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모든 걸 기억하는 천재무사-117화 (117/357)

#117. <황금 옷을 입은 흑염룡(2)>

“맹에서 입법에 하루가 바빠야 할 장로분들께서 이곳까지 온 연유가 무엇이오?”

이미 흥분하여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는 명현 도장 대신 모용청이 나섰다.

“저 진소운이란 아이의 처우에 관한 문제 제기가 있었습니다. 총군사께서도 알고 계시지요?”

“나뿐만 아니라 맹주님께서도 이 사안의 엄중함에 대해서 인지하고 계시오. 그리고 지금 맹주님의 의견을 전달받고 오는 길이오.”

“……!”

“……!”

무림맹의 권력을 삼분하는 만통부와 맹주전이 하나로 의견을 모았다는 것은, 결국 그렇게 일을 처리하겠다는 뜻.

“현 사태에 대해 문제가 되는 쟁점은 바로 진소운이 부정행위를 저질렀느냐 아니냐는 것이오. 맞소?”

“맞습니다.”

무림맹의 장로들을 한 번씩 훑어본 제갈소명이 말했다.

“부정행위가 없었다면, 합격할 것이고, 부정행위가 드러난다면 불합격 처리할 것이오.”

이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너의 말대로 무림 학관의 정시는 장차 무림의 안녕과 안정을 위함이다. 단지 그뿐. 그 어떤 개인의 이익에 영향을 받아, 줄 세우기를 하는 곳이 아니다. 다시한번 무림학관 정시를 모욕한다면 내 직접 네놈을 금옥에 투옥시키겠느니라. 알겠느냐?”

엄혹한 제갈소명의 말에 장내의 분위기가 차게 가라앉았다.

“…알겠습니다.”

“좋다. 가장 중점이 되는 사안에 대해서 말하시오.”

무림학관 관장이 두루마리를 들고 나오며 말했다.

“가장 큰 쟁점은 두 가지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흑도와 결탁을 하였다는 것.”

관장은 잠시 쉬며 명현 장로 쪽을 보다가 마저 말을 이었다.

“그리고 결탁이 증명되든 증명되지 않든, 제한된 인원 이상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 이 두 가지입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결국은 불합격이라는 말과 다르지 않았다.

완벽한 외통수.

모략과 귀계가 난무하는 무림맹 안에서 장로전에까지 올라간 사람이 호락호락 할 리는 없겠지.

“이거라면…… 재고의 여지가 없군.”

제갈소명이 말하자 명현 도장이 처음으로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흑도의 행렬 사이에 끼어져 왔으니, 설마 그건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릴 하지는 않겠지?”

제갈소명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이제는 내게 모여든다. 제갈 소명까지 저렇게 말한 이상, 흑도와 모르는 사이라 잡아떼는 것도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난 순순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상여 행렬에 함께한 것이 도움이라 한다면……. 맞습니다. 도움을 받았습니다.”

“역시……!”

“그렇지!”

근엄함을 유지해야 할 장로들 사이에서 작게 탄성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규범과는 상관없는 일이기에 제 합격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아니…… 무슨…….”

“저놈이 어지간히 미친놈이구먼.”

“당장 저놈을 끌어내라!”

장로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자, 제갈소명이 일갈을 내질렀다.

“좀 조용히 있으시오! 자꾸 그러면 쫓아내겠소!”

“…….”

“말하라. 그대는 지금 무림맹의 총군사 앞임을 잊은 것은 아니겠지?”

“그렇습니다.”

“이 총군사가 기억하기론, 정시 규범에 따르면 타인을 고용하거나 도움받을 수 있는 인원의 한계는 백 명이 다다. 그리고 흑도의 행렬은 그 수를 한참이나 넘었지. 시시비비를 따지자면, 그대뿐만 아니라 태을문의 모든 제자와 남궁세가 및 모용세가의 자제, 철검문의 제자까지 모두 탈락이다.”

나는 머릿속 장서고에서 무림정시 규범집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그 규범대로라면 저와 제 일행들은 불합격이 아닙니다.”

“뭐라?”

“‘무림정시 규범 제3조, 7항. 응시자는 동맹과 낭인, 혹은 백도 전체의 무사들에게 도움받을 수 없다!’”

문제가 되는 정시 조항이다.

하지만.

“여기 규범에는 ‘적’으로 명기된 ‘흑도’의 도움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말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제갈소명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는 부관장에게 눈짓을 했고, 부관장은 두꺼운 규범집을 재빠르게 넘기며 한쪽을 보여주었다.

“…….”

규범집과 나를 번갈아 보는 제갈소명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제갈소명이 할 말을 잃고 가만히  있는 동안, 명현 도장이 일갈했다.

“그런 말 같잖은 소리! 백도의 제자가 흑도의 도움을 받지 않는 것은 당연한 상식 아니냐!”

