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한전생 더 빌런-35화 (35/367)

034-04-나도 검사님처럼 나랏밥 먹는 사람이다 이거예요(유료연재 시작)

“고작 400억 때문에 검사를 죽여서 검찰과 척을 진다? 아니죠. 검찰에 그 400억짜리랑 엮인 높은 분이 있다는 게 맞겠죠. 그런데 검찰이 그리 돈이 많이 필요하겠어요? 검찰이 정치자금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아! 혹시 이번에 사표 내고 정치에 입문하시는 분이 있어요? 아, 그것도 아니구나. 이미 입문한 분이 필요하다고 하신 거예요?”

“육구팔팔!”

경완을 붙잡고 부르는 교도관의 목소리가 절실해졌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나는 왜 이런 위험한 이야기를 듣고 있는가?

새파랗게 질린 교도관에게 경완이 말했다.

“교도관 아저씨. 귀 막으세요. 검사도 죽인 놈들인데 교도관 하나 못 죽일 것 같아요?”

“하, 하지만!”

“그럼 잠시 기절해있으실래요?”

“어, 어어. 그게..”

교도관은 이 위험한 일에 얽히고 싶지 않은 마음과 교도관으로서 죄수를 관리해야 한다는 직업윤리 사이에서 갈등했다.

그리고 경완의 기습은 그의 고민을 깔끔히 지워버렸다.

“캑!”

부지불식간에 경동맥에 촙을 맞은 교도관이 그대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경완의 손은 어느새 수갑을 벗어나 있었다.

경완은 다른 교도관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얼른 의자로 문고리 밑을 받혀 단단히 막고 황석칠을 돌아보았다.

바로 그때가 황석칠이 경완을 덮친 순간이었다. 심상치 않은 상황에 그는 지금 경완과 격투라도 벌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훌륭한 판단이었지만 경완과 자신 사이에 격투에 관한 경험치 차이에 대해선 전혀 몰랐던 것이 패착이었다.

“이익! 아악!”

잠깐의 몸싸움. 황석칠은 경완의 몸을 붙잡고 쓰러뜨려 마운트 자세를 취하려고 했으나 몸 여기저기가 툭툭 두드려지더니 어느새 균형을 잃고 도리어 경완에게 마운트 자세를 내주고 말았다.

그는 펀치를 예상하고 두 팔로 얼굴을 가렸지만 경완은 곧장 그의 손목을 붙잡고 암바로 들어갔다.

신속하고 정확한 기술에 황석칠이 비명을 질렀다.

“아악!”

“엄살 피우지 마요. 힘 안 줬으니까. 하지만 지금부터 대답 여부에 따라서 많이 아플 수도 있어요.”

“너, 너 실수하는 거야!”

“제 걱정보단 본인 걱정부터 하시죠.”

“아악!”

“팔은 두 개예요. 다리도 두 짝이고요.”

“크윽!”

경완이 슬쩍슬쩍 힘을 주며 팔에 부러질 것 같은 고통을 가하자 황석칠은 혼란스러웠다. 이런 곳에서 이런 짓을 당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경완이 물었다.

“누구예요?”

“뭐, 뭘!”

“김 검사님 죽이라고 한 새끼.”

김 검사. 알고 지낸 기간이 짧아서 어떤 사람인진 다 알진 못했지만, 법 없이도 살 사람은 아니었다. 나쁜 사람인지 착한 사람인지도 알 순 없었다. 하지만 딱히 큰 잘못을 저지르거나 혐오스런 인간은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직업에 충실했다.

확실한건 이렇게 죽어야 할 사람은 아니라는 점.

경완은 치킨으로 맺어진 의리를 지키기로 결정했다.

“몰라! 크윽!”

“자칫 하면 팔 병신 돼요. 전 야매로 배워서 기술을 걸면 신경까지 같이 아작내요. 400억이 필요한 사람. 누구예요?”

“모, 아악!”

“대답하기 전에 잘 생각해봐요.”

“양승태! 양승태 의원!”

황석칠은 팔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다급히 머릿속에 있는 이름을 꺼냈다.

거짓이 아니었기에 경완은 그의 팔을 풀어주었다. 하지만 얌전히 놓아주진 않고 풀어진 수갑으로 그를 구속했다. 황석칠은 자신의 팔로 자신의 목을 감싸는 자세로 목 뒤로 수갑을 찼다. 목덜미에 단단히 걸쳐진 수갑은 불편했고 팔을 완전히 구속해 저항의 가능성을 제거했다.

그때 문이 부서지고 교도관들이 들어왔다. 그들의 손에는 전기충격기나 삼단봉 등의 제압도구가 들려있었다.

