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모든 걸 기억하는 천재무사-278화 (278/357)

278. <벽을 부수는 자들(4)>

학관의 휴식기가 시작되면 기숙사를 비롯한 모든 시설들에선 인적이 드물어진다.

학관에 남는 몇몇 인원들을 제외하면 텅 비는 것이나 마찬가지.

교관들과 교두들도 각자 휴가를 떠나고 교내 식당도 최소한의 인원만이 남은 채 긴 휴식기를 가진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적이 드물어지는 곳을 꼽자면 바로 의약당.

시험이나 비무가 없는 시기에 의약당을 방문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더구나 그나마 남아있는 인원들 또한 혼자 폐관 수련에 가까운 수련을 하기에 크게 다칠 일도 없었다.

그렇지만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여 의약당주를 비롯한 의녀 절반이 남아있어야 했고, 때문에 의약당은 손님이 없어도 매일 문을 열었다.

오늘도 의약당주 사마정은 이른 아침부터 출근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느새 의약당 마당에 소복하게 쌓인 눈.

의녀들과 사용인들이 눈을 치우려 했지만 말렸다.

어차피 올 손님도 없고, 할 일도 없었기에 쌓인 눈이라도 실컷 보고 싶었다.

‘쓸쓸한 풍경이구나.’

예전에 눈을 봤을 때는 이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

유독 올해의 눈이 그 어느 때보다 쓸쓸하게 느껴진다.

“다 관둘까…….”

소복이 내리는 눈을 보던 사마정이 저도 모르게 읊조렸고, 옆에서 약초를 자르던 의녀가 깜짝 놀라 외쳤다.

“무슨 소리세요. 당주님!”

“응? 아…… 들었소?”

“행여라도 그런 소리 마세요. 여기 무림맹, 그것도 의약당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의원이 얼마나 많은데요.”

의녀의 질책에 사마정이 끌끌 웃었다.

하긴 그렇지.

모두가 바라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긴 하지.

“의녀님. 혹, 이 겨울에 동상으로 죽는 이들이 얼마나 되는지 아십니까?”

“……네?”

“제가 공부를 하는 동안의 일입니다. 겨울이 되면 항시 넘쳐나는 환자들로 하루 종일 땀이 범벅이 되곤 했었지요.”

잠시 사마정이 하는 말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했던 의녀가 지레짐작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고생 끝에 이런 좋은 자리에 오르신 거군요.”

사마정은 맞다 아니다라고 확실히는 말을 하지 않은 채 끌끌 웃었다.

“그렇지요.”

풍부한 약재와 느긋한 시술 시간.

겨울이나 여름 휴식기엔 찾아오는 이가 없어 따로 연구를 하기에도 적합하다.

스승님이 봤다면 아주 칭찬할 만한 환경이겠지.

스승님께서 늘 하시던 말씀이 ‘넌 이런 거 하라.’였으니까.

하지만.

그래서 더 하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물론, 스승님과 같이 그저 열악한 환경에서 환자가 죽어가는 걸 바라보고만 있을 생각은 없었다.

그 흔한 약재 하나를 못 구해 사람이 죽어가는 꼴을 보며, 얼마나 무력감을 느꼈던가.

그랬기에 무림맹으로 왔다.

이곳에서 실력을 쌓고 명성을 쌓아, 부자들에게 받은 진료비로 가난한 자들을 치료해 주고 싶었으니까.

그렇게만 된다면,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여긴 꼭 저를 부잣집에 상주하는 의원이 된 것처럼 느끼게 만듭니다.”

의약당의 인력은 외부인을 치료하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못한다는 것이 맞다. 애당초 무림학관에 외부인이 들어올 수 없으니.

어느새인가 자신이 그려왔던 여정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나온 것만 같았다.

약초를 자르던 의녀가 손을 멈추고는 사마정을 바라보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니 얼마나 좋나요, 의원님. 꼭 천년만년 오래오래 해 먹으세요! 저희도 의원님이 너무 좋거든요.”

“……그래야죠. 하하. 감사합니다.”

순진무구한 반응에 사마정은 쓴웃음을 삼켰다.

그때 그 물건만 만들지 않았더라면.

전도유망한 아이들에게 선물할 것이라며 욕심만 부리지 않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를 매번 되뇌고 또 되뇌었다.

‘내가 이곳을 벗어날 수 있을까?’

한가로이 눈을 보는 건 좋아하지만, 자신은 저 눈을 맞으며 일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보기에 아름다운 눈송이를 맨발로 밟자면 얼마나 시리던가.

과연 자신이 그 정도의 각오가 되어있는 인간인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어느새 너무 약해진 것 같았다.

