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모든 걸 기억하는 천재무사-335화 (335/357)

335. <분열(2)>

피가 흐른다.

비명이 난무한다.

무기가 부러지고, 장력에 파헤쳐진 흙더미가 속살을 드러낸다.

아비규환(阿鼻叫喚)

달리 아비규환이라 표현하는 것이 아니다.

어제의 동료이자, 경쟁자이자, 친구였던 존재들이 오늘 적이 되어 서로를 향해 칼을 겨눈다.

정도회와 백도회가 나뉘었고, 백도회와 12봉성이 서로 견제하지만, 일상에선 시덥잖은 농담을 주고 받던 사이다.

기분이 좋은 날엔 누군가 생긴 여윳돈을 가지고 소속에 상관없이 술을 나눴다.

언젠가 너희들을 꺾어 주겠다며, 아마 삼 갑자는 지나야 할 거라며.

그러던 서로가.

그랬던 서로를 죽이려 든다.

서로 죽지 않으려 검을 휘두르고, 쏘아낸 장력에 깊은 부상을 입는다.

처음 시작이 어땠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어째서 싸움이 일어났는지.

그저 각자가 나쁜일을 겪었고, 돌아온 뒤엔 나쁜 일의 원인을 서로에게서 찾고 있었다는 것 뿐.

“그만하시지요!”

불력을 가득 담은 경언(警言)이 울려 퍼지지만, 다들 움찔거리기만 할 뿐 멈추지 않는다.

몰랐다.

깨우침은 목숨의 위급함 앞에서 아무런 효용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

되려 자신에게 이목을 집중시켜 버렸다는 사실을.

모든 화살이 제게로 향하게 만들어 버렸음을.

“저기 일각이다!”

어떻게든 말려 보려던 시도는 얼떨결에 전장의 중심을 바꾸는 결과를 낳게 만들었다.

백도회와 12봉성을 상대로 사투를 벌이던 정도회의 인원들이 일각의 뒤로 서기 시작했다.

명백히 분열된 진영에, 일각은 당황하여 소리친다.

“아니! 금 시주, 왜 이쪽으로 오시는 것이오!”

“일각 스님! 지금 저들을 물리치지 않으면 우리 모두 죽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 이게 무슨……! 저리 가시오!”

애당초 같은 학관생들끼리 싸운 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교관이 부재하고 있는 지금 이 상황이 얼마나 위급한 것인지 아는 이가 정녕 없단 말인가.

“정도회가 일각을 중심으로 뭉쳤다!”

“합공으로 공격해!”

“일각부터 제압해!”

곁다리에서 싸움을 관망하던 일각 일행은 갑작스레 싸움의 중심점이 되어 버렸고, 싸우기를 원치 않던 일각은 자신의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내공을 끌어올릴 수밖에 없었다.

‘최대한 탈없이 제압하는 쪽으로…….’

여기서 더 큰 확전은 사람들의 혼란을 야기하기만 한다.

최대한 많은 인원들을 제압하여 마음을 가라앉힌 후 사태를 해결해야 했다.

일각은 자신에게 달려드는 학관생을 향해 쌍쇄공을 펼쳐 공격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죽어라 대머리!!!”

순간적으로 힘을 뺀다는 것이 어떤 단어(?) 때문에 되려 힘이 들어가며.

퍼억

……학관생을 바닥에 깊이 처박아 버리는 결과를 낳아 버렸다.

‘아차!’

“저, 그러니까……!”

“커흑!”

핏물을 토하며 쓰러지는 학관생을 보며 깜짝 놀란 일각이 얼른 사정을 말하려 했지만.

“오, 오해요! 이건 평소 나를 놀리는 진 시주 때문에…….”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이들은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다는 듯 이를 빠드득 갈았다.

“아무리 정도회 소속이라도 그렇지 소림사의 승려가 이리 과하게 손을 쓰다니……!”

“이걸로 증명되었다! 이번 일은 분명 정도회가 우릴 죽이기 위해 꾸민 짓이 분명해!”

“더 이상 참을 필요 없다! 쳐라!”

이어 파도처럼 밀려드는 공세에 일각은 변명을 할 시간도 없이 손을 놀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무리 수준 차이가 난다 하지만 상대는 어디까지나 같은 학관생들.

그들이 벌이는 합격진은 제아무리 일각이라 해도 쉬이 제압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물론 이를 가만히 두고 볼 정도회 또한 아니었다.

“일각 스님을 도와라!”

“감히 정도회를 물로 보다니!”

원하든 원치 않든 싸움의 중심이 되어버린 일각은 점점 손에 힘을 넣을 수밖에 없었다.