기절한 교도관의 호주머니를 뒤지고 있던 경완은 급히 황석칠의 목을 끌어안고 그들과 대치했다.

“육구팔팔! 투항해라!”

“그러고 싶긴 한데 할 일이 생겨버렸어요. 워워! 함부로 움직이면 검사님 안구가 열쇠 구멍이 될지도 몰라요.”

어느새 기절한 교도관의 호주머니에서 집 열쇠인지 차 열쇠인지 용도 모를 열쇠를 챙긴 경완이 둔탁한 열쇠 끝을 황석칠의 눈두덩에 대고 누르며 교도관들의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육구팔팔. 이러면 너에게 안 좋아.”

“가만히 있어도 죽을 판이에요. 어떻게든 전 해결을 봐야겠어요. 자세한 사정은 기절한 저 교도관에게 물어보시고 방을 나가주시겠어요?”

“그럴 순 없다.”

“그래요?”

찌직!

“끄아악!!”

황석칠의 입에서 커다란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의 귀에선 피가 터져 나왔다. 경완이 그의 귀를 잡아당기자 귀뿌리가 살짝 찢어져 버린 것이다.

살짝 찢어진 귀 뿌리에서 나온 피가 턱을 타고 흘러내며 황 검사의 하얀 와이셔츠를 물들였다.

경완이 입을 열었다.

“검사님 귀가 떨어져도요?”

이런 일을 경험해본 적 없었던 교도관들이 당황하며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인질극? 그것도 무려 검사 인질이라니?!

경완은 그들이 입구 옆에 붙어서 뭔가 수작질을 하기 전에 신속하게 움직여 접견실을 빠져나왔다. 피 흘리는 검사라는 협박에 기가 눌린 교도관들이 거리를 두고 경완을 포위했다.

경완은 벽에 등을 붙이고 황석칠에게 물었다.

“황 검사님 어디로 오셨어요? 이쪽이요? 저쪽이네.”

황 검사의 신체반응을 통해 나가는 길을 확인한 경완은 교도관들을 예의주시하며 최대한 신속하게 움직였다. 황 검사가 협조하지 않자 그의 귀에 이렇게 속삭였다.

“귀. 지금 찢어버려요? 지금 찢으면 나중에 가짜 귀 붙이고 다녀야 할 수도 있는데?”

정말 그럴 것 같은 느낌에 황 검사는 저항하지 않고 경완이 끌고 가는 대로 끌려갔다.

접견실의 위치는 접견객들의 편의를 위해 교도소 가장자리에 위치해있었기 때문에 중간에 걸리적거리는 것이 그리 많진 않았다.

중간에 있는 하나의 쇠창살. 그것도 문제가 아니었다. 경완이 혹시나 해서 기절한 교도관의 호주머니에서 챙긴 열쇠로 쇠창살을 열었다.

그 모습에 경완을 포위하고 있던 한 교도관이 화가 나 소리를 질렀다. 경완이 중간에 막힌 쇠창살에 당황하고 그 틈을 타 제압할 생각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야! 그거 어떻게 연 거야!”

“열쇠 구멍이란 건 쑤실 수 있는 꼬챙이만 있으면 다 열려요. 스마트 도어락 시대가 열린 지가 언젠데 아직까지 열쇠 쓰고 있어요?”

경완이 분통 터지는 소리를 하며 황 검사를 끌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경완이 입구를 나서기 전에 말했다.

“더 따라오면 귀 찢어버릴 거예요.”

“야! 그만하라고 새끼야! 너 나가봤자 금방 잡혀!”

“탈옥하는 게 아니라 잠시 볼일 보러 외출하는 거예요. 볼일 다 보고 나면 제 발로 돌아올 테니까 걱정 마세요.”

경완의 개소리에 교도관들이 분통을 터뜨리며 따라오려고 할 때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농담 아니에요.”

우득!

“끄아악!”

황 검사의 입에서 나온 비명소리가 입구에서 나와 경완을 포위하려는 교도관들의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경완이 황 검사의 새끼손가락 하나를 꺾어버린 것이다.

“교도관님들. 잘 생각하세요. 꺾인 손가락은 치료하면 되지만 찢어버린 귀는 썩어서 못 붙일 수도 있거든요.”

경완의 말에 교도관들은 머뭇거렸다. 경완의 대응이 녹록지 않았고 그의 말이 농담으로 들리지도 않았다. 녀석은 이미 사기꾼 한 명의 혀를 잘라 변기에 흘려버린 전적이 있었지 않았던가?

그런데 사기꾼의 혀가 아니라 검사의 귀라니? 교도관들에겐 정말 부담이 되는 일이었다.

교도관으로서의 직업윤리? 책임감?

