수밖에 없으니.

“하아…….”

제 양손 가득 상처를 낸 성모란이 멍하니 있다 숨을 골랐다.

“진 공자.”

“네.”

“전 여기 남겠어요.”

“…….”

품에서 덜그럭 소리를 내는 작은 주머니를 꺼내는 성모란.

“그간 진 공자가 무리하고 있다는 거 알고 있었어요. 그러니 절 두고 간다 한들 죄책감 느끼지 마세요.”

성모란은 그렇게 말하곤 무릎 사이에 머리를 박아버렸다.

누구도 성모란의 행동을 책임감 없다고 손가락질할 수 없었다.

금표는 은호, 동룡과 시선을 마주치자 고개를 끄덕이고 나섰다.

“사형, 저희가 여기까지 온 것도 충분하다 생각합니다.”

금표는 자신들이 받았던 입관패를 진소운의 발치에 두고 돌아섰다.

“…….”

남궁선화는 지그시 진소운을 바라봤다.

“난 이렇게 끝내고 싶지 않아요.”

당서희가 무감하게 내뱉은 말이 귓가에 어른거린다.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야.

좋은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무력감 보다, 이제껏 그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는 죄악감이 마음을 짓누른다.

“진 공자님.”

“…….”

진소운은 여전히 감정을 알 수 없는 표정이다.

“진 공자님이라면 홀로 무림학관에 갈 수 있겠지요?”

그의 신기망측한 신법. 남궁가에서도 한번 본 적이 없던 그 대단한 신법이라면 갈 수 있지 않을까? 소망해 본다.

“용봉지회의 힘을 빌리지 않고 홀로 가주실 수 있을까요?”

자신이 생각해도 무리라 생각한 그 문장을 결국 끝내지 못하고, 자신의 입관패를 진소운의 발치에 둔다.

“…….”

얼음보다 더 차갑게 느껴지는 침묵이 감돈다.

모두들 시험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시험이 끝나면, 일주일 밤낮을 자기만 하고, 일주일 밤낮을 먹기만 하고, 일주일 밤낮을 취해있겠다 서로 다짐했었다.

하지만 시험이 끝났음을 알고 있음에도 누구 하나 기쁜 기색을 내보이지 않는다.

이런 결말 따윈 아무도 바라지 않았을 테니까.

남궁선화도 성모란의 옆에 가 앉으려 몸을 돌렸다.

“다들 왜 이리 쉽게 포기하는지.”

“……!”

저도 모르게 홱 하니 고개가 돌아간다.

진소운이 발치에 채는 입관패들을 툭 하니 찬다.

“다들 이런 결과를 보자고 여기까지 달려온 것입니까?”

“…….”

“전 용소아와 함께 가지 않습니다.”

“…….”

“그리고 혼자 가지도 않을 겁니다.”

“…….”

남궁선화는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그의 말이 가슴 속 깊숙하게 자리 잡는다.

자신이라면 당연하게 선택했을 것들을 그는 아무렇지 않게 거절한다.

그런 행동들이 이기적이게도 벅찬 안도감을 준다.

포근함을 안긴다.

당장 쓰러져 죽을 것 같은 상황임에도 힘을 준다.

“……고집 좀 그만 부려요.”

고개를 든 성모란의 두 눈이 팅팅 부어있다.

“의지나 노력으로 넘을 수 있는 사선이 아니란 건 잘 알잖아요.”

남궁선화가 그 의견에 동조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가슴에 차오르는 감정은 감정이고, 이성은 이성대로 해야 할 말을 해야 했다.

“무엇보다 진 공자님의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하잖아요. 서희 선배가 말한 거라면 그보다 더 심각하다고 봐야 해요.”

이야기를 듣던 진소운은 주변을 둘러본 후 이야기한다.

“……그래서 포기하고 싶은 겁니까?”

“…….”

“그냥 여기서 멈춰서 끝내고 싶은지를 묻는 겁니다.”

무감한 그의 말에 성모란이 버럭 화를 뿜는다.

“누가 포기하고 싶은데요? 이런 꼴을 당하고, 이런 취급을 당하면서 누가 포기하고 싶은데요! 나도 가고 싶어요! 저 빌어먹을 응시생 놈들 치우고, 강탈자 놈들 밀치고, 용봉지회의 얼굴에 먹칠하고 싶다고요.”

결국 성모란은 자신의 눈물을 숨기지 못하고 왈칵 터트렸다.

“……흑.”

성모란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눈물을 거칠게 닦아낸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향해 진소운이 무감하게 말한다.

“그럼 가시죠.”

