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9. <복수(5)>
전생에 제금학에 대한 나의 심상적 느낌은 전형적인 흑막의 모습이었다.
얼굴에 반쯤 드리워진 그림자 아래서 나머지 절반마저 부채로 가린 채 묘한 미소를 내뱉으며 온갖 흉계를 꾸며내는 인물.
현생에 미인도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번지르르한 상판대기를 가진 제금학을 직접 마주했을 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솟아 올랐다.
그는 무림맹의 머리였던 제갈소명을 죽이는 데 성공함으로써, 무림맹의 침몰을 더욱 가속화하는데 일조했던 인물.
내가 분노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더구나 그 특유의 유들유들하고 여유만만한 태도가 내 분노를 더욱 키웠다.
날 때부터 모든 걸 가진 놈이 풍기는 특유의 여유는, 불알 두 쪽만 들고 태어난 놈의 심기를 거스르기에 충분하지 않겠는가.
분명 그랬는데.
“진- 소운-”
기괴한 꼴로 서로 짝짝이처럼 겨우 박혀 있는 눈알을 팽그르르 굴리며 노려보는 꼴을 보니.
“으음…….”
처음 봤을 때보다는 그렇게까지 분노가 치솟아 오르진 않았다.
‘아마도 그때보다 내가 더 강해졌기에 그런 것이겠지.’
암, 그렇고말고.
보고 있기만 해도 꺼려지는 흉악한 얼굴이지만, 어쩐지 지난번의 말끔한 인상보다 보기에 마음이 훨씬 편-안하다.
아마 그의 더러운 흉계와 어울리는 얼굴을 가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어색하게 움직이는 왼팔과 시시때때로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움직이는 듯한 한쪽 눈알을 보면 제법 무서울 수도 있었지만.
더 이상 외면 때문에 감정이 요동치진 않는다.
오히려 좋…….
“크흠……!”
헤어질 때에만 해도 언젠가 다시 보게 될 줄 알았지만.
그래도 이런 때에 이런 몰골로 재회하게 될 줄이야.
나는 녀석을 따스한 눈길로 쳐다보며 물었다.
“그때 내가 준 선물은 잘 받았나?”
제금학의 두 눈알이 뒤집힐 것처럼 덜덜덜 떨린다.
“자- 잘 받았지- 내가 네-놈을 위해 무얼-했는지 알면 깜-짝 놀랄-거다.”
그의 손이 사활단으로 향했다.
하, 이 새끼는 내가 허수아비로 보이나?
쐐액―
적광검의 끝에서 검강이 일렁이며, 한 줄기의 섬광이 제금학의 목을 뚫어내려 뻗어나간다.
녀석은 얼마나 방심했는지 미처 고개를 돌리지도 못했다.
놈이 술수를 쓰기 전에 멱을 따기 위해 전력으로 검을 쏘아낸 순간.
콰아아앙-
그의 주위로 예의 [얼음방벽]이 생성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녀석은 쉽게 방심했다.
더구나 지금의 나는 사흑련 때에 비해 월등하게 내공이 는 상태.
나는 단박에 얼음을 뚫고 놈의 멱을 따내려는 찰나.
콱-.
얼음방벽을 뚫고 들어가던 적광검이 제금학의 목 한 치 앞에서 멈춰졌다.
“무슨…….”
“멍청한- 놈-!”
제금학은 비틀린 웃음을 짓더니 손가락을 까딱였다.
그 순간.
“피해!!!”
콰콰쾅!
엄청난 폭발과 함께 불기둥이 사활단 내부에서 치솟아 올랐다.
“끄아아악!”
“커흑!”
“어억!”
가뜩이나 부상으로 거동이 쉽지 않던 이들 사이에서 괴로운 비명이 흘러나온다.
두둑-
검을 뽑아보려 하지만, 검은 바위 속에 박히기라도 한 듯 꿈쩍하지 않는다.
“내가- 과거와 같-이 당할-듯싶더냐-!!”
철 긁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노려보는 눈에선 핏물이 흘러내린다.
내기를 끌어올려 적광검에 불어넣었다.
