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모든 걸 기억하는 천재무사-286화 (286/357)

286. <기회를 가질 자격(2)>

[포기할 거냐, 포기하지 않을 거냐는 옳은 질문이 아니야. 시도하는 건 변하지 않을 테니.]

진소운이 남긴 말은 이틀째 철순직의 머리에 잔상을 남겼다.

진소운이 뛰어난 이란 건 알고 있다.

학관 최고 고수라 불리는 일각을 상대로 비무에서 승리를 거뒀고, 실전 전략전술 시험에서 열세의 부대를 이끌고 결국 승리를 거머쥐었다.

하지만 그것이 태을문의 절대적 무력이 높다는 걸 의미하진 않는다.

어디까지나 그가 가진 순발력과 임기응변, 적응력과 활용력 등 보조적으로 사용되는 능력을 극대화하여 원하는 것을 얻는다고 볼 수 있다.

일례로 진소운이 일각을 상대로 비무에서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과연 다른 태을문 제자들이 일각과의 비무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고민할 필요조차 없지.’

일각의 승리가 확실하다.

태을문의 무공과 소림의 무공은 비견될 수조차 없다.

그런 면에서 진소운은 자신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절대적 지표에서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

이는 어디까지나 진소운 개인의 역량에 기대는 것이다.

문파와 문파, 세력과 세력이 맞붙는 세계로 나가면 개인의 특별한 능력이란 변수는 그 영향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으니.

그렇기에 너무도 당연한 말을 하듯 태연자약한 그의 얼굴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그리고 또 다른 의문이 피어난다.

[진소운은 과연 종남을 상대할 수 있는가?]

역사적으로 보아도 현재의 세력 규모로 보아도 격차가 분명한 두 집단.

더구나 지금은 종남이 자파의 무력을 극한까지 끌어온 상황.

대체 태을문 제자 다섯이서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왜일까.

한편으론 기대가 되기도 했다.

진소운이 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다른 말로 하면…….

‘나도 할 수 있다는 증명이니.’

묘한 기대감이 마음속에 차오른다.

기대, 기대라…….

‘훗,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상념에 빠져있던 철순직이 피식 웃음을 짓는다.

몇 번 당하더니 이젠 상대를 우상화하는 지경에 이르렀는가.

아둔한 이들이나 할 법한 짓을 자신이 하고 있다니.

그는 학관에 들어온 뒤로 자신의 마음이 조금 흐트러졌다 생각했다.

그때.

“으음?”

검에 기대어 사색에 빠져 있던 철순직이 고개를 들었다.

사위는 어둡고, 밤새 타오르던 횃불도 점점 그 불씨가 죽어간다.

달의 위치를 살피니 아직 인시(人時).

종남에 항의를 하던 이들도 잠에 빠져들어 있어야 할 시간이건만.

‘사람?’

철순직은 몸을 기대었던 바위에서 일어나 기감을 넓혔다.

그러자 산을 오르고 있는 이들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더구나 한두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기척이 늘고 있다?’

대략 느껴지는 것만 수십.

이들은 이 밤중에 은밀하게 움직이면서 자신들의 기척이나 발걸음을 숨길 생각도 없어 보였다.

아니, 되려 이야기를 나누거나 소리를 지르는 자들도 있었다.

‘기습인가?’

불만이 가득 쌓여 대규모 접전이 일어나는 것은 철순직이 예상한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종남의 속가들에게로 번질 테니.

철순직이 자리에서 일어나 종남 의 막사로 향하자, 졸고 있던 철현직이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순직아, 무슨 일이냐?”

“사람들이 모이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이 밤에?”

철순직은 살짝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혹시 모르니 일단 대비를 해야 할 듯합니다.”

“알았다, 같이 가자.”

철순직이 종남의 막사에 도착하자 번을 서던 제자의 눈초리가 날카로워졌다.

“뭐지?”

“당주님을 뵐 수 있겠습니까?”

