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모든 걸 기억하는 천재무사-234화 (234/357)

234. <어둠 속의 어둠(4)>

내가 판단한 결과.

흉수의 실책은 세 가지다.

첫 번째는 굳이 ‘악가’의 표식을 구계악의 몸에 남기려 했던 것.

두 번째는 악병비의 생명력이 그렇게 끈질길 거라 예상치 못했던 것.

뭐, 이건 나름대로 반박의 여지가 있어 보이긴 하다.

그 인간의 목숨줄이 바퀴벌레처럼 질길 줄 알았다면, 구계악처럼 심장에다 구멍을 하나 내줬겠지.

그리고 마지막은…….

그 음모에 내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

무엇보다 세 번째의 실책이 가장 주요하다.

가뜩이나 불운한 인생에 울분으로 가득 찬 나를 범죄 대상으로 삼다니.

이건 때려 죽여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무슨 생각인 게냐?”

나를 따라오던 혈투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나는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음…… 흉수를 끌어내야죠?”

“뭔 소릴 하는 거냐? 숨어있는 놈을 대체 어떻게…….”

“범인은 자신의 범행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범인이라면 피할 수 없는 본능이죠. 혈투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뭬야!”

여긴 무림맹이 아니다.

힘과 폭력이 난무하는 사흑련.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이곳에서 련주의 허락도 맡았겠다. 내가 거칠 것이 뭐가 있겠나.

쾅.

대문을 발로 차 열고 성큼성큼걸어 내부로 들어서자, 마당에 널브러져 있던 무사들이 날카로운 눈으로 나를 노려본다.

나는 그 시선들을 가벼이 넘기곤 당당하게 외쳤다.

“황사문의 부문주 배환장을 만나러 왔소.”

배환장은 악명 높은 검수임과 동시에 양가기공의 대가이다.

굴러들어 온 돌인 구계악과 달리 본래부터 황사문의 문도였고, 이로 인해 구계악과 잦은 갈등을 겪었다.

즉, 유력한 살해 용의자 중 한 명이라 할 수 있다는 말씀.

“이런 미친 새끼가 여기가 어디라고!”

“저거 완전 또라이 아니야?”

“제정신이 아닌 놈이구나.”

확실히 욕지거리를 내뱉는 것부터 무림맹이랑은 분위기가 다르다.

백도 문파의 인물들은 최소 ‘예의’를 운운하며 시작할 텐데. 이놈들은 일어나기도 전에 냅다 칼부터 꺼내 든다.

그때.

“네가 감히 본 문의 존장이신 배 문주님을 입에 담다니.”

노기 어린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무사들을 뿌리치고 앞으로 나온 이는 다름 아닌 갈천기.

분노하는 기색이 숫제 부모 욕을 들은 효자의 모습이다.

근데 너 황사문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됐다며.

누가 보면 아주 황사문에서 태어난 줄 알겠어?

“아! 갈천기. 반갑소만, 오늘은 부문주에게 물을 것이 있어 왔으니, 음…… 가서 좀 불러오시오.”

“이, 이놈이!”

역시나 분노 조절이 잘 안 되는 놈답게, 무슨 사정인지 듣기도 전에 도부터 내뻗는다.

하여간 성가시다니까.

읏차, 성가신 건 이쪽으로…….

나는 몸을 슬쩍 돌려 연화(蓮花)를 펼치며 놈을 혈투에게로 던졌다.

“엥?”

뒷짐을 진 채 관망만 하고 있던 혈투는 눈앞까지 찔러 들어오는 검날에 혀를 차곤 무심히 발을 놀렸다.

이윽고.

펑! 콰쾅!

공기 터지는 소리와 함께 날아간 갈천기가 벽에 처박혔다.

혈투가 불만 가득하게 언성을 높였다.

“뭐 하는 짓이냐!”

나는 몰랐다는 듯,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어라, 왜 하필 거기 계십니까. 저 일하는 중인데.”

“……내 잘못이라고?”

“네. 아니면 그냥 피하셨어도 되지 않았습니까.”

“허……! 이놈이 보자 보자 하니까.”

그사이 나에게 달려드는 황사문의 무사들.

나는 또 다른 황사문 무사의 팔을 잡아 검을 빼앗고 그를 발로 차서 넘어뜨렸다.

“커흑.”

넘어진 무사의 턱을 차올려 기절시킨 후, 곧장 찔러 들어오는 두 개의 톱날 모양 도를 막았다.

끼기기긱.

거친 도날이 서로 엉키며, 고막을 긁는 쇳소리가 주위로 울려퍼진다.

