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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전생 더 빌런-47화 (47/367)

046-06-두유 노우 갱완 리?

경완은 급히 두 손을 들며 한 걸음 물러나며 변명했다.

“이 녀석이 꼼수를 쓰잖아요.”

“꼼수요?”

“그냥 질문을 안 들어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죠. 그런 상황에서 아무리 질문을 해봤자 무슨 소용이랍니까?”

경완의 말에 김준은 미간을 찌푸렸지만 한결 누그러진 어조로 말했다.

“이거 문제가 될 겁니다.”

“괜찮아요. 부러뜨린 게 아니라 잠시 탈골만 시킨 거니까요. 제가 다시 끼워 넣을 수 있어요.”

경완의 말에 김준은 미간을 좁힌 채 이어폰으로 누군가와 대화를 하더니 말을 이었다.

“좋습니다. 그럼 탈골부터 맞추죠.”

“그러죠.”

경완은 김준의 허락을 받자 무하마드의 손목을 쥐었다. 하지만 졸지에 손가락이 꺾인 무하마드가 가만히 있겠는가?

“아씨! 가만있어, 이 새끼야!”

쫘악!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강렬한 싸다구가 반항하는 무하마드의 뺨에 작렬했다. 입안이 터졌는지 입가로 핏방울이 튀어나왔다.

김준은 연이어 이어진 돌발상황에 황당해하며 뭐라 말을 하려고 했지만 입만 벙긋거리다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었다. 그 와중에 경완이 무하마드의 꺾인 손가락을 쥐고 탈골된 관절을 제자리에 밀어 넣었기 때문이다.

“짜잔! 원상복구! 치료 끝!”

그렇게 말하는 경완의 몸짓은 마치 마술쇼를 보여준 마술사와 같아 보는 사람들을 기가 차게 만들었다.

김준은 혹여나 심문 과정에 문제가 생길까 봐 무하마드에게 말했다. 방금 일어난 일은 탈골된 손가락을 도로 끼워 맞추려는 과정에서 생긴 해프닝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 개소리를 누가 믿겠는가? 무하마드는 증오에 찬 눈빛으로 김준과 경완을 보았다.

그러나 건방진 테러조직 따위에게 협조하는 건방진 테러리스트의 건방진 눈빛은 경완에겐 가소로울 뿐이었다.

“뭘 째려봐, 이 씹새야?”

쫘악!

“으아아아아!”

경완이 반대쪽 뺨까지 때리자 더 이상의 모욕을 감내할 수 없었던 무하마드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경완에게 달려들었다.

경완이 슬쩍 상체를 돌리며 턱을 노린 박치기를 피하고 놈의 목덜미를 붙잡아 그대로 벽에 안면을 처박았다.

그리고는 비틀거리는 놈의 목덜미를 잡아당기며 발목을 후려쳐 넘어뜨린 다음에 얼굴을 콱하고 밟아주었다.

그러자 얼굴을 붙잡고 버둥거리는 무하마드.

경완이 중지를 내밂과 동시에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니가 그렇게 땨움을 쟐해? 옥땽으로 올라와.”

하지만 무하마드는 이미 옥상으로 갈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급히 들어온 FBI의 요원들도 옥상 결전이 벌어지는 것을 막는 방해물이었다.

김준은 골치가 아픈지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경완에게 말했다.

“여기까지 합시다.”

“뭘요?”

“심문이요.”

“왜요?”

그걸 몰라서 물어?!

“지금 같은 상황에서 심문을 진행할 수 있겠습니까?!”

항상 냉정하고 조용하던 김준이 언성을 높였다. 경완은 그런 그의 모습에 ‘성깔이 없는 줄 알았는데 있네’라고 뇌까린 후에 호구 물은 사기꾼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금 같은 상황이니까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죠. 이 새끼 완전히 평정심이 무너졌잖아요? 냉정하게 감정을 다스리는 놈보다 흥분한 놈이 읽기가 더 쉬워요.”

경완의 말에 김준은 골치 아프다는 표정으로 다시 이어폰으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더니 우묵한 시선으로 경완을 보았다.

“분명 문제가 생길 겁니다.”

문제라.. 무슨 문제이고 누구에게 생긴다는 말일까? 아마 경완 또는 그의 능력을 이용하기로 결정을 내린 사람들이거나 혹은 그 모두겠지.

