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 <의자 뺏기(3)>
강의 중단 고지를 받은 건 모용재화의 수업뿐만이 아니었다.
합격진을 위한 백호검진 수업도, 빙공과 화공을 비롯한 오행기에 관한 이론 수업까지.
진소운이 만들었던 모든 수업이 중단 고지를 받았다.
그것도 아직 정식으로 발촉되지 않은 대표단이.
“이건 선을 넘어도 한참을 넘었어요! 물론 진 공자에겐 이따위 위협은 아무것도 아닌 걸 알지만……!”
성모란의 말에 차분한 은호마저도 흥분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대사형. 이건 정식으로 항의해야 합니다.”
“…….”
그러나, 진소운은 조용히 탁자 위에 양손을 올린 채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있을 뿐이었다.
흥분하던 이들은 그의 눈빛에 괜히 서늘한 기분을 느꼈다.
‘대사형이 또……?’
‘진 공자가 또……?’
얼굴 반이 가려진 탓일까.
남궁선화는 진소운의 얼굴을 보면서도 그가 어떤 의중을 가지고 있는지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남화성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시부럴! 이건 말도 안 되는 행동이다! 진 대표 말만 해라! 네놈이 나서지 않아도 되게끔, 내가 가서 백도회 놈들 다리몽둥이를 부러뜨리고 오겠다!”
씩씩거리는 남화성을 올려다보며, 처음으로 진소운이 입을 열었다.
“간자는 가만히 있어.”
“씨, 씨부럴 간자 아니라고!”
평소에는 실없는 농담처럼 건네던 ‘간자’라는 말을 이번엔 무감한 표정으로 내뱉는 진소운.
남궁선화는 불안한 기분이 들어 사람들의 흥분을 가라앉혔다.
“잠깐만…… 조금은 차분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어요. 저들이 이렇게까지 나온다는 건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거잖아요.”
남궁선화의 말에 흥분을 표하던 이들이 하나둘 이성을 되찾는다.
“선화 언니의 말이 맞아요. 어쨌든 학관생들의 참여 비율로 가면 우리가 유리하잖아요.”
홍사련의 말에 장우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렇습니다만, 남궁 소저의 말에 의하면 이미 교두들과 이야기가 끝난 상태라고 하더군요. 아마 가문의 힘을 빌린 것 같습니다.”
“…….”
“제일 좋은 건 저들을 해산시키는 거지만, 그게 안 된다면 행사의 동원 인력이 저들보다는 많아야 합니다. 그래야 교두들이 나선다 해도 저들에게 명분이 사라질 테니까요.”
진소운을 지지하기 시작한 이들의 숫자 변화 폭은 그리 크지 않았다.
“대략 절반이 조금 넘는다고 봐야 할까요…….”
은호가 예상하는 바는 이곳 대표단에 있는 이들 모두가 예상하는 학관생들의 행사 참여 숫자였다.
“거기에 이번 사천에 다녀온 정도회들이 나서주면 좋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속가무문들의 인원들은 나서주겠지만, 정도회 중심인물들이 나설지가 걱정이네요.”
“진 대표님……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십니까?”
장우재의 말에 사람들의 기대 어린 시선이 진소운에게 모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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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다.
코끝이 괜히 간지러운 이 기분.
‘흐음…… 아직도 향이 아른거리는군.’
난 몰랐다. 그 차가 그리 향기로운지.
확실히 칠색화는 맛있는 차가 맞다.
북경의 고관대작들이 군산은침이나 용정차 대신 칠색화를 찾는지 알 수 있었다.
처음 차를 넘길 때는 그저 쓰기만 한 줄 알았는데, 하루 종일 칠색화의 은은한 향기가 입안을 감돌았다.
다음 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생각날 만큼 칠색화의 맛은 최고였다.
생각 같아선 다시금 제갈정기를 찾아가 칠색화를 더 얻어먹고 싶었지만, 어쨌든 지금 우리 대표단과 척을 지고 있는 자들이 아닌가.
