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2. <그림자 추적(2)>
우리는 새로운 낙오자들을 만났다.
“빌어먹을…….”
다만 반가운 재회는 아니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발견된 세 명의 학관생 모두가 시체로 발견되었으니까.
“백 형!”
일면식이 있는 듯, 우리에게 합류했던 정도회의 인원들이 사색이 되어 시신으로 다가가지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대체 어떻게……!”
그들 중 누구도 응급처치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모두의 시체가 처참하게 찢겨나간 상태였으니까.
나는 시신으로 다가가 그들의 상흔을 살피면서 적봉환을 확인했다.
“…….”
적봉환에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다행이라 생각해야 하나.’
정도회의 인원들을 한바탕 잡았던 성모란마저도 우려스런 표정을 지었다.
“대체 누가 이런 짓을…….”
“마물일 겁니다.”
“마물이라고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
그도 그렇겠지.
무림학관 학관생들이라면 기본적으로 같은 나이대에 한 수 접어줄 만큼 뛰어난 인원들이 대부분이다.
아무래도 각 문파와 가문에서 총 역량을 투자해 만들어 낸 기재들이니까.
더구나 묵림에 들어온 이후로 우리 조원들은 마물 사냥을 쉬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마물들에게 당했다니.
쉬이 믿기지 않는 것이다.
“팔을 보니 반점 자국이 남아 있었습니다. 아마도 독에 당한 듯합니다.”
“독…….”
그리 강한 독은 아니었을 것이다.
심후한 내공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라면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는 별것 아닌 곤충의 독.
하지만 열악한 상황이 결국 그들을 고혼으로 만들어 버렸다.
“본대에서 떨어져 나온 후에 지칠 때까지 헤매다가 중독이 되고, 그 후에 마물들의 습격을 받았겠지요.”
내공 수련은 극한의 상황에서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길러주지만, 반대로 상황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다른 이들보다 빠른 다리는 같은 공간을 몇 번이나 돌게 했을 것이고, 강한 힘은 숨죽여 버티며 힘을 비축해도 모자를 상황에서 문제를 타개할 수 있다 믿게 했을 것이고.
결국 스스로에 대한 과도한 자신감이 그들을 죽음으로 내몬 것이다.
양자평이 묵림에 들어온 내내 경계했던 점이 이런 것일 터.
“조금 더 빨리 움직여야 하겠군요.”
얼마나 많은 인원들을 흘리고 갔는지 모르겠지만. 잘못하다간 대단위의 사망자들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자연스레 발걸음은 점점 빨라졌다.
“대표님. 여기선 돌아가야 할 듯합니다.”
양자평은 눈 앞에 펼쳐진 커다란 천연진을 보며 말했다.
나는 대답하는 대신 엽사를 바라봤다.
“사실, 벌써 이틀간의 거리가 벌어져서 냄새가 옅어지고 있습니다.”
돌아갈 여력 따윈 없다는 이야기.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인원은 어느새 많아져 오십에 다다랐다.
이 인원들이 모두 천연진을 안전하게 지나가리라 장담할 수 없었다.
“일단 인원을 나눠서 두고 가신 후에 다른 인원을 찾아서 돌아오시는 게…….”
나는 엽사의 말을 무시하고 앞으로 나섰다.
두고 가라고?
이런 상황에선 맞는 말이긴 하지.
근데.
“…….”
나중에 찾으러 올 땐 왠지 다들 살아있지 않을 것 같아서 말이지.
우르르르릉.
손바닥 안에서 큰 울림이 요동친다.
장소가 장소인 만큼 무의미한 일에는 힘을 아끼려 했지만. 별수 없지.
콰과과과과과과광.
커다란 폭음과 함께 눈앞을 가로막던 천연진이 감쪽같이 사라진다.
나는 뒤를 돌아보며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가지요. 시체를 들고 돌아가려면 많이 힘들 테니까. 살아있을 때 데려가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
그 누구도 내 말에 대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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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경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수록 천연진의 반경이 더 넓어졌다.
하지만 엽사가 쫓는 향은 계속해서 천연진을 가로지르고 있었고 그 결과.
“진 공자. 그만해요. 그러다 진 공자 먼저 쓰러지겠어요.”
나는 은설란이 내미는 차가운 물을 단숨에 들이켰다.
확실히 내공 소모 대비 체력 소모가 극심하다.
내가 이럴 정도라면 다른 이들은 안 봐도 뻔하겠지.