“그럼 그 당연한 상식을 규범 안에 넣으셨어야지요. 그걸 넣지 않은 건 장로전의 잘못 아닙니까?”

무림맹의 권위는 절대적 규범 위에 세워졌다.

규범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생겼다가 사라지기도 하지만, 존재하는 동안 모든 것의 기준이다.

“이관문의 시험은 영단을 얻는 시험이었습니다. 상식적으론 누가 봐도 이 시험은 영물 혹은 마물을 사냥해 영단을 얻으라는 시험으로 보이지요.

하지만 실제로 응시자들 대부분은 영단을 구매해서 이관문패를 얻더군요. 그곳에 ‘직접 사냥’이라고 적혀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따지자면 여기 있는 이들 대부분 탈락 아닙니까?”

“…….”

“여기 합격자들 중에 직접 영물이나 마물을 사냥한 분들 나와 보시죠.”

우리 일행을 역병 취급하며 멀리 떨어져 있던 이들이 날카로운 눈으로 이를 간다.

“저… 저….”

명현 도장이 금붕어처럼 입을 뻐끔거린다.

솔직히 억지라고 하면 제 놈들이 그간 벌여온 억지가 더 많다. 이 정도 억지는 내가 부려도 티도 안 나지.

더구나 내가 마교의 존재까지 미리 알려주며 흑도 무림을 끌어들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는데, 명현 도장이라면 몰라도 제갈 소명이 놓칠 이유가 있겠는가?

이미 이 논쟁은 시작 전부터 내가 이긴 싸움이다.

“그만하시오. 명현.”

“……하지만.”

“그만하라 하지 않았소? 언제까지 월권행위를 지속할 것이오?”

“…….”

제갈소명은 고개를 푹 숙인 명현을 바라보다 혼잣말처럼 읊조렸다.

“……어처구니가 없군. 이런 식으로 시험을 통과하다니.”

제갈소명은 관장을 바라보며 물었다.

“시험의 결과는 나온 것 같소만, 혹시 덧붙일 말이 있소?”

“……없습니다.”

“장로전의 인사들께선 덧붙일 말이 있습니까?”

정도회의 인원들은 똥 씹은 표정으로 대답이 없었고, 백도회의 모용청이 대신 대답했다.

“이 이상 들춘다면 저희 흠만 더 들어날 것 같습니다. 그대로 진행하시면 될 듯 합니다.”

제갈소명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험 결과를 발표하겠소.”

분명 낮게 읇조린 말에 불과했지만, 그의 목소리는 연무장과 관객석 구석구석에 퍼졌다.

“무림맹주의 이름으로 발표하겠소. 이번 무림학관 정시 수석은 태을문의 진소운이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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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관 내에 모인 모두가 입을 쩍 벌렸다.

우리 일행들은 누구 하나 가릴 것 없이 내게 달려들며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기뻐하던 일행들이 얼굴을 굳히며 주변을 둘러 보았다.

누구 하나 박수를 치는 이는 없었다.

“…….”

“…….”

“…….”

아무리 내가 태을문 출신이기로서니 박수 가지고 너무 짜게 구는 것 아닌가?

짝짝짝짝-

관람석 한쪽에서 흑도의 거물들이 살기를 띠며 박수를 치고 있었다.

짝짝짝짝짝-

짝짝짝짝짝-

짝짝짝짝짝-

그리고 그제야 그들을 따라 사람들이 하나둘 박수를 치기 시작했고, 정신을 차린 우리 일행은 그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며 다시 내게 뛰어들었다.

#

“이곳입니다.”

시비의 안내를 받아 따라간 곳은 작은 정원과 연무장이 딸린 별채 같은 곳이었다.

여곽이나 비싼 주루를 기준으로 봤을 땐, 영 아니다 싶은 시설들이지만, 이곳이 기숙사라는 면에서 보면 입이 쩍 벌어질 정도의 시설이다.

집 안에서 숙수가 요리한 음식을 먹을 수 있고, 하루 종일 대기하고 있는 시비가 있으며, 혼자 수련할 수 있는 개인 연무장과 목욕탕이 따로 딸려 있다.

수석 입학을 한 입관생에게만 주어지는 특별 관사다.

“무복은 어떤 색으로 선호하십니까? 혹, 사문에서 본래 입는 것이 있으십니까?”

“따로 없습니다. 본래 흑색만 입습니다.”

“세탁은 매일 저희가 새로 해드리니 색상에 구애받지 않으셔도 상관없습니다.”

이런 것까지 챙겨주는 것이었나?

“괜찮습니다. 흑색이 편하니 그걸로 계속 준비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혹시나 더 필요하신 것이 있으시면 언제든 불러주세요.”