얼음에 박혀 고정된 적광검과 얼음 사이에 잠시간의 유격이 생기고.
적광검이 살짝 헐거워진 순간, 전력을 다해 검을 뽑음과 동시에 그 힘을 실어 회전력을 더했다.
쐐액-
한 바퀴 돌아 제금학의 머리를 잘라버리려 했지만.
콱.
또다시 예의 [얼음방벽]이 튀어나와 검을 막았다.
쩌저적.
아니, 막는 것에 그치지 않고.
쏴아아
냉기를 확장시키며 적광검을 집어삼키려 한다.
‘냉기가 더욱 강해졌다고?’
사흑련에서 봤을 때는 그저 방어 수단에 그쳤던 [얼음방벽].
소모품에 지나지 않았던 그것은 어쩐지 더욱 강렬한 냉기를 품고 모든 걸 얼려버리고 있었다.
챙! 챙! 채채채챙!
더구나 강도가 말도 못 하게 올라갔다.
검강으로 베이지 않는 수준은 아니지만, 겹겹이 쌓인 얼음층은 현철 저리 가라 할 만큼의 방호력을 갖춘 상태.
나타났다 사라지는 속도가 워낙 빨라 아무리 부숴도 결국 녀석의 몸에 검이 닿지 않았다.
“이 무슨──.”
[얼음방벽]은 단지 방호의 술을 넘어 반격의 수단까지 되고 있는 상황인 것.
대체 안 본 사이에 놈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그사이, 제금학은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학관생들을 공격한다.
그의 손에서 뻗어나간 다섯 개의 작은 불꽃들이 사활단원들 사이로 떨어지고, 곧장 공기를 태우며 불타오른다.
퍼퍼퍼퍼펑!
다시금 솟구치는 불기둥.
씨바, 저 새끼가……!
마치 놈은 일부러 그러는 듯 내게는 시선을 주지 않은 채 계속해서 학관생들을 공격하고 있다.
학관생들 사이에서도 몇몇이 달려 나와 제금학을 공격하려 했지만, 제금학의 다른 손에서 뻗어 나간 불꽃이 너무 위협적이어서 쉽사리 접근을 못 하고 있는 상태.
나는 곧장 태양후의 기를 끌어올렸다.
적광검에 쏟아붓는 화기가 서서히 적광검의 온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검신의 중앙에서 시작된 붉은색의 빛이 검신 전체로 옮겨간다.
이윽고 적광검은 금방 화로에서 꺼낸 듯 검신 전체가 시뻘겋게 물들었다.
제금학의 빙공 때문에 확연히 낮아진 주변의 온도로 인해, 검신을 둘러싼 공기들이 빠르게 기화하며 연기를 내뿜는다.
하얀 궤적을 남기며 내지른 적광검과 [얼음방벽]이 부딪치는 순간.
쩌저적──
두꺼운 얼음방벽에 금이 가며 이내 갈라지기 시작했다.
‘부술 수 있어……!’
그리고 다시금 적광검을 때린 순간.
펑!
콰르릉.
“감히- 네-놈이-!”
산산조각 나며 바닥에 나뒹구는 [얼음방벽]의 조각들.
제금학이 미간을 찡그리자, 검은 가죽과 같은 실밥이 찌그러지며 그 사이로 핏물이 흘렀다.
“양가-기공-을 익힌 거-냐?!”
“아아, 저번에 네놈 ‘익히’다 만 것 같아서. 다시 만나면 제대로 구워주려 ‘익혔’지.”
“주-죽-여 버리-겠다!!!”
흥분한 제금학이 양손 모두를 나에게 사용하기 시작했다.
한 손에선 얼음창이, 한 손에선 화구가 쏟아진다.
태양기를 거둬들이고 쌍천검결을 펼쳐 검기를 쏘아냈다.
서로 다른 세 가지의 기운이 혼재되며 격기의 폭풍이 일어남과 동시에, 나는 태을팔만신보를 펼쳐 놈의 뒤를 잡았다.
“사실 저번에 너무 효과가 좋아서 말이야.”
