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2. <사활(3)>
“잠깐! 왜 이쪽으로 가는 거지?”
이 놈 봐라. 아직도 말이 짧네.
“단장님.”
“……왜 이쪽으로 가는 겁니까 단장……님. 이곳은……입구와 반대쪽인데요?”
과거 곤륜파의 제자였다가 지금은 일(一) 대 대원이 된 고아렴에게 대답해 주었다.
“출구가 동쪽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
들어왔던 길이 곧 나갈 수 있는 길이라생각하는 건 너무도 당연한 발상이다.
공동을 위시한 탈주자들이 선택한 길도 동쪽 입구였으니까.
“……그럼 우린 어디로 가는 겁니까?”
“당연히 우린 서쪽으로 간다.”
“……서, 서쪽이요?”
“그래.”
“하지만 거긴…….”
“맞다. 마경이 있는 곳이지.”
작전을 세우며 내내 생각했던 의문이 있다.
‘왜’ 이런 짓을 했을까?
놈들의 목적이 우리의 말살이란 것은 확신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방식으로 놈들이 움직이는 걸까.
더 효율적이고 더 효과적인 방법이 얼마든지 있었을 것이다.
신령의 저주 같은 잡스러운 것에 기대지 않아도, 전장 위의 미친놈들답게 앞뒤 가리지 않고 식인마처럼 달려드는 방법을 얼마든지 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그러지 않았을까.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영맥.
우리가 주둔지 중앙에 모일 때까지 자신들의 모습을 숨긴 것도.
생존자들을 이끌어 주둔지에 던져 넣은 것도.
지금 펼쳐진 천라지망이 본래 자신들이 사용하는 천라지망보다 살기가 옅은 것도 모두 같은 이유다.
놈들 또한 ‘영맥’의 흐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아니, 어쩌면 영맥의 기운은 놈들이 뿜어내는 특유의 ‘마기’와 상극일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가정하면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짜맞춰진다.
자신의 신변에 위협을 느끼기 전에는 공격하지 않던 마물들이 덤벼들기 시작한 것도.
말살의 계획을 세워놓고도 마기가 강하지 않은 적음마랑단을 투입한 것도, 모두 딱 맞아떨어진다.
그렇기에 우린 마경으로 간다.
나아가려는 길이 더욱 고되게 변하고 힘들어지겠지만, 그만큼 적들도 힘들어질 것이다.
우릴 공격하기 위해선 저들 또한 마물들을 상대해야 할 테니까.
이것이 내가 준비한, 잔치를 망치는 첫 번째 잿가루.
“마, 마물이다!”
아직 마교의 포위망에 닿지도 않았건만, 그 안에서 살기에 절여진 마물을 만났다.
“누, 눈이 시뻘건데?”
장기간 살기에 노출되어 신경쇄약에 걸린 건지 독각신사는 우리를 보자마자 와락 달려들었다.
퍼퍼펑!
쾅쾅!
파괴력과 내공이 가장 강한 인원들을 모아둔 덕에 독각신사는 뼈도 못 추리고 순삭당했지만, 소모적인 대응에 좋은 말은 나오지 않는다.
“오늘 내일만 싸우고 끝날 거야?! 적당히 내질러야지!”
진짜 적은 마물이 아니다.
더구나 형체를 알아보지 못하게 만들 정도로 이리 내공을 낭비했다간, 일(一) 대대 중엔 오늘이 넘어가기 전에 제대로 서 있는 사람들이 없을 것이다.
“중간에 쉬는 시간 따윈 없다. 최소 사흘 동안은 잠잘 시간도 운기를 할 시간도 없을 거란 뜻이다.”
“넷!”
군기가 바짝 든 대답이 돌아왔다.
이제야 자신들의 처지가 어떠한지 명확히 알게 된 것이겠지.
“…….”
그저 달린다.
달리다 마물이 나오면 싸우고, 그 과정에서 하나둘 손발을 맞춘다.
애당초 학관생들에게 상명하복을 받아낸 이유는 돌격진영을 구현하기 위해서다.
정마대전 후기에 사용된 돌격진영.
정치적 세력에 의해 조성된 부대가 아닌.
진짜 싸우고, 진짜 탈출하기 위해 만들어진 부대를 위한 전술.
그리고 이 탈출 전략의 핵심은 바로, 최소한의 피해로 최대한 많은 이가 탈출하는 것에 있다.
그렇기에 단 한 가지 절대적인 명령을 내렸다.
[절대 발을 멈추지 말 것.]
적을 만나도 마찬가지.
죽이지 못하면 그냥 두고 달린다. 뒤의 인원들이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그러기 위한 진영이고, 그러기 위한 부대 편성.
