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01-누가 내게 돌을 던지는가
옆에 있던 친구가 경완의 등을 걷어찼으나 오판이었다. 경완이 들러붙은 녀석은 목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끔찍한 비명을 질렀다.
“끄아악!”
놈은 경완을 떼어내려 발광을 했지만 껴안듯 달라붙은 그를 떼어낼 순 없었다.
“정수야! 도와줘! 이 새끼 떼줘!”
마치 좀비 스릴러를 방불케 하는 장면에 잠시 얼어붙었던 정수가 친구의 목을 물고 머리를 마구 흔들고 있는 경완의 머리칼을 붙잡고 힘껏 잡아당겼다.
덕분에 친구에게서 미친놈을 떨어뜨릴 수 있었지만 그 결과는 정수의 상상보다 더욱 좋지 않았다.
“끄아악!”
친구라는 놈은 피가 흘러나오는 목을 부여잡고 비명을 지르며 버둥거렸고, 미친 좀비 같은 놈은 자신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웃었다.
핏물로 시뻘게진 이빨 사이에 피부색의 살점이 핏물에 젖은 채 물려 있었다.
“히이~.”
경완은 잡힌 머리를 놓아달라고 눈이 초승달이 되도록 천진난만하게 웃어보았다. 결과는 절반의 성공. 머리칼은 자유로워졌지만 상대의 호감을 사는 것엔 실패했다.
“히익!”
그 핏물 어린 미소는 정수의 머릿속을 '미친 좀비다!'라는 문장으로 가득 채웠고 그는 기겁하며 버리듯 머리칼을 놓은 채 몸을 돌려 뛰기 시작했다.
물론 그 시도는 실패했다.
“어디가?”
“아, 안 돼!”
경완이 곧장 입에 물린 살점을 뱉으며 몸을 돌려 태클을 가했다. 도망치던 정수의 두 다리가 그의 두 팔에 한 아름 안겼고 뛰다가 두 다리가 구속된 정수는 균형을 잃고 앞으로 쓰러졌다.
쓰러진 그는 자신도 친구처럼 물어뜯길까봐 급히 두 팔을 얼굴로 가져갔다.
하지만 경완은 명백히 사람이었다. 아무리 미친 좀비처럼 행동했다고 말이다.
와드득!
“끄아악!”
그는 정수의 목을 노리지 않았다. 놈의 발목을 잡고 자신의 다리를 받침대로 삼아 비틀어 버렸다. 놈의 발목과 무릎 관절이 아작났다.
그렇게 다리를 병신으로 만들어 정수라는 이름의 범죄자를 도망가지 못하게 한 경완은 자신이 목을 물어뜯었던 놈에게 다가갔다.
놈이 손을 내저으며 발광했다.
“오지마! 오지마, 이 새끼야!”
“싫은뎅~.”
경완은 놈을 조롱하며 버둥거리는 놈의 다리를 툭툭 차며 기회를 엿봤다. 놈은 목을 감싸 안고 누운 채 발버둥을 치며 경완의 접근을 막았지만, 잠시 방심하는 순간 그에게 발목을 붙잡혔다. 그 다음 일어날 일은 뻔했다.
와드득!
“끄아악!”
목도 아프고 발목도 아파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놈을 보며 경완은 빙그레 웃었다.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느낌이었다.
그런 그를 향해 정수라는 놈이 악에 받혀 외쳤다.
“이 씨발놈아! 선배들 오면 넌 죽었어! 죽었다고!”
딴에는 위협이라도 해서 이 상황을 모면해보고 싶었던 모양인데 경완은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비며 놈의 말을 한 귀로 흘려버렸다. 그리고는 안면 봅슬레이를 실현한 놈에게 다가가 놈의 옷자락에 피가 묻은 입주변을 닦았다.
“아으~ 비려.”
입을 닦고 일어나는 그의 눈에 그제야 겁먹은 여학생의 모습이 보였다.
“야.”
“네, 네?”
어리벙벙한 모습에 경완은 혀를 찼다.
“쯧쯧. 눈치가 없기는. 기회가 되면 조용히 도망쳐야지 아직도 그러고 있냐? 이거 눈뜬 채 코 베일 년일세?”
“가, 가도 돼요?”
“당연히 되지. 눈치가 그리 없어서야.”
혀를 차는 경완의 표정을 여학생은 두려운 표정으로 탐색하더니 조심스러운 태도로 물었다.
“저 새끼들은 어떻게 할 거예요?”
“어~. 쓰레기 처리 방법은 크게 두 가지야. 재활용과 폐기. 폐기는 다시 가연성 폐기물과 불연성 폐기물로 나뉘는데, 인체는 70%가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잘 타지 않아.”
“···.”
도대체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의미만큼은 선명하게 느껴졌다. 결코 여기서 그치지 않을 거라는 거.
“그.. 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요?”
그 말에 경완은 활짝 웃었다. 입 주변의 피는 닦았지만 이빨 사이는 여전히 핏물이 남아있어 섬뜩한 느낌을 주었다.