“……하아. 진짜.”

성모란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진소운을 노려본다.

“내가 말했죠……. 이제 의지나…….”

“다른 방법이 있으니 말씀드리는 겁니다.”

“…….”

“한 가지.”

진소운이 검지를 들어 올렸다.

“한 가지 방법이 남아있습니다. 우리 모두 안전하게 무림학관까지 갈 방법.”

“여지껏 우릴 쫓던 놈들이랑 거래하는 거요? 그들이 인제 와서 받아들이겠어요? 구파일방 모두가…….”

“아뇨. 당연히 그들과 거래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용봉지회와 거래하는 것도 아니고요.”

“…….”

“…….”

“…….”

성모란은 물론이고 모든 이들이 멍하니 진소운을 바라본다.

“……물론 여러분들이 내켜 하지 않을 일입니다만…….”

이어지는 진소운의 이야기에 사람들 모두가 서서히 입을 벌린다.

“…….”

그리고 종국엔 함지박만 하게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다.

“……이 미친 새끼…….”

남궁선화는 성모란의 입에서 들리는 욕지기에 깜짝 놀랐다.

여지껏 ‘미쳤다’, ‘제정신이 아니다’라는 말은 많이 했지만, 콕 집어 ‘미친 새끼’까지는 없었는데.

“…….”

하지만 방금 들은 이야기를 생각해 보면 맞는 소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친 사람.”

그리고 조금 순화해서 동조했다.

#

“구린내가 나는 것이야.”

빠득.

어쩐지 눈탱이가 밤탱이가 된 소제호가 이를 갈았다.

“좀 떨어져서 이야기해.”

코를 막고 손을 훠이훠이 젓는 당서희.

‘이렇게 만든 게 네년이잖아!’라고 말하려던 소제호는 분노를 꾹꾹 눌렀다. 여기서 또 난리를 피웠다간 진짜 용봉지회 여정 내내 계속 피똥을 쌀지도 몰랐으니까.

“다시 출발했네.”

소제호의 말에 용소아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정말인가?”

“개뿔도 없는 놈이 자존심 하나는 대단하지 않은가? 하하하.”

소제호가 진소운의 앞날에 드리워진 음울한 미래를 상상하며 웃음을 지었지만, 누구도 동조하지 않았다.

아니 애당초 용소아와 당서희만 있는데 동조해 달라고 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방향은?”

“방향이 뭐가 중요한가. 어차피 어디로 가든 적이 막고 있을 텐데. 그야말로 사면초가(四面楚歌)인 셈이지.”

“구린내가 문자를 쓰네.”

갑자기 끼어든 당서희를 노려보아도 그녀는 도통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다.

용소아가 재차 물었다.

“방향은?”

“방향은 다시 동남쪽으로 틀었네. 아마 무당을 피하기 위함이었겠지.”

“동남이면…… 대별산인가?”

“호랑이를 피해 이무기 아가리로 들어간 셈이지.”

“추적을 부탁하지.”

“그러게 진작에 우리 말…… 응?”

“진소운 일행에 대한 추적.”

“구린내가 귀까지 멀은 것이야.”

“저게 진짜! 후- 굳이 그들을 추적할 필요가 있나? 어차피 끝난 놈들인데?”

“그들이 가진 입관패가 어디로 갈지가 궁금해.”

“……알겠네.”

용소아의 말에 소제호가 작게 한숨을 쉬곤 뒤돌아섰다.

소제호가 사라지고, 장내엔 용소아와 당서희만이 남아있었다.

두 사람 다 원체 말이 없는 성격이었기에 둘만 있을 적엔 정적만이 감도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런데, 당서희가 어쩐 일로 먼저 말문을 열었다.

“우리 조부는 당신을 인정했던 것이야.”

독왕 당혁제에게 인정받았다는 말을 들었음에도 용소아의 표정엔 변함이 없었다.

“그래서 그대의 뜻에 함께 움직이고 있는 것이야.”

“…….”

“헌데 진소운을 보니 생각이 바뀌어. 당신이 이루려 하는 바가 가장 많은 사람을 구하는 방법이 맞는 것이야?”

무감한 감정이 담긴 말이 무감한 표정의 대상에게 가 닿는다.

진의를 의심받음에도 무감한 자는 감정이 들썩이지 않는다.

“맞다.”

“그렇다면 왜 진소운은 모두와 함께 가려 했고, 당신은 진소운만 구하려 하는 것이지?”

“그는 허황된 꿈을 꿈꾸고, 난 실리를 추구하기 때문이지.”