‘이, 이게 아닌데!’

일각의 가세로 싸움은 점점 더 격화되어 가고, 삼파전으로 이뤄졌던 싸움은 정도회 대 그 외의 세력으로 점점 심화되었다.

“으아아악! 죽여버릴 거야!”

“반드시 죽여주마!”

처음에 욕지거리만 오가던 대화는 점점 더 살의를 머금고, 전장에 흐르는 강력한 살기는 기어코 상대의 요혈을 노리는 상황까지 만들어 내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급박한 순간.

-대체 뭐 하는 거냐 대머리!

평소 자신을 그렇게도 놀려대며 중요한 순간에 부동심을 잃게 한 원흉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 시주?”

평소에도 불량끼가 가득한 목소리가 더욱 격화된 감정을 머금고 소리친다.

-지금이 우리끼리 싸울 때라 생각하는 건가! 진짜 그 정도밖에 되지 않는 거냐 대머리!

일각은 격하게 고개를 저었다.

“오, 오해요. 진 시주. 나는 결코.”

-그럼 대체 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데?

뭐지……?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건가? 이 아수라장 속에서?

의문을 이어갈 틈은 없었다. 느긋하게 생각하기엔 지금은 너무나도 위급한 상황이었으니까.

“흥분을 가라앉히고 이야길 하려 했으나, 다들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여…….”

-그런 거치곤 너무 열심히 하는 거 같은데.

“하, 하지만 진 시주도 보고 있지 않소이까. 이건 누가 말린다고 해서 들을 상황이…….”

-못 말린 게 아니라. 매가 너무 약했겠지.

“그게 무슨…….”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전음은 들려오지 않았다.

대신에.

“야이 개자식들아!!!!”

쩌렁쩌렁한 사자후가 묵림 전체에 울려 퍼졌다.

음성이 울려퍼진 곳으로 사람들의 시선이 따라 올라간다.

허공을 가로질러 날아온 검은 무복의 사내가 전장 한가운데 뚝 하니 내려앉았다.

쿵.

갑작스레 나타난 진소운의 모습에도 학관생들은 당황하지 않았다.

그저 적이 하나 더 늘어났다 생각했을 뿐.

다만 문제는…….

“진소운! 죽여 버리겠다!”

“네놈을 죽여 버리겠다!”

“진소운! 가만두지 않겠다!”

세 진영 전부가 진소운을 적으로 규탄하고 있다는 것.

그 광경을 본 일각은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진 시주가 오만한 생각을 했구나.’

자신이 나타나면 학관생들이 싸움을 멈출 것이라 생각했을까?

아직도 무림학관에는 그를 대표로 인정조차 못 하겠다는 사람들이 그리 많은데.

진소운이 이곳에 모습을 드러낸 건 악수다.

차라리 싸움이 진정 사태로 간 이후에 모습을 드러내는 게 그의 영민함을 사용하는 데 더 유리했을 것이 분명한데.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진소운은 사나운 눈으로 목소리를 뇌까렸다.

“누굴 죽이겠다고?”

머리를 베어 들어오는 학관생의 검을 피한 진소운이 곧장 검을 휘둘렀다.

퍼어어억!

물론 검면으로 때린 거지만, 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주변에 달려들던 학관생들도 깜짝 놀랐다.

입에서 터져나오는 하얀 이빨 몇 개와 핏물.

하지만 진소운의 손속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나를 죽이겠다고?”

퍽!

쓰러지려던 학관생의 복부를 차올린 진소운은 그대로 가장 큰 고통을 느끼는 부위를 매타작하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아아아악!

마치 뼈와 뼈가 분리되고, 신경이 갈기갈기 찢어발겨지는 고통에, 학관생은 검에 베일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그 엄혹한 광경에 진소운에게 달려들던 학관생들이 움찔 멈춰 선다.

하지만 이번엔 진소운이 먼저 움직였다.

“감히 나를 죽이겠다고!!!”

시뻘건 빛이 뿜어져 나오는 검을 들고 악귀처럼 달려드는 진소운의 모습에 아연실색한 학관생이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한발 늦었다.

“어딜 도망가!”

쾅!

복부를 올려친 힘이 얼마나 좋았는지 학관생은 숨이 멎는 고통과 함께 몸이 붕 떠올랐다.

휘리릭.

하지만 포탄처럼 날아가야 할 몸은 진소운의 왼손에서 뻗어나온 비룡조에 의해 다시금 진소운에게 끌려가고.

“커흑! 아, 안 돼!”

그대로 내리꽂는 진소운의 주먹에 의해 두 개의 이빨이 날아가며 바닥에 매다 꽂혔다.