얼마나 죽을지 모른다.
내 기억에 이 정도의 미숙련자들을 데리고 부대를 꾸려본 적은 전생에서도 없으니까.
그럼에도 믿는다.
각 문파의 정예들을 몽땅 모아놓았으니까.
거들먹거렸던 만큼만 실력 발휘를 해준다면 정말 최소한의 희생으로 탈출할 수 있을 테니까.
얼마나 달려왔을까.
마물의 피를 흠뻑 뒤집어쓴 일각이 급하게 나를 부른다.
“진 시주!!”
단장이라니까.
고개를 치켜드니 숲속으로 아른아른 마교의 졸개들이 보인다.
“전 부대 전투 준비!!!”
주로 길을 열던 일(一) 대뿐만 아니라 모든 부대가 무기를 꺼내 든다.
“가자아!!!”
내 외침에 삼(三) 대와 사(四) 대가 각각 좌익과 우익을 맡는다.
모든 능력치가 균등하게 발달된 일(一) 대 대원들과 달리, 일격 필살의 한 수를 가진 이들로 꾸려진 삼·사대는 상대의 포위망을 뚫는 화살촉이 된다.
콰다다당.
쾅! 쾅!
귀청이 떨어질 듯한 폭음과 함께 두 부대가 맞붙는다.
학관생들로선 처음 맞붙는 대단위 전투.
당연하게도 급속도로 사망자가 나왔다.
“크아악!”
“꺼억!”
일반적인 비무에선 기수식을 시작으로 상대방에게 허초를 선보여 수위를 파악한다.
하지만.
“크흑!”
이 버릇을 버리지 못하면 전쟁터에선 살아남을 수 없다.
일격필살!
일 초식에 반드시 상대의 목숨을 빼앗아야 한다.
그다음은 상대가 자신의 목숨을 빼앗을 테니까.
‘그렇게 누누이 말했건만……!’
평생 몸에 붙은 버릇이 어디 가겠나.
더구나 수없이 많은 상대가 짓쳐 드는 급박한 상황.
이성을 유지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내공을 아껴야 하는데.’
계산을 길게 할 틈 따윈 없었다.
피해가 커지면 생존율은 계속 떨어질 테니까.
우르르르릉.
가둘 수 없는 진동이 손안에서 꿈틀거리고.
“정신 차려 이 새끼들아!”
욕지거리와 함께 광천신장을 쏘아냈다.
콰콰콰콰콰콰콰쾅!
일순간 뻥 뚫린 활로가 생겨나지만, 퍼낸 물이 다시금 차오르듯 마교의 졸개들이 그 틈을 틀어막는다.
“허초 따윈 버려! 무조건 일격필살이다! 이걸 못 뚫으면 여기서 다 같이 죽는 거야!”
“뚫어!”
“밀어!!”
정신을 차린 삼(三)·사(四)대 대원들이 악다구니를 지른다.
지원조인 오(五)·육(六)대 대원들은 삼(三)·사(四)대 대원들이 쓰러진 자리를 채운다.
사활단은 그렇게 한 자루의 화살이 되어 포위망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소천검법을 휘두른다.
전생에 그랬던 것처럼.
정신없이 휘두른다.
살아남겠다는 일념으로.
다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펼쳐지는 결과.
전생의 소천검법은 그저 마인의 검을 막기 위해 급급했다면.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지금의 소천검법은 검강으로 마인들을 벤다.
나와 동료의 피를 뒤집어쓰고 삼키는 것이 아니라.
마인의 더러운 피를 뒤집어쓰고 삼킨다.
한 발.
또 한 발.
앞으로 나아간다.
매번 한 걸음씩 뒤로 물러서던 전생과는 다르게.
그리고 처음으로 깨닫는다.
뒤로 물러나며 휘두르는 검 끝엔 항시 쓰러지는 동료가 있었지만.
앞으로 나아가며 휘두르는 검 끝엔, 쓰러지는 적만이 있을 뿐이란 사실을.
“가자아아아!!!”
터질 듯한 감정의 폭풍을 목소리로 내뱉는다.
빽빽한 넝쿨처럼.
단단한 철벽처럼.
옴짝달싹하지 않던 적들에게 조금씩 틈이 보인다.
빽빽하게 쌓여 보이지 않던 묵림의 풍경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가자아아아아!!!”
슬쩍 고개를 돌리니 피를 온통 뒤집어쓴 남화성이 곰처럼 고함친다.
이(二) 대 놈들은 벌써 의기투합했는지 남화성을 따라 일제히 소리를 질렀다.
“가자아아아!”
“가즈아아아!”
“죽여!!!”
