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모든 걸 기억하는 천재무사-308화 (308/357)

308. <악의 불씨>

전등문.

오 년 전 하남성에서 활동하던 전광도 오일식이 황천현에 세운 문파다.

무사보단 표사로서 이름을 더 날리던 이였기에, 무관으로 시작했지만 표사를 지망하는 이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어느 순간 문파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등고현은?”

다른 이들도 똑같이 폭혈단을 먹었지만, 마인으로 변한 이는 등고현뿐이었다.

잠혈단을 먹으려는 것을 막고 한참을 기다렸지만, 이후 마인으로 변하는 전등문의 무사는 없었다.

그렇다면 등고현에게만 뭔가 특별한 게 있다는 이야기인데.

“등고현은 오일식이 처음부터 데리고 다니던 제자였습니다.”

“처음부터?”

“네. 표행을 하던 중에 부모를 잃고 홀로 남은 아이를 거둔 거라 하더군요. 그래서 오일식이 각별히 아꼈다고 합니다.”

“오일식이 그 청성의 속가문파의 제자였던 건 사실인가?”

독아검이 고개를 끄덕였다.

“풍향문의 제자인 건 맞습니다. 본래 검을 쓸 땐 그리 이름을 날리지 못했는데 도를 들면서 전광도라는 별호도 얻었으니까요.”

그렇다면 마공을 얻은 이후에 도를 들기 시작한 것일까?

처음엔 나 때문에 무언가 바뀐 건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듣자 하니 그건 또 아니었다.

내가 회귀하기 전에 오일식은 이미 전광도로 활약을 했다고 하니.

여기서부터 머리가 복잡해지는데.

내가 본 무림맹의 모든 보고서 어디에도 백도 진영에 마공을 익힌 자가 있었다는 보고는 없었다.

‘몰랐던 건가? 아니면 숨겼던 건가?’

운이 좋으면 우연히 마공을 익힌 놈이 재수 없어서 나를 만난 것이지만 운이 나쁘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군.’

가뜩이나 정마대전에서 마교에게 처발리는 와중에 내부에는 마인이 숨어 있었다는 것 아닌가.

근데 또 모르겠는 게 정작 등고현은 자신이 마공을 익힌 줄 모르는 눈치였다.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람.

“도착했습니다.”

독아검의 말에 고개를 들자 번듯한 현판이 눈에 들어왔다.

‘전등문’

등고현이 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일까?

정문은 활짝 열려 있고, 무장을 한 무사들이 정렬해 있다.

내가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독아검이 나를 붙잡았다.

“호, 혼자 들어가실 생각이십니까?”

근데 얘는 왜 아까부터 계속 존댓말을 하지?

나는 그의 손을 쳐내며 말했다.

“그럼 내가 독아문도들을 이끌고 들어갈까?”

“……!”

뭐야, 얘 왜 이래.

시답지 않은 물음에 대답을 했을 뿐인데, 이 흉악하게 생긴 놈이 왠지 감동받은 표정을 지었다.

“제, 제가 함께하겠습니다.”

“그러든지.”

양측으로 정렬한 전등문도 사이를 걸어 안으로 들어서자 단상 위 의자에 앉은 중년인이 무감한 눈빛으로 독아검을 응시했다.

“현이는…… 어찌 되었지?”

“흐흐. 어찌 되었을 것 같으냐.”

독아검은 어쩐지 악당 같은 말투로 대답을 했다.

중년인…… 그러니까 오일식으로 추정되는 이가 미간을 찌푸렸다.

“현이가 죽은 건가?”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표정.

그제야 오일식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현이가 죽은 건 독아검 때문이 아니었군.”

애착하는 제자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음에도 어쩐지 짜증 이외엔 별다른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오일식의 얼굴.

“그대는 누구이지?”

나는 오일식의 표정을 본 순간 확신했다.

“진소운입니다.”

놈이 마공에 대해 알고 있음을.

#

“진소운이라면……. 흑염룡 진소운 말인가?”

오일식은 여전히 미간을 펴지 않은 채 질문을 이어갔다.

“분명 무림학관의 수석이라 들었는데. 어찌 흑도놈들이랑 있는 건가. 진짜 흑도놈들이랑 내통을 하는 건가?”

나는 우선 포권을 쥐었다.

“우선 문주님께 여쭙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문주라……. 나를 죽일 듯 노려보면서 예를 차리는 건가?”

“눈빛은 이해해 주십시오. 지금 감정이 주체가 되지 않아서 말입니다.”

역시나 조금도 흐트러짐도 없는 표정.

“그래, 이 중대한 순간에 할 질문이란 게 뭐지?”