“아직 괜찮습니다. 쉬는 틈틈이 운기조식도 했고요.”
물론 소모되는 양이 채워지는 양보다 많아서 문제긴 하지만.
“공자님. 앞으론 그냥 말해주세요. 저희도 어느 정도 힘을 모으면 천연진을 부술 수 있을 테니까요.”
남궁선화가 정도회 인원들 몇을 끌고 와 말했다.
정도회 인원들은 겸연쩍은 표정으로 내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면서도.
“그…… 그쪽이 지쳐버리면 우리도 숲속에서 미아가 되어버리니까. 크흠, 다른 뜻이 있는 건 아니고.”
붉어진 얼굴로 제법 진지하게 중얼거렸다.
저들을 움직이게 만든 남궁선화를 잠깐 바라보다 옅게 웃었다.
의외로 강단 있는 사람이었지.
“알겠습니다.”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작정 나 혼자 체력을 소모하는 것도 결코 답이 아니니까.
하지만 앞으로 나아갈수록 긍정적인 신호보다는 부정적인 신호만이 나타나고 있었다.
반 시진 만에 조우한 낙오자들 또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으니까.
“……죽었어요. 이들은 독에 중독되지도 않았는데.”
“…….”
또다시 발견한 다섯 구의 시체.
적봉환이 흔들리지는 않았지만 상처에서 이상함을 발견했다.
‘분명 도흔인데…….’
짐승의 짓처럼 찢어 발겨진 상처이긴 하지만, 예리한 절삭 부분이 선명하다.
“이들은 마물에 당한 게 아니군요.”
“네? 그게 무슨…….”
다른 시체의 가슴을 가리키며 덧붙였다.
“이전에 본 손톱자국과 비슷하지만, 상흔의 단면이 너무 깨끗합니다.”
“그러네요…….”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정도회의 인원들이 분개했다.
“감히 누가! 우리를……!”
정도희의 인원들이 분노하거나 말거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대사형.”
은호 또한 나와 비슷한 불길함을 느꼈는지 근심을 지우지 못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나는 녀석을 향해 물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전 아까부터 한 가지 의문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무슨?”
“신호탄이요.”
“……!”
묵림에서 사고당할 때를 대비하여 학관생들은 모두 신호탄을 세 개씩 지급받았다.
길을 잃었을 땐 초록색, 부상을 당했을 땐 황색, 그리고…….
“이런 상황이었다면 응당 붉은색의 신호탄이 터져야 하지 않았을까요?”
“그렇겠지.”
은호는 시체에서 회수한 듯한 신호탄들을 건넸다.
“근데 아무것도 쓰지 않았습니다.”
“……쓰지 못한 거라고 봐야겠지.”
“네.”
대치하는 상황이었다면, 견제하는 상황이었다면.
분명 신호탄을 쏘았을 것이다.
상대가 아무리 강해도 그 정도 틈은 만들 수 있는 게 학관생이니까.
하지만 그런 신호탄을 하나도 쓰지 못했다.
“기습을 당했다고 봐야겠구나.”
“금지(禁地)이니까 우리 외에 다른 누가 있으리라곤 생각지 못하겠지요.”
“누군가 나타난다 한들 구조대나 같은 학관생일 거라 여겼겠고.”
“나약해진 경계심을 파고든 거라고 봐야겠죠.”
나는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빨리 움직여야겠구나.”
“네. 기왕이면 빨리 본대랑 합류해야 합니다. 교관들이 있을 테니까요.”
은호의 말대로다.
무림학관의 학관생들 중 이런 상황에 대비한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이런 상황을 예견할 수 있는 이들도 아무도 없었고.
지금 당장 상황만 봐도 그렇다.
정도회의 인원들은 그저 눈앞의 죽음에만 분개하고 있을 뿐, 그 앞을 보진 못하고 있다.
나는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둑한 숲 안쪽을 바라보았다.
“다시 움직인다.”
묵림에서 뭔가 일어나고 있다.
#
“종 형. 이렇게 그냥 가도 되겠어?”
“…….”
“종 형!”
종추악은 자신의 어깨를 잡은 이의 팔을 뿌리쳐 버렸다.
“이렇게 그냥 따라가기만 할 거냐고!”
“그럼 어떻게 하자고?”
“시체를 수습해서 가야…….”
“진소운이 말했잖아. 나중에 수습한다고!”
종추악을 채근하던 이의 표정이 어쩐지 딱딱하게 굳었다.
