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6. <늦겨울의 칼바람(4)>
사실 이제 와서 교관과 교두가 교체되어 봤자 내게 큰 의미가 없다.
상대평가 지표가 절대평가로 변한다고 해서 높이 평가받던 성적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칠 일은 없으니까.
더구나 내가 가고자 하는 곳은 백랑각.
다들 가고 싶어 하는 청룡각이나 적룡각이 아니기에 지부로 빠질 정도로 저평가를 받는 것만 아니면 크게 문제없는 것이다.
“뭐가 그리 우습지?”
냉기가 뚝뚝 흐르는 목소리.
굳이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그러나 교관은 뚫어질 듯 노려보는 시선으로 재차 물었다.
“뭐가 우습냐고 물었다.”
이제 와서 저들이 무슨 짓을 하건 상관이 없었기에 상관하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뭐가 우습냐고 물었다. 대답 안 해!”
대놓고 이런 짓을 하는데 웃지 않고 배길 수가 있냐 이 말이지.
나는 살짝 숙였던 고개를 다시금 들어 올렸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이번 기수 전체를 평가 절하하려 애쓰는 게 우스워서 말입니다.”
“뭐?”
“지난 기수가 용소아로 인해서 많은 집중을 받은 건 맞지만, 그렇다고 이번 저희 기수가 선배님들 때와 달리 수준이 낮다는 건 납득이 가지 않아서 말입니다.”
지난 기수에 비해서 확실히 주목도가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지난 기수엔 학관에 들어오기 전부터 이름을 날리던 이들이 즐비했으니까.
하지만 이번 기수에도 일각을 비롯해 차후 정마대전에서 이름 날리는 이들이 가득하건만 수준이 떨어진다니.
내가 당당하게 대답하자 교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 이유를 모르겠다고?”
이내 그의 고개가 삐딱하게 꺾였다.
“정말 모르겠나?”
“모르겠습니다.”
아까부터 귀찮게 계속 같은 걸 묻…….
“그건 바로 네놈 때문이다.”
응? 이건 또 무슨 개소리래?
“네놈이 교활한 방식으로 대표 자리를 차지한 탓에 학관의 전체 수준이 떨어졌지.”
너무 황당한 개소리에 말문이 막혔다.
그러나 교관은 내가 주눅 들어 반박을 못 한다고 생각한 것일까?
득의양양한 미소로 말을 이었다.
“학관의 대표가 수준이 떨어진 탓에 강의 수준도 현저히 낮아지고, 이는 결국 무림맹 전체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다.”
모든 원죄가 나에게 있다는 듯이.
마치 내가 자신들의 것을 빼앗을 사람인 것처럼.
“이제껏 무림학관이 개관한 이래 이토록 쓰레기 같은 기수는 없었다.”
그는 나를 한번 바라보곤.
“겨우 삼류 문파의 제자 하나를 어쩌지 못해서 아등바등하는 꼬라지를 보고 있자면 분통이 터져서 잠이 안 온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소속 학관생들을 한심하게 쳐다보았다.
그리고 다시 내게로 향하는 시선.
어떻게든 더 자라기 전에 짓밟고자 하는 의지가 느껴진다.
“하긴 네놈이 어지간히 교활한 놈이라 그런 것도 있겠지. 이번엔 사술이라는 누명을 씌워 전등문을 박살 내버렸다지?”
이미 집행각까지 움직인 와중에 ‘누명’이라는 단어를 쓰다니.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한다 해도 들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태을문이 내려치기 당하는 거야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뭐, 사실 약한 문파이니까. 이건 어쩔 수 없다 쳐도.
“진짜 아까부터 뭐라는 거야?”
“……응?”
이렇게까지 무지성으로 비난과 조롱을 일삼는 건 선 넘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리고 선 넘은 놈에겐.
“아, 혹시 사술 익힌 청성파 출신입니까?”
“뭐?”
무지성 공격이 제일 좋은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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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미친 새끼가!”
“아닙니까?”
“어디 말 같지 않은 개소릴……!”
“왜 이렇게 흥분하시지? 아, 사술을 익힌 게 사실인가? 청성파 소속이라는 게 사실인가? 혹시 눈깔이 검게 변합니까?”
“……!”
내가 몰아붙이자 과도하게 흥분하는 걸 보니 청성파가 맞나 보다.
다른 문파였으면 애당초 이렇게까지 흥분하지 않았을 테니까.
“‘아니다’라는 말을 하기가 그렇게 어렵습니까? 하긴 사람은 거짓말을 하면 다 티가 나니까.”
“……네놈 지금 무슨 말을 지껄이고 있는지 알고 있는 거냐?”