그때.

저벅, 저벅, 저벅.

종이처럼 깨끗한 눈 위를 걸으며 다가오는 인영이 있었다.

“어?”

의녀가 놀란 눈으로 사내를 쳐다보았다.

이어 사마정의 눈도 크게 떠졌다.

“자네는…….”

“오랜만에 뵙습니다.”

이전, 아주 인상적인 모습으로 의약당에 왔었던 인물이 내리는 눈을 그대로 맞으며 웃고 있었다.

“차가 맛있어 보이는군요. 한잔 얻어 마셔도 되겠습니까?”

#

의약당의 마당엔 계속 눈이 내렸다.

진소운과 사마정은 화롯불을 가운데 둔 채 나란히 앉아 눈이 내리는 풍경을 한참이나 바라봤다.

진소운의 어깨와 머리에 쌓여있던 눈이 물방울이 되어 사라질 때쯤.

사마정이 먼저 입을 열었다.

“여긴 어쩐 일인가? 보아하니 아픈 것 같지는 않고…… 더구나 차를 얻어 마시자고 여기까지 왔을 리도 없고.”

“겨울에는 뭘 하십니까?”

“겨울?”

뜬금없는 물음에 사마정이 진소운을 뚫어지게 봤다.

의도를 알아야 대화를 할 수 있는 법.

하지만 방금 전 질문의 의도를 사마정은 짐작할 수 없었다.

“글쎄, 이렇게 시간이나 죽이다가 하루하루를 보내겠지. 설마 그걸 물어보자고 여기까지 온 건가?”

“구휼(救恤)은 나가지 않으십니까?”

“…….”

사마정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무슨 소릴 하는 건가?”

“무림맹 신의각에 계실 때는 휴가철마다 구휼을 나가셨다 들었는데. ……혹 이곳 학관으로 오신 것이 눈 밖에 났기 때문입니까?”

사마정의 얼굴이 불쾌하게 일그러졌다.

보편적으로 학관생의 자격이란 건 강호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에겐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위치다.

하나 애당초 사마정은 그런 것들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었다.

“내 뒷조사를 한 건가? 내게서 뭔가 뜯어 갈 게 있어서? 미안하네만 자네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거야.”

의원 하나가 으르렁거리는 게 우스워 보였을까.

진소운이 빙긋 웃었다.

“그럴 리가요. 다만 어떤 분인지 알고 싶어서 여쭈었던 겁니다.”

“…….”

“신의각이란 곳은 대대로 신의방의 사람들이 주로 요직을 차지하는 곳이라지요? 신의각이란 이름을 지을 때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들었습니다.”

“…….”

신의방 출신이 주로 신의각에 자리를 잡고, 서로가 이끌고 밀어주며 자신들의 세력을 단단하게 확보한다.

사마정은 아무리 노력해도 그들 사이에 스며들 수 없었다.

애당초 자신의 의술을 자신의 재력과 같은 선상에 놓는 사람들과 함께할 순 없는 노릇 아니던가.

‘새삼 스승님이 얼마나 대단하신지 여실히 느끼는 계기가 되었지.’

조금 잔잔해진 사마정이 말했다.

“그들과 함께 어울려 기루를 다니지 않고, 사재를 털어 가난한 자를 치료했으니 그들의 눈 밖에 나기에 충분했지.”

그간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답답함을 담담히 떨어지는 눈송이에 담아 내뱉는다.

“그들이 보기에 나는 아무나 도와주는, 의술을 하찮게 만드는 사람이었으니까.”

“흠…… 그럼 그 일 때문에 의약당으로 쫓겨나신 겁니까?”

사마정이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아니네. 예비 학관생들을 위한 영단을 만들었는데 그게 문제가 됐지.”

“정심단 말입니까?”

“……그걸 아나?”

“네. 제가 먹었는걸요.”

사마정이 눈꼬리가 축 처졌다.

“어땠는가?”

“훌륭하더군요.”

훌륭하다라.

잠깐 과거를 떠올린 사마정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입에 발린 말은 말게. 아까 이야기했다시피 내게서 뜯어 갈 건 없으니.”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저도 모르게, 그간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이 눈앞의 학관생에게 담담하게 내뱉고 있었다.

“들어간 약재와 조재 비용에 비해선 약효가 형편이 없었지. 그 일로 징계를 받은 것이네.”

“징계치고는 팔자가 좋으시군요.”

사마정은 찬찬히 마당을 둘러봤다.

겉보기에는 포근하게 쌓인 눈. 그러나 밟으면 무척이나 시려울 것이 분명했다.