시비장은 그렇게 말을 하곤 전각을 나섰다.

혼자 남은 방안에서 나는 지난 시간 동안 겪어왔던 일들을 되짚어 봤다.

“후우… 이제 한 고비 넘긴 건가?”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고, 중간중간 시험을 포기할 뻔한 순간도 많았다.

다행히 그 모든 시련을 이겨내고 이 자리에 온 것이다.

“그래도 얼추 계획대로 되어가고 있군.”

불가능하기만 해 보였던 무림정시 시험, 그리고 수석 입학.

이것까지 모두 이룬 나는 회귀한 후 처음 느껴보는 벅찬 감정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대로면 앞으로의 일도 그다지 걱정할 일 없겠지.”

애당초 수석 입학을 노렸던 이유도 이런 호사스런 생활 때문이 아니다.

수석을 유지하고 최고의 성적을 계속 유지하면 무림학관을 졸업한 뒤 배정지를 지명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

그걸 위해 이리 노력한 것.

대부분 용봉지회를 꼽지만, 그런 애들 장난에 어울릴 시간 따윈 없다.

백랑각에 들어가 태을문의 제자들을 받을 준비를 하며 백랑각의 하급 무사들에게 제대로 된 방비를 하게 하는 것. 그것이 내가 세운 계획들이었다.

똑똑--

생각에 빠져있던 나는 몸을 일으켰다.

금은동 형제와 다른 일행들은 자신들이 배정받은 기숙사를 살피겠다며 나간 상태였기에 이곳을 방문할 사람은 없었다.

“뭐냐? 벌써 기숙사를 다 둘러보고 온…… 누구세요?”

문밖에는 난생처음 보는 학사풍의 남자가 서글서글 웃으며 서 있었다.

웃고 있지만, 눈두덩이가 퀭하게 검어 보이는 것이 퍽 불쌍한 모습이었다.

“아, 진 소운 공자? 오랜만…… 아니 처음 보는 거지. 반갑네.”

눈두덩이가 퀭한 남자는 무작정 문을 열고 전각 안으로 들어왔다.

“이야, 무림학관에선 이런 공간을 홀로 쓰는 건가? 듣기로는 시비와 숙수가 붙어서 음식과 의복 등을 모두 챙겨준다지?”

“아…… 네. 근데 누구세요?”

“참으로 부럽구먼. 내가 하급 문사로 맹에 들어왔을 땐, 8명이 함께 쓰는 방을 썼는데 말이야.”

이 말 많은 남자는 쉼 없이 자기 말을 마구 내뱉으며 내부에 물건들을 이것저것 만지기 시작했다.

“아니! 저기! 누구시냐고요! 누구신데 여기 함부로 들어오시는 건데요?”

“어…… 자네. 어떻게 나에게…….”

남자는 자식의 말에 상처 입은 부모 같은 표정으로 나를 봤다.

그러니까 대체 당신 누군데?

“자네가 불합격하지 않고 무림학관에 입관할 수 있었던 게 다 누구 덕분인지 아나?”

이건 또 무슨 개방귀 같은 소리지?

“그게 다 내 덕분이란 말이야, 내 덕분.”

“하아……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그래서 누구시냐고요.”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나가세요.”

“만통부 부장 맹주원이라고 하네.”

그의 몸을 끌어내던 우악스런 내 손이 우뚝 멈췄다.

“맹주원?”

내가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이름.

만통부의 총책임자이자 오랜 시간 제갈소명의 오른팔로 불렸던 참모.

“그래, 내가 바로 맹주원이네.”

내가 만통부에 들어갈 즈음 죽어버린 또 한 명의 천재가, 내 앞에서 서글하니 웃고 있었다.

#

무림맹은 공식적으로 무림학관의 정시가 종료되었음을 알리고, 합격한 입관생의 명단을 천하에 뿌렸다.

수석 입학자의 이름에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서서히 지워져 나가던 태을문의 이름이 떡하니 박혀있었고, 이 일로 인해 강호의 호사가들은 걸신들린 듯 진소운의 이야기를 긁어모아 대었다.

“태을문……에 관한 이야기를 아냐고? 당연히 알지!”

“여기가 바로 태을문의 보호를 받는 그 마을일세. 내가 진소운하고 할배 손자 하는 사이야.”

천하가 격동했으니 무림맹 내부에서도 난리가 났음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이런 멍청한, 어디 한낱 이름도 없는 문파 나부랭이한테 수석을 빼앗겨? 구파일방의 이름이 아깝다!”

“대체 그놈들은 무슨 수를 썼기에 단 4명으로 모두 학관에 입관한 것이지?”

“흥! 들리는 소문대로 흑도놈들과 연관된 것이겠지.”

“자네, 그 입 안 닥치나? 총군사께서 혐의가 없다고 소명하신 일을 자네가 부정하는 건가?”