당서희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작은 키에 가뜩이나 어려 보이는 외모가 그 찡그리는 표정마저도 귀여운 투정으로 보이게 만든다.

하지만 여기서 그 누구도 그녀의 이런 모습에 감정이 반응하는 자는 없었다.

“그는 당장 수십의 사람을 구하는 것처럼 보이나, 스스로 수만, 아니 어쩌면 수백만의 인원을 구할 기회를 놓친 것이다.”

용소아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주억거리던 당서희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거참 큰일이네.”

“별일 아니다. 어차피 벌어질 일은 벌어질 것이다.”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닌 것이야.”

용소아가 지그시 당서희를 바라본다.

“만약 진소운이 자신의 인원들을 모두 이끌고 무림학관에 입학한다면, 당신에게 문제가 되지 않나?”

“…….”

“결국 당신의 말이 틀렸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야.”

평생 인상을 찡그려 본 적이 없었던 용소아는 근래에 들어 자주 미간을 찌푸리는 것 같다.

“그럴 리 없다.”

“어찌 그리 자부하는 것이야?”

“내가 당장 저 조 안에 들어선다 해도 저 인원들을 모두 이끌고 무한까지 가는 것은 불가능하니까.”

당서희는 옷 소매에 숨겨져 있던 하얗고 조막만한 손을 꺼내어 턱에 대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음, 흠, 흐음. 어쩌면 흐음……. 강호에 떠도는 말이 맞는 거겠군.”

당서희가 혼자 중얼거리자 용소아가 물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지?”

“진소운이 저 조원들을 데리고 무림학관까지 닿는다면, 강호의 말처럼 흑염룡이 용소아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것이 증명되는 것이야.”

“……내게 불가능 한 건…….”

“마령고원에서 이미 진소운은 한번 증명했던 것이야.”

“…….”

“용소아가 못 한 걸 진소운은 해낸 적이 있는 것이야.”

#

“달려! 달려! 아무것도 보지 말고 그냥 달려!”

강서표와 초무빈, 백원각이 가장 선두에서 미친 듯이 달려간다.

“못 가겠는 놈은 그냥 포기하고 세가로 돌아가! 더 이상 네놈들은 필요 없으니까!”

“혹여 입관패 때문에 몸을 뒤지려 하거든 맘대로 하게 냅둬! 괜히 꼴값 떨다 죽지 말고!”

“이건 전쟁이 아냐! 그러니까 목숨까지 걸 필욘 없어!”

세 명의 대주가 차례로 이야기했지만, 중간에 떨어져 나가는 무사들은 없었다. 다들 죽어라고 그들을 쫓아간다.

“시발, 그걸 말이라고.”

“아가씨가 혹여 흉한 일이라도 당하면 그 책임은 누가 뒤집어쓰는데.”

“차라리 쫓아가다 뒈지는게 낫지.”

물론 뒤에서 작게나마 중얼거리는 건 잊지 않았다.

끊임없이 중얼거리는 건 무사들뿐만이 아니다. 모용재화 또한 중얼거리는 걸 멈추지 못했다.

“세가에 돌아가면 난 죽었다.”

옆에서 달리던 남궁선화가 위로의 말을 전한다.

“그래도, 너희 할아버지는 기행을 좋아하시니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을 거야. 하지만 난 진짜 호적에서 파일지도 몰라.”

위로라고 건넨 말에 모용재화가 격하게 반응한다.

“누님. 무슨 말을 그렇게 하세요. 전 이 궁을 들었을 때부터 이미 호적에서 파일 준비가 끝났다고요.”

“누가 궁을 들래? 그러게, 세가의 검이나 열심히 익히지. 왜 헛짓거리를 해서는.”

“와…… 제 덕분에 두 시진이나 잤다고 좋아하실 때는 언제고……. 진짜 실망입니다. 실망이에요! 누님!”

길 끝에 대별산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저 대별산만 넘으면 호북성이지만, 호북성을 따라 난 길 위로 대단위의 인원들이 히끗히끗 보이기 시작한다.

“두 사람 힘이 넘치면 앞으로 나갈래?”

“…….”

“…….”

성모란의 날카로운 말에 입을 꾹 다문다.

“나야 말로 끝이야, 우리 세가는 내 등신 같은 오라비와 나로 인해서 대가 끊길 예정이거든.”

“…….”

“처음 미친 짓을 할 때. 그때 도망쳤어야 했어.”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 법.

호랑이 등에 한 번 올라탄 이상 원할 때 뛰어내릴 순 없다.

“온다!”