물론 경완에겐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어차피 전 범죄자니까요. 뭣하면 저한테 책임을 다 몰고 기소 때린 후에 한국으로 송환시켜버리면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잖아요?”

“.... 하지만 그러면 형기가 늘어날 겁니다.”

“프하하하하하!”

김준의 말에 경완은 별안간 갑작스레 웃음을 터뜨렸다.

참 이 양반들 아직 자신에 대한 조사가 덜 됐나? 자신의 과거를 좀 더 조사했다면 그가 고작 형기(刑期) 따위에 두려워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 텐데?

경완에게 김준의 걱정은 마치 꼴등이 전교 일등보고 만점 못 받아서 어떡해라며 걱정해주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주었다. 누가 감히 누구를 걱정한단 말인가?

“제가 그런 거 걱정했다면 제가 국회의원 허리에 칼침을 박았겠어요?”

“....”

“댁들은 못 하지만 전 할 수 있죠. 그걸로 이 좆같은 새끼 엿 먹일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경완은 비릿한 미소로 무하마드가 앉은 의자다리를 툭툭 찼다. 증오 가득한 눈빛이 조롱 가득한 눈빛과 마주쳤다.

그런 두 사람을 보던 김준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럼 계속하죠.”

상부에서 지시가 떨어진 모양이었다.

경완은 무하마드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다시 스무고개를 시작했다. 독기 가득했던 무하마드의 표정은 질문이 끝을 향할수록 절박해졌다.

“당신의 형이 있다는 곳이 여긴가 보죠?”

경완이 짚은 집 주소와 사진에 무하마드가 발광하기 시작했다.

[으아아! 변호사! 변호사를 불러줘!]

“당신 동생이 있는 곳은 이곳이고요?”

[나한텐 침묵할 권리가 있다고오!]

경완이 김준에게 물었다.

“이 새끼가 뭐라는 거예요?”

“자기에겐 묵비권이 있다는군요.”

“지랄하고 자빠졌네요.”

테러범이 묵비권은 무슨.

“하여간 범죄자 새끼들은 남의 권리는 개무시하면서 지들 권리는 오지게 챙겨요. 그쵸, 미스터 킴?”

그 말에 김준이 쓰게 웃었다. 그의 입장에선 경완도 범죄자이긴 마찬가지였다.

아무튼 진실의 스무고개 끝에 점조직의 또 다른 연결고리의 소재지를 발견한 경완은 다음날엔 두 명, 그다음날엔 세 명에게 자신의 재주를 발휘했다. 경완의 질문을 통역해주는 김준이 경완의 언행에 적응해 호흡을 맞추게 되면서 심문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이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끝인가요?”

“네. 준비한 심문은 여기까지입니다.”

“소득은 있었어요?”

경완의 말에 김준은 흡족해하는 미소를 티 내지 않으려 노력하며 말을 이었다.

“꽤나 충분한 소득이 있었습니다. 한동안 바빠질 것 같군요. 미스터 리도요.”

“그건 그 소득이 개털인지 범털인지 확인되고 나서 얘기해도 충분해요. 미리 설레발치고 싶진 않습니다.”

개털과 범털이라는 용어가 낯설었지만 문맥상 무슨 의미인지 이해한 김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죠. 아직 성과라고 하기엔 시기상조니까요.”

놈들을 체포하기 전엔 축포를 터뜨릴 순 없었다. 그때야 경완의 능력과 공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리라..

그렇게 말하는 김준의 기분은 묘했다. 수사에 범죄자의 협조를 조건으로 사법거래를 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이렇게 심문의 주도권을 기관의 외부인, 그것도 범죄자에게 맡기는 것은 별일이 다 있는 FBI에서도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 저는 언제 돌아가나요?”

“빨리 돌아가고 싶으십니까?”

“저는 상관없는데 일정을 알아야 그동안 뭘 할지 우선순위를 정하죠.”

‘나는 상관없는데’라고 말하는 사람들 중 정말 상관없다고 여기는 사람은 본 적이 없는 김준이었지만 경완의 저 두꺼운 낯짝을 보면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간 종종 경완이 보여준 똘끼는 그가 감옥에 있길 좋아하는 변태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으니까.

“고생했으니 아마 하루 정도 자유시간을 줄 겁니다.”

“생각보다 짧네요.”

“휴가 온 건 아니잖아요.”

“명색이 귀휴는 귀휸데..”

“실질적으론 아니죠.”