나는 순간적으로 힘을 빼며, 다시금 연화를 시전-

무사 하나를 혈투에게 또 던졌다.

“진소운, 네 이놈! 왜 자꾸……!”

펑! 콰쾅!

이야, 역시 재빠르시네.

크, 반응 속도 엄청나고.

혈투의 발놀림 한 번에, 이제 막 일어나려던 갈천기에게 날아가 처박히는 무사.

“에헤이, 왜 자꾸 끼어드십니까. 끼어들지 마시라니까.”

“이놈아! 네놈이 자꾸…….”

“그러니까 피하시면 되지 않습니까?”

“난 평생 무엇도 피한 적이 없……. 이 새끼야! 그만해!”

나는 계속해서 무사를 하나씩 그에게 던졌다.

펑! 콰쾅!

펑! 콰쾅!

그렇게 다섯 번이나, 일어나려던 갈천기가 날아드는 무사들로 인해 다시금 벽에 처박힌 끝에.

황사문의 무사들이 주춤거리며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이런 면에선 흑도들이 대화하기 편하다.

얘들은 최소한 상대가 자신보다 강하다 싶으면 더 이상 안 덤비잖아?

나는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갈천기를 턱짓으로 가리킨 후, 무사들에게 말했다.

“가서 부문주 배환장을 데려오시오.”

황사문의 무사들이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고 있었다.

부문주를 부르러 가자니, 그동안 무시했던 백도 애송이에게 굴복하는 느낌이고.

안 부르자니 자신들이 갈천기와 담벼락에서 소꿉놀이를 할 것 같았으니까.

그때.

“황사문의 무사들은 들어라!”

전각 안쪽에서 우렁찬 소리와 함께 수십의 인원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풍기는 기세만 봐도 방금 전 상대했던 어중이떠중이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강력한 수위.

놈은 난장판이 된 주위를 둘러본 후, 내게 시선을 고정한다.

“여기 황사문을 우습게 생각하는 백도 나부랭이가 있구나. 녀석에게 황사문이 녹록지 않음을 알려주어라!”

“넷!”

수십의 인원들이 우렁찬 복명과 함께 팔(八)방을 점하고, 도진을 펼친다.

이건 좀 쉽지 않겠는…….

휘익.

별안간 들리는 바람 소리에 고개를 치켜드니.

……혈투가 바닥을 가볍게 차고 대문 지붕으로 올라가 있다.

난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물었다.

“피하지 않으신다면서요?”

“닥쳐라. 귀찮은 건 딱 질색이니.”

“그러시겠죠.”

애당초 기대도 하지 않았으니까 뭐.

나는 흑룡검을 뽑아 태을진경을 끌어올렸다.

이윽고.

흑룡검과 똑 닮은 만검이 네 자루 생겨나며 내 사방을 둘러쌌다.

나는 황사문 인원들 앞에 마주 선 채로, 씨익 미소지었다.

“어디 황사문이 얼마나 대단한지 한번 보여주시오.”

내 말이 신호라도 된 듯 도진이 움직이고, 사방에서 거대한 압력이 조여들기 시작했다.

#

차석두의 무거운 부탁을 받고 움직이긴 했지만, 지금 혈투는 그의 부탁보다는 진소운에게 더 관심이 가 있었다.

사실상 사흑련과 무림맹 간에 전쟁이 촉발될 위기.

사절단은 위기에 처했고, 단장은 부상을 당한 채 몸져누워 있는 상태.

진소운은 아무런 단서도 지원도 없는 상태에서 이 난관을 해결해야 했다.

과연 촉망받는 인재라 평가받는 흑염룡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뭐야!’

미간이 절로 찌푸려질 정도로 커다란 소음이 주위를 울린다.

퍼퍼퍼펑!

콰콰콰쾅!

거대한 폭음과 폭발이 일어나 주위가 요동친다.

새로 깐 청강석 바닥이 뒤집어지고, 판판하게 정리한 흙더미들이 마구 뒤집히며 속살을 드러낸다.

분명 일 대 다수의 싸움이었건만, 비명이 터지고 욕지거리가 나오는 건 황사문 쪽이었다.

“이 미친! 저 새끼 대체 뭐야!”

“환검이다! 두려워하지 말고 뚫어!”

“시발! 그걸 말이라고! 그 환검에 팔이 잘릴 뻔했다고 새끼야!”

혈투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허, 웃기고 환장할 노릇이군.”

오는 길에 진소운의 무재를 파악해 봤으나, 이건 그때 추측했던 수준을 가볍게 뛰어넘는다.

아니, 지금도 전력을 다하는 것 같지 않았다.

