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한전생 더 빌런-3화 (3/367)

01-누가 내게 돌을 던지는가?

무단침입을 했던 두 소년은 구급차에 실려 갔고, 경완은 경찰차에 실려 갔다.

일의 전후 사정을 캐묻던 김 순경은 어이가 없었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말이 왜 안 돼요?”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봐라. 강도가 들 것 같으면 경찰에 신고를 하지 칼로 찌르려고 드는 게 정상이냐?”

그 말에 경완은 멍하니 입을 벌리며 멍청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럼 제가 정상이 아닌가 봐요.”

“웃기는 소리 좀 그만해, 인마! 너 이거 상해죄인 거 몰라?!”

정상이 아닌 놈이 자신이 정상이 아니라고 말할 리가 있겠는가? 김 순경은 미간을 찌푸리며 훈계하듯, 혹은 위협적으로 진실을 말하라고 압박했다. 그의 생각엔 아무래도 경완이 악의를 가지고 두 학우를 찌른 것이 분명해보였다.

물론 무단침입이 죄가 아니라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걸 생각해도 두 피해자는 너무 많이 다쳤다.

그런데 순간 김 순경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경완이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입은 입꼬리가 올라가 분명 웃는 모양을 지었지만 눈은 전혀 웃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경완은 음충맞은 웃음소리를 흘리며 말했다.

“흐흐흐. 애비가 자식이랑 같이 죽으려고 자식 먼저 목매달아 죽이고, 자신도 목을 매달았는데, 본인은 죽고 정작 그 자식새끼는 숨이 붙어 있는데 이건 정상인가요 아닌가요?”

그 얘기를 들은 건 경완에게 진술을 받고 있던 김 순경만이 아니었다. 다른 경찰들이 수군거리더니 한 명이 다가와 경완 맞은편에 앉아있던 김 순경에게 다가와 귀에 속삭였다.

‘쟤 저번에 그 자살사건, 걔인가 봐.’

그 말에 진술서를 작성하던 김 순경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도 이제야 생각이 난 것이다. 부자(父子) 자살 사건, 절반은 미수로 그친 바로 그 사건의 주인공이 눈앞에서 기분 나쁘게 웃고 있는 이 소년인 모양이었다.

'이 경장님. 쟤 정신병원에 보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김 순경이 속삭이자 이 경장은 골치 아프다는 듯이 머리를 긁었다. 곧 있으면 그 새끼들 부모들이 쳐들어올 텐데 용의자가 미친놈이면 도대체 누가 책임을 져야하나?

이 경장의 눈에도 멍하게 대답하다가 피식 피식 웃다가 다시 멍하게 입을 다무는 경완이 제정신으로 보이진 않았다. 그것을 강력하게 뒷받침해줄 사건도 있지 않았던가?

“야! 그 새끼 어딨어!”

그때 파출소의 문이 벌컥 열리며 날카로운 여성의 목소리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 경장은 앗 뜨거워라~ 자리를 피했고 김 순경은 그런 이 경장을 속으로 씹어댔다.

이 골치 아픈 상황을 자신에게 떠넘긴 것이다.

포동포동한 중년 여성이 성난 얼굴로 경완과 김 순경이 있는 곳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비싸 보이는 옷을 걸치고 있었지만 돼지 목의 진주처럼 천박해 보이는 분위기를 풍겼다.

그런 그녀를 향해 김 순경이 피곤한 표정을 간신히 감추며 정중하게 물었다.

“어떤 일로 오셨습니까?”

“나! 강인규 학생의 엄마예요!”

강인규. 복부에 칼을 찔린 피해자의 이름을 떠올린 김 순경은 기억이 났다는 듯이 아! 하고 작게 감탄사를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강인규의 모친 정 씨가 살벌한 눈으로 경완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 애예요?”

“네?”

“내 아들 칼로 찌른 놈 말이에요.”

“그렇긴 합니다만,”

김 순경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정 씨가 경완의 뺨을 향해 손바닥을 날렸다.

하지만 그런 기습이 무색하게도 경완은 고개를 확 빼서 따귀를 피했고, 그런 경완을 보며 정 씨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피해?”

경완도 어이없다는 어조로 대꾸했다.

“그럼 안 피해요?”

그리고는 검지로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며 빙글빙글 돌렸다.

미친년인가?

그런 조롱의 의미가 명백한 손동작에 정 씨의 눈이 뒤집혀 달려들었다.

“이 찢어죽일 놈이!”

하지만 경완의 반응은 기민했다. 그는 의자를 뒤로 빼며 한쪽 다리를 뻗어 정 씨의 한쪽 무릎을 밀었다. 균형을 잃은 정 씨의 뺨에 경완의 손바닥이 날아갔다.

쫘악!

씩씩거리며 달려든 정 씨는 눈앞이 번쩍하고 뺨이 화끈한 고통에 잠시 얼이 빠졌다. 그녀의 뺨을 때린 경완이 중얼거리는 말을 듣기 전까지 말이다.