주변에 보는 눈들이 많은데 차마 찾아갈 수야 없지.
혹시나 시비장에게 칠색화를 구할 수 있느냐 물었지만, 시비장은 칠색 팔색 하며 절대 안 된다고 거절했다.
칠색화 열 송이가 평범한 가정 한 달 식비라나 뭐라나.
돈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딴 곳에 돈을 쓸 정도로 정신머리가 나가 있진 않았다.
‘어떻게 하면 칠색화를 내 돈 안 내고 마실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진 공자님! 혹시 나쁜 생각 하시는 건 아니죠?”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걱정스런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네?
‘이게 무슨 일이지?’
그리고 그제야 기억이 났다.
제갈정기가 내가 만든 강의들에 중단 고지를 했다고 했지.
그 인간은 왜 쓸데없는 짓을 해서 사람 귀찮게 하는 걸까.
뭐, 전의 만남에서 내게 죄악감을 심어주려는 시도를 하긴 했었지만, 그게 심는다고 심어지나?
막말로 가뭄이 연일 이어지는 사막에선 잡초도 못 자라는 법이고.
한겨울의 눈사태 앞에선 화려한 꽃도 동사하여 죽어버리는 것이 당연한 이치인데.
내가 나한테 덤벼드는 사람들에게 반격했다고 죄책감 같은 게 들겠냐고.
나를 물로 봐도 너무 물로 봤단 말이지?
역시 오대세가 안에서 귀하게 자란 놈들은 별수 없는 걸까?
나는 갑작스러운 사태에 당황했을 대표단을 안심시키기 위해, 한 명씩 차례로 바라보았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그런 얕은 도발에 흔들릴 일은 전혀 없을 테니.”
“…….”
응? 근데 나를 바라보는 눈들이 뭔가 수상하다.
특히 어릴 적부터 함께해 온 은호 녀석의 눈빛엔 황당함이 어려있다.
뭐야, 이 분위기.
“은호야. 왜 그리 쳐다보느냐.”
내 물음에 은호 녀석의 표정이 더욱 묘하게 변한다.
“대사형, 그…… 저희가 대사형 걱정을 하는 것처럼 보이시나요?”
“응?”
그럼 너희가 내 걱정을 해야지, 누굴 걱정한다는…….
그때, 남화성이 끼어든다.
“봐라! 저놈은 스스로가 얼마나 위험하고 이상한지 모르는 게 분명하다! 아무렇지도 않게 혈교 소교주 모가지 가져올 때부터 알아봤다고……!”
저놈은 또 뭐라는 거야.
남화성의 개소리에 한마디 쏘아붙이려는데…….
나를 둘러싼 대표단들이 녀석의 말에 모두 고개를 주억거린다.
진짜 뭐야, 이 분위기?
이번엔 성모란이 입을 열었다.
“진 공자, 그…… 아무리 화가 나셔도 임시 대표 간부단 모가지를 모두 따오시는 건 웬만하면 안 되는…….”
아니, 이 사람들이 지금 뭐라는 거야.
나는 그제야 이상한 분위기의 원인을 알아차렸다.
이들은 내가 제갈정기를 비롯한 백도회의 계략으로 인해 위험에 빠질까 걱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내가 과도하게 손을 쓸까봐 걱정하는 것인가?’
이거, 나를 믿어주는 것에 고마워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나를 피도 눈물도 없는 광인으로 보는 것에 어이없어해야 하는 건지, 쩝.
나는 ‘다른 의미’로 간부단을 안심시키기 위해 운을 뗐다.
“크흠, 걱정 마십시오. 수급을 따는 것도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어서 말이죠. 어쨌든 놈들은 뒷배가 있으니 뒤처리하기도 번거로울 테고…….”
“…….”
흐음, 농담한 건데 왜 다들 얼굴이 더욱 창백해진 것 같지?
