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한전생 더 빌런-9화 (9/367)

008-01-누가 내게 돌을 던지는가

그러자 소란은 한층 더 커졌고 법원 경비가 더 투입되었다.

마침 참관석에 있던 기자들은 신나게 타자를 치며 이 법정에서 일어난 일을 기사화했다.

내용부터가 클릭 유도에 적절했고 내용은 자극적이었다. 특히 사건의 주인공 이경완이라는 소년의 똘끼는 너무나 충만해서 네티즌 사이 회자되기에 충분할 정도였다.

과연 기자들의 선견지명은 적중해서 인터넷에선 이 사건을 육(六)고자 사건이라고 부르며 많은 이들이 통쾌해했다.

= = = = =

법원에서 판결이 내려진 이후, 경완은 소년원으로 송치되었다.

소년원장 고백철은 살피던 서류를 내려다 놓고 경완의 얼굴을 살폈다. 담담함 가운데 서려있는 지루함이 읽혔다.

고 원장처럼 수많은 문제아들을 보다보면 이 새끼가 사고 칠 놈인지 아닌지 견적이 나온다. 하지만 고 원장은 경완을 두고서는 좀처럼 견적을 낼 수 없었다. 사고 치고 소년원에 들어오는 아이들은 대부분 불우한 가정환경 탓에 못 배워먹은 녀석들이 많았다. 주변에 훈계하고 가르치고 보호할 어른들이 없어 엇나간 놈들이거나 잠시의 혈기와 치기를 이기지 못해 사고 친 놈들이 대부분이었다.

다시 말해 적어도 소년교도소가 아니라 소년원에 보내질 정도라면 건전한 시민으로 계도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란 말이다.

하지만 서류를 봐도, 직접 얼굴을 봐도 경완이라는 녀석은 그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았다. 아무리 성범죄자라지만 여섯을 병신으로 만들면서 죄책감을 느끼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판사가 소년원 형기 최대한 2년을 때린 것도 아마 그 때문인 것 같았다.

고 원장은 서류의 내용을 다시 한 번 떠올렸다. 아비가 동반자살하다가 실패해서 애만 남겨두고 혼자 죽었다지? 이거 정신감정부터 해야 되는 거 아닌가?

하지만 코딱지만한 예산으론 정신과에 보내는 건 부담스럽다.

“사고 치지 마라.”

“네.”

고 원장은 미리 경고했다. 물론 첫 마디에 알아들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차피 원내에서 살다보면 해야 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알게 될 것이다.

“정 선생! 데려가게!”

“네, 원장님.”

경완은 정 선생이라고 불리는 교도관을 따라갔다. 정 선생은 경완보고 교도관들에게 선생님이라고 부르라고 했다. 경완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소년원은 교도소, 또는 소년교도소와도 달랐다. 교도소와 학교의 중간 형태라고 할까?

국영수 등의 기본적인 교육과 계도를 위한 프로그램 등으로 기본적인 규칙을 준수하고 따르도록 사회성 배양과 교화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황제 노역 같은 일은 없었다.

“이번에 입소하게 된 이경완이다. 다들 문제없이 지내라.”

“이경완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해요.”

경완은  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는 자신을 보는 이들을 살폈다. 흥미를 보이는 이들은 없었고 다들 무관심 하거나 차가운 눈빛이었다. 활기도 없었다. 하긴 자신들의 인생이 반 이상 좆됐다는 것을 깨달았다면 다른 이에게 악의적인 관심을 품을 여유가 있을 리 없었다.

그 정도로 빡대가리거나 반사회적인 놈이었다면 더 큰 범죄를 저질러 소년원이 아니라 소년교도소에 보내졌을 테니 말이다.

“여기가 네가 지낼 방이다.”

“좁네요?”

정 선생은 경완의 대꾸에 미간을 찌푸렸다. 뭔가 평소에 보는 입소자들과는 다른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와 같은 공무원은 변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는 이내 경완과 같은 방을 쓸 친구를 소개시켜주었다.

“공태식이라고 한다. 앞으로 잘 지내라.”

“안녕, 이경완이야.”

경완이 손을 흔들며 인사하자 공태식이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후엔 정 선생으로부터 옷가지 등을 포함한 생활용품을 받고 어떻게 생활하는지 지도도 받았다. 그가 중점적으로 설명한 것은 상벌점제도였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말 잘 듣고 착하게 성실하게 생활하면 상점을 주고 좆같이 행동하며 문제를 일으키면 벌점을 준다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이 상벌점제도는 교도소로 치자면 모범수가 가석방, 소년원으로 치자면 가퇴원을 받는 기준이 된다는 점이다.

