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한전생 더 빌런-41화 (41/367)

040-05-교도소의 언터처블

왜 그런 새끼들은 피해자 인권엔 좆도 신경 안 쓰면서 가해자 인권엔 그렇게나 신경을 쓸까? 혹시 예비 가해자들인가? 지들이 언제고 가해자 될 때를 대비해서 미리 가해자 살기 편하도록 포석을 깔아두는 건가? 국회의원같이 높으신 분들이 재벌이랑 짬짜미 할 걸 대비해서 사기 같은 경제 사범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제정하는 거랑 비슷한 맥락일 수도 있었다. 하루를 몇천만원으로 산정하는 황제 노역도 말이다.

참 이해가 안 되는 일이었다. 자본주의 만만세, 자본주의 최고, 시장만능주의가 곧 정의라고 부르짖으면 그 자본주의에 해를 끼치는 경제사범은 살인과 같은 수준으로 다뤄야 하는 거 아닌가? 이러니 국회의원들이 앞뒤가 다르다고 욕을 처먹지.

경완이 잠깐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이 아무개 씨가 이를 앙다물었다.

“죽고 싶냐?”

“그건 제가 할 말이구요, 저도 얌전히 지내는데 아저씨 같은 피라미가 설치고 다니면 기분 나쁘잖아요? 댁 같은 쓰레기가 눈에 띄면 불쾌하기도 하고.”

“이 쓉새가!”

“어이! 거기!”

이 아무개 씨가 경완의 멱살을 잡자마자 교도관이 경고를 해왔다.

경완은 자신의 멱살을 쥔 이 아무개 씨의 손목을 잡고 비틀었다. 이 아무개는 용을 쓰며 버티려고 했지만 손목은 마치 바이스에 물린 것처럼 천천히 돌아갔다.

비틀린 손목의 통증을 견디지 못해 멱살을 놓은 이 아무개의 손을 얌전히 그의 허리에 붙인 경완이 그의 뺨을 톡톡 치며 모멸감과 함께 경고했다.

“경고는 이번이 마지막이에요. 다음에 날 볼 때는 어디 한 군데 병신 된다고 생각하면 돼요. 날 보기 싫다? 그럼 얌전히 지내요. 나대지 말고. 알았어요?”

“···.”

이 아무개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경완은 충분히 대답을 들었다.

그는 경완이 몸을 돌려 돌아가는 와중에도 이를 앙 물고 주먹을 꾹 쥔 채 모멸감에 몸을 떨었지만 감히 덤비지 못했다. 그의 손목을 쥔 경완의 악력에서 원초적인 힘의 격차를 느낀 탓이다.

아릿한 통증. 이 아무개는 자신의 손목에 남은 멍 같은 손자국에 그저 이를 악물었다.

= = = = =

이 아무개 같이 경고 한 번에 얌전해진 놈이 있지만 그렇지 못한 놈도 있었다.

경완은 위기 감지 능력이 왜 지능순이라는 말이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존나 뻗대다가는 존나 처맞는다는 걸 맞기 전엔 도저히 판단이 안 되는 모양이었다.

그 경비가 삼엄한 국회의사당에 침입해서 국회의원을 조진 능력을 갖춘 범죄자를 좆으로 보는 상황판단력은 도대체 어찌해야 하는 걸까?

몽둥이가 답이었다. 주먹이 약손이었다.

분노조절 장애자는 분노 조절을 잘하게 되었고, 살살 눈치를 살피며 교도관에게 개소리를 늘어놓던 교활한 여우는 짖지 못하는 개새끼가 되었으며, 이런저런 사고를 실수인 척 저지르는 씹새끼는 빠릿빠릿한 FM 재소자가 되었다.

그럴 때마다 경완은 짧게는 며칠, 길게는 한 달씩 독방 신세를 졌지만 감방 생활은 점점 더 편해졌다.

종종 치킨이 생각나기는 했다. 치킨과 콜라의 콜라보네이션이 아쉬울 때면 경완은 죽음 김오민 검사와 자신을 인터뷰했던 최충곤 기자를 떠올렸다.

죽은 사람이 치킨을 사줄 리는 없으니 기대할 곳은 최중곤 기자뿐이었지만 어찌 된 일인지 감감무소식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무려 현역 국회의원이 그것도 국회의사당에서 애꾸 및 하반신 불구가 된 사상 초유의 사태에 높으신 분들은 간담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이경완이라는 미친놈이 언급되는 것 자체가 싫었을 테니 미디어에 압력을 넣어 그가 얽힌 일이라면 그 어떤 기사도 나가는 것을 막았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큰일을 저질렀다고 생각한다면 자긍심 과잉인가?