철순직과는 얼마 차이 나지 않는 나이대의 제자.

그는 이번 학관 시험에서 탈락했다.

그 때문일까.

“무슨 일이 때문에?”

종남의 제자는 철순직에게 전혀 호의적이지 않았다.

‘아니, 본래 속가에게 이리 대하는 게 이들에겐 당연한지도.’

철순직은 조소를 삼키며 고개를 숙였다.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산?”

“네. 자신들의 기척을 숨기지도 않는 걸 보니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같군요.”

종남의 제자는 피식 웃음을 내비쳤다.

“지들이 꿍꿍이가 있어 봤자지.”

있는 자들의 특권. 자만.

“당주님께 보고 드려도 되겠습니까?”

“이깟 일로 당주님을 깨우는 게 가당키나 하다고 생각하나?”

“……만약 저들이 무력항쟁을 하는 거라면…….”

“설마 종남이 저들에게 밀릴 거라 생각하는 건가? 감히?”

그리고 있는 자들을 무너지게 만드는 것 역시, 자만.

철순직은 다시금 속으로 고소를 삼켰다.

그렇게 그가 종남의 제자와 의미없는 말씨름을 하고 있을 때.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번개가 연달아 터진 듯 온 세상이 순간적으로 밝아졌다.

“뭐, 뭐야!”

“습격이냐?”

“모두 깨워!”

마치 벽력탄이 터진 듯 불온하기 짝이 없는 폭발음에 잠을 자던 이들이 신경을 곤두세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중엔 총책임자인 구궁당주 공손수도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파악해라!”

그의 명령과 함께 일단의 제자들이 폭발음이 일어난 곳으로 뛰어갔고, 더러는 나무 위로 올라가 주당산 전체를 살폈다.

역시나 훈련이 잘된 문파의 제자들답게 보고는 빨랐다.

“사람들이 주당산을 오르고 있습니다!”

“폭발음이 일어난 곳에 커다란 굴이 생겼습니다.”

“들리는 말로는 천동굴에 들어가는 새로운 입구라고 합니다.”

보고를 들은 공손수의 눈에 핏발이 섰다.

“뭐얏! 입구라니! 대체 일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너희들은 뭘 하고 있었던 게냐! 인시(人時) 번을 서던 이가 누구냐!”

철순직과 대적하던 종남의 제자가 서슬 퍼런 기세에 벌벌 떨며 앞으로 나왔다.

“죄, 죄송합니다. 전 막사 인근을 챙기느라…… 주, 죽현방! 죽현방이 접근하는 이들을 경계하는 임무를 맡았습니다.”

이 웃기지도 않는 사태에 철순직이 진실을 고하려 앞으로 나서려는 사이.

‘응?’

철현직이 그의 손을 잡아 멈춰 세우곤 대신 앞으로 나섰다.

“죄송합니다. 당주님.”

철현직이 고개를 깊게 숙였지만 돌아오는 건 날카로운 손속이었다.

짝!

“이깟 단순한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한 너희가 종남의 속가라고?!”

철현직은 벌겋게 달아오른 볼을 매만지며 다시금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저희의 공부가 얕아 접근하는 이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공손수는 끓어오르는 분을 참아내지 못하는 표정이었지만, 시간이 그를 허락하지 않았다.

“가자!”

“오령선화유는 내 꺼다!”

“종남이 지키지 않는 입구다!”

폭발음이 이어진 뒤로 마치 대낮이라도 된 듯 주당산 사방에서 함성과 기합이 터져 나왔으니까.

공손수는 입술을 한 차례 짓씹고는 뒤돌아섰다.

“당장! 막아! 저들이 천동굴 내부로 들어가게 둬선 안 된다!”

그 명령에 죽현방을 비롯한 두 개의 속가무문과 구궁당의 인원 서른 명이 새로 생긴 입구로 향했다.

하지만.

“이런…….”

이미 입구 안으로 진입 중인 인파는 숫자를 세기 힘들 정도.