하여튼 대표로서 간부단의 마음을 어루만져 준 후, 나는 제갈정기의 모습을 떠올렸다.
여유만만한 척하지만, 그것은 그저 조급함을 숨기려 몸을 부풀리는 방어기제에 지나지 않아 보였다.
도대체 놈을 대표 자리를 빼앗도록 안달 나게 한 원인이 무엇일까.
‘아마도 제갈세가에서 그게 완성된 거겠지?’
그렇다면 그가 지금 이렇게 전격적으로 움직이는 것도 어느 정도는 예상이 된다.
천하를 격동시킬 만한 사건이 일어날 테니.
학관 대표 자리 하나 빼앗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겠지.
내가 여러 생각을 하는 사이, 남궁선화의 표정에 결연함이 깃든다.
“일단 제가 조금 더 알아볼게요.”
다른 간부진들과 달리, 그녀의 얼굴엔 나를 향한 걱정이 드러나 있는 듯하다.
이거, 괜히 머쓱해지네.
“괜찮습니…….”
벌컥-
내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남궁선화가 쌩하니 나가버렸다.
“괜찮은데…….”
사실, 애당초 제갈정기와 가짜 대표단을 어떻게 정리할지도 얼추 얼개를 잡아논 상태였다.
그래도 나를 돕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그녀의 마음이 기꺼웠다.
그러다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탕.
“대사형?”
탁자를 너무 세게 내리쳤나.
손바닥이 얼얼하네.
“잠시 제갈정기를 만나고 오겠습니다.”
“마, 만나서 뭘 하려고요? 설마 머리를 부수려는 건 아니죠? 지금 그랬다간…….”
대체 나에 대해서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
“이야기를 좀 나눠봐야겠습니다.”
아무도 내가 칠색화를 마시러 간다고 생각하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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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남궁 소저…… 분명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이러시면 곤란하다고…….”
남자는 연신 주변을 둘러보며 주위에 사람들이 있는지 없는지를 열심히 살폈다.
남궁선화와 있는 모습을 들켰다간 백도회 내부에서 언제 쫓겨날지도 몰랐으니까.
“그러니까 묻잖아요. 제갈정기가 자신만만하게 준비한 게 대체 뭐죠? 뭘 준비했길래 이렇게 노골적으로 나오는 건데요.”
“그건 저도 모릅니다.”
대충 대화를 끝낸 남자가 얼른 도망치려 하지만 남궁선화는 그의 앞을 막아서며 집요하게 묻기 시작했다.
“기표 오라버니는 무섭고 난 무섭지 않은가요?”
“…….”
“남궁세가의 직계와 방계의 위계가 정리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선 알고 있죠?”
“……하아.”
남자는 주위를 둘러본 후 최대한 목소리를 낮추며 말하기 시작했다.
“제갈세가에서 뭔가 새로운 것이 준비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새로운 것?”
“네. 그와 동시에 절진을 설치하는 진법가들이…….”
남궁선화가 남자의 말에 완전 집중하고 있는 사이.
말을 끊은 남자가 놀란 듯 남궁선화의 뒤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 하는 짓이지?”
“……저, 저 이, 이건…….”
강력한 기파가 남궁선화를 아슬아슬하게 지나 남자의 가슴을 때린다.
컥.
“우웩!”
부지불식간에 기습을 당한 남자가 핏물을 토해낸다.
“이게 무슨!”
남궁선화는 바로 대응하려는 듯 손을 떨쳐내려다 상대를 보곤 우뚝 멈춰 섰다.
“기표…… 오라버니.”
그곳엔 평소보다 날카로워 보이는 눈빛의 남궁기표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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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째서…….’
가짜 대표단에 방문했지만, 이번엔 칠색화가 나오지 않았다.
분명 제갈정기는 과시하는 성향이 있는데……. 칠색화가 다 떨어져 버린 걸까나.
“오늘은 어쩐 일로 방문하신 겁니까?”
“어떤 일?”