“진소운의 말을 듣겠다고? 청성파 선배들이 나중에 들으면 좋아하…….”
“입 닥쳐.”
“……!”
지근지근 입술을 짓씹던 종추악이 남자의 멱살을 거칠게 틀어잡았다.
“그럼 네가 얘기하지 그래. 진소운한테.”
“…….”
“왜, 넌 얘기 못 하겠냐?”
그렇겠지. 지금 선두에서 길을 트고 마물과 싸우고 있는 이는, 평소 그렇게나 혐오하던 진소운 패거리였으니까.
종추악은 멱살을 잡았던 손을 무심하게 거둬들였다.
‘대체 뭔 짓거리를 한 거지.’
가혹한 환경 때문인지 묵림에 들어온 이후로 무공을 쓰는 것이 힘들어졌다.
그 와중에 본대에서 낙오되었고, 독충에 물린 뒤론 회복을 해도 영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수련이라면 청성파의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만큼 가혹하게 해왔던 그였건만, 묵림에서는 마치 무공 따윈 평생 접해본 적 없는 사람처럼 무력한 모습만 계속 보이고 있었던 것.
고개를 들어 선두를 바라보니 단단한 등이 보였다.
‘진소운…….’
자신과 달리 그의 패거리는 평소만큼, 아니 평소보다 더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마물을 사냥하고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는 건 물론이고, 대열의 앞뒤를 맡아 가장 앞서서 길을 뚫으면서 또 가장 뒤에서 인원을 살피며 이동했다.
이런 모습을 계속 봐와서인지 이 무리에서 이탈해선 안 된다는 확신이 계속 들었다.
“못 하겠으면 그냥 닥치고 따라.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으니까.”
분하지만 별수 없다.
본대에서 떨어진 이후로 알 수 없는 불안감이 계속 엄습하고 있었으니까.
그나마 진소운의 뒤를 따르고 있으면 조금은 괜찮아지는 기분이 계속 들었다.
“쳇! 천하의 종추악이 이런 꼴이라니.”
다른 정도회 인원들의 비아냥도 귀에 거슬리지 않았다.
지금은 살아남는 게 제일 중요한 문제였으니까.
그때.
“……허업!”
비아냥대며 제자리로 돌아가던 남자가 수풀 속을 바라보며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마, 마물…….”
사냥감에 지나지 않았던 마물은 이제 포식자가 되어 그들의 목을 노리고 있는 상황.
“뭐 하는 거야! 당장 도망…….”
종추악의 외침이 울려 퍼지기도 전에 마물이 먼저 움직였다.
크아아악!
그러나, 한입에 남자의 머리를 집어삼키려던 커다란 이무기는.
푸욱-
자신의 머리를 꽤 뚫는 검에 의해 제 목표를 결국 이루지 못했다.
“……이건 마물도 아니잖아. 정신들 차려! 아무리 약해졌어도 니들이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잖아.”
“……어어, 그…….”
방금 전까지 진소운을 욕했던 남자는 얼마나 놀랐는지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했다.
진소운이 종추악을 바라봤다.
“말코. 얘 챙길 수 있지?”
종추악은 겨우 입술을 떼었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지?”
“뭐?”
이윽고 그는 선두를 바라봤다.
좁은 보폭으로 걷고 있다지만 그래도 삼 장은 되는 거리.
맨 앞에 있던 진소운이 이 거리를 달려오기 위해선 꽤나 내공을 소모했을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의문이었다.
자신들도 이렇게 힘든 와중에 진소운이 힘들지 않을 리 없으니까.
“굳이 우리까지 이렇게 보호하는 이유가 뭐냐는 말이다.”
그냥 무시했어도 되었을 상황.
누가 죽는다 해도 그 누구도 진소운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을 테니까.
헌데 놈은 무리를 해가면서까지 이곳에 와 있었다.
“무슨 목적이냐는 말이…….”
“살고 싶은 거 아니었나?”
“응?”
“살고 싶어서 따라온 거 아니냐고.”
“…….”
진소운은 무심하게 칼을 거두며 툭 내뱉었다.
“그럼 힘이 닿는 한 최대한 네놈들을 보호하는 게 내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뿐이다.”
“…….”
“대답이 됐나? 그럼 얘나 챙겨라.”
쓰러진 남자를 일으켜 어깨에 걸쳐준 뒤 진소운은 다시금 앞으로 걸어 나갔다.