김준은 왠지 대화가 늘어지는 것 같자 박수를 짝 치고는 주의를 환기시켰다.

“그보다 먼저 만나야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누구요?”

“저희 과장이요.”

김준이 경완을 데리고 간 곳은 문에 데이비드라는 이름이 써진 사무실이었다.

“국장실 직속의 FBI대테러부 C팀의 책임자이자 제 상관이시죠.”

“톰은요?”

“제 선배이자 사수죠.”

김준의 설명에 경완은 고개를 끄덕였고 김준은 문을 두드렸다.

“Come in!”

굵은 남성의 목소리에 김준이 문을 열었고 경완이 그 뒤를 따라 사무실에 들어갔다.

사무실에 놓인 책상에는 후덕한 체구의 백인 남자가 앉아있었다. 그가 바로 김준이 말했던 데이비드 브라운이었다.

그는 경완을 보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며 경탄을 터뜨렸다.

“Oh! You are fucking good badass!”

환대인가? 경완이 김준을 보자 그가 통역하길 존나 멋진 개자식이라는 뜻이란다.

호의에는 호의로 받아줘야지.

경완도 한 마디 해줬다.

“유 투.”

“HAHAHAHA!”

그는 경완의 대답에 호탕하게 웃으며 경완에게 자리를 권했다. 그리고 김준이 데이비드의 말을 통역해주었다.

“먼 길 와서 고생하느라 수고했다는군요.”

“덕분에 수사 속도가 무척 빨라져서 고맙다고 합니다.”

“무하마드에게 폭력을 가한 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오히려 통쾌했다고 하는군요”

“하루 정도 쉬고 귀국시킬 예정이라 섭섭해도 이해해달라고 합니다. 대신 근사한 선물을 준비했다는군요.”

“뭐 물어보고 싶은 건 없냐는 군요.”

김준이 마지막으로 물어보자 경완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딱히요.”

“의외네요.”

“뭐가요?”

“말하는 걸 좋아하시는 줄 알았는데.”

“그렇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사람 사귀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은 또 아니거든요.”

두 사람의 대화에 데이비드가 끼어들어 김준에게 뭐라고 말했다. 경완과 김준이 뭐라고 대화했는지 궁금했던 모양인데 김준이 솔직하게 말하자 유쾌하게 웃었다.

참 호탕한 양반이었다.

“앞으로 잘 부탁한답니다.”

사무실을 나서며 김준이 데이비드의 인사를 알려주자 경완이 물었다.

“제가 FBI일을 도와주는 게 확정됐나 봐요?”

“뭐.. 지금으로 봐선 거의 그렇습니다.”

수사관들이 수사를 진행하면서 가장 곤란한 점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를 증거를 통해서 유추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과학수사, 프로파일링 등 다양한 수사기법이 발달했지만 그럼에도 사람의 범죄는, 인간의 어두운 속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경완의 능력이 사실이라면 이는 마치 장대로 강바닥을 더듬으며 증거를 찾던 상황에서 최신식 음파 소나가 등장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원래라면 많은 반감을 사겠지만 국가안보라는 대의명분 앞에선 범죄자를 수사의 주축으로 끌어들이는 파격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이 김준의 상관, C팀 팀장인 데이비드의 생각이었다.

게다가 여기는 미국이 아닌가? 성과가 있다면 사소한 문제, 예를 들어 타국의 범죄자를 미국까지 데려와 이용하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무마할 수 있었다.

경완이 말했다.

“하여간 세상은 참 별 신기한 일도 자주 일어나네요.”

“상상보다 더 할 겁니다.”

김준은 경완을 숙소까지 데려다주었다.

“내일 오후에 비행기가 출발합니다. 그때까지 푹 쉬세요.”

경완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녁 식사는 룸서비스를 시켰고 인터넷도 제법 되는 환경이었기 때문에 인터넷 서핑도 즐겼다.

그런데 밤이 깊어질 무렵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경완이 누구세요? 하고 문을 열어보니 코트로 몸을 감싼 금발 미녀가 있는 것이 아닌가?

“누구세요?”

경완이 고개를 갸웃하며 묻자 여성도 고개를 갸웃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데이비드 샌드 미.”

“아하!”

데이비드가 준비했다는 근사한 선물이 이것인 모양이었다.

금발 미녀는 경완이 감탄사를 터뜨리며 길을 터주자 방 안으로 들어왔다.

경완이 문을 닫으며 외쳤다.

“갓 블레스 아메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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