기소권 독점이라는 무소불위의 특권을 가진 검사에게 사돈은 물론이고 오촌 팔촌까지 다 털려봐야 검사 무서운 줄 알고 피눈물을 흘릴까? 검찰과 척질 상황 자체를 안 만드는 것이 소위 현실과 영합하는 현명한 사람의 처세술이었다.

그렇게 교도관들이 어찌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경완은 신속하게 황 검사의 차를 찾아 그를 운전석에 밀어 넣었다. 그리고 자신도 운전석으로 몸을 실으며 황 검사를 보조석으로 밀어 넣었다.

건장한 사내의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귀뿌리가 살짝 찢어져 피를 흘리는 귀를 단단히 붙잡고 밀어주면 귀한 귀 찢어질까 봐 얌전히 자리를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목을 끌어안은 채로 목덜미에 수갑이 걸쳐진 자세로는 저항도 어려웠다.

“너 도대체 뭘 원하는데?!”

시동을 걸고 악셀을 밟는 경완에게 황 검사가 물었다.

경완은 안전벨트를 매며 대답했다.

“우선 얌전히 있어주세요. 황 검사님은 안전벨트 안 매고 있잖아요. 혹시 운전 방해해서 사고 나면 황 검사님만 죽을 수 있어요.”

“얌전히 있을 테니까 이유라도 좀 알자! 너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이러는 게 너한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황 검사는 미치고 팔딱 뛰고 싶은 심정으로 외쳤다.

그 말에 경완은 웃었다.

“푸힛! 큭큭큭!”

삶에 도움이 되는 행동이 뭐지? 아니 그전에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지?

살면 살수록 경완은 도무지 거기에 대한 답을 내릴 수가 없었다.

“황 검사님. 황 검사님은 황 검사님의 삶이 있고, 저에겐 저의 삶이 있는 겁니다. 이해하려고 들지 마세요. 그냥 받아들여요.”

그리고는 차에 붙은 내비게이션 패널을 조작했다.

[목적지 여의도 국회의사당. 경로를 검색합니다.]

“야이 미친 새끼야!”

황석칠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경완은 즐겁게 소리쳤다.

“이렇게 된 이상 국회로 간다!”

“야이 또라이 새끼야!”

“어우! 운전 방해하지 마세요. 지금 백 키로 넘었거든요.”

“씨발!”

엑셀을 꽉 밟은 채 거칠게 운전하는 경완의 모습에 황 검사는 거칠게 욕설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그는 심각하게 경완의 정신상태를 의심했다.

“뒤질 놈 친구들! 렛츠고! 렛츠고! 꽉 밟아- 보자! 렛츠고! 렛츠고! 스릴은 언제나 우리의 거~엇! 렛츠고! 고! 고!”

빵빵거리는 주변 차들의 경적을 뒤로한 채 요리조리 핸들을 돌려가며 흥얼거리는 가사가 과연 놈이 제정신인지 의심케 했다.

[과속 방지 구간입니다.]

부아아앙!

내비의 알림에 경완은 엑셀을 꾸욱 밟았다. 그리고는 황 검사를 보며 미소 지었다.

“아이고~! 우리 황 검사님 과태료 많이 나오시겠어요?”

“앞을 봐 이 새퀴야!”

백 오십 키로가 넘는 속력에서 앞을 보지 않는 경완의 행태에 황 검사는 새파랗게 질려 소리쳤다.

“겁나세요?”

“안전밸트나 매주던지, 이 씨발놈아!”

반쯤 정신이 돌아버린 황 검사의 입은 검사답지 않게 매우 더러웠다.

경완이 대답 없이 운전하자 초조해진 그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정말 국회로 갈 거냐?”

“네.”

“왜!”

“아이고 귀야! 목소리 좀 낮춰요. 콱 가로수 박아버리기 전에.”

이 속도로 가로수를 박는다? 저 운전하는 새끼가 반드시 죽었으면 했지만 안전밸트를 안 맨 자신은 반드시 죽는다.

“왜? 도대체 왜 가는데?”

경완의 위협에 황 검사는 목소리를 줄였다. 억울하고 어이가 없어서 울먹임까지 섞여 있었다.

경완이 대답했다.

“감히 대한민국 검사를 죽였잖아요.”

“너하고 아무런 관련도 없잖아!”

죄수 주제에! 황 검사의 언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경완은 삐쭉이 웃었다.

“관련이 없다면서 도대체 저한텐 뭘 물어보러 왔는데요?”

“... 양승태 의원이 죽이라고 했다는 증거는 없어!”

“그거야 알아보면 되는 거죠. 4백억 페이퍼 컴퍼니랑 관련되어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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