종추악은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원래 저렇게 몸이 컸나?’
태산보다 더 거대한 존재가 눈앞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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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림의 해는 확실히 빨리 진다.
그리고 빨리 저문 해는 사위를 금방 어둡게 만든다.
‘달빛조차 비치지 않으니.’
우거진 나무들이 달마저 가려버리니 사방은 마치 암흑 속에 빠져든 것만 같다.
횃불을 켜 보지만 당장 일 장 앞 외엔 시야가 더 확보되지 않는다.
이런 점 때문에 그간 야간에 움직이지 않았던 것인데.
지금은 어쩔 수 없이 계속 움직여야 하는 상황.
부상자들은 최대한 가운데에 모으고, 한 사람이 두 명을 업게 했다.
그러지 않고선 무리를 보호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었으니까.
“대표님, 이제 좀 쉬시는 게 어떠십니까? 제가 보겠습니다.”
양자평이 앞을 맡겠다고 말하지만 안 될 소리.
마물이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를 앞장세울 순 없었다.
아직 여력도 있었고.
“괜찮습니다. 거의 다 왔다고 하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엽사가 말하길 이틀 거리 만큼 떨어져 있던 인원들과의 거리가 반나절로 줄었다.
우리가 하루 정도 소모한 걸 감안하면 본대는 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
일단 본대를 만나 교관들과 합류하면 묵림을 빠져나가기 훨씬 수월해질 것이 분명했다.
“거, 거의 도착했습니다.”
냄새를 맡던 엽사가 보고했고, 우리 조원을 비롯해 합류한 모든 인원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본대에 합류하면 최소한의 안전은 보장받을 수 있을 테니까.
수풀을 해치고 나서자 작은 공터가 나왔다.
그리고 우리의 등장에 공터에서 쉬고 있던 이들이 재빨리 일어나 검을 뽑아 들었다.
채채채채챙.
역시나 본대는 대비를 하고 있었던 건가?
나는 서둘러 외쳤다.
“무림학관 대표 진소운이다!”
“진……소운? 진소운이라고?”
“그래.”
나는 횃불을 내 얼굴에 가까이 대며 다가갔다.
공터에 앉아있던 수십 명의 인원들도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그들을 향해 물었다.
“교관들은 어디 있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쯤은 눈치챘겠지?”
신령 사냥을 위해 낙오된 이들을 버리고 간 건 나중에 따질 일이다.
지금은 당장 이 묵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고,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논의하는 게 먼저였으니까.
“…….”
하지만 아무도 대답하는 자가 없었다.
“교관들은 어디 있냐고!”
“없다…….”
“응? 여기 본대 아니었냐? 이 정도 숫자면 누가 봐도 너희들이 본대잖아?”
“그건 맞는데…….”
이 불안한 분위기는 뭘까.
뭔가 평소처럼 나를 적대하던 정도회의 인원들이 아니다.
다들 축 처져있고, 기운이 없어 보인다.
“교관님들은 먼저 주둔지로 가셨다.”
“…….”
나 혹시 오는 길에 독에 중독됐나? 뭔가 헛소리가 들리는데?
“그게 뭔 개소리야. 교관들이 먼저 갔다니…….”
“우리더러 기다리라고 하셨다. 다른 인원들을 이끌고 돌아오겠다고…….”
이상한데. 그럼 우리를 안내한 엽사는? 여기서 냄새가 났기 때문에 여기로 온 거잖아.
“혀, 형님!”
추종향을 따라 안내했던 엽사가 시체를 발견하곤 옆으로 엉금엄금 기어가 와락 울음을 터트렸다.
그 옆에는 십여구 에 달하는 학관생들의 시체도 놓여 있었다.
“그게 뭔 개…….”
눈앞이 아찔해진다.
불길한 예감이 온몸을 엄습한다.
왜 전생에 겪었던 불쾌한 기분이 느껴지는 걸까.
그때.
피이이이잉.
공기를 가로지르는 날카로운 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진다.
펑!
그리고 우거진 수풀 사이로 붉은빛이 번쩍였다.
“대사형!”
방향은 동북 쪽.
주둔지가 있는 곳이었다.
뭐라 채 말을 하기도 전에 또다시 신호탄 쏘아 올리는 소리가 울렸다.
피이이이잉-
펑!
이번엔 동남 방향.
그러나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피이이이잉
펑!
피이이이잉
펑!
불온한 신호탄이 연신 묵림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