일(一)대와 이(二)대가 동시에 앞으로 밀어붙인다.
화살촉이 더욱 날카로워지며 포위망이 휘기 시작한다.
그리고.
“밀려난다아아!!!!”
“가자아아아!!!”
드디어 놈들이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나는 태을진경을 전력으로 끌어올려 만해천지검결을 펼쳤다.
여섯 개의 만검이 만들어지며 쌍천검결이 펼쳐지자 거대한 검의 폭풍이 사방을 휩쓸기 시작했다.
쿠카카카카캉
놈들도 위기를 의식했는지 전투 대형을 헤치고 숨겨두었던 마기를 마구 쏟아낸다.
콰쾅! 콰쾅! 콰쾅!
만검과 마기가 맞붙으며 거대한 폭발이 연속해서 터져 나오고, 그 뒤를 이어 일각의 대승범천신공이 펼쳐지며 폭발음과 광휘가 일대를 가득 메운다.
이어 일(一) 대의 대원들이 각자 자신들의 최후 절초를 연이어 쏟아낸다.
퍼퍼퍼퍼퍼퍼퍼퍼펑!
마치 벽력탄이 휩쓸고 간 듯 일대가 초토화되고.
제때 뒤로 물러나지 못했던 마교인들이 공격에 제대로 휩쓸리면서 포위망에 드디어 구멍이 뚫렸다.
“달려!!!”
한순간 작은 구멍에 불과했던 포위망은 삼(三)대와 사(四)대가 주변을 정리하며 달려간 덕분에 더욱 크게 벌어졌고.
놈들이 폭발의 후유증을 털고 일어날 때 오(五)대를 비롯한 나머지 대원들이 그들을 공격하며 포위망을 탈출했다.
“허억! 허억! 허억! 허억!”
“크흑! 허억……!”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 더운 숨을 내뱉는다.
다들 이런 아수라장에 대한 경험은 처음이니까.
체력이 완전히 방전되어 버린 이들도 허다하다.
순식간에 엄청난 일을 겪으며 엄청난 체력이 손실되었으니.
하지만 멈출 수 없다.
멈추는 순간, 다시금 포위당할 테니까.
그저 지금은 살기 가득한 천라지망을 떨쳐내고 탈출한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할 뿐이다.
나는 다시금 단 하나의 절대적인 명령을 상기시켰다.
“마경! 마경까지만 달려! 그다음엔 속도를 늦출 테니까!”
쉴 수 있다는 말 따윈 하지 않는다.
헛된 희망으로 애써 몸을 움직여 봤자 금방 무너지니까.
그저 우리가 절망 속에서 어떻게든 발버둥 치며 허우적대고 있음을, 그것만이 우리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임을 인지시킨다.
다른 생각 따윈 하지 못하게, 끊임없이 몸을 움직일 수 있도록.
“지, 진 시주. 아까 그자들…….”
그래, 이렇게 딴생각하는 놈들이 꼭 사고를 치는 건데.
“일각. 모든 것은 다 끝난 다음에.”
“…….”
아마 어지간히 감이 좋은 이들은 이미 알아차렸을 것이다.
상대가 어떤 무공을 익힌 자들인지.
그저 착각이라고 우연이라고 치부하기엔, 이 마기는 너무도 진득하고 확연하게 불쾌함을 주고 있으니까.
“지금은 상대가 누구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어떻게든 살아나가는 것. 오로지 그것만이 중요한 문제다.”
단지 포위망이 끝일까?
그렇다면 탈주 인원들이 붉은 신호탄을 쏘지도 않았을 테지.
그다음에 대한 대비, 또 그다음에 대한 대비가 계속해서 있을 것이다.
나는 고개를 돌려 오(五)대를 바라봤다. 내 조원 대부분이 속한 대대.
달리는 와중에 나와 눈이 마주친 은호.
다행히 녀석의 표정은 엄숙하고 진지했다.
아무리 은호라 하더라도 표정을 완벽히 감출 순 없겠지.
‘부디 괜찮기를…….’
그 생각을 끝으로 조원들에 대한 생각을 지웠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을 모두 살릴 수 없을 테니까.
방금 막 생사지경을 다녀온 이들에게 할 말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할 말은 해야 한다.
“절대 멈추지 마라! 생(生)은 저 앞에 있다!”
“““넷!”””
처음 출발했을 때와 달리 이곳저곳에서 대답이 들려온다.
한 차례 격돌만으로도 깨달았을 것이다.
자신이 어떤 사문의 제자인지 학관에서 어떤 위치였는지는, 이제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나 또한 마찬가지다.
이번 생의 흑염룡이 아닌.