나는 그의 두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정말 등고현이 이길 거라 확신하고 독아문에 보내신 겁니까?”

은은하게 퍼지는 오일식의 살기는 그의 실력이 독아검을 상회함을 알려준다.

오일식 정도라면 독아검과 등고현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안목이 있었을 터.

그럼에도 등고현을 소수의 인원만 동원시켜 독아문에 보냈다는 것이 쉬이 납득이 가지 않았다.

“내가 보낸 게 아닐세. 현이 그 아이가 스스로 간 거지.”

처음 거둔 자식 같은 아이가 사지에 들어가겠다는데 그냥 뒀다?

이렇게 빠져나가려는 건가?

“등고현이 죽을 걸 알면서도 말입니까?”

“현이는…… 죽었는가?”

“네.”

“혹시 자네가 죽인 건가?”

오일식의 눈빛이 처음으로 사나워졌다.

“대답 잘해야 할 걸세. 직접적이진 않지만 난 청성에 연을 대고 있으니.”

쉽사리 믿기진 않는다.

청성파 속가의 속가 정도라면, 이건 뭐 거의 남이잖아.

하지만 그가 믿는 구석은, 어찌 되었든 청성과 연이 닿아 있다는 점이겠지.

청성과 연이 있든 없든 어쨌든 난 지금 확신하거든.

“글쎄요. 문주님께서 대답을 잘하셔야 할 겁니다.”

이제야 표정이 조금 흐트러지네.

“제가 등고현에게서 특이한 것을 보았거든요.”

오일식은 알고 있었다.

마공을 익힌 등고현이 절대 독아검에게 질 리 없다는 것을.

그랬기에 그가 사지에 들어감에도 말리지 않았겠지.

그가 예측하지 못했던 건…….

“특이한 것?”

바로 나란 존재.

“하나 더 여쭙지요. 혹 등고현에게 가르친 무공을, 다른 이들에게도 전수했습니까?”

잠시간 오일식의 눈가가 파르르 떨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무슨…… 소리지?”

“실력이 부족한 등고현이 독아문에 쳐들어갔음에도 말리지 않았다는 건 분명 믿는 무언가가 있었던 것이겠죠?”

나는 오일식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으며 나직이 말했다.

“마공 입니까?”

“…….”

오일식에게선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무거운 침묵이 한참이나 계속되었다.

그리고.

“……하핫!”

처음으로 오일식이 웃음을 보였다.

눈동자는 웃지 않는 건조한 웃음이었다.

“진소운이란 아이의 교활함이 어지간한 흑도 못지않아 흑염룡이란 별호가 붙었다더니, 그게 사실이었…….”

“닥쳐라!”

그때, 갑자기 독아검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흑염룡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넌 뭔데 갑자기 나서……?

내가 어처구니없는 심경으로 뒤로 밀쳐내자, 씩씩거리며 뒤로 물러나는 독아검.

다시금 오일식이 입을 연다.

“그래……. 등고현의 죽음을 금공으로 덮을 생각인가?”

마치 상대의 수를 다 꿰뚫고 있다는 듯 말한다.

“무림학관 수석은 운으로 된 건 아니군. 정말이지 영민하다고 해야 하나.”

그의 칭찬은 그리 유쾌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게 과연 통할 거라 생각하는가?”

“등고현에게선 이미 증거가 나왔으니 제 안위에 대한 걱정은 덜어 주시고. 문주님 이야기를 하죠. 마공은 어떻게 익히셨습니까?”

“우습군. 백도 무림을 떠받치는 기둥이 한다는 짓이 고작 누명으로 제 흉을 감추는 거라니.”

“이야기하실 생각이 없으시군요.”

나는 내 뒤에 서 있는 독아검에게 손을 내밀었다.

“네?”

아니, 왜 이리 눈치가 없지?

“폭혈단 남은 거 달라고.”

“아, 예. 말씀을 하시지.”

이 새끼 혀가 왜 이렇게 길어.

나는 건네받은 폭혈단을 오일식에게 보이며 요구했다.

“이거 한번 먹어봐 주시겠습니까?”

“……하는 짓 하나하나가 다 우습구나.”

조소를 흘린 오일식이 몸을 일으킨다.

“다들 들었느냐, 저자가 우리 전등문에게 누명을 씌워 멸문을 시키겠다는구나.”

그러자.

채채채채채채챙!

“전등문은 영원하다!”

양쪽의 전등문 문도들이 일제히 검을 뽑아 들었다.

살벌한 기세에 독아검이 내 뒤에서 발을 동동 구른다.