“제가 뭐 틀린 말 했습니까?”
“네놈은 지금 거짓으로 나에게 누명을 씌우고 있다……! 이게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느냐?”
나는 일부러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교관님도 거짓으로 사람들을 선동하지 않았습니까. 근데 제가 한 말이 죄가 됩니까?”
“내가 언제……!”
“역대 최악의 기수라는 거. 그거 확실합니까?”
나는 고개를 돌려 학관생들의 얼굴을 살폈다.
대부분의 학관생들의 표정 자체가 그리 좋지 않다.
아무리 나를 싫어하는 이들이라도 자신들까지 내려치기 당하는 걸 원치는 않을 테니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반응.
자연스레 분위기는 내 쪽으로 넘어왔다.
나는 일부러 학관생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며 말했다.
“교관님은 여기 앉아 있는 이들이 지난 시간 동안 노력해 온 모든 걸 부정하셨습니다. 그래 놓고 제가 거짓으로 큰 죄를 짓고 있다고요?”
“그건…….”
“단지 제가 대표로 있다는 점이 이번 기수들이 최악이라는 방증이 되는 겁니까? 아, 참고로 전 일각과의 비무에서 승리했습니다.”
순간 학관생들의 시선이 일각에게로 몰렸다.
일각의 매끈한 머리가 어쩐지 빨갛게 달아올랐다.
교관이 이를 갈며 말했다.
“그것 또한 네놈이 학관장에게 몰래 수련을 받았다는 걸 숨기고 있어서였겠지.”
“호오, 무인이 자신이 익힌 무공을 전부 공개한단 말입니까? 청성파에서는 그렇게 가르치나 보지요?”
“…….”
“그럼 그간 교관님이 익힌 무공을 알려 주십시오. 그리고 적을 필살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도 함께.”
“…….”
말 못 하겠지.
강호의 격언에 항시 제 실력의 삼 할은 숨기라고 했다.
정신병자들은 칠 할을 숨기라고도 한다.
근데 어디서 약을 팔아.
나는 어깨를 한번 으쓱해 보였다.
“교관님이 한 소리는 그저 개소리에 지나지 않았군요.”
“……!”
교관도 학관생들도 눈이 두 배는 커진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선 넘었다는 거겠지.
나도 그걸 알지만 일부러 넘어섰다.
이래야 이놈이 진짜 빡칠 거 같았거든.
“아마도 모종의 다른 이유 때문에 교관과 교두들을 교체하고는, 그 원인을 학관생들에게로 돌린 거겠죠? 그러니 그런 개소리를 찍찍 해대는 거고요.”
으드득.
옴마, 살벌해라 이빨 다 갈리겠네.
그렇다고 내가 혓바닥을 멈출 거라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그 다른 이유라는 건, 아마도…….”
나는 다시금 고개를 돌려 학관생들을 바라봤다.
특히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중심으로.
“멍청한 자기 후배들이 자신들 뒤를 쫓아 오지 못할까 봐. 성적이 엉키면서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를 제외한 다른 이들이 주요 자리를 차지할까 봐 쫄려서겠고요.”
“……!”
교관은 물론이고 학관생들의 얼굴도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중간중간 나를 적대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고.
근데 뭐, 어쩌라고.
네놈들 어차피 나 싫어했잖아.
내 앞길에 계속 똥물을 퍼부을 거라면, 니들 앞길에도 똥물이 튈 것도 각오했어야지.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는 좋겠군요. 학관에서 적당히 성적 받아도, 이렇게 선배들이 위에서 내려와 열심히 끌어주니.”
나는 놈들을 바라보며 산뜻하게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참으로 공정하고 정의로운 무림맹입니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인원들이 다른 이들에게 적의를 비치는 것처럼, 반대로 그들에게 적의를 보이는 이들이 있었다.
백팔봉과 그 외 소속이 없는 인원들.
진실이야 어떻든 현재 돌아가는 상황만으론 그렇게 보이는 게 사실이니까.
처음엔 두려움이 가득했던 교관을 향한 시선도 점점 경멸로 바뀌어 간다.
그런 분위기를 느낀 건지 교관이 정색하면서 말했다.
“……역시 네놈 혓바닥은 교활하기 짝이 없구나.”
내 말이 거짓이라고 선동해 보려하지만 이미 늦었다.
이미 나는 학관생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줬으니.
이제 학관생들은 교관이 무슨 말을 하든, 학관생들은 자신들이 믿고 싶은 대로 믿을 것이다.
그 예로 벌써부터 학관생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기 시작했고.
“하여간에 구파일방 놈들…….”
“이렇게까지 하고 싶나?”