“……누군가에겐 따스한 안식처가 누군가에겐 답답한 감옥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렇습니까?”

잠시 생각하던 진소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 생각엔 당주께서 잘못하신 거 같습니다.”

“……뭘 말하는 거지?”

“구휼(救恤) 말입니다. 그들의 입장에선 분명 비싸게 주고 배운 의술을 싸게 팔아먹었으니, 당주님이 위선자로 보이지 않았겠습니까?”

사마정의 미간이 잔뜩 일그러졌다.

“지금 저 대문 밖에서 약 한 첩을 먹지 못해 죽어가는 사람이 몇인 줄 아는가? 눈이 한번 올 때마다 손가락과 발가락을 잘라야 하는 사람은? 자네는 단지 사람을 죽이기 위해서만 검을 휘두르는 사람인가?”

말을 하는 그의 얼굴이 점차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간의 분노를 모두 쏟아내듯 진소운을 몰아붙였다.

“의술은 모두의 것이야. 돈이 있고 권력이 있고 힘이 있는 이만 치료해 줄 것이라면 대체 의술이 발전해야 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힘이 있는 자도 언젠가 힘이 빠질 테니 그때는 가차 없이 목을 베어버리면 되겠군!”

그의 외침이 사방으로 울려 퍼진 후, 다시금 찾아온 정적.

씩씩거리며 한바탕 쏟아낸 사마정은 자신이 쓸데없이 흥분을 쏟아내었다 생각했다.

진소운은 표정 변화도 없이 조용히 차를 마시고 있었으니까.

“그런 생각이시라면 무림맹에 계시면 안 되는 것 아닙니까?”

“…….”

“당장이라도 거리로 나가 사람들을 구하셔야지요.”

그리고 이내 자신이 내지른 논리에 스스로 자가당착(自家撞着)에 빠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말이 없는 사마정을 보며 진소운이 지그시 웃었다.

“그렇게 하기엔 너무 추운 날씨인가 보군요.”

“…….”

사마정은 수치심에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래. 자네 말대로 난 말만 앞선 사람이고, 위선자이네. 이제 됐나? 속이 시원해졌으면 그만 돌아가게.”

명백한 축객령에도 느긋하게 찻잔을 매만지는 진소운.

“전 아직 할 말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 상황에서 더 할 말이 있는가?”

“이 상황이기에 할 말이 있는 것이죠.”

“빨리하게.”

사마정은 분을 겨우 억누르며 채근했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이 녀석을 눈앞에서 치워버리고 싶…….

“태을문으로 오시는 것은 어떠십니까?”

“뭐?”

내가 방금 뭘 들은 거지?

사마정의 두 눈이 의아함으로 물들었다.

#

애당초 천묘신의가 학관에 와 있는 것은 예상 밖의 일이었다.

그리고 그 이유가 내가 예전에 먹은 정심단 때문이란 이야길 들으니, 그간 몰랐던 이야기의 아귀가 맞춰지는 기분이었다.

‘나중에 무림맹에서 사정사정을 해도 정심단을 만들어 주지 않았으니까.’

무림맹에서 잠시 활동하던 천묘신의는 어쩐 일인지 의원의 최고 직장이라는 무림맹을 관두고 속세로 나아갔다.

그가 이름을 떨친 건 정확히 십 년 후.

정심단을 먹은 이들이 주화입마에서 스스로 벗어나면서부터였다.

이후 사마정은 천묘신의라는 이름으로 불릴 만큼 추앙받았지만, 결코 영단은 만들어 주지 않았다.

아니, 수많은 문파와 가문들이 돈을 싸 들고 찾아가도 그들을 위한 영단은 만들어 주지 않았다.

그 십 년의 세월은 사마정으로 하여금 무림맹을 적으로 만들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이다.

“하하하…… 하하하하하핫!”

사마정이 한참 동안 웃음을 터트렸다.

흐음, 내가 한 말이 그렇게나 웃긴가?

내게 남을 웃기는 재능이 있는 줄은 또 몰랐네, 거참.

“크큭…….”

어깨까지 들썩거리며 웃던 그가 겨우 웃음을 멈추곤 내게 물었다.

“이 내가 태을문에 말인가?”

“네.”

“자네, 무림맹의 의원들이 어떤 대우를 받는지 아는가?”

“처음 칠급으로 시작해서 일반 무사들보다 더 높은 월봉을 받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내가 청산유수로 대답하자 그의 얼굴에 걸린 조소가 더더욱 짙어진다.

“그런 날더러 태을문으로 오라고?”

“저희 돈 제법 쏠쏠하게 있습니다.”