“흐, 흑염룡 공자님. 이제 어떻게 합니까?”

뭘 어떻게 해. 차근차근 처리해야지.

스르릉.

내가 적광검을 뽑아 들자 독아검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

채채채채챙!

도와 검이 맞부딪치면서 불꽃이 튄다.

손이 아플 만도 한데 문도들은 그런 내색이 일절 없다.

“죽어라!”

살기를 풀풀 풍기며 달려드는 이에게 발을 내뻗었다.

퍽!

포탄처럼 날아가는 이를 잡기 위해 전등문의 문도 둘이 달려드는데.

많은 내공을 실어서인지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셋이서 나란히 벽에 처박혔다.

눈물 나는 전우애네.

아직 누가 마공을 익혔는지 알 수 없었기에 검날을 돌렸다.

그렇다고 불리한 상황이 된 것은 아니었다.

때론 검날보다 검면이 더 아플 수도 있는 거니까.

촤악, 촤악!

마치 날카로운 채찍에 맞은 듯 상처를 부여잡고 쓰러지는 전등문의 문도들.

“모두 모여라!”

이윽고 검진을 짜서 덤벼들기 시작했다.

형태는 청성의 것을 따라 했지만 조금 다르다.

청성의 검진은 청성파의 검법을 따라 흐르는 바람처럼 자유로운 것이 특징인데 이건 조금 더 목적이 분명해 보인다.

공방의 균형을 맞추는 검진의 모습이 아닌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공격에 더 신경을 쓴 모양새.

‘애당초 희생을 감수하고 만든 검진이라…….’

이런 검진이 과연 제대로 구동될까 싶었지만.

“크악! 전등문은 영원하다!”

다른 이를 위해 스스로 몸을 던지는 전등문도를 보니 제대로 구동되긴 하는 것 같았다.

‘최소한 잡배들을 모아놓은 흑도보단 낫군.’

그렇게 스물에 가까운 전등문도들을 무력화시켰을 때쯤.

문득 이상함이 느껴졌다.

‘왜 공포를 느끼지 않는 거지?’

혹여 피를 보지 않은 탓인가 싶어 일부러 날을 세워 공격을 해보았다.

촤악!

촤악!

중상은 아니지만, 목숨의 위협은 충분히 느껴질 만한 공격들.

전등문 바닥에 깔린 대리석들은 금방 피로 물들었다.

그런데.

“저, 전등문은 영원하다!”

“전등문은 영원하다!”

쓰러지는 놈도.

쓰러지는 놈을 보면서 도를 치켜드는 놈들도 도통 물러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근데 왜 저 좆 같은 구호를 계속 외치는 거지?

‘기이하군.’

흔히 무공을 익히면 세상 무서운 것이 없어지는 줄 알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자신의 힘이 어느 수준인지를 알게 되면, 오히려 강호가 더욱 가혹하고 두렵게 느껴지는 법이다.

그런데 전등문의 문도들에겐 그게 없었다.

이상함을 느끼고 오일식을 바라보자 그가 여전히 무감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살초를 쓰지 않는 걸 보니 후환이 두려운가 보군.”

저 마인 새끼가.

나는 곧장 바닥을 박차고 오일식에게 달려갔다.

“뭐래는 거야!”

그런데.

츠츠츳.

오일식의 신형이 어느새 문도들 사이에 서 있는 것 아닌가.

“내 비록 무력으로써 위명을 날리진 못했지만, 발 하나는 자신이 있지.”

이 새끼가.

나는 곧장 태을팔만신보를 밟았다.

츠츠츳!

다섯 개의 환영이 남으며 곧장 놈을 쫓았다.

전등문도들이 환영에 도를 휘두르는 사이, 지근거리까지 다가가 놈에게 적광검을 휘두르는 순간.

“흡!”

놈이 문도의 머리채를 잡아 내밀어 적광검을 방어했다.

퍽!

적광검의 검면을 머리로 받아낸 문도는 그대로 눈깔을 뒤집어 까며 혼절했다.

“저, 전등문…… 영원…….”

그사이 오일식은 반대편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이런…… 또 귀한 문도가 쓰러졌군. 이러다 전등문이 멸문하겠어.”

혼잣말 같은 오일식의 외침과 함께 전등문도들이 일제히 품 안에서 단환을 꺼내기 시작했다.

“미친…….”

그러곤 주저 없이 폭혈단을 집어삼킨다.

퍼퍼퍼퍼퍼퍼퍼퍼펑!

사방에서 무복이 부풀어 오르는 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하얀 김을 뿜어내는 이들이 죽어라 달려들기 시작했다.