놈의 목덜미를 잡고 청룡환을 발동시키려는 순간.
‘응?’
놈의 신형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 순간.
“진-소운-”
목소리가 들린 것은 오른쪽 삼(三) 장가량 떨어진 곳.
“네놈과-의 일전-으로 배운 게 없을-거라 생각했-나?”
그의 머리 위에 만들어진 커다란 크기의 화염구가 곧장 내게로 내던져졌다.
반사적으로 피하려던 나는 순간 내 뒤에 학관생들이 있음을 깨달았다.
‘빌어먹을.’
우르르릉.
결국 광천신장을 쏘아내어 대응하려는데 그 순간.
“대사형!!!”
금표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들려왔다.
“뒤를 맡겨주세요!”
금강패를 들고 달려오고 있는 금표와 내 조원들.
언제 이만큼 성장했던가.
이번엔 등을 맡겨도 되겠지.
나는 그대로 태을팔만신보를 펼쳐 제금학의 왼쪽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제금학이 화염구를 던져내는 순간, 동시에 광천신장을 쏟아부었다.
퍼퍼퍼퍼퍼펑!
콰콰콰콰콰콰콰!
폭발에 뒤따른 충격이 양쪽에서 밀려들며 가히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든 상황이 되었다.
급하게 금표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다행히 화염구의 피해는 해소한 듯 보였다.
나는 얼른 행동에 나섰다. 상대가 상대인 만큼 먼지가 가실 때까지 기다릴 여력 따윈 없었으니까.
만해천지검결을 펼쳐 기감이 느껴지는 곳에 쌍천검결을 박아 넣는다.
퍼퍼퍼퍼퍼펑!
손안에 감각은 분명히 왔다.
쾅! 콰콰콰콰쾅!
그때, 빙화사 쪽에서 엄청난 폭발음이 들려왔다.
철순직을 비롯한 인원들이 그 기괴한 여자를 상대하고 있는 곳에선 벽력탄이 터진 듯 폭발음이 연신 들려오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이들이 점차 늘어났다.
쩌엉! 쩌엉! 쩌엉!
그뿐만이 아니다.
일각과 남화성을 필두로 짐승을 상대하고 있는 곳에서도 계속해서 부상자가 나오고 있었다.
몸이 움찔거렸지만, 당장 움직일 수는 없었다.
아직도 눈앞의 자욱한 먼지 안에서 확연하게 적대적인 살기가 흘러나오고 있었으니까.
쐐액-
먼지를 뚫고 인형이 튀어나온다.
한 손은 타오를 듯 붉게, 다른 한 손은 얼어붙은 듯 푸르게 변한 채로 달려드는 제금학.
쩡!
펑!
적광검을 들어 막아섰음에도 폭발의 여운으로 인해 몸이 뒤로 밀린다.
빈틈을 치고 들어온 푸른 손에 적중한 곳은 동상이라도 걸린 듯 감각이 없다.
무엇보다 감당하기 힘든 것은 막강한 힘.
‘뭔 놈의 힘이……!’
어찌 된 일인지, 내지르는 손과 발이 마치 바위로 변한 듯하다.
한 방 한 방 격중될 때마다 충격이 전달되어 온다.
쾅! 쾅!
본래 책상 놀음이나 하던 놈이었고, 싸움에서도 음양기로 상대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던 놈이.
갑자기 이처럼 엄청난 힘을 가진 존재로 변한 것이다.
씨바, 설마…….
“야, 너 뭐 팔굽혀 펴기라도 했냐?”
“네놈-은 모른-다! 내가- 뭘 희생-했는지.”
나는 곧장 모든 방어를 오른손 팔뚝으로 하기 시작했다.
퍽! 퍽! 퍽!
그렇게 세 대쯤 놈의 공격을 막아내자, 놈도 이상함을 느꼈는지 미간을 찌푸렸다.
“너-너…….”
“아! 이걸 알아본 건가?”
나는 슬쩍 팔을 걷으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새로 맞춘 장비인데, 방어에 이거만 한 게 없거든.”