지난 생의 고기방패가 될 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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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 삼 장. 수풀을 중심으로 오 장 일대!”
내 외침에 일(一) 대 대원들이 일제히 장력을 준비한다.
“발사!”
신호에 맞춰 일제히 장력을 폭사한다.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수준으로.
천연진이 일거에 박살 나며 학관생들이 지나갈 길이 생겼다.
적들에게 위치를 노출시키는 위험이 있지만 어쩌겠는가.
이렇게라도 하지 않았다간 이 인원들 전부를 끌고 갈 수 없으니.
“허억, 허억, 허억!”
역시나 천연진을 박살 낸 뒤엔 탈진을 겪는 이들이 나타났다.
그때.
“교대할 시간이다!”
이(二) 대 대주 남화성의 외침이 울려펴졌고, 일(一) 대 대원들이 뒤로 빠졌다.
운기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하겠지만.
신법을 쓰지도 않는 지금이라면, 뒤에서 천천히 달리면서 조금의 내공 회복은 바랄 수 있을 테니까.
“……진소운, 뒤로 빠져라!”
남화성이 걱정스레 내게 말했다.
물론 나도 쉬고 싶다.
행공을 쓰고 있지만 포위망을 뚫으면서 너무 많은 내공을 소모해 버렸으니까.
하지만…….
“단주한테 명령하는 거 아니다. 건방진 새끼야.”
걱정되는 건 길을 찾는 일이다.
“……길잡이도 있다. 너도 조금 쉬어도 된다.”
더구나 지금 이 숲엔 마교 새끼들까지 있고.
영맥만 읽는 거라면 그나마 괜찮겠지만 언제 뛰쳐나올지 모를 마교인들에 대한 대비책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
남권문의 인원들은 그런 면에서 되레 기감이 부족한 편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이 자리를 지켜야 한다.
“난 괜찮다. 걱정 마라.”
“시벌, 쓰러지면 난 모른다. 버리고 갈 테니 그리 알아라.”
“단주한테 시벌이란 단어 쓰면 안 되는 거 모르냐?”
“징계를 내리고 싶으면 꼭 살아남아라.”
하여간 웃긴 새끼.
응원을 이상하게 한다니까.
일각과 일(一)대 대원들이 뒤로 빠지고 이(二)대 대원들이 내 옆을 채우기 시작한다.
“여력이 남아 있는 이들이 먼저 앞으로 나와라. 천연진을 부숴야 하니까.”
“단주님 괜찮으시오? 꼴이 말이 아닌데.”
“뒤로 좀 가서 쉬다 오시오. 아까부터 너무 무리하는 거 같은데…….”
아마 마교 놈들의 피며 마물들의 사체를 온통 뒤집어쓴 것 때문에 꼴이 말이 아니겠지.
“아직 괜찮아. 걱정 마라.”
“무식하기는…….”
감히 단주에게 이런 반항적인 언사라니.
당장에 단죄를 내릴까 말까 고민하려는 찰나 녀석이 품에서 작은 목갑을 꺼냈다.
“거 어깨에 상처 났소. 바른다고 금방 낫진 않겠지만 일단 발라 놓으시오. 감염되면 나중에 팔을 잘라야 할지도 모르니.”
녀석의 말대로 어깨에 길게 검흔이 나 있었다.
이건 언제 생긴 걸까.
나는 목갑을 받아 들었다.
“잘 쓰지.”
“……단주가 팔이 잘려버리면 더 이상 맨 앞에 서지 못할 테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나보다 반보 앞을 달려 나간다.
정도회 새끼들은 왜 이렇게 솔직하지 못한 거지.
‘집중하자!’
지금은 다른 것들에 신경 쓸 때가 아니다.
검을 들고 내력을 불어 넣어 휘두른다.
천연진을 뚫고 마물을 베고 앞으로 계속 나아간다.
퍼억! 퍼억! 쾅! 쾅!
일(一)대와 이(二)대가 번갈아 가며 길을 뚫는다.
지친 체력을 보충할 틈도 없이.
그렇게 얼마나 달려 나갔을까.
나는 불쾌한 기감에 나긋이 외쳤다.
“놈들이 온다.”
포위망이 뚫린 걸로 놈들이 포기하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당연히 다음 수를 준비해 두었겠지.
“……허억, 허억, 허억.”
맨 앞에서 달리던 이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다.
숨을 쉬기 힘든지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핏줄이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이건…….’
마기 중독 현상.
전생에 숱하게 보았던 모습이다.
‘아무리 지쳤다고 해도 이 정도의 중독증상이라니.’
내 예상보다 더 무서운 놈들이 있는 건가.
해가 진 묵림의 어둠은 평소보다 더 짙은 어둠이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