“막아라!”

뒤늦게 나타난 종남의 세력들이 산을 오르는 이들을 막아보려 하지만.

“당장 멈…… 으윽!”

이미 많은 인원이 동굴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더 이상 종남의 행태에 참지 않았다.

모두가 못 들어갔다면 모를까.

이미 들어간 이들이 있다면 그건 또 이야기가 달라지니까.

채채채채채채챙!

“비켜! 새끼들아! 지도에 금전 스무 냥이나 썼다고!”

“오령선화유가 네놈들 꺼냐! 우리도 가질 수 있다!”

“제껴! 종남이라고 해봤자 대부분 속가들이야!”

군중 심리라는 건 개인의 두려움을 감추기에 충분했다.

종남 앞에서 감히 시선도 마주치지 못했던 이들이, 지금은 너 나 할 것 없이 검을 들고 달려들기 시작했다.

부지불식간에 시작된 전투는 종남의 제자들에게도 당황스럽기 그지 없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종남의 속가들은 이번 사태에서 아무것도 얻을 게 없는 상황.

그들은 자연히 전투에 수동적으로 임하였고, 그로 인해 입구 일대에 난전이 벌어졌다.

그 사이엔 철순직과 그의 형도 함께였다.

“순직아, 사람들이 들어간다.”

철현직의 보고에, 가볍게 검을 휘두르며 슬슬 뒤로 물러서던 철순직이 시선을 돌렸다.

난전을 틈타 새로 생긴 입구로 사람들이 하나둘 들어가는 게 보였다.

“…….”

이어 숫자로 밀어붙이는 인파에 의해 종남 제자들이 입구 반대편으로 완전히 밀려나자, 동굴로 진입하는 이들의 숫자가 확연히 늘었다.

안으로 들어가려면 지금이 적기였다.

철순직은 형을 바라보았다.

“형님.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응?”

동생의 시선이 이내 천동굴 입구로 향하자 철현직이 기겁해 소리쳤다.

“무슨 소리냐! 저길 함부로 들어갔다가 어떤 경을 칠 줄 알고……!”

그는 난전 속에서도 동생의 옷자락을 꽈악 붙들었다.

그 아귀힘에, 철순직의 시선이 다시금 형에게로 향했다.

벌겋게 부어오른 볼.

이 오밤중에도 어지간히 선명하게 보이는군.

철순직은 형의 손을 떨어냈다.

“……확인해야 할 것이 있어서 말입니다.”

“확인?”

“네. 다녀온 후에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러곤 곧장 새로 생긴 입구로 몸을 날렸다.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작금 벌어진 사태는 치밀한 계획하에 이뤄졌으리라.

그리고 자연히 한 사람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포기할 거냐, 포기하지 않을 거냐는 옳은 질문이 아니야. 시도하는 건 변하지 않을 테니.]

[종남 놈들. 어디 한번 가보자고.]

비열한 표정으로 ‘끌끌끌’ 웃음을 흘리는 진소운.

보고 싶었다.

그가 정말로 말도 안 되는 결과를 이뤄낼 수 있는지.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

천동굴에 새로운 입구가 열렸다는 사실을 알아챈 무인들이 천동굴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사이.

새로운 입구의 존재를 전혀 모르고 있던 서안의 무인들도 하나둘 주당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큰 소음과 폭발.

이 두 가지만으로도 기대감이 한껏 부풀었으니까.

빌어먹을 종남 새끼들이 여전히 꽉 막힌 변비마냥 입구를 틀어막고 있다면 이런 소란이 벌어질 리가 없을 것 아닌가.

그렇게 주당산에 오른 무사들은 난장판이 된 상황에 한껏 흥분하여 스스로 그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사이, 새로운 입구를 대비하지 못했던 종남 측은 급히 제자들을 차출하여 새로운 입구를 막으려 시도했고.

“틈! 틈이 보인다……!”

그 때문에 기존에 막고 있던 입구도 뚫리기 시작했다.