“전등문은 영원하다!”

“전등문은 영원하다!”

그 좆 같은 구호를 외치며.

#

독아문에 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독아문에선 분명 백 초식의 한계를 스스로 인지하고 조절을 해가면서 덤벼들었다.

그런데.

“크아아악!”

“죽어!”

“전등문은 영원하다!”

전등문 놈들은 지금 제 안위 따윈 개의치 않고 미친 듯이 덤벼들고 있었다.

퍼퍽! 퍼퍼퍽!

만화무적권이 펼쳐지며 일 초식에 세 명이 피를 토하며 쓰러진다.

하지만 폭혈단을 먹은 놈들은 입가를 쓰윽 닦고선 다시금 일어서길 반복한다.

이번엔 힘을 더 주어 팔과 다리를 부러뜨렸다.

빡! 빡!

“저, 전등문!!!”

“전등문은 영원하다!”

하지만 비명 대신 또다시 좆같은 구호를 외치며 다시 일어나려 한다.

씨발, 진짜…….

무력의 차이는 명백하지만 그 집념에 소름이 돋는다.

놈들은 필사적이다.

마치 무언가 제 목숨보다 더 귀한 것을 지키기 위해 몸을 불사르는 것처…….

‘지킨다?’

문도들 사이에서 유유자적한 모습으로 우뚝 서 있는 오일식과 눈이 마주쳤다.

놈이 미소를 보였다.

“왜? 이제 좀 두렵나?”

그가 자신의 문도 한 명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내게 묻는다.

“이런 숭고한 정신을 가진 백도인을 자네가 죽일 수 있겠는가?”

놈은 그 말을 하고 문도들 사이로 몸을 숨겼다.

기감을 펼쳐 놈을 찾으려는 순간.

“으아아악!”

전등문도 하나가 동귀어진을 각오한 듯 내게로 달려들었다.

문도의 도를 피한 후 주먹을 내지르는 순간.

푸욱!

갑작스레 문도의 배를 뚫고 도가 튀어나왔다.

아슬아슬하게 몸을 뒤튼 탓에 상처는 없었지만, 옷자락이 길게 찢겨 나갔다.

더욱 놀라운 일은 그 뒤에 이어졌다.

“커흑! 저, 전등문은 영원하……다!”

배가 꿰뚫린 문도가 눈을 번쩍 뜨더니 다시금 제 손에 들린 도를 휘둘렀던 것.

‘……이 새끼!’

머리를 쪼갤 듯 내려찍는 도를 억지로 흘리고 바닥을 뒹굴었다.

머리 위로 들려오는 건조한 목소리.

“무림학관 수석이 나려타곤이라니……. 세상 말세군.”

고개를 들어보니.

문도의 배에서 도를 꺼낸 오일식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었다.

쓰러진 문도에겐 눈길도 주지 않는다.

문주의 손에 죽음을 맞이한 문도는 죽는 순간까지도 제 주인에게 복종하는 양 오일식을 간절히 바라보고 있었다.

“어떤가. 이제라도 얌전히 돌아가서 자네의 일상을 사는 것이.”

“하…….”

어이가 없다.

문도 사이를 쏘다니던 그 보법.

목적을 위해서라면 동료의 목숨을 희생하는 것도 전혀 개의치 않는 행동.

굳이 검은 눈깔을 보지 않아도 즐거는 확실하다.

놈이 마인이라는 증거.

눈앞에서 마인의 모습을 보여놓고 돌아가라고?

미안하지만, 그럴 생각 따윈 없다고.

나는 손에 쥐고 있던 폭혈단을 짓이겨 버렸다.

단환으로 뭉쳐 있던 폭혈단이 가루가 되어 바닥으로 흩어 떨어졌다.

“그래. 잘 생각했네.”

폭혈단을 버린 게 놈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간 것인지, 놈이 활짝 웃음을 내보였다.

나도 놈을 향해 웃어주었다.

“병신. 놀구 있네.”

“……응?”

“이제 필요 없어서 버린 것뿐이야.”

“…….”

이제 좀 볼 만한 표정이네.

여태까지 여유 부리는 거 역겨웠거든.

“마인인 게 확인되었으니 이제 증거는 필요 없어.”

“그게 무슨…….”

나는 곧장 놈에게 짓쳐 들었다.

열 명에 달하는 인원들이 온몸으로 막아섰지만, 뭐 어쩌라고.

퍼퍼펑!

공기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달려들었던 열 놈이 포탄처럼 날아갔다.

무슨 짓을 벌였는진 모르겠지만, 전등문도들은 오일식을 제 목숨보다 더 소중하게 대하고 있었다.

