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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전생 더 빌런-28화 (28/367)

027-03-인간쓰레기통의 짬처리꾼

하지만 경완은 그러거나 말거나 딴 세상일이라는 듯이 국민의 혈세로 조리된 식사를 감사한 마음으로 음미했다.

아무 죄도 없는 청년들조차 징병당해 군대에 끌려가면 식사 때마다 '이 음식은 우리 부모님의 피땀 어린 세금으로 만든 음식이므로 감사히 맛있게 먹겠습니다!'라고 외치는데 저 새끼는 뭐가 그리 잘나서 이 신성한 식사 시간에 저런 개지랄을 떠는 걸까? 애미애비가 없나?

아 그럼 인정.

“오공팔팔! 일어나라.”

5088. 경완의 수형번호였다. 그는 교도관이 자신의 수형번호를 부르자 미간을 좁혔다.

“아직 밥 다 안 먹었어요.”

“일어나라!”

“밥 좀 먹고 일어나면 안 돼요?”

“일어나라니까!”

“빨리 먹고! 우물! 이어나허 허하나혀.”

교도관들이 자신의 주장을 귓등으로도 듣고 있지 않는다는 상황을 파악한 경완은 신속한 숟가락질로 오늘의 특식인 고기반찬을 위주로 입안에 음식물을 가득 밀어 넣었다. 그런 경완의 모습에 참다못한 교도관들이 움직였다.

경완은 교도관 둘이 자신의 팔을 붙잡아 당기자 저항하지 않고 교도관들이 끄는 대로 질질 끌려 나갔다. 남의 손에 자신의 전 체중을 맡기고 이동하는 것도 제법 재미있었다.

하지만 그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 교도관은 짜증이 날 뿐이었다.

“오공팔팔! 똑바로 서라!”

“밥을 다 못 먹어서 다리에 힘이 없어요.”

어느 새 입안에 있는 걸 다 씹어 삼킨 경완이 축 늘어져 힘없이 말하자 결국 교도관들이 폭발했다.

“야이 새끼야! 지랄 좀 그만해!”

아니? 지랄인 거 어떻게 알았지?

경완이 일어나며 투덜거렸다.

“닭가슴살이나 먹어야겠다. 아.. 영치금 얼마 안 남았는데..”

감방에서 살아보니 왜 범털범털 하는지 알았다. 감옥도 엄연히 자본주의 사회였다.

엄살을 떠는 경완을 교도관들이 짜증난다는 듯이 쳐다봤다. 저번에도 한 재소자의 양 무릎을 아작 낸 놈이 이번에도 결국 사고를 쳤으니 관리하는 입장에선 얼마나 짜증나겠는가? 물론 인간적으로 죄를 저지른 놈들이 병신이 되면 오히려 꼴좋다는 마음이 없지는 않겠지만 재소자들이 무사히 형기를 마치도록 하는 것. 그것이 교도관의 책무였다.

이를 무시하면 직장 생활이나 봉급에 악영향을 끼친다.

다양한 전생의 경험이 있는 경완은 충분히 그들의 입장을 이해했다. 하지만 이해한다고 그 입장이 되어준다는 말은 아니었다. 역지사지라는 개념은 언뜻 양자 간에 오가는 상호작용이라고 오해하지만 실제 세계에선 일방적인 방향으로 흐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흔히 강자가 약자를 배려해 역지사지 해줄 거라는 생각도 사실은 착각이다. 돈 없는 사람들이 부자들 세금 많이 낸다고 걱정해주고, 2억짜리 집에 사는 사람들이 9억 짜리 집에 사는 사람들의 종부세를 걱정해주는 요지경인 세상이었으니까.

고로 경완은 자신이 교도관들을 역지사지하는 것보다 교도관들이 그를 역지사지 해주길 바랐다.

“교도관 아저씨들도 보셨잖아요. 제가 먼저 손을 대진 않았다는 걸요.”

“야! 그래도 정도가 있지, 사람을 그렇게 때리면 어떡해?”

아직 놈의 울대뼈가 부서진 걸 모르는 교도관이었다. 아마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경완을 괴물 보듯이 보지 않았을까?

“맞기 싫으면 시비를 걸지 말아야죠.”

“그래서 넌 시비 건 적 없냐?”

“한 번도 없어요. 자살하신 제 아버지를 걸고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맹세할 수 있습니다.”

감옥에 들어온 놈의 양심을 누가 믿을까 싶지만 부친의 자살을 들먹이니 교도관들의 기세가 좀 수그러드는 것이 느껴졌다.

참 좋은 나라였다. 전생의 어느 곳 같았으면 너만 애비 뒈졌냐면서 뒤통수를 맞았을 텐데 말이다.

“암튼 넌 독방행이다.”

“네.”