“사람은 필요에 따라 살지 않아. 하고 싶은 대로 살아가는 거지. 저 쓰레기들이 너한테 하려고 했던 짓을 생각해봐. 과연 그것이 필요한 일이었을까?”
“···.”
“훠이~! 훠이~! 그럼 얼른 가. 여기부터는 19세 이하 관람불가야.”
경완의 말에 여학생은 급히 옷을 마저 걸치고는 폐공장을 벗어났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착하네.”
연신 허리를 숙이며 감사인사를 하고 도망가듯 뛰어가는 여학생의 뒤태에 경완은 아름다움을 느꼈다. 발육이 잘 돼서 그런 것이 아니라 큰일을 겪어 경황이 없는 와중에도 도움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는 그 예의바른 마음씨 때문이었다.
쌍방폭행을 각오하고 도와줘도 고맙다는 말없이 도망치는 썅년이 한 둘이 아닌 세상에서 여학생의 태도는 가히 아름다운 미덕이었다.
경완은 여학생에서 관심을 거두며 다시 윤간범들에게 다가갔다. 미수범이라고? 경완에겐 그놈이 그놈이었다.
“야. 다리 벌려봐.”
“좆까!”
정수라는 놈이 욕설을 내뱉으며 반항하자 경완은 대견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그래야 일진이지.”
“하, 하지마! 하지마!”
경완은 잠깐 놈과 푸닥거리를 하고는 멀쩡한 다리를 잡아챘다. 한쪽 다리가 아작 난 놈으로서는 경완의 능숙함을 이겨낼 수 없었고, 경완이 다리힘과 허리힘을 이용해 몸을 비틀자 놈의 고관절이 비틀려선 안 되는 방향으로 꺾여버렸다.
우득!
“끄아악!”
“에이, 시끄러. 이제 좀 적응할 때가 안 됐냐?”
“흑흑! 살려주세요! 잘못 했어요.”
이제야 현실을 파악한 정수가 울며 애원했다. 하지만 경완은 고개를 저었다.
“네가 무슨 잘못이 있겠니? 다 이놈이 문제지. 부랄질리언킥!”
“!!!!!”
느닷없이 사타구니에 가해진 발길질에 정수는 눈을 까뒤집으며 몸을 비틀었다. 꼬락서니가 밟혀서 죽기 직전에 꿈틀하는 버러지 같았다.
경완은 놈을 내버려두고 놈의 친구, 자신이 목을 물어뜯은 놈에게 다가갔다. 안면 봅슬레이를 탄 놈은 안타깝게도 여전히 의식이 없었다.
“오지마! 오지마!”
놈이 멀쩡한 다리로 버둥거리며 기어서라도 경완과의 거리를 벌리려 했지만 불가능한 일이었다.
경완은 놈의 멀쩡한 다리를 껴안았다. 언제든 놈의 사타구니를 짓밟힐 수 있는 자세였다.
“에그 브레이커!”
“아, 안 돼!······....?”
놈은 다가올 사타구니의 격통을 상상하며 비명을 질렀지만 오지 않는 고통에 의구심을 가지며 눈을 떴다. 그리고 팔짱을 끼듯 자신의 다리를 단단히 끌어안은 채 고민에 잠긴 경완을 볼 수 있었다.
그는 놈과 눈이 마주치자 이렇게 물었다.
“야. 좋은 기술명 없냐? 에그 브레이커는 너무 식상해.”
“···.”
그런 걸 알이 깨질 당사자에게 물어보는 미친놈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놈은 경완을 향해 미친놈이라고 욕할 수 없었다. 그의 소중한 알이 인질로 잡혀 있었다.
하지만 놈이 고자가 될지 말지는 놈의 세치 혀에 달린 것은 아니었다.
“도태 종자 멸종 킥은 어때? 아니면 강간DNA 킬링 킥은?”
“잘못했어요! 한 번만 봐주세요, 제발!”
놈이 애원했다. 살가죽만 물어뜯긴 목은 피가 그쳐 있었지만 피에 젖은 목주변, 눈물과 흙먼지로 엉망이 된 얼굴은 사정 모르는 이가 보기엔 참으로 애처롭고 안타까워보였다.
“야. 내가 질문에 답하랬지 쓸데없는 말하겠냐?”
그리고는 경고도 없이 놈의 얼굴을 퍽! 하고 밟았다. 놈은 코가 뭉개지는 듯한 고통에 얼굴을 감싸 안고 비명을 삼키다가 눈을 까뒤집었다.
“손흥민 킥!”
얼굴의 고통 따윈 상대도 되지 않는 고통이 사타구니에서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투 스트라잌으!”
뭐가 투 스트라이크란 말인가? 경완은 축구에 야구를 갖다 붙이는 광기를 보이며 의기양양하게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는 마지막 남은 강간범에게 남은 응징을 가하기 위해서 움직였다. 블러디 안면 봅슬레이로 추남의 선을 넘어 흉남의 운명을 맞이한 딱한 놈이었지만 예외는 없었다.