“쳐! 어차피 누가 누군지 몰라!”

“숫자로 밀어붙여!”

“가즈아아아!”

한편, 종남의 행사에 차가운 구정물을 끼얹고 종남파 무사들에게 똥맛이 뭔지 알려준 진소운의 사제들은 새롭게 생긴 세 번째 입구 정반대편에서 삽질을 하고 있었다.

“형! 뭔가 일이 난 것 같은데?”

놀란 토끼 눈이 되어선 손을 멈춘 은호.

그를 바라보던 금표의 표정이 딱딱하게 변한다.

이 새끼가 또 잔대가리를 굴리네?

“이은호, 손 안 움직이냐?”

“……아니, 뭔가 일이 생긴 것 같다니까?”

그러자 옆에서 사련도 찌릿 눈빛을 보낸다.

“사제, 빨리 움직이지? 점점 뒤처지고 있잖아.”

홍사련까지 나서자 은호는 결국 다시금 고개를 숙이고 삽질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아니, 진짜 무슨 일이 난 걸 수도 있는데. 왜들 이리 괴팍하단 말인가.

분명 저 대사형과 함께 다닌 탓에 성격이 괴팍해진 게 분명하다.

슬쩍 고개를 돌리니, 진소운이 쪼그려 앉은 채 육포를 뜯어 먹고 있었다.

어, 저 모습 되게 익숙한데…… 흐음…….

“아.”

어디서 봤나 했더니, 어린 시절 동네 골목에서 길을 막고 삥을 뜯던 왈패가 딱 저랬다.

‘아무리 봐도 경력직 같은데…….’

다른 문파들의 대사형이라면 그래도 다들 반듯하고 꼿꼿한 모습을 보이려 하는데.

우리 대사형은 항시 제대로 서 있는 모습 한 번을 못 보네.

“은호야.”

“네넷!”

“손이 느리다.”

“…….”

더구나 입구를 크게 뚫어놓고선 왜 우리는 삽질까지 해서 천동굴 안으로 들어가느냔 말이다.

은호는 답답함에 울분을 삭이면서도 미친 듯이 삽질을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사형이 지시한 대로 딱 이 장만큼 산속으로 파고들어간 땅굴이 만들어졌다.

“헥헥…….”

“사형…… 다 했습니다.”

“으아! 이건 검 휘두르는 거랑 또 다르네…….”

네 사제가 땅바닥에 널브러지자, 뒤쪽에서 쪼그리고 앉아있던 진소운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러곤.

툭툭.

“으으……”

……사제들을 발로 어루만져(?) 주었다.

“거 조금 삽질했다고 빌빌거리긴. 그러고도 니들이 태을문의 문도냐?”

지는 계속 앉아있었으면서……!

아니, 애당초 태을문의 문도와 삽질이 뭔 상관이 있는데?

의문이 목 끝까지 솟구쳤지만, 그보다 먼저 차오르는 숨 때문에 질문하기를 관두는 사제들이었다.

“아이고, 태을검제님께서 하늘에서 얼마나 슬퍼하실꼬, 쯧쯧.”

“……사형, 왜 굳이 따로 굴을 파라는 겁니까? 이미 사형이 커다란 입구를 만들었잖아요.”

사련의 질문에, 하늘을 바라보며 곡을 하던 진소운이 뭘 당연한 걸 묻냐는 투로 툭 내뱉었다.

“남의 집에 몰래 들어갈 땐 개들에게 고기를 줘야 하는 거니까.”

“네?”

“성동격서(聲東擊西) 몰라? 애먼 데서 소란이 일어야 우리한테 신경을 안 쓰지.”

와, 우리 대사형이 알고보니 뒷골목 왈패가 아니라 도둑놈이었다니.

……이걸 좋아해야 하나?

도둑놈 진소운의 유려한 말이 이어진다.