“크흠, 내가 언제 부정을 했다고.”

더불어 진소운이 세운 대기록에 대해서 걱정하는 이들도 많았다.

“태을문의 진소운이 용소아보다 많은 입관패를 가지고 들어왔다지요?”

“더구나 무사도 하나도 이끌지 않았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 일로 인해 차후 우리 아이들이 평가 절하당할까 걱정입니다.”

“그깟 무사 없이도 우리 아이들은 아마 잘할 겁니다. 전 다음 회부터 지원하는 무사들의 수를 절반으로 줄여볼 생각입니다.”

단지 한 사람의 행동에 따른 결과라기엔 너무 많은 것이 대대적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휴, 제가 그놈 때문에 고생한 걸 생각하면…….”

제갈소명의 한숨에 혁무강이 허허로운 웃음을 터트렸다.

“허허, 그래도 맹에 좋은 자극이 되었으니 좋은 것 아닙니까. 총군사께서 큰일 하셨습니다.”

“그러니 애당초 맹주께 가시라 하지 않았습니까. 그 자리에 있던 사황봉주가 얼마나 노려본 줄 아십니까?”

“그래, 그치들과 이야기는 좀 해봤습니까?”

“별말 없습니다. 진소운을 잘 부탁한다고 하더군요. 자신들의 ‘용소아’가 될 거라나 뭐라나, 저들 때문에 학관에 입관하지 못 할 뻔했는데 말입니다.”

“결국 그리되는군요. 흑도 연맹.”

어차피 언젠가 만들어질 일이었다.

이미 흑도 무림이 무림맹으로 인해 갈가리 찢겨 사분오열된 상황이었고, 흑도 무림 내의 혼란은 가중화되고 있었다.

때문에 흑도 연맹에 관한 필요성은 그들 내부에서 계속 제기되고 있었기에, 어떤 계기만 생기면 언제든 만들어질 일이었다.

“그러니까 말입니다. 세상에 말이나 됩니까? 무림학관 입관생이 흑도연맹의 초석을 다지다니.”

제갈소명과 무림맹주만이 알고 있는 기밀.

누구에게도 공개되지 않을 이야기가 툭 하니 튀어나왔다.

“그래도 덕분에 흑도연맹과의 끈 하나는 생긴 거 아닙니까. 안 그래도 무림맹 내부에 반 흑도세력이 너무 강성해서 늘 걱정이었는데.”

“평소라면 뭔들 걱정이겠습니까. 상황이 특수해졌으니 걱정이지요.”

그들이 모여봐야 기존에 국지전으로 일어나던 전투가 대단위 전투 되는 것 외에 다를 게 있겠나.

그런데도 지금은 어느 정도 흑도 연맹의 창설을 기대하는 중이었다.

“마교의 흔적은 어떻습니까?”

천마신교.

500년 전 사라졌다고 생각한 그 가공할 마인들이 다시금 천하를 노리고 있다.

“그간 강호 곳곳에 기이한 일이 많이 있었더군요. 마교의 존재를 몰랐다면 그냥 넘어갔을 일이 한둘이 아닙니다.”

“정말이지 천만다행 아닙니까.”

“그렇지요. 그렇긴 한데…….”

제갈소명은 어쩐지 찜찜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뭔가 아구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것이 되레 찜찜하게 만든다.

“그래도 아무렴…….”

“뭐가 말입니까?”

“아, 아닙니다.”

“어쨌든 걱정되는군요. 수석의 자리를 기반이 없는 아이가 차지한 것은 처음이니 말입니다. 과연 그 아이가 견딜 수 있을는지. 과거에 이런 예가 있었습니까?”

“현 무림학관장인 삼청무상검이 수석으로 합격한 적이 있었지요.”

“그 자리를 얼마나 유지했지요?”

“반년 만에 스스로 물러났었습니다.”

“너무 짧군요.”

삼청무상검이 일인전승으로 유지되어오는 검문이긴 하지만, 무림내에서 평가받는 상징적인 존재로서 그 크기가 결코 작지 않다.

그런 삼청무상검도 별반 힘을 쓰지 못했다는데, 새삼 기존 세력들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느낄 수 있었다.

“그나마 삼청무상검이었으니 버틴 것입니다. 그에 반해 태을문은…….”

“진소운 그 아이가 잘 버틸 수 있을까요?”

“그 점에 대해선 저도 별반 기대하지 않습니다. ……제 한계를 깨닫고 금방 스스로 물러나지 않겠습니까? 자리에 욕심을 부리다간 학관에서 쫓겨나게 될 테니 말입니다. 그럴 아이는 아닐 겁니다.”

“…그럼 혹시 맹주 전에…….”

“어험! 일이 바빠 그만 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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