“아니, 그럴 거면 왜 굳이 정시는 치는 거야. 그냥 지들끼리 다 해먹지.”
이건 단순히 내가 한 말 때문에 벌어지는 소동이 아니다.
나는 그간 사람들의 머릿속 깊이 뿌리 박혀 있던 열패감과 의문들을 그저 살짝 건들기만 했을 뿐.
잎을 피우고 꽃을 맺는 건 각자가 하는 것이다.
바로 지금처럼.
“내가 듣기로도 역사상 학관 교관이 일제히 교체되는 일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진짜 무림맹원이 돼도 결국 똑같이 차별받는다는 거 아냐?”
“학관에 간다 해도 별반 다를 게 없다더니…….”
오랜 기간 겪어 왔던 차별에 대한 분노는 금세 주변으로 전염된다.
아니꼬운 모습으로 나를 쳐다보던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인원들은, 자신들을 노려보는 다른 학관생들과 눈싸움을 벌이고.
저 미친놈이 무슨 짓을 하는 거야 하는 심정으로 나를 지켜보던 이들은 이제 적대적인 시선으로 내가 아닌 교관을 바라본다.
교관 또한 분위기가 변한 것을 감지했는지 내공을 가득 실어 쩌렁쩌렁하게 외쳤다.
“그만! 그만!!!”
부지불식간에 깜짝 놀란 이들이 귀를 틀어막는다.
서로를 적대하던 이들의 시선이 다시금 교관에게로 향했다.
교관은 어느새 차분한 얼굴로 나를 응시한다.
“내 말이 말도 안 된다면…… 네놈은 증명할 수 있겠느냐?”
증명?
무슨 증명?
“입증할 수 있겠느냐 말이다. 네놈의 실력이 진짜 수석임을.”
아, 정면 돌파를 택하겠다 이건가.
“역대 학관 수석들은 최소 부당주급의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나…… 또한 무림맹 내에서 부당주급의 실력을 가지고 있으니 증명해 봐라.”
어디서 약을 팔아.
당신이 당주급인 건 이미 만통부의 자료들로 알고 있는데.
하지만 그게 뭔 상관이랴.
제가 스스로 똥통에 처박히고 싶다는데.
챙.
나는 곧장 적광검을 뽑은 뒤 살기를 끌어올렸다.
적광검에 붉은 선이 생기며 소름 끼치는 살기가 사방으로 흩어져 나갔다.
“으윽…….”
“뭐, 뭔 놈의…….”
“대체…….”
강단 앞줄에 앉은 학관생들도 쉬이 버티기 힘든 듯 인상을 찌푸렸다.
나는 적광검의 끝을 교관에게로 향했다.
“증명하죠. 교관님 팔 하나 잘라내면 되는 겁니까?”
내가 성큼성큼 세 걸음 걸어가자, 그가 뒤로 한 걸음 물러나며 손을 뻗었다.
그리고 잠시 눈알을 위아래로 굴리더니.
“……교관으로서 아무리 흥분했다 한들 학관생의 피를 볼 순 없지.”
뭐래는 거야.
이 와중에 내 피를 보겠다는 가당찮은 생각을 한 건가?
“그럼 뭐로 증명하자는 겁니까?”
“……내공, 내공 대결로 하자!”
“흐음…….”
자꾸 왜 이런 일이 일어나나 가만히 생각해 봤다.
나는 딱히 내 실력을 숨기거나 그러지 않았는데.
왜 자꾸 인간들이 선을 넘지?
그런데 다시금 생각해 보니.
“아.”
실력을 확실히 드러낸 적도 없었다.
아마 그게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나는 이유가 아닐까?
그래, 그런 거였네.
“왜? 무섭더냐?”
내가 잠시 생각에 빠진 모습이 주저하는 것처럼 보였을까?
하긴 이 양반 입장에서야 자신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싸움처럼 느껴지겠지.
비무에서는 감각이나 임기응변으로 수준 차이를 상쇄할 여지가 있지만, 내공은 지나온 세월이 말해주는 거니까.
애당초 정예로 살아온 양반을 상대로 내공 대결을 할 수 있는 학관 생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보통의’ 학관생이라면 말이지.
나는 말려 올라가는 입꼬리를 겨우 누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죠, 뭐. 교관님 단전을 박살 내버리면 되는 거 아닙니까?”
“……아니, 내공 대결은 그런 게 아니…….”
피를 토하면서 폐인이 된 상대를 조롱하는 것 말고 더 확실한 게 있나?
나도 구미가 당기네.
“하시죠.”
나는 적광검을 집어넣고 양손을 앞으로 뻗었다.
“…….”