이 좆같은 곳을 빨리 나가고 싶어 하는 소년들에겐 상점을 노릴 충분한 동기부여였다.

정 선생이 상벌점제도를 강조해서 설명하는 이유는 자명했다. 그것이 아이들의 통제에 효율적이기 때문이었다.

“이해했니?”

“네.”

“너도 알다시피 교육은 이루어지겠지만 일반적인 학교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네.”

경완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군대에 학교를 섞은 느낌이었다. 그렇다면 군대가 교도소 같은 건가?

아무튼 생활은 철저하게 통제되어 있었고 일과에 따라 하루가 진행되었다.

저녁식사는 제법 괜찮았다. 교도소도 아니고 소년원 밥인데 설마 군대보다 못하랴? 요즘엔 교도소가 군대보다 밥 잘 나온다던데?

저녁식사 이후에는 빨래 및 목욕을 하고 정신교육이라고 해서 라디오나 TV를 청취했다.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바르게 사는 것이냐와 관련된 훈계의 말씀으로 이루어진 존나 재미없는 프로그램이 지난 후에야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아아! 눕지 마라.]

“···.”

[14호방! 눕지 마라고!]

방안에 달린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에 경완은 슬쩍 상체를 일으켜 벽에 등을 기대고 앉고 나서야 스피커가 꺼졌다. 14호방 경완이 속한 방이었다.

경완과 같은 방을 쓰게 된 공태식이 그런 경완을 보다가 물었다.

“넌 여기 왜 들어왔어?”

경완이 대답했다.

“해수 구제 좀 과하게 했나봐.”

“해수가 뭐야?”

“유해 동물.”

“구제는 뭔데?”

“제거.”

“아. 그 뭐 고양이 같은 거 죽인 거야?”

“죽이진 않았어.”

“그럼?”

“그런 게 있어.”

경완이 굳이 말을 하지 않자 공태식은 말하기 싫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는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하지만 경완이 묻지도 않았는데 공태식은 자신이 여기에 온 이유를 꺼냈다.

“난 상습절도.”

그는 가정환경이 불우했다. 집 나간 애미와 술에 취해 들어오는 애비. 결국 소년은 가출했고 보호자가 없는 미성년자에게 세상은 너무 차가웠다.

상습절도란 죄명의 배경에는 그러한 사정들이 있었다.

경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겐 진부한 이야기에 불과했다.

“그래. 그렇게라도 먹고 살아야지.”

“···.”

대수롭지 않다는 식의 말에 공태식의 표정은 굳어졌다. 그리고 더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런 공태식의 반응에 경완은 속으로 혀를 찼다.

공태식이 왜 자신의 죄명을 밝혔겠는가? 그건 죄라는 공통점을 통해 서로 마음을 나눌 무리를 얻고자 하는 욕망 때문이었다.

외로웠으리라. 본인이 밝힌 배경을 생각하면 외로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경완은 죄라는 매개체로 서로의 상처를 핥아주는 관계가 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상습절도? 불우한 배경? 고작 그 정도 업(業)으로, 그 정도 고뇌로 자신과 공감대를 형성해보겠다는 시도 자체가 가소로웠다.

도대체 내가 누군 줄 알고?

경완은 이 불쌍한 아해에 대한 동정심이 일어 그에게 평생 피와 살이 될 조언을 해주기로 했다.

“고독도 능력이다.”

“.. 무슨 말이야?”

“곱씹어 봐라. 깨닫는 게 있을 거다.”

“···.”

다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작은 텔레비전에서 광고소리만 들렸다.

자유시간이 끝나고 모두가 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일기쓰기.

일기를 쓰는 시간은 제한되어 있었으며 다음날 오전에 일기를 수거해 검사를 받는다. 당연하게도 일기를 성실하게 쓰면 상점이 있었다. 일기를 통해 소년들의 심리를 파악하여 계도하는 자료로 삼으니 성실히 쓰면 계도와 교화 과정에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었다.

혹여 교도관, 아니 선생들이 모르는 부조리한 일들이 있을 때 몰래 고발하기에도 좋은 방법이었다.

경완도 일기를 썼다.

-똥꼬 검사를 하는 줄 알고 똥꼬를 깨끗하게 씻었는데 다행히 검사하지 않았다. 교도소랑 달라서 그런 모양이다.