이전의 일전 때, 놈에게서 가져온 포식갑.
“덕분에 잘 쓰고 있다. 고마워.”
“……!”
제금학의 짝짝이 눈이 부릅떠졌다.
“이-이- 찢어-죽여도 모-자랄- 놈!”
제금학의 주변으로 공간이 비틀릴 정도로 거대한 진동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난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착검을 했다.
“죽여-버리겠-다-!!! 죽-여버리-겠-”
놈의 주변으로 떠오르는 얼음덩어리들과 화염구.
엄청난 기운을 보여주며 금방이라도 모든 것을 터트릴 듯 위세를 자랑하는 제금학.
하지만 반대로 난 놈의 모습에서 조금 기이한 감정을 느꼈다.
‘약하다.’
확실히 지난번에 만났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강한 힘을 얻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놈 역시 자신이 본래 가지고 있던 진짜 강점을 모두 포기하고 다른 힘을 탐하느라 그 위력이 줄어든 게 분명했다.
기문진을 펼쳐 함정을 파두고 자신이 이길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내는, 이전의 방식이 상대하기에 배는 어려웠다.
지난번의 일로 뭔가 교훈을 얻은 건가 싶었는데.
역시나 미친놈들의 집단의 정예답게 힘 싸움으로 복수의 방향을 정한 듯했다.
백월제천삼식
제一식.
극쾌.
내게 이 수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시간을 주다니.
녀석의 힘 자체는 지난번보다 더 강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병신.”
놈은 명백히 지난번보다 더 멍청해졌다.
쾌애액-
검이 휘둘러지고, 뒤따라 터져 나오는 파공음.
스거거걱.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 들려오는 절삭음과 함께 제금학의 가슴에 붉은 선이 생겨난다.
퍼걱, 퍼거걱.
생성되었던 [얼음방벽]과 화염구들이 제어력을 가지지 못한 채 바닥에 떨어져 터져 나간다.
“끄윽- 끄으윽- 겨어-우-겨-우 네놈-때문에-.”
제금학은 뭐가 그리 억울한지 두 눈에서 핏물을 흘리는 순간에도 내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신교-의 대-업을- 코앞-에 두고--.”
황망한 표정을 짓던 놈은 뭔가 결심한 듯 이를 악물었다.
“천마-불패 만마-앙복.”
콰직.
놈의 입안에서 뭔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놈을 중심으로 엄청난 기의 폭풍이 휘몰아쳤다.
[얼음방벽]과 화염구는 한 줄기 바람으로 변하여 녀석의 주위를 감싸기 시작했다.
녀석의 입과 귀를 포함한 오공에선 붉은색의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두 눈은 시꺼멓게 변하여 더 이상 이지를 찾아볼 수조차 없었다.
이윽고.
“크르르릉.”
마치 짐승이라도 된 듯 그가 그르렁 소리를 내며 손을 내뻗자.
그의 주위를 돌던 붉고 푸른 바람이 곧장 내게로 직격한다.
간발의 차이로 두 기운을 피하자 서 있던 자리엔 쩡- 하며 얼음이 얼어붙었다.
펑!
이어 붉은 기운이 바닥에 닿자 폭발이 터져 나온다.
“진 공자님!”
남궁선화를 비롯한 내 일행들이 전선에 끼어들려 했고 나는 손을 뻗어 그들을 막았다.
“가까이 오지 마십시오!”
놈의 몸에서 끝도 없이 기운이 쏟아져 나온다.
단지 자신의 기운을 풀어내는 수준이 아니다.
거대한 둑이 터진 듯 기운이 넘쳐흐른다.
그리고 그 의도가 점차 선명하게 느껴진다.
놈이, 삶을 포기한 대신 동귀어진을 선택했다는 사실이.
머릿속에선 경종이 울렸다.
#
바람에 색깔이 있을 거라 생각한 적은 없었다.
어떤 문헌에서도, 어떤 이야기에서도 바람의 색 같은 건 표기되지 않았으니까.
처음 본 색색의 바람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붉고, 푸른색의 그것은 묘한 아름다움을 풍겼다.