하지만 경완은 부와 권력을 가진 이들이 얼마나 자신의 재산과 안전에 집착하는지 잘 알았다. 그 정도는 평범한 이들이 상상하는 그 이상이다. 어느 정도냐면 그동안 자신이 표출해왔던 정치적 신념을 배반하고 청와대라는 권력의 최상부에 있으면서도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주저 없이 사표를 쓸 정도였다.

그 어떤 문제나 잡음이 없는 세계 최고의 공항도 민간에 팔아먹으려고 눈에 불을 켜고, 국가 주요 재산인 위성을 중국에 헐값이 팔아먹고 그걸 팔아먹은 책임자가 해당 중국 회사의 경영진으로 이동한 사건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

소위 높으신 분들의 알짜배기 알아보는 안목과 자신의 부귀를 위해 공익을 팔아먹는 술수, 그러면서 가히 대중들을 개돼지 취급하는 두꺼운 낯짝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이런 분들이니 언론의 주둥이를 막는 것은 일도 아니겠지?

아니지. 그 똑똑하신 분들은 감히 언론의 주둥이를 막는다는 세련되지 않은 방법은 사용하지 아니하신다. 대신 언론을 자신들의 나팔수, 대변인으로 만드는 꼼꼼함을 발휘했다.

아마 최충곤 기자도 비슷했겠지. 함부로 입을 막으려고 강압적인 방법을 쓰기보다는 일단 주둥이에 현찰 뭉치부터 물려주는 게 효과적이다. 짖는 개를 닥치게 하려고 몽둥이를 휘두르면 깨깽 거리면서 더 시끄럽게 짖어대지만 일단 뼈다귀를 씹는 와중에는 조용해지는 것이 세상 이치 아니던가?

그래서 최 기자는 자신의 저널리즘을 얼마에 팔아먹었을까?

경완은 최대한 비싼 값에 팔아먹었기를 기도했다. 그만큼 자신의 치킨 요구 역시 정당해질 테니 말이다.

굳이 최 기자만 기다릴 건 없었다. 지금이야 당장 높으신 분들의 불편하신 심기에 눈치를 보며 입에 물린 뼈다귀를 핥고 있겠지만 언제고 여론이 식고 물고 있던 뼈다귀가 사라진 기자들은 조회수를 위해 경완에게 접견을 요청할 테니 말이다.

그때면 다시 입가에 닭육즙 좀 묻힐 수 있을 거라.. 경완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은 언제나 그렇듯 예상대로만 돌아가지 않았다.

“이경완 씨.”

“김 기자님?”

“네. 제가 접견 신청을 한 김명일 기자입니다.”

“치킨 사 오셨죠?”

“네.”

최충곤 기자가 한 번 경험했던 탓에 경완과의 접견이 허비되지 않으려면 치킨을 사식으로 들고 가야 한다는 걸 모르는 기자는 없었다.

“먼저 먹고 할게요. 치킨 냄새 때문에 도저히 인터뷰에 집중을 못 할 것 같아요.”

“··· 그러시죠.”

경완은 일단 닭다리부터 뜯었다. 닭다리 다음엔 닭날개, 닭날개 다음엔 사이라고 불리는 넓적다리. 사이버거할 때의 그 ‘사이’가 바로 이 부분이었다.

그렇게 가장 맛있고 중요한 부위를 다 먹고 나서야 경완은 기자의 이야기를 경청할 자세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런 그를 향한 기자의 첫 질문은 바로 이것이었다.

“이경완 씨가 ○○교도소의 언터처블입니까?”

“.. 무슨 씨블이라고요?”

경완은 뜻밖의 질문에 살짝 당황했다. 그의 예상으로는 저널리즘으로 인한 혈기를 이기지 못한 어느 기자가 과거에 있었던, 국회의원 테러 사건 및 검사 사망 사건에 대해 심층취재를 하러 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벌써 반년이 넘기는 했지만 그 큰 사건이 일 년도 안 된 사이에 사그라질 리가 있겠는가? 사상 초유의 국회 난입 및 국회의원 병신 된 사건인데?

여론이야 가라앉고 외면하고 있겠지만 대중이 그 임팩트 강한 사건을 잊을 린 없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언터처블이라니? 교도소의?

언터처블이라는 별명이 왜 붙었는지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었다. 교도관과 짬짜미해서 말 안 듣는 재소자들의 기를 잘 죽여 놓고 그 대신 사소한 편의를 얻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상한 일이었다. 앞서 일어났던 사건에 비해선 정말 사소한 일이지 않은가?

의문 가득한 경완에게 김명일 기자가 입을 열었다.

“모범 무기수가 귀휴한 후에 잠적한 일이 있습니다.”