“후후……. 말이 안 통하는군. 그만 돌아가게. 자네와 이야기를 하니 머리가 다 아프군.”

일부러 그를 살살 긁었던 건, 현재의 그가 내가 아는 전생의 천묘신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가 구휼(救恤)에 힘쓰고 빈민을 돕는 것이 무림맹에서 쫓겨난 후에 시작된 일이라면, 지금으로선 어떤 조건을 내걸어도 오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본래부터 천성이 그런 사람인 듯하고.’

그렇다면 포섭하는 건 문제도 아니다.

세상에 돈으로 움직이지 않는 사람은 결국 다른 것으로 움직이니까.

“단독으로 의원을 열어드리겠습니다. 저희 태을문을 위해 일해 주시면서 동시에 구휼도 하시지요. 모든 비용은 태을문에서 대겠습니다.”

움찔.

자리를 떠나려던 사마정이 다시금 자리에 앉는다.

역시 바로 입질이 오는군. 좋아.

“그런 허황된 이야기를 내가 믿을 거라 생각하는가?”

“왜 허황된 이야기라 생각하십니까?”

“애당초 실천하기 어려운 약속이니까.”

“…….”

이 아저씨 왜 이렇게 의심이 많아?

뭐, 넙죽 받아들이는 사람보단 백 배는 더 믿음직스럽긴 하다만.

“누구나 그럴싸한 말로 이야기는 할 수 있지. 하지만 막상 자신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이들에게 돈을 쓰려고 하면 금방 아까운 마음이 드는 게 인간 본성이야.”

“그럴 수 있지요.”

“그런데 그런 자네 몇 마디 말을 믿고 태을문으로 가라고?”

여전히 의심을 끊어내지 못하는 그의 앞에, 나는 준비해 온 책을 꺼내놓았다.

“이거면 어떻습니까?”

“이게 뭔가?”

“예전에 제가 야율극을 치료한 걸 본 적이 있으시죠?”

“…….”

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는다.

애초에 나도 믿는 구석 없이 협박…… 아니, 협상 자리에 앉진 않는다.

저 침 삼키는 소리 사방으로 울리는 거 봐라. 이미 내 손안에 들어온 물고기라니까?

나는 태연하게 책의 정체를 알려주었다.

“그에 관한 의학서입니다.”

이내 사마정이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의학서를 펼친다.

만초보록을 세 개로 나눈 것 중에 하나.

그는 내가 앞에 있다는 사실도 잊은 채 정신없이 만초보록을 살펴보았다.

“이, 이건…….”

“네. 저렴한 약재를 이용해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작성해 놓은 겁니다.”

“…….”

“만초보록이라고 하더군요.”

흥분한 기색으로 연신 책을 넘겨 보던 사마정이 굳은 얼굴로 내게 물었다.

“이걸…… 주겠다고?”

“네. 원하신다면 뒷부분도 모두요.”

“어째서?”

나는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뭐, 태을문에 초빙하는 값이라고 치지요.”

“…….”

사마정은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나를 뚫어지게 봤다.

“이건…… 이건 말도 안 되는 의학서네. 여기에 나온 것들 중 절반만 실제로 다 이뤄져도 의술의 판도를 바꿀 거란 말일세.”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어쩌면 무림맹은 그런 혼란을 두려워해서 이 책을 꽁꽁 숨겨두었던 건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런 좋은 의술을 직접 쓰지 않는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 있는가.

더구나 정마대전 때 모두 소실될 거라면 그야말로 아끼다 똥 되는 격.

나는 사마정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걸 의원님께서 하시면 되는 겁니다.”

“……진짜 내가 이걸 써도 상관없다고?”

“네. 그러라고 드리는 거니까요. 아, 물론 세상에 발표하는 건 조금씩 조금씩 서서히 진행하셔야지요. 단박에 내질렀다간 신의방이나 당가 같은 곳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요.”

사마정은 한참이나 입을 꾸욱 다물고 있었다.

그러다 조심스레 내게 물어온다.

“그 대가로 내게 바라는 건 태을문의 의원직인가?”

에이, 설마 그것만 있을 리가.

“하나 더 있습니다.”

사마정이 도저히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 의원님을 신의각에서 쫓겨나게 만든 영단 있지 않습니까?”

“응?”

나는 그를 바라보며 상큼하게 웃었다.

“그것 좀 더 만들어 주십시오.”

내 말이 끝나자마자, 사마정이 기함하는 표정을 지었다.

에이, 뭘 그리 놀라시고 그러나.

“정심단. 효과가 아주 좋더군요.”

그러니까 한번 미친 듯이 찍어내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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