멍하니 군산은침을 바라보다 고개를 드니 제갈정기가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다.
뭐라고 말하지.
칠색화를 마시러 왔다고 하면 내주려나?
“……음. 어떤 일이라…… 내가 왜 왔을 거 같습니까?”
빙글빙글 탁자를 손가락으로 문지르던 제갈정기가 시선을 내게로 옮긴다.
“글쎄요. 강의 중단 고지 때문에 온 거라면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싶습니다.”
제갈정기는 확실히 제갈천기보다 조금 모자란 것 같다.
그는 일부러 턱짓으로 나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그쪽이 대표직을 유지한다면 우리가 보낸 고지는 아무런 효용이 없을 테니까 말입니다.”
근데 어째서 전생에서의 제갈천기는 금옥에 갇혀 세월을 보내고, 제갈정기는 가문의 지원을 받아 무림맹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걸까?
“그렇게 자신 있습니까?”
내 물음에 제갈정기가 주위를 한번 가리키며 말했다.
“그렇지 않다면 이리 돈을 많이 썼겠습니까?”
제갈정기가 꾸며놓은 대표실을 보니, 확실히 가구나 마감이 모두 고급 재질이다.
특히나 그가 업무용으로 쓰는 듯 보이는 의자는 평범한 듯 보이지만, 안력을 돋구어 보면 안 보이는 곳까지 세심하게 신경 쓴 명품이 분명해 보였다.
호오, 좋은데?
“의자가 특이하군요…….”
“후훗. 보셨습니까? 저 의자는 북경에서도 정삼(三)품 이상의 분들만 쓰는 특별한 의자입니다. 흔히 명품(名品)이라고 하지요.”
이야, 진짜 좋은데?
“……가짜 대표단이 해산하게 되면 이 시설들은 어찌할 생각입니까?”
제갈정기의 입에서 웃음이 삐져나온다.
“글쎄요. 그런 건 생각해 보지 않아서 말입니다.”
가짜 대표단이 해산된 뒤에 저 물건들이 모두 폐기처분 된다면 가슴이 쓰릴 것 같다.
이게 다 얼마인가.
낭비는, 경계해야 할 적과도 같다.
근검절약은 인성과 도덕과도 관련된 것이다.
그리고 나는 제법 인성이 좋단 말이지.
“만약 가짜 대표단이 해산된다면 시설들은 그냥 두고 가시는 게 어떻습니까? 어차피 가져가 쓰실 데도 없을 텐데.”
“…….”
제갈정기의 얼굴이 처음으로 딱딱하게 굳었다.
“형산파를 믿는 겁니까?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우리 백도회가 준비한 것을 보게 된다면…….”
“그렇게 자신이 있다면 두고 간다 약속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내 제안에 제갈정기가 몸을 뒤로 젖히며 위세를 부리려 애쓴다.
“하핫! 혹시 명사 초대에 자신이 있는 겁니까? 안타깝지만 남궁세가의 도움을 받을 수는…….”
하여간 입만 산 새끼라니까.
나는 일부러 놈의 말을 끊었다.
“그러니까 두고 갈 겁니까. 추하게 챙겨 갈 겁니까?”
“…….”
두어 번 정도 말이 끊기자 제갈정기도 불쾌한 표정을 드러낸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난 여기 시설들과 칠색화가 꽤나 마음에 들거든.
나는 다시금 담백한 눈빛으로 주변을 쓸어보았다.
“물론 시설 안에 있는 소모품도 모두 놓고 가면 좋겠습니다.”
그러곤 선심 쓰듯 덧붙였다.
“아, 이왕 이렇게 된 거 백도회가 기부했다 공표해 드리겠습니다.”
“……그러시지요.”
몸을 부들부들거리면서도 입꼬리를 이죽거리려 애쓰는 제갈정기를 바라보며 나는 기분 좋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 참! 그리고 오늘은 왜 칠색화 대신 군산은침 입니까? 칠색화가 다 떨어진 건 아니겠지요?”