경완은 고개를 끄덕였다. 혼거실이든 독방이든 그에겐 마찬가지였다. 누우면 방바닥이고 올려다보면 천장인 것이다.

= = = = =

03-인간 쓰레기통의 짬처리꾼.

한동안 독방 신세를 지고 끝날 것이라 생각했던 경완의 생각과는 다르게 상황이 엄중해졌다.

울대가 완전히 박살난 놈은 죽을 고비를 넘겨서 벙어리가 되어버린 데다가 운이 나쁘게 교도소내 사건사고에 대한 감사시기가 맞물렸다.

결국 경완은 상습적 상해로 판사에게 약식 재판을 받아 3년의 형기를 추가로 받고 다른 교도소로 이송되었다.

“판사님. 전에 있던 교도소로 보내주셨으면 합니다. 아무래도 환경이 바뀌면 적응이 힘들지 않겠습니까?”

선처를 바라는 경완의 목소리를 판사가 개소리로 들은 것이 확실했다. 왜냐면 경완이 이송된 교도소는 흉악범, 장기수 수용으로 악명 높은 곳이었던 것이다.

“안녕하세요. 이경완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경완은 슬기로운 감방생활을 위해 한껏 허리를 숙였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쪼개냐?”

“네?”

쪼개? 뭘 쪼개? 네 대갈통?

멀쩡한 듯하지만 어딘가 찐따 같고 열등감에 흠뻑 젖은 듯한 면상을 하고 있는, 과연 이런 얼굴이 범죄자가 되는구나라며 관상은 통계학이라는 설에 신빙성을 더해주는 듯한 얼굴의 남자가 위협하려는 듯 인상을 험악하게 일그러뜨리며 말을 이었다.

“실실 쪼개냐고.”

“아, 아니요.”

경완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 모습에 놈은 기선을 제압했다고 여겼는지 경완을 향해 손짓했다.

“이리 와서 앉아봐.”

경완은 두 손을 모으고 공손한 자세로 그의 앞으로 나아가... 발차기를 먹였다.

발꿈치가 정확히 놈의 콧잔등을 가격했다. 푹 들어가는 느낌이 연골이 부서진 것 같았다.

콰직!

“크억!”

놈이 주저앉은 콧잔등을 붙잡고 넘어지자 경완이 달려들어 놈의 머리통을 짓밟았다.

“점핀점핀 점핀업! 점핀점핀 점핀업! 점핀어업! 점핀어업! 슬픈 기억 지울래! 쩜! 쩜! 개좆같은 너를 잡을래 쩜!프 쩜!프”

온몸의 체중을 실어 흥얼거리는 박자에 따라 퍽퍽 머리통을 밟아 주기 시작하자 놈이 이내 실신했다.

같은 방에 있던 다른 죄수 둘은 말릴 생각도 없이 실실 웃으며 그 꼴을 구경했다. 병신 같이 개사한 노래를 부르며 발길질을 해대는 경완의 똘끼가 꽤나 웃겼던 모양이었다. 무엇보다도 자기가 당하는 게 아니었으니까.

저 폭력이 어쩌면 나에게도 올지 모른다고 생각할 줄 아는 지능이 있었다면 그렇게 웃진 못했을 것이다.

아쉽게도 경완이 한 소절을 더 부르기 전에 급히 들어온 교도관에 의해 경완은 얼른 두 손을 들며 물러났다.

“이 새끼가! 첫날부터 사고를 쳐?!”

경완은 거칠게 자신의 팔을 뒤로 돌려 수갑을 채우는 간수에게 억울함을 호소했다.

“저 새끼가 먼저 지랄하던데요.”

“닥쳐!”

경완은 이송 첫날 독방행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렇다고 그가 그러한 기록을 세운 첫 번째는 아니었다. 교화가 거의 불가능한 흉악범을 수용하는 교도소의 역사 중에 첫날 사고라는 기록이 비단 경완 하나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한 달여의 독방 생활 끝에 감방에 돌아온 경완을 반기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어색하고 살벌한 분위기, 온 세상이 마냥 자신의 적이라는 듯 날선 분위기의 재소자들.

근심걱정 없이 잘 먹고 잘 지내다가 별안간 이런 곳으로 떨어진 경완에겐 정말이지 스트레스 받는 상황이었다. 저번에 살던 교도소가 높으신 분들이 좋아하는 교도소라던데 확실히 분위기 자체가 달랐다.

잠자리? 좀 더 불편해지기는 했지만 그 정도는 감내할 만했다.

식사? 여전히 군대보다는 잘 나오는 수준이었다.

그렇다면 문제가 무엇인가? 인간이 문제였다, 인간이.

중범죄자로서 자신이 남의 인생 망친 건 전혀 생각도 하지 않고 자기 인생만 완전히 망해버렸다고 생각하는 놈들은 정말이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었다.