“이 새끼들아!!! 지금이 우리끼리 싸울 때냐!!!”

쩌렁쩌렁한 목소리와 함께 검면으로 매타작이 시작되었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마찬가지로 검에 베일 때보다 더욱 극심한, 신경이 타버릴 듯한 고통에 소리를 지르는 학관생.

어느덧 싸움은 잦아들었고, 사람들은 진소운의 모습을 보기 시작했다.

“저, 저거 진소운. 진소운 제압해야 하는 거 아냐?”

“……네가 하든가.”

서로가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는 사이, 진소운은 다음 세 번째 희생자에 달려들어 무참한 매타작을 시작했다.

“지금 우리끼리 싸울 때냐고!!!”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세 번째 희생자가 사조님과 영접을 하며 비명을 지르고.

“묵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끼리 싸우는 게 맞냐!!!!”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네 번째 희생자가 거품을 물고 졸도했다.

“그만 싸워!!! 그만 싸우라고!!!”

“아, 알았소!”

으어어어어어어억!

다섯 번째 희생자는 무기까지 버리고 투항했으나 결국 이빨 두 개가 또 날아갔다.

“그만하라고 이 새끼들아!!! 우리끼리 싸울 때가 아니야!!!”

“그, 그만두었소! 그만두었으니 진소운 자네도…….”

“아직 눈깔(?)이 사나운데 뭘 그만해!”

“아, 안 돼!!”

끄아아아아아악!

연이은 사람들의 고통스런 비명으로 싸움이 중단된 지 이미 오래였지만.

진소운의 매타작은 여덟 번째 희생자까지 나온 후에야 끝이 났다.

이윽고 진소운의 시선이 땀이 흥건해 번들거리는 민머리로 향한다.

“싸움을 말리려면 제대로 말려야 할 거 아냐.”

“…….”

일각은 자신의 옆으로 와 불만을 터트리는 그를 보면서.

‘나, 나무아미타불…….’

과연 방금의 매타작이 싸움을 말리기 위한 것이 맞을지, 단순한 분풀이에 불과한 것이었을지 몹시도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

서로가 서로를 죽이려는 혼란이 가득했던 주둔지.

겨우(?) 그들을 말리고 들은 첫 번 째 정보는 비관적이었다.

“교관들이 오지 않았다고?”

“저희도 오자마자 교관님들부터 찾았지만 보지 못했습니다. 맨 처음 주둔지에 도착한 이들에게도 물어봤지만 교관님들은 보지 못했다 하더군요.”

일각의 말에 고민이 깊어진다.

오는 길에 교관들의 시체를 보지 못했기에 분명 주둔지에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대체 어디로 간 거지? 설마 죽었나?

하지만 느긋하게 고민할 시간은 없었다.

더 비관적인 정보가 있었으니까.

두 번째 비관적인 정보는 묵림에서 터졌던 붉은 빛에 대한 내용이었다.

“기습이었단 말이지.”

그것도 마물이 아닌 인간에게 당한.

더구나 붉은 신호탄을 쏜 조원들 대부분은 아직 주둔지에 도착하지 못했다고 한다.

“아마 그 때문에 싸움이 격화 된 듯합니다.”

“아니, 왜?”

기습까지 당한 마당에 지들끼리 싸우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제정신은 아니지 않나?

“생존자가 증언하길, 습격한 이들의 무공이 꼭 화산의 것과 같았다고…….”

“……확실한 거야?”

나는 들으면서도 의심을 지울 수가 없었다.

화산이 아니, 정도회가 묵림 내에서 12봉성을 공격할 이유가 뭐가 있겠나.

“그건 알 수 없습니다. 유일하게 살아 돌아온 생존자는 꽃잎이란 말만 남긴 채 기절한 뒤, 아직 깨어나지 않은 상태이니까요.”

바위에 기대있던 철순직이 팔짱을 풀지 않은 채 덧붙였다.

나는 그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넌 왜 가만히 있었던 거지?”

“말을 하려면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게 해야 하는 겁니다. 진 대표.”

“너라면, 이 싸움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을 텐데.”

철순직이 팔짱을 풀고 어깨를 으쓱거린다.

“그럴 이유가 없었으니까요.”

오늘따라 왜 이렇게 더 재수가 없지.

“더군다나 정도회에서 이번 기회에 12봉성을 제거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고요. 물론 마무리가 어설프긴 했지만 말이죠.”

“……정도회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습니다.”

“아마 제가 정도회 간부라면, 이런 일을 계획할 때는 일각 스님을 빼고 진행할 겁니다.”

“그게 무슨…….”

“말이 통하지 않을 테니까요.”

“…….”