그는 놈의 허리춤을 들어 엉덩이를 치켜든 고양이 자세를 취하게 만들었다.
엉덩이를 정점으로 만들어진 이등변 삼각형.
옷에 가려져 있었지만 경완의 눈에는 꼭지점 아래에 걸린 두 개의 방울이 보이는 듯했다.
그가 도움닫기를 위해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났을 때 불청객의 목소리가 들렸다.
“너 뭐야?”
“?”
경완이 고개를 돌려보니 험상궂게 생긴 양아치 세 명이 폐공장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에 경완은 혀를 찼다. 입이 막힌 채 그들에게 잡혀있는 여고생의 모습 때문이었다.
“너 또 잡혔냐? 쯧쯧.”
일진 양아치 중 가장 키가 크고 인상이 더러운 놈이 눈살을 찌푸리며 그런 경완에게 재차 물었다.
“너 뭐냐고 묻잖아.”
“사람. 보면 몰라?”
“허!”
놈은 기가 막혀 하며 다른 걸 물었다.
“너 우리 애들 가지고 지금 뭐하는데?”
“보면 알아.”
경완은 그렇게 일축 하고는 성큼성큼 도움닫기를 해서는 그대로 고양이 자세를 한 놈의 사타구니를 걷어찼다.
퍼억!
“끄으으~.”
숨 넘어갈듯 단말마를 지르며 몸을 뒤트는 똘마니의 모습에 일진 대장 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저 새끼 잡아.”
놈은 똘마니에게 지시를 내리고 자신이 대신 여고생을 붙잡았다. 여고생은 벗어나려 몸부림을 쳤지만 따귀를 맞고 나서야 저항을 멈췄다. 아니, 내심 도와줄 거라고 믿었던 경완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는 모습을 보고는 순간 희망을 잃어버렸다는 것이 적절한 설명이었다.
“너 이 씹새끼 안 서?!”
간이 크다 못해 배를 갈라 확인해봐야 할 짓을 저지른 놈이 도망을 선택하자 경완을 잡으러 나선 두 똘마니는 당황해 그 뒤를 급히 쫓아갔다. 놈이 보인 패기를 봤을 때 당연히 맞다이를 뜰 줄 알았던 것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폐공장은 문이 앞뒤로 있었기 때문에 놈이 작정하고 도망치면 곤란했다. 놓치기라도 하면 성질 더러운 싸움짱인 영철의 지랄이 자신들을 향할 지도 몰랐다.
경완은 문을 나서자마자 옆으로 꺾었다. 그를 잡기위해 용을 쓰며 달리던 놈 중 가장 앞선 놈이 문을 나서는 동시에 퍽! 하고 둔탁한 소리가 났다.
“꺽!”
경완이 도망가지 않고 문 바로 옆에 숨어서 튀어나오는 놈을 후려친 것이다. 그의 손에는 어느새 주먹 만한 시멘트 덩어리가 들려있었고 거기에 안면을 얻어맞은 놈은 단말마를 지르며 그대로 앞으로 꼬꾸라졌다.
놈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경완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왁!”
경완이 문 안으로 들어가며 겁을 주듯 소리를 질렀다. 갑작스런 등장과 소리에 뒤쫓던 양아치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뻗었다.
그것은 치명적인 실수였다. 주먹을 뻗은 팔에 가려 무엇이 자신의 얼굴로 날아오는지 보지 못했으니까.
퍽!
“시멘트 카운터!”
시멘트 덩어리와 양아치 안면의 충격적인(?) 랑데뷰. 그 단단한 충격량에 양아치는 그대로 의식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일진 양아치, 영철을 향해 경완은 피묻은 시멘트 덩어리를 쥔 손을 까닥이며 도발했다.
“드루와, 드루와.”
그 말에 영철은 눈이 뒤집혔다. 놈은 뒷주머니에서 나이프를 꺼냈다.
그 모습에 경완은 데자뷰를 느꼈다.
“아니 요즘 양아치 새끼들은 칼이 없으면 싸움을 못해?”
“이 씹새기. 넌 오늘 죽었다.”
영철은 그렇게 말하며 여학생의 옷을 찢어버렸다.
“꺄악!”
“도망가면 죽인다.”
놈이 여학생에게 험한 어조로 경고했다. 옷을 찢은 건 여학생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였던 모양이었다. 나쁜 쪽으론 머리를 참 잘 굴리는 게 일진 양아치다웠다.
그리고 그걸 본 경완이 이렇게 평했다.
“어우~, 천박해. 하긴 네 그 여자한테 인기 없을 것 같은 면상을 보니 힘으로 여자를 어떻게 해보려는 애처로운 수컷의 번식본능이 이해가 되어 안쓰럽긴 하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여자한테 인기가 없는 게 네 잘못은 아니잖아? 그런 면상을 물려준 느애비, 느애미 잘못, 아! 혹시 느애비가 느애미를 강간해서 나온 게 너야? 그럼 네가 그런 짓을 하는 건 킹정이지.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고 느애비하는 짓을 네가 하는 게 이상한 일은,”
“죽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