-방도 깨끗하고 밥도 잘 나왔다. 이리저리 일과가 바쁜 건 마음에 안 들지만 냉난방도 된다고 하니 등 따숩고 배부르게 지내기 좋은 곳 같다.

“정 선생, 이거 봤나?”

“뭡니까?”

선배인 김 선생이 일기장 하나를 들어보이자 정 선생이 무슨 일인지 되물었다. 그리고는 김 선생이 보여준 일기의 내용에 혀를 내둘렀다.

“이 녀석은 무슨 수련회 온 줄 아는 모양입니다.”

“잘 주시해. 이거 보통 놈이 아니야.”

소년원에 들어오는 아이들의 범죄전력은 전과에 기록되진 않지만 알만한 이들은 다 아는 방법이 있었다. 소년원의 선생들도 이미 경완이 무슨 일로 들어왔는지 잘 알고 있었다.

멀쩡한 소년 여섯을 고자 및 병신으로 만든 소년을 주의하지 않으면 도대체 누굴 주의하란 말인가?

상해로 들어온 아이가 없는 건 아니지만 경완의 폭력성은 충분히 주의할 만했다.

= = = = =

“아.. 일어나기 싫다.”

경완이 눈을 비비적거리며 일어났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일과의 시작이었다.

씻고 인원 점검을 하고 교육장으로 이동했다. 자신을 지도하는 정 선생 말로는 좋은 시절에 태어난 걸 감사히 여기라고 했다. 옛날에는 중학생하고 고등학생들이 섞여서 '여러분 담배를 피면 이가 이렇게 돼요'라는 교육이나 받았지만, 지금처럼 온라인 교육이 잘 발달된 세상에선 자기가 배우고 싶은 걸 진도와 수준에 맞추어 얼마든지 배울 수가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국영수 같은 기본 인문교육은 물론 본인이 원하면 컴퓨터, 기능에 관련된 각종 자격증 시험에 관한 것도 공부할 수 있었다.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소년원 출신의 로스쿨생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군요.”

경완은 고개를 끄덕였고, 정 선생은 그를 한 컴퓨터 앞으로 데려갔다. 헤드셋과 키보드, 마우스가 놓여있었다. 이제부터 경완의 자리였다.

경완은 정 선생이 컴퓨터를 세팅하는 것을 보며 그의 말을 떠올렸다. 본인이 원하는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다?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다?

희망찬 말이었다. 어디까지나 공부 머리가 있는 것들에게는 말이다.

경완은 멍하니 화면에서 출력되는 교육영상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잘 가르쳤다. 사교육 열풍인 대한민국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이름을 알린 강사들다웠다.

하지만 사람의 기억이란 휘발성이 있기 때문에 아무리 1타 강사들이 혀를 놀려 머릿속에 팍팍 집어 넣어줘도 결국 그걸 머리에 붙들어 두는 건 본인의 역량과 노력에 달려있었다.

“집중하는데?”

“좀만 더 보자고.”

혹여 강의영상을 보지 않고 엉뚱한 사이트에 들어가지 않을까 뒤에서 감시하고 있던 선생들이 조용히 화면을 주시하는 경완을 보며 의견을 나누었다. 이제 하룻밤이 지났다. 경완이 어떤 놈인지 파악하고 계도하려면 어떤 녀석인지 파악해야했다.

그리고 이틀째 경완이 결국 사고를 쳤다.

“친구를 때렸더구나.”

고백철 원장이 경완을 불러 상담을 시작했다. 경완은 담담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친구는 아니고, 때린 건 맞아요.”

“왜?”

“뭐, 혈기 넘치는 어린 수컷들 사이에 흔히 벌어지는 일 있잖아요. 서열정리라고 하던가?”

“이 학교에는 그런 거 없다.”

고 원장이 말했다. 나이에 대한 대우는 있어도 서열 같은 건 없다. 밖에서 누구의 보호도 받지 못하고 거칠게 살아온 아이들이다. 그들에게 올바른 서열구조란 무엇인지 계도하기 위해서 체육 수업 등을 제외하고는 서로를 철저히 분리시키는 것이 기본 원칙이었다. 단합된 공동생활을 선생들의 감시아래에 둠으로써 선생들의 시야를 벗어난 그룹을 형성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 그룹의 형성은 아이들에게 서로 악영향만 주게 만드니까.

경완은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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