안타깝지만 이놈들의 안위를 걱정할 때가 아니다.

여기서 오일식을 놓치면 더 많은 피해자가 생길 테니까.

빗장이 풀린 이상 주저할 필요가 없었다.

촤악!

“끄어억!”

손목이 잘린 문도가 피 분수를 뿜어내는 제 손목을 보며 비명을 지른다.

그래도 이제 그 좆 같은 구호는 외치지 않게 되었네.

전방에서 오일식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 이런 짓을 하고도 책임을 질 수 있겠느냐!”

그래. 어쩌면 훗날 문제가 될지도 모르겠지. 청성파와 척을 질지도 모르겠고.

하지만 그게 뭐 어떻다고.

그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여기서 마인을 놓치는 것보단 나으리라.

“어쩌라고 병신아!”

퍼퍼퍽!

동시에 세 명을 일권에 날려 버리며 놈의 지척까지 다가갔다.

오일식이 드디어 여유만만하던 웃음을 지우고 굳은 표정으로 몸을 피했다.

츠츠츳!

나는 곧장 놈이 나타날 곳을 향해 대양장을 쏘았다.

전등문도 셋이 장력에 휘말려 날아갔고, 신형을 날렸던 오일식도 바닥을 뒹굴었다.

“어, 어떻게!”

“네놈이 쓰는 보법은 은마귀형보다. 은마귀형보는 다섯 번째 발걸음에서 육방을 점하게 되어있지.”

“흡!”

놈이 뭐라 말을 하려는 찰나 비룡조를 쏘아 놈의 목을 휘감았다.

그리고 곧장 적광검을 휘둘러 놈의 오른팔을 잘랐다.

“자. 절대로 마공을 보이지 마라! 그래야 네놈이 죽은 뒤에 내가 곤란한 상황을 겪을 테니까. 알겠지?”

“……자, 잠까윽 까윽!”

목이 졸린 놈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동시에 피가 한쪽으로 쏠리면서 잘린 어깨에서 피 분수가 뿜어져 나왔다.

“이런…… 이제 손이 하나밖에 남지 않았네. 앞으로는 독수광도라는 별호로 불리려나?”

“꺼어억!”

숨이 꼴딱꼴딱 넘어가는 순간, 드디어 오일식의 눈깔이 흑요석처럼 검게 물들었다.

놈의 몸에서 폭풍 같은 기파가 뿜어져 나오며 몸이 들썩거렸다.

나는 천근추를 시전하여 놈의 몸에 무게를 실었다.

잠시 숨을 쉬는 듯 보였던 놈이 다시금 숨이 막힌 듯 그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고.

그사이 전등문도들이 일제히 이편으로 몸을 날리고 있었다.

차르르르르.

나는 곧장 대천검법을 펼쳐 전등문도들의 팔목과 손목을 하나씩 잘라냈다.

사방에서 피가 튀고 비명이 전등문을 가득 메운다.

이제 쐐기를 박을 차례.

“독아검!”

“네넷!”

“놈들을 막아!”

“네?!”

전등문 한편에서 전등문도 넷을 상대하던 독아검이 억지로 이편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나는 오일식의 양 발목 힘줄을 끊고 놈의 단전에 주먹을 박아넣었다.

펑!

오일식의 복부에서 뭔가 터지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오일식이 핏물을 한 바가지나 토해냈다.

이어 비룡조를 조금 풀어낸 후 녀석에게 말했다.

“무공은 잃었지만, 아직 살 수 있다. 말해라. 마공은 어디서 얻은 거지?”

비룡조가 풀리며 호흡이 돌아오는지 오일식이 거칠게 숨을 내뿜는다.

빠각!

나는 놈의 무릎뼈를 박살 내고 다시금 물었다.

“오일식! 마공은 어디서 얻은 거냐!”

순간 놈의 몸이 부르르 떨리고.

“……마, 마……복.”

마복? 마복이란 지역이 있었나?

“뭐?”

놈의 눈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목이 졸린 탓에 핏줄이 터졌는지 눈알 전체가 시뻘겠다.

“천마……재림 만마앙복!”

으득.

놈의 외침과 함께 입에서 뭔가 깨지는 소리가 들리며 연기가 피어올랐다.

나는 얼른 녀석의 입안에 손을 집어넣어 봤지만, 화끈거리는 느낌 때문에 손을 뺄 수밖에 없었다.

그 짧은 시간 내에 피부 일부가 벗겨져 있었다.

그리고 이어 오일식의 온몸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씨발…….”

정마대전에서 지긋지긋하게 보았던 마화(魔火)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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