마치 일부러 소란을 일으키려는 목적인 듯, 과감하고 거친 수는 쓰지만 정작 중상을 입거나 죽는 자는 없다.

뻐버벙!

황사문에서 벌어진 갑작스런 소란은 주변 흑도인들에게도 금세 퍼져가고, 싸움 좋아하는 인간들답게 누구보다 빠르게 자리를 잡고 모여들기 시작했다.

“뭐야? 흑염룡이랑 황사문이 왜 싸우는 거야?”

“듣기로는 부문주를 조사하러 왔다가 마찰이 생겼다는데?”

“조사? 흑염룡이 무슨 조사?”

“구계악을 죽인 일로 조사를 하겠다고 나선 참이라는군.”

“이런 미친 새끼가 다 있나! 죽이긴 지들이 죽여놓고 조사하긴 누굴 조사해?”

사건의 진상이 알음알음 퍼져나가자, 흑도인들 사이에서 분노를 숨기지 못하는 자들도 생겨났다.

더구나 흑염룡의 엄청난 신위에 황사문이 일방적으로 밀리자, 더욱 분개하는 자들까지 나온 지경.

그들은 결국 자리를 박차고 나섰다.

“저 망할 놈에게 본때를 보여주자!”

“좋아! 언제까지 무림맹의 압제에 당하고만 있을 거냐!”

“가자!”

“우아아아아아!”

황사문의 무사들이 펼치는 도진이 깨진 지 이미 오래.

그 사이사이를 채우려는듯, 소란을 듣고 몰려든 흑도인들이 담을 넘어 진소운에게 짓쳐들기 시작했다.

수십에 달하는 인원이 동시에 달려들자 진소운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지기 시작했다.

“저런, 미친놈을 다 봤나…….”

진소운의 신위를 보는 혈투는 기함을 금치 못했다.

자신 또한 혈기 왕성했던 시절에 할 짓 못 할 짓 다 해봤다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였다.

이리 적진의 한가운데서 적들을 도발하고, 끝도 없이 밀려드는 적을 홀로 상대한 경우는 없었다.

그야말로 가공할 만큼의 신위.

혈투는 자신도 모르게 진소운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좇기 시작했다.

콰콰콰쾅.

진소운의 신형이 얼음 위를 걷듯 미끄러지며, 공간을 만든다.

검과 도끼, 쇠스랑을 든 흑도인들이 그 공간을 채우며 날카로운 병장기를 진소운에게 휘두른다.

진소운의 왼손에서 뻗어 나온 주먹이 수십 개의 권형을 그리며 공간을 수놓자, 그를 꿰뚫으려던 병장기들이 돌벽에 막힌 듯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다.

퍽! 퍼퍼퍽! 퍼퍼퍼퍼퍽!

뻗어나간 권형에 쓰러진 무사들이 넷.

그 뒤를 이어 여섯의 흑도 무사들이 다시금 자리를 채운다.

이런 식의 싸움은 계속해도 끝이 나지 않는다.

“허…… 태을문의 무공이 이 정도였던가?”

혈투는 자신도 모르게 감탄을 흘렸다.

그러다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다. 이는 오롯이 녀석 스스로 다다른 깨달음이다!’

변(變)의 묘리를 적절하게 활용하여 상대를 혼란에 빠뜨리고, 쾌(快)의 묘리로 단숨에 상대를 제압한다.

‘허……!’

환(幻)과 실(實)이 혼용되어 자신도 어느 것이 진짜이고 어떤 것이 거짓인지 구분이 어려울 지경이었다.

자신이 수백 번 생사를 넘어선 후에야 깨달은 투(鬪)의 묘리를, 이제 막 약관을 넘어선 놈이 자유자재로 쓰고 있다.

‘대체 어떻게 되어먹은 놈이지?’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각에 다다르자 진소운이 서서히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체감상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한 호흡에 두세 사람을 제압했던 것을 생각하면, 내공은 차지하고서라도 체력이 받쳐주질 못할 터.

더구나 가장 큰 문제는 진소운이 손속에 사정을 두고 있는 상태라는 것.

쓰러진 사람들은 다시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으나, 중상을 입은 자들이 없는 점이 저열한 흑도인들로 하여금 용기백배하여 달려들게 만들었다.

“놈이 지쳤다! 조금만 더 하면 돼!”

“저놈의 목을 쳐! 장대에 걸어 사흑련 정문에 전시하자!”

“죽여!”

폭력과 비명, 피와 이빨이 난무하는 속에서, 흥분이 극도로 오른 흑도 무사들은 더욱 기운을 끌어올리며 진소운에게 달려들었다.