이야기는 간단했다. 모범적인 감방 생활로 모범수로 인정받은 무기수에게 군대에서 휴가 주는 것처럼 잠시 귀휴를 주는 제도였다. 재소자들에게 제시하는 일종의 당근이었다.

경완은 입술을 비틀며 혀를 찼다.

“그거 전역일이 무기한으로 남은 병사에게 휴가 주는 거잖아요? 탈옥할 만하네.”

휴가 기간이 지났지만 귀대하지 않으면 탈영이다. 귀휴가 끝난 지 한 달이나 지나도 돌아오지 않으면 명백한 탈옥이다.

교도소가 군대를 닮은 것인지, 군대가 교도소를 닮은 것인지 모를 정도로 묘하게 닮은 상황이었지만 중요한 것은 놈이 변명이랍시고 꺼내 놓은 말이 교도소의 언터처블이 무서워서 귀대, 아니 귀옥(?)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경완으로서는 뒤통수를 맞은 격이었다. 어르신이 몸소 신경을 써서 훈계(?)를 해줬으면 반성하고 어떻게 하면 사람 새끼가 될 수 있을까 고민을 해야지 이런 식으로 사람 뒤통수를 쳐?

“그 새끼 이름이 뭔데요?”

“마정보라고 합니다.”

경완은 고개를 갸웃했다. 뭐지? 처음 듣는 이름이다.

“얼굴 좀 볼 수 있을까요?”

김 기자는 경완의 요청에 스마트폰에 마정보의 얼굴을 띄워 보여주었다.

그래도 경완은 고개를 갸웃했다.

“본 적도 없는 새낀데요?”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경완이 지금까지 손봐준 장기수, 무기수는 교도소 관계자들을 골치 아프게 만든 문제아들이었다. 무기수 주제에 모범수랍시고 귀휴 대상자까지 된 놈하고 경완이 마주할 일이 있을 순 없었다.

경완의 반응에 김 기자는 신중하게 질문을 던졌다.

“그럼 본인이 교도소의 언터처블이 아니라는 말인가요?”

“김 기자님. 제가 언터처블이라고 불리는 것도 이번에 처음 들었어요. 뭐 그럴 수도 있죠. 소문의 당사자가 자신에 대해 어떤 소문이 도는지 모르는 건 흔한 일이잖아요? 놈이 왜 제가 언터처블이라고 불리는지 설명은 들었어요?”

경완의 물음에 김 기자는 접견을 감시하는 교도관의 눈치를 보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게.. 경완 씨가 교도소 내에서 폭력 사태를 저질러도 별다른 벌을 받지 않았다고...”

“이야~. 그 새끼 왜곡 좆나 잘하네.”

경완은 혀를 내두르고는 확실하게 팩트를 설명했다.

“제가 교도소 내에서 폭력을 휘두른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때마다 꼬박꼬박 독방에 갇혔다고요.”

그게 경완에게 벌의 의미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아무튼 사실은 사실이었다. 교도관들도 결국은 교정직 공무원. 빠져나갈 구멍은 만들어둬야 했으니까.

김 기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좀 더 깊은 내용을 캐냈다.

“폭력을 휘두른 이유가 뭡니까?”

“기자님. 죄를 짓고 교도소에 들어왔으면 좆 잡고 반성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 렇죠?”

죄수복을 입은 경완이 마지 자신은 죄를 저지르지 않은 것처럼 당당히 말하지 잠시 인지 부조화가 온 김 기자였다.

그런 김 기자를 향해 경완은 열변을 토해냈다.

“그런데 쉬벌! 더 이상 좆 될 거 없다고 막 나가는 놈들이 있어요. 교도관에게 욕을 하는 것은 예사고 심지어 발로 차거나 박치기까지 하는 놈도 있다니까요? 왜 그러겠어요? 억울해서? 아니죠. 심심해서 시비 한 번 걸어보는 겁니다. 인권단체라는 병신들이 눈에 불을 켜고 있으니까 교도관들이 가할 수 있는 제제는 한계가 있거든요.”

경완이 콜라를 꿀럭꿀럭 마시고는 트림과 함께 캬! 소리를 내며 가슴에 얹힌 고구마를 밀어냈다.

“나도 이렇게 얌전하게 지내는데 지들이 뭐라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한테 행패를 부린답니까? 그런 새끼들을 삼청교육대에 보내서 조져야 해요.”

굳이 몽둥이찜질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놈들이 개지랄 떨 때마다 사흘씩 굶기면 얌전한 개가 된다는 것에 경완은 자신의 불알 두 쪽과 머리카락 모두를 걸 수도 있었다. 지들이 독립투사도 아니고 죽음을 각오한 투철한 신념 따위가 있을 리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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