제갈정기의 얼굴이 종이처럼 구겨졌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난 본래 칠색화를 마시러 방문한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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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는 거죠!”
남궁선화의 말에 남궁기표가 이죽거렸다.
“쥐새끼가 있기에 처리한 것이다.”
“…….”
“너도 너답지 않은 일을 하는구나. 세작 일이라니. 그놈이 시키더냐?”
“세작이라니요! 말이 심하시군요. 오라버니.”
쯧.
남궁기표가 불쾌한 듯 혀를 찬다.
“이야기 들었다. 한동안 학관을 들쑤시고 다녔다지? 그것도 진소운 그놈을 위해서?”
“난 정당한 학관 대표단을 위해서 움직인 것뿐이에요.”
“더구나 그놈을 위해서 조부님까지 팔아넘기려 했고.”
“……지금 무슨 소릴 하시는 거예요!”
“가문을 배신할 정도로 그놈이 좋더냐?”
“…….”
남궁선화가 입술을 질끈 물었다.
“남궁세가는 전통적으로 오대세가의 일원으로 백도회 안에서 활동해 왔다. 남궁세가의 인원들은 물론이고 속가무파의 인원들도 모두 백도회의 소속이지.”
남궁기표가 남궁선화를 뚫어질 듯 바라본다.
“그런데 남궁세가의 직계란 것이 백도회를 배신하고 제 남자를 위해 가문을 팔아넘기다니……. 부끄럽지도 않더냐!”
남궁선화도 뒤에서 사람들이 무슨 소릴 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대응하지 않은 것은 그것이 결코 정론이 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백도회의 가입은 의무가 아니다. 그리고 백도회가 하는 일이 모두 정의 또한 아니다.
정당한 대표인 진소운을 끄집어내려 하는 그간의 일만 봐도 분명 알 수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 면전에서 가슴을 후비는 말들은 그녀에게 상처가 된다.
진소운과 함께하는 것이 옳은 것임을 알면서도 동시에 다른 이들을 배신했다는 일말의 죄책감이 그녀를 옥죄는 것이다.
남궁기표는 그런 남궁선화의 약점을 절묘하게 잘 파고들었다.
“뻔뻔한 년.”
남궁선화는 마치 마혈이 집힌 듯 남궁기표의 욕지거리에도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그저 커다란 수치심만이 얼굴을 붉게 만들 뿐이었다.
퍽.
그때, 둔탁한 소리와 함께 남궁기표가 요상한 표정을 지으며 쓰러진다.
“어, 어떤 새끼야!”
발악하며 재빨리 일어나려는 남궁기표.
하지만.
퍽.
다시금 둔탁한 소리와 함께 남궁기표가 얼굴을 감싸 쥐고 비명을 지른다.
“크아악!”
비명을 뚫고 차분한 걸음 소리가 들려온다.
“이거 완전 미친놈이네. 선화 소저한테 못 하는 소리가 없어.”
예의 불량한 목소리와 함께 등장한 이는 다름 아닌, 진소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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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적설목입니다.
그간 진소운에게 벅찬 관심을 가져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저 또한 작가로서 하루하루 즐겁게 진소운의 이야기를 써나갈 수 있어서 항상 감개무량하고 있습니다.
최근 코로나에 연이은 장염으로 인해 깊은 주화입마에 빠지며 컨디션에 난조를 겪었습니다.
이것이 작품에 반영이 되었는지 독자님들께서도 조금 아쉬운 느낌을 받으시는 것 같습니다.
다행히 명망 높은 신의(神醫)분을 만나 색목인들의 영약(靈藥)을 먹고 주화입마를 극복하였으니, 이제 컨디션만 제대로 잡으면 될 것 같습니다.
다시금 진소운의 이야기를 궤도에 올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진소운의 이야기를 즐겁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아차, 그리고 오늘은 1시간 후쯤에 한 편 더 올라갑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적설목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