반면, 진소운은 서서히 지쳐가는 모습이 보였다.

-진소운! 대체 무슨 생각이냐!

혈투가 참지 못하고 전음을 날렸으나, 진소운에게 돌아오는 답변은 없었다.

그는 오직 싸움에만 몰입한 듯, 한 놈을 쓰러뜨리면 다음 한 놈을 쓰러뜨릴 때까지 무아지경으로 검을, 그리고 주먹과 발을 휘둘렀다.

그나마 처음엔 유려하게 움직이던 발걸음도, 마당을 가득 채운 부상자들 때문에 발걸음이 턱턱 걸리고, 넘어져서 틈을 보이기도 부지기수.

채채챙.

결국 진소운의 팔과 다리에도 작은 생채기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흑도인들이 틈을 놓치지 않고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놈이 피를 흘린다!”

“죽여라!”

“이제 끝이다!”

보다 못한 혈투가 결국 자리를 박차고 뛰어들었다.

그는 재빨리 진소운의 등을 맞대고 섰다.

“미친놈……! 이대로 죽을 셈이냐?”

자신의 말에 대꾸도 않는 진소운을 보며, 혈투는 결국 강제로 그를 안아들어 지붕 위로 뛰어올랐다.

격렬한 저항이 있을 거라 생각한 것과 달리, 진소운은 한가하게 제 검에 묻은 피를 털고는 흑룡검을 검집에 넣었다.

“으잉?”

더구나 방금전과 달리 지친 기색도 보이지 않는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것이냐?”

혈투가 어처구니없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든 말든 태평한 표정.

“귀찮다더니 결국 끼어드셨군요.”

“뭬야?”

이어 익살스런 웃음을 흘리는 진소운에 혈투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당최 무슨 생각으로 이딴 짓을 벌인 거냐! 네놈은 흉수를 찾으려던 게 아니냐?”

진소운은 여전히 태연하게 손으로 몸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내며 말했다.

“이번 일로 두 가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두 가지?”

진소운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네. 첫째로, 사흑련은 앞으로의 조사에서는 순순히 협조할 것입니다.”

혈투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매번 이리 난장판을 만드느니 차라리 협조를 하는 게 조금은 더 나을 거니까.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것도 일부에게나 해당하는 일일 터.

“흑도 놈들이 얼마나 저열한지 모르는구나.”

“그럴 리가요. 다만 제가 혈투님의 도움을 받는다는 걸 알면 더 이상 함부로 싸우려 들지는 않겠지요.”

혈투가 입을 쩍 벌렸다.

“처음부터 그걸 노렸다고?”

“어차피 무림맹 사절단인 제가 흑도인들에게 협조를 구해봤자 도와줄 리 없지 않습니까.”

“허…… 미친, 그러다 내가 나서지 않으면?”

진소운은 다 알고 있다는 듯 여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단순 감시역이었다면, 혈투님 말고도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았니다. 굳이 제 시야에 모습을 드러낼 필요도 없고요. 이는 다 사절단을 보호하려는 목적도 있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아니, 그걸 알고 있었다고?

대체 언제부터?

“더불어 단순 보호라면 련주님의 사문인 사황봉의 무사를 써도 되었을 일이지요. 헌데 굳이 두 분을 호위로 붙였다는 건,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함이 아니겠습니까.”

“…….”

머리 굴리는 게 보통내기가 아니다.

어쩌면 바둑을 진 게 당연했는지도 모르겠다.

일 갑자 이상을 살아오면서 처음으로 팔뚝에 닭살이 돋는 느낌을 받는 혈투였다.

“흑염룡…… 석두 그놈이 별호 하나는 기가 막히게 지었구나.”

“네?”

“아니다. 어쨌든 이번 일로 뭔가를 얻었다기엔 너무 큰 일을 저질렀다. 이제 사흑련에 몰려 있는 흑도인들 모두가 네놈들을 죽이려 들 텐데 괜찮겠느냐?”

진소운은 의기양양한 미소를 짓는다.

“그게 바로 제가 얻는 두 가지 중 하나지요.”

혈투가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되물었다.

“목숨의 위협이?”

진소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이제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했습니다. 무림맹과 사흑련의 분란을 원하는 흉수의 입장에선…….”

급기야 진소운이 눈빛이 반짝거리기 시작한다.

“놓칠 수 없는 기회 아니겠습니까?”

“…….”

혈투는 이제껏 누군가가, 혹은 무언가가 두렵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다.

허나 기이하게도, 이 눈앞에 웃고 있는 애송이에게서 난생처음 쎄한 기분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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