“아씨 놀래라. 갑자기 달려드네. 미친년인가?”

“이야아아악!”

경완이 말한 것이 사실인지 아니면 미친년 소리를 그냥 듣기엔 억울해 미친년이 되기로 작정한 것인지 정 씨가 손톱을 세우고 미친년처럼 달려들었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한테 이런 소리를 듣다니! 더구나 그놈이 자기 자식의 몸에 칼침을 놓은, 찢어 죽일 놈이란 사실이 도저히 그녀를 참을 수 없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는 경찰들의 개입으로 막혔다.

“어머님! 진정하세요.”

“진정하라고?! 나보고 진정하라고?!”

정 씨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고 억울해서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았다. 맞은 건 자신인데 왜 자신을 붙잡느냔 말이다.

정 씨를 붙잡은 경찰들도 그녀의 억울함을 충분히 이해했다. 학창시절에 학우들이 싸웠는데 더 많이 맞은 애를 붙들면 죄다 같은 패거리 같고 자신만 다구리 당하는 그 억울함.

하지만 정 씨의 억울함은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은 경찰들의 마음보다 중요하진 않았다.

경찰들이 정 씨가 폭력사태를 일으키는 것 막느라 진땀을 뺄 때 경완은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이 경장을 보며 시무룩한 표정으로 물었다.

“저기.. 드라마 같은 거 보면 경찰서에 잡혀가면 짱개 시켜주던데 저는 그런 거 없나요?”

“....”

그 말은 들을 이 경장은 황당해서 입을 멍하게 벌렸다. 건장한 사내 둘이 힘겨워할 정도로 미친 듯 날뛰는 광년과 그런 광년은 보이지도 않는다는 듯이 배고프다 칭얼거리는 학생의 모습은 그 극심한 대비가 기괴할 정도였다.

“넌 지금 뭐 먹을 생각이 나냐?”

이 경장의 물음에는 황당함과 타박이 섞여 있었지만 이내 ‘아버지가 죽고 나서 라면이 떨어져서 어제부터 아무것도 못 먹었어요’라는 대답은 그를 한숨짓게 만들었다.

“누가 편의점 가서 먹을 것 좀 사와라.”

이 난리에 짜장면을 시켜줄 순 없었다. 그건 지금 이 난리에 기름을 끼얹는 짓이었으니까. 아비 잃은 불쌍한 소년에 대한 동정심이 아니었다면 빵을 사오라는 지시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 난리 와중에 도착한 또 다른 피해자 부모는 뜻하지 않은 난리에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이내 경찰에게 협조하며 조사를 시작했다.

일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상황과 증거가 명확했지만 단 한 가지 쟁점이 문제였다.

바로 피의자인 경완의 정신이 온전하냐 아니냐였다.

만일 아니라면 정상참작이 될 것이고, 온전하다면 악의적으로 상해를 입혔으므로 죄질 나빠 형량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었다.

당연하게도 피해자의 부모들인 경완의 정신이 멀쩡하다고 주장했지만 국선 변호사의 개입으로 그들의 주장은 힘을 잃었다.

“변호사 아저씨. 너무 열심히 일하시는 거 아니에요?”

한상식 변호사는 경완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변호사라면 이 정도는 할 줄 알아야지.”

일심 재판의 결과로 경완은 집행유예를 받았다. 부친이 죽은 최근의 안타까운 사연과 그러한 일로 인한 심신미약을 재판부에서 받아들인 것이다. 거기에 배고파서 경찰에게 밥 사달라고 했다는 진술까지 덧붙이니 아무리 냉정한 재판관이라도 일말의 동정심을 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원고 측에선 이러한 주장을 반박했지만, 한 변호사가 어디서 조사해왔는지 피해자들이 학교 폭력을 주도하던 일진이고 평소에도 경완을 괴롭혀 왔다는 증거와 증인이 튀어나오자 그들의 주장은 신빙성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 변호사는 아쉬워했다.

“무죄를 받을 수도 있었는데...”

경완의 집을 침입한 두 학생은 칼을 소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평소에도 경완을 폭행하고 갈취하고 있었다. 충분히 정당방위로 무죄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 변호사는 자신의 이상만큼 충분한 능력을 갖추진 못한 모양이었다.

경완이 물었다.

“그럼 여기서 끝난 건가요?”

“아무래도 2심까지 가진 않을 것 같다. 피해자들이 학교폭력을 저지른 상황이 있으니 사태를 키우기 보다는 끝내고 싶어 하겠지. 자식들이 병신이 된 것도 아니고 말이다.”

“민사라는 것도 있잖아요.”

경완의 말에 한상식 변호사는 묘한 표정으로 소년을 보았다. 탐색하는 듯한 시선에 경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 나이 또래를 연기했지만 한 변호사는 왠지 위화감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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