반성이라는 단어는 엿으로 바꿔 드셨는지 아니면 똥구멍으로 자셨는지, 사방으로 날을 세우며 언제든 빌미와 건수만 잡히면 내면의 울화를 터뜨리려는 놈들하고 뭘 어떻게 잘 지낼 수 있겠는가? 그래서 여태 서로 이름조차 교환하지 않은 실정이었다.

그저 최대한 조용히 입 다물고 지내는 것이 최선이라 판단한 경완도 굳이 말을 걸거나 관계를 맺으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성을 내려놓고 반쯤 짐승이 된 인간들이 모인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만만하게 보이면 먹잇감으로 보인다. 경완이 조용한 이유를 약해서라고 판단하는 우를 범한 이 머리 반쯤 벗겨진 아저씨가 바로 그러한 경우였다.

“야. 네가 청소해.”

“오늘 제 담당 아닌데요?”

아무리 인성 버린 범죄자들이라고 해도 함께 생활하다보면 질서가 잡힌다. 그것이 교도소의 규칙에 의한 것이든 아니면 서로의 암묵적인 불문율이든.

물론 대부분은 약자가 강자의 뒤치다꺼리를 해야 한다는 것으로 귀결되지만 말이다.

“어린노무 새끼가 말이 많아! 어른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지!”

“흐음..”

그는 경완이 뭔가 생각에 잠기자 대답을 재촉했다.

“왜 대답이 없어?!”

위협적인 어투, 그러나 경완에겐 참으로 싸가지 없는 말투였다.

경완은 뭔가를 결심하기 전에 그에게 한 가지를 물어봤다.

“아저씨는 여기에 무슨 죄로 들어와 있어요?”

“그건 왜 물어!”

놈의 얼굴이 수치심인지 분노인지로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경완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래야 제가 말을 잘 들어야 무사한지 안 한지를 판단할 수 있지 않겠어요?”

밖에서 좀 치고 온 인간이다? 그럼 얌전히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몸이 성할 거라는 설명에 놈이 언성을 높였다.

“너 같은 어린노무 새끼는 쨉도 안 돼!”

“지랄.”

그 말에 한쪽 구석에서 가만히 듣고만 있던 죄수가 이죽거리며 한 마디 했다. 그러자 반쯤 머리 벗겨진 놈이 그쪽을 향해 눈알을 부라렸다.

“뭐야!”

“뭐긴 뭐야? 힘없는 어린 여자애만 노려서 강간한 새끼가 쎈 척 하니까 어이가 없어서 그러는 거지.”

“씨발! 닥쳐!”

“쪽팔린 줄은 아는가 보지?”

“어차피 나중에 다 경험할 거 조기교육 해준 거 아냐!”

“어우. 씨발새끼.”

경멸 섞인 욕설에 씩씩거리는 인간쓰레기를 보며 경완은 어디 언론에서 나온 소아 연쇄 성폭행범의 진술 내용을 떠올렸다. 혹시 이놈이 그놈인 모양이었다.

경완이 주목을 끌고자 박수를 쳤다.

짝!

버러지와 시선이 마주한 경완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알았어요. 청소할게요.”

“진작에 그럴 것이지.”

그는 비틀린 미소를 지으며 득의양양했다. 이 새끼는 호구새끼다.. 그렇게 생각했다. 의식의 사각에서 날아온 손가락이 그의 왼쪽 안구를 뚫어버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푹!

“아악!”

“렛츠 청소 타임!”

경완이 텐션이 올라갔다.

“이, 이 씹새끼가!”

놈이 한쪽 눈으로 경완을 찢어죽일 듯이 노려보자 경완이 어깨를 흔들며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죄수복의~ 좆 같은 아저씨가~ 나보고 윙크 하네~. 읏~차!”

“이 개쉐끼가!!”

“병신같이 날 보고 윙크하네 이거 참 지랄났네~.”

“죽어!”

“오!~호!~ 이거~ 참 지랄랄라!”

퍽!

경완은 흥얼거리며 다친 눈을 찡그리고 달려드는 놈의 손아귀를 탁 쳐내고는 그림 같은 카운터를 놈의 멀쩡한 눈알에 박아 넣었다. 채찍처럼 손목에 스냅을 준 펀치는 튀어나온 중지에 에너지를 집중 시켰고, 중지 하나에 집중된 충격량은 거기에 맞은 놈의 안구를 터뜨려버렸다.

터져버린 안구에서 새어나온 유리체가 맑게 흩뿌려졌다.

“끄아아아악!”

순식간에 세상이 어둠에 빠져들자 놈이 얼굴을 감싸고 비명을 질렀다. 교도관들이 급하게 소리를 지르며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지만 경완의 어깨춤과 노래는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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