역시나 바람답게 자유롭고 가벼웠으며 빠르게 이동한다.
그러나.
그 바람이 닿는 곳은 결코 아름답지않다.
퍼펑!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불이 화르륵 타오르고.
쩌저적.
주위의 온도를 뚝 떨구며 닿는 곳에 단단한 얼음을 만든다.
‘위험해…….’
일찍이 이런 비상식적인 것들에 대해서 교육받지도 상상하지도 못했던 남궁선화는 이 미지의 아름다움에 소름끼치는 공포를 느꼈다.
우우웅.
손안에 깃든 폭풍 같은 장법을 쏘아내어 바람을 격중시키려 했으나.
펑.
자유로운 바람은 장력의 기운을 자연스레 넘기며 계속해서 쇄도해 왔다.
그렇게 장력을 부드럽게 타고 넘어간 붉은색의 바람은 사활단 중앙에 떨어지며 또다시 폭발을 일으켰다.
퍼퍼펑!
보다 못한 남궁선화가 제왕신공을 끌어올려 푸른 바람을 내려쳤다.
꾸구궁.
제 조부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충분한 뇌력이 번뜩이며 바람에 짓쳐 든다.
번쩍.
이번에도 물처럼 부드럽게 도망치려던 바람은, 그 자리에서 산산이 분쇄되었다.
쩌엉-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남궁선화는 손안을 타고 오르는 차가운 냉기에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단지 몸을 굳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기맥을 타고 들어온 냉기가 물처럼 흐르는 내기를 막아 버린다.
“꺼윽…….”
순간 움직임이 멈추고 내기는 역류할 듯 고통이 온몸을 뒤덮는다.
하지만 뒤이어 짓쳐 드는 붉은색의 바람.
남궁선화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눈을 질끈 감아버리는데.
퍼펑
그 순간,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금표의 뒷모습이 보였다.
“괜찮으십니까?!”
자신의 분신인 양 매일 들고 다니던 방패로 폭발을 견뎌낸 금표는 조금 밀려나기만 했을 뿐, 다른 부상은 없었다.
“으, 응. 괜찮아.”
“그나저나…… 제정신이 아닌 힘이군요.”
금표의 말에 남궁선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 인간이 이리 뚜렷한 두 개의 기운을 쓴다는 것도 믿기 힘들건만, 그 하나하나의 힘이 말도 못 하게 강하다.
더구나 사람에게 짓쳐들 때의 그 움직임은 그 자체로 무공의 묘리를 지니고 있었다.
이런 공격에 과연 대응하는 사람의 숫자가 아무리 많은들 의미가 있을까 싶을 정도.
그때.
퍼퍼퍼퍼퍼퍼펑!
가히 놀랄 만큼 연속적인 폭발음이 들려왔다.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한 사람이 보였다.
“……!”
바람을 뚫고 괴한에게 짓쳐드는 진소운.
남궁선화가 대경하며 그를 불렀다.
“진 공자님……!!!”
“사람들을 뒤로 물려 주세요!”
저 사람, 설마 저 안에 들어갈 생각인가?!
괴한을 중심으로 일대에는 붉은색과 푸른색의 바람이 폭풍처럼 휘몰아치고 있었다.
저 폭풍이 사방으로 퍼져나간다면 얼마나 많은 피해가 일어날지 감히 예상조차 할 수 없는 상황.
그렇다 한들 마땅히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강구할 수도 없었다.
난생처음 보는 무공에.
난생처음 보는 조화니까.
더구나 저 폭풍 속에 몸을 던졌다간 어찌 될지 알지 못하는 상황.
“지, 진 공…….”
하지만 진소운의 속도는 늦춰지지 않았다.
그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달렸다.
그의 왼손에서 뻗어나온 금편(金鞭)이 그를 공격해 오는 바람들을 쳐내며 길을 열었다.
그리고 진소운은.
쐐애액-
그대로 한 줄기의 화살이 되어, 폭풍을 꿰뚫는 뇌전처럼 거침없이 쏘아져 나갔다.
“……!”
그 아찔한 광경에 남궁선화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