앞선 사람들이 곧 격돌이 예상됨을 알린다.

상대는 천천히 속도를 줄여 전투태세를 준비하고 있었다.

“더 속도 올려!”

사람이 말도 아닌데, 채근한다고 속도가 더 날리 만무했지만, 신기하게도 진소운 일행은 모두 조금씩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거대한 부대와 작은 부대가 맞부딪친 순간.

수십 개의 검편이 사방으로 튀고 곳곳에선 비명소리가 울렸다.

채채채채채채챙.

태을문 일행이 절박하게 검을 휘두르는 반면, 화산과 점창의 무사들은 검진을 펼친 채 전혀 무리하지 않고 있었다.

애당초 무림학관 합격이 정해져 있는 정예무사들.

반면 한 쪽은 몇 주째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쫓기던 상처 입은 짐승에 불과했으니.

“방향 틀어!!”

진소운의 목소리가 쩌렁하게 울린다.

검진을 맞서 가던 무사들이 당장에 방향을 바꾸어 대망현으로 향한다.

채채채채챙.

호북성으로 가기 위해선 화산과 점창이 점거한 길을 지나야 하는 것을 알기에, 막고 있던 자들이 움찔움찔거린다.

“달려!”

더구나 대망현이 흑도 문파 세 곳이 몰려있는 곳임을 알기에 행동의 주저함은 더욱 커진다.

그 짧은 간극을 틈타 죽어라 달린다.

슈슈슈슉.

정예는 정예. 그 짧은 간극 사이로 비검을 날리며 기어코 상처를 입힌다.

“크윽!”

“야 괜찮냐?!”

“괘, 괜찮아!”

“안 괜찮으면 그냥 떨어져!”

“싫어, 이 새끼야!”

짧은 간극이 만들어 낸 마지막 기회.

남궁선화도 모용재화도, 성모란도 금은동 형제도, 여지껏 걱정해 왔던 모든 근심을 접어둔 채 온전히 영혼에 남은 마지막 기력까지도 쥐어짜 목적지를 향해 달려간다.

“어?”

“자, 잡아!”

“추격해!”

뒤늦게 반응한 정예무사들이 섬전 같은 속도로 쫓아 온다.

상대에 비해 내 발은 무척이나 느린 듯 느껴지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저 돌아보지 않고 죽어라 발을 내딛는 것뿐이다.

하지만 정신없이 달린다는 건, 정말 눈앞의 작은 돌부리에도 넘어질 수 있다는 것.

툭.

퍼버버벅.

남궁선화가 온몸에 흙더미를 뒤집어쓰며 구르지만, 남궁세가의 무사들조차 그녀를 위해 걸음을 멈추기엔 이미 너무 나가버렸다.

“가세요! 그냥! 가세요!”

금세 쫓아온 화산의 무사들이 남궁선화를 뒤덮으려는 순간.

촤르르르르.

뒤로 몸을 날린 진소운이 부채살처럼 흑룡검을 펼쳐낸다.

사방에 생겨난 수십 개의 검들에, 화산의 무사들이 수백 개의 매화 꽃을 피어낸다.

매화 꽃이 환검에 닿을 때마다 환검이 속절없이 사라진다.

허공을 가득 메우는 듯 나타났던 검영은 그렇게 순식간에 사라지고, 수백 개의 매화들은 그대로 남궁선화를 뒤덮으려 한다.

“꺄악-!”

파바바바박

피와 살점이 터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남궁선화는 몸이 붕 떠오르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눈앞에 진소운이 피 흘리며 자신을 안아 든 것 본다.

남궁선화는 그의 모습에 가슴이 벅차오르고 어떤 말을 건네야 할지 고르지 못한 채 그저 아무 말이나 내뱉는다.

“그냥 가라니까.”

“……들어올 땐 마음대로여도 나갈 땐 아닙니다.”

진소운의 신위가 몇 번이나 휘청거린다. 속도도 예전만치 못하다.

그래도 화산의 무사들에게 닿을 정도는 아니었다.

“미친 놈들아! 그쪽은 백도의 주적인 흑도문파다!”

“뭐, 뭐야. 저것들 단체로 미쳤나?”

“야! 니들 그러다 다 죽어!”

뒤에서 화산의 무사들이 발악적으로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갑시다.”

일행을 따라잡은 진소운은 가장 맨 앞에 서서 흑도 최강의 문파 중 하나라 불리는 사황봉의 대문을 거침없이 박살냈다.

쾅.

진소운 일행의 모습을 보던 백도 문파의 무사들은 동시에 입을 쩍 벌렸다.

“미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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