왜 이제 얘들까지 서로 싸우려고 하는 거지?

설마 내가 또 말려주길 바라는 건가.

나는 손을 들어 두 사람을 제지했다.

“거기까지 하지. 아직 확실한 것도 아니잖…….”

“정확히 따지고 보면 사건의 발단은 정도회니까요.”

“응?”

“정도회가 신령 사냥을 나섰다고 들었습니다. 그 때문에 신령의 저주가 퍼졌고, 지금 묵림에선 모든 존재들이 우리를 죽이려 하는 상황 아닙니까.”

철순직의 차가운 말이 이어질 때마다 정도회의 얼굴이 심각하게 일그러진다.

“자신들의 잘못도 숨기고, 정적도 제거하고, 어찌 보면 정도회에겐 최고의 기회였는지도 모르지요.”

우리들의 이야기를 먼 발치에서 듣고 있던 정도회 인원들이 욕지거리를 하며 반발했다.

“무슨 개소리야!”

“우리가 뭐가 아쉬워서……!”

미지의 현상은 불안을 낳고, 불안은 번져 분노로 변질된다.

커다랗게 퍼진 분노가 칼날이 되어 서로의 피부 속에 박히기 직전이다.

‘이걸 바라는 건가?’

경험은 부족하여 위기엔 익숙하지 않지만.

그와 반대로 무력에 있어선 일반무인들은 훨씬 상회하는 수준.

엄습하는 미지에 대한 공포와 그 공포에 절여져 연약해진 정신은, 곧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적을 만들어 낼 것이다.

벌써 여기까지 단계가 진행되었다는 것이 이미 증명되지 않았나.

‘빨리 이 상태를 벗어나야 한다.’

날카롭게 벼려진 긴장을 어떤 방식으로든 해소하지 않으면 곧 다시금 혼란이 엄습할 것이다.

그리고 그때는 지금처럼 부상으로 끝나지 않고 죽는 자들이 나타나겠지.

그렇게 되면.

‘그때부턴 돌이킬 수 없게 된다.’

고작 이따위 술수에 놀아날 순 없다.

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마아아아아아아안!!!”

혼신의 힘을 다한 사자후에 다들 귀를 틀어막고 고통스러워 한다.

“그만해라! 다들 처맞고 싶나!”

“…….”

정신이 흐트러지기 전에 빨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아직 아무것도 확실히 나온 것이 없다. 그러니 속단하지 말고, 해야 할 일부터 해라. 정찰조를 꾸리고 나머지 인원들은 부상자들 치료. 그리고 주둔지 주변에 목책을 세워라.”

“지금 정도회를 범인으로 몰고 있다. 이걸 그냥 넘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그래, 억울하겠지. 하지도 않은 일로 범인 취급당하고 눈초리를 받는 게 얼마나 싫은지 이해한다.

“아까 그놈들처럼 처맞고 싶나?”

“…….”

아차, 속마음과 말이 서로 뒤바뀌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아니기에 그냥 넘어가자.

“지금 억울함을 호소하기 좋을 때라고 생각하나? 차분하고 냉철하게 이성적으로 생각을 하고 행동해라!”

“차분하고 이성적……?”

뭔가 납득하기 어렵다는 표정이었지만 무시했다.

“빨리 빨리 움직여라. 벌써 해가 지고 있으니까!”

미적거리며 움직이지 않던 이들도 일각과 철순직이 움직이자 하나둘 행동하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서로에 대한 경계는 풀고 있지 않았지만 최소한 서로에게 칼을 겨누게 두는 것보단 훨씬 낫겠지.

예상대로 지시한 일의 절반도 끝내지 못하고 결국 해가 졌다.

남권문의 사람들과 정찰을 나갔던 이들은 별다른 성과가 없이 돌아왔을 뿐이었다.

앞으로의 방안을 강구하고 다른 생존자에 대한 수색, 교관들과의 연결 등 생각해야 할 일이 많았지만 쉽사리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피곤하군.’

그간 이동하는 내내 잠을 자지 못한 탓에 나는 잠깐 눈을 감았다.

그런데 갑작스레 어깨를 흔드는 손길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대사형!”

“으응? 무슨 일이냐? 아니…… 지금 몇 시지?”

막사 바깥에선 또다시 병자기 부딪치는 소리와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이 개새끼들 또 싸우고 있는 거냐?”

이 빌어먹을 놈들을 내가 그냥 아주 아작 내…….

“그게 아닙니다……. 공격당하고 있습니다.”

“뭐?”

“기습입니다.”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빛을 한 은호의 뒤로.

“크아아아아아아악!!!!!!!!”

낮에 들었던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처절한 비명이 연신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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