“종남은 무인들을 신경 쓰느라 우릴 신경 쓰지 못할 테니 좋고, 이 동네 모인 무인들은 기회를 가지니 좋고. 이게 바로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아니겠느냐?”

대신 종남은 불알 맞았는데 뒤통수까지 맞는 심정이겠지.

우리 대사형이긴 하지만 진짜 머리가 비상하다 못해 사기꾼 같…….

“응? 은호야, 너 왜 그런 눈으로 보냐?”

“네? 뭐가요?”

“흐음, 뭔가 경멸스런 걸 보는 표정인데.”

……눈치로도 세상 제일가는 기재로다.

은호는 서둘러 고개를 살짝 숙였다.

“헤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금과옥조(金科玉條)와 같은 대사형의 말을 하나라도 더 기억하려 애쓰는 중입니다.”

“흐음? 그래?”

이내 진소운이 왠지 기분 좋아 보이는 표정으로 땅굴 끝자락에 섰다.

“시간이 이 정도 흘렀으니 천동굴 내의 종남 제자들도 외부 침입자가 발생한 사실을 파악했을 거다. 그러니 이쪽엔 아무도 없겠지.”

이윽고 양손에 내공을 모으고는.

연속으로 동굴 벽면을 향해 뻗어내기 시작했다.

퍽! 퍽! 퍽! 퍽!

그가 손을 휘두를 때마다 태을문의 이전 무공인 대양장이 뻗어나간다.

파괴력도 별로고 속도도 별로인 대양장.

그러나 지금만큼은 큰 소음 없이 벽을 파낼 수 있는 최고의 무공이다.

“소란을 틈타, 우린 조용히 천동굴에 숨어들어 오령선화유만 가져오면 그만이다.”

진소운은 말을 하면서도 연신 굴에 장력을 날렸다.

사제들은 얼굴에 흙덩이가 튀는 것도 상관없다는 듯, 쉬지 않고 장력을 날려대는 진소운의 신위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태을검제의 무공이 돌아오기 전 대양장은 태을문 내에서도 내공 소모가 큰 무공 중에 하나였으니.

그 신위를 본 사제들의 머릿속이 저마다 복잡해졌다.

‘아까의 그 장력도 그렇고…… 대체 내공이 얼마나 되는 거지?’

‘무공만으로도 이미 실력이 충분한 거 같은데, 잔머리는 왜 계속 굴리는 걸까?’

‘대사형이랑 적이 되면…… 으! 절대 안 된다! 힘든 정도가 아니라 영혼이 탈곡될 거 같으니…….’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퍽! 쿠르릉.

이쪽으로 날아들던 흙더미가 어느새 반대쪽으로 넘어가 무너졌다.

진소운의 생각대로 정확히 천동굴과 연결된 것이었다.

진소운이 사제들을 돌아보며 씨익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보았느냐? 이게 바로 병법이란 것이다.”

되게 이상하지만, 멋있고.

멋있긴 한데 한편으론 미친놈 같…… 아니, 이상하고.

네 사제들은 얼른 머리를 흔들어 불경한 생각을 털어냈다.

그 속을 알 리 없는 진소운이 멋있는 손짓으로 진입을 명하고.

그를 따라 사제들이 드디어 천동굴에 입장했다.

그런데.

“응?! 치, 침입자다!”

“아니, 여길 어떻게?!”

“다들 깨워!”

……이게 뭔 상황이야?

그들이 들어선 곳엔 이미 종남의 제자 여섯 명이 자리를 펴고 잠을 자고 있었다.

“…….”

“…….”

“…….”

“…….”

‘병법이 뭐 어쩌고 저째?’

‘서엉도옹겨어억서?’

‘소란을 틈타? 소란을 일으키는 게 아니고?’

이 어처구니없는 사태에 네 명의 사제들이 일제히 진소운을 쌜쭉한 눈으로 바라보지만…….

“……뭐 해? 당장 가서 제압하지 않고.”

대사형 진소운은 애써 그 시선들을 무시하며 가장 먼저 앞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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