잠시 주춤거리던 교관이 이내 표정을 다잡고 손을 맞잡아 왔다.
그의 얼굴엔 기세가 등등했다.
“어디 양껏 날뛰어 봐라!”
이윽고 양손이 서로 맞물려 깍지를 낀 순간.
솨아아-
그의 장심을 타고 장강과 같이 거대한 기운이 밀려 들어왔다.
꽤나 묵직하고 단단한 것이 그간 내공으로 어디 가서 밀리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흐흐, 어떠냐? 하늘 위에 하늘이…….”
나는 본격적으로 태을진경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그 순간.
“……!”
회심의 미소를 짓던 교관의 입매가 딱딱하게 굳었다.
“흡……!”
재잘대던 말도 멈춘 채 입을 꾹 다물고 안간힘을 쓰는 꼴이 보인다.
나의 극문까지 치고 들어왔던 그의 내공이 서서히, 그러나 거침없이 밀려나기 시작했다.
“……!”
그는 뭔가 말할 여지도 없다는 듯 다급하게 내기를 더 끌어올려 보지만 소용없었다.
애당초 비교할 걸 비교했어야지.
장강이 아무리 거대한들 바다보다 클 순 없을 테니.
극문과 곡지 중부를 타고 들어간 내기가 단숨에 그의 중단전을 지나 차례차례 거궐 양문 천추 기해를 타고 단전까지 파고든다.
장강처럼 거대한 그의 내기는 바다와 같이 더 거대한 물살에 휩쓸려 본래의 활동성을 잃어버린 채 완전히 제압되어 버렸다.
여기에 더 나아가.
수우욱-
나는 기운들을 적대적으로 바꾸며 그의 혈도를 마구 휘저었다.
“꺼억…… 꺼억…….”
호흡이 모자란지 계속해서 거칠게 숨을 들이쉬지만, 갈증은 해소되지 않는 얼굴.
시뻘겋게 달아올랐던 얼굴이 시꺼멓게 변하는 데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
‘단전!’
그의 단전을 감싼 기운에 힘을 가해 압력을 조금씩 높였다.
숨이 막힐 듯한 고통 속에서 단전이 깨질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이 차오르겠지.
역시나 그의 표정엔 경악이 가득했다.
“아까 모욕 어쩌고 하셨지요?”
여기서 조금만 더 힘을 주면 단전을 부술 수 있었다.
나는 태연하게 이어 말했다.
“진짜 모욕은 교관님께서 하셨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제 기수에 있는 모든 학관생들을.”
그는 정신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어느새 눈깔마저 뒤로 넘어가 있었다.
입가엔 미친개처럼 거품을 물고 있는 꼬라지가 참으로 딱해 보였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순 없다.
“저희가 당한 모욕. 합당하게 갚아 드리겠습니다.”
내가 보여주지 않으면, 계속 넘을 테니까. 그 선.
내기를 더 불어넣어 단전을 옥죄자, 교관의 몸이 부들부들 떨려오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까무러치기 일보 직전.
그때, 교관의 입에서 간절한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그, 그만…….”
“뭐라고요? 잘 안 들리는군요.”
단전을 옥죄는 압력을 슬쩍 풀어주었다.
그러자 교관이 더운 숨을 뱉어낸다.
“……제, 제발 그만…….”
“그만하라는 건 사죄가 아닌데요.”
교관의 두 눈이 부릅떠진다.
고통스러우니 머리가 금방 돌아가나 보다.
잠시 주저하던 그는 겨우 말문을 내뱉었다.
“요, 용서를 바라네.”
하 나, 이 새끼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다시금 단전에 압박을 가해 압력을 올리자.
“커헉……!”
교관이 드디어 피거품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나는 피거품이 튀지 않게 살짝 몸을 틀며 주위에 들리도록 일부러 크게 되물었다.
“거, 뭐라고 하는지 잘 안 들립니다만.”
“……요, 용서해 주게. 자, 잘못했네.”
금방이라도 눈물을 터트릴 듯 그렁그렁한 눈동자로 간절히 청하는 교관.
나는 단전을 옥죄던 압력을 풀고 내기를 모두 거둬들였다.
“어억!”
나오는 길에 조금 거칠게 움직였더니 결국 교관은 그 자리에서 피를 토하며 졸도해 버렸다.
우웩!
나는 한 걸음 물러나며 교관의 피를 피했다.
“쯧. 오늘 수업받기는 다 글렀네.”
내가 내 자리로 돌아가 내 물건들을 챙겨 강단을 나오는 동안.
“…….”
“……”
강단 내부에선 숨 쉬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거참, 개학하자마자 분위기가 왜 이런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