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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전생 더 빌런-53화 (53/367)

052-07-더 빌런 라이징

하지만 충격적인 사건은 경찰이 400채 갭투기 모녀의 용의자를 최필수라는 남자로 특정하고 도주한 그를 공개수배 때렸을 때 일어났다.

“야이! 개~애 씨발롬들아!”

알콜에 불콰하게 취한 남성이 트럭을 몰고 국회의사당에 난입했다. 이미 이경완이라는 희대의 국회의원 테러범으로 인해 인도에도 콘크리트 바리케이드를 치는 등 나름 대비를 했으나 세단 같은 승용차 정도만 막을 수 있었지 덤프트럭의 무식한 운동량 앞에서는 얄짤없었다.

“비상! 비상!”

정문 경비는 또 경위서를 써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기막혀하며 다급히 비상을 때렸고, 서둘러 총기를 휴대한 병력이 출동했다. 저번에 경완이 저지른 일에 대한 교훈을 잊지 않았던 것이다.

뭐 9할가량은 제 안전에 민감해진 국해의원들의 꼬장 때문이었지만, 아무튼 그 와중에 트럭은 계단을 올라가 수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정문을 들이박아 도로 박살 냈다.

그리고 정문을 뚫고 들어온 트럭에선 술에 취해 눈이 풀린 중년의 남자가 한 손에 소주병을 든 채 내렸다.

“손들어!”

“조! 까!”

꽈드득!

“피해!”

“으악!”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남자가 차의 문짝을 한 손으로 뜯어 총을 든 경비들에게 던진 것이다. 무슨 스티로폼을 뜯어 던지는 것 같은 모습이었지만 문짝은 결코 스티로폼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기에 문짝에 얻어맞아 비명을 지른 경비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날아오는 쇳덩이에 맞고 멀쩡하면 그게 바로 초인이다.

문짝을 던진 남자는 소주병을 벌컥벌컥 원샷으로 비워버리고는 트럭 적재함의 측면 구조물을 뜯어내더니 그 길쭉한 철판을 마구 휘두르기 시작했다.

묵직한 철판이 훙훙 바람을 가르는 그 살벌함에 경비원들은 난동을 부리는 남자를 향해 채 총을 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피하기만 급급하다가 결국 하나둘씩 철판에 맞고 나동그라졌다.

“다 꺼져!”

그렇게 난동을 부리며 안으로 들어가는 남자의 눈에 황급히 국회의사당을 나와 피신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의 입에서 노성이 터졌다.

“이 씨발놈들아!”

“꺄아악!”

“아악!”

그는 손에 든 길쭉한 철판을 의사당을 빠져나오는 사람들에게 내던지고는 국회의원 배지를 찬 사람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 좆같은 새끼들아!”

퍽!

“컥!”

주먹 한 방에 한 국회의원의 아구창이 찌그러졌다.

“집값 잡는다며!”

퍽!

“끄억!”

이 타가 다른 국회의원의 광대뼈를 직격하니 광대뼈가 움푹 들어갔다.

“그런데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폐지가 아니고 유지?!”

퍽!

“어억!”

명치를 차인 국회의원이 차에 치인 듯 멀리 날아갔다.

“이 씨발 것들아! 정말 니들이 집값 잡을 의지는 있냐!”

그렇게 난동을 부리던 남자는 뉴스에서 자주 올라왔던 얼굴을 발견하고는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맨날 엄중 타령만 하고 입만 놀린 새끼야! 내 엄중한 주먹맛 좀 봐라!”

남자의 주먹이 얼굴에 박힌 그 순간 대선후보로 회자되던 한 정치인은 순식간에 대선가도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아구창이 박살 나서 앞으로 음식을 씹을 수 있게 될는지도 장담할 수 없게 되었는데 대선운동은 당최 어떻게 한단 말인가?

남자의 난동은 그 뒤에도 잠시 계속되며 몇 명의 국회의원 피해자를 더 만든 후에야 끝이 났다. 정신을 차린 경비들이 국회의원에게 유탄이 날아가는 것을 각오하고 총을 쏘지 않았다면 더 큰 피해가 났을 것이다.

그렇게 제압된 남자의 신원은 곧바로 밝혀졌는데, 바로 400채 갭투기 모녀를 살해한 용의자로 수배된 최필수라는 남자였다.

= = = = =

나라가 다시 한번 난리가 났다. 다양한 점에서 이슈가 들끓었는데, 일단 400채 갭투기 및 이로 인한 전세금 떼어먹기가 얽혀 있었고, 다수의 국회의원이 거동이 힘든 부상을 입었으며, 마지막으로 범인의 상식을 벗어난 괴력이 바로 그것이었다.

아마 이 중에 하나라도 없었다면 그저 국회의원들에게 폭행을 가한, 국정질서를 어지럽히려 했던 흉악테러범으로 끝났겠지만, 민감한 사항에 물리학적으로 설명이 힘든 요소까지 얽히니 그 불이 쉽사리 사그라지질 않았다.

“쯧쯧쯧. 말세군, 말세야.”

경완은 온 포털 뉴스난을 장식한 해당 사건 기사들을 보며 혀를 찼다. 얼마나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 다른 소식을 다룬 뉴스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일까?

그런데 댓글을 보다 보면 참 웃겼다. 모두가 집값이 떨어져야 한다는 명제엔 공감하면서도 자기가 산 집은 올라야 하고, 자기 집값 떨어뜨리는 놈은 아주 그냥 죽일 놈이 되니 부동산만 얽히면 내로남불이었다. 아마 한국인 종특인 모양이다.

아파트값 담합하시는 아줌씨들이야 민간인이니 그럴 수 있다고 쳐도 집값 잡겠다는 청와대에 들어간 고위공무원이 자기 소유 다주택 못 팔겠다고 사표 쓰고 나가고, 주택 공급으로 주택가격 잡는 책무를 가진 공기업 직원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해서 땅투기, 부동산투기까지 저지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한 가지 확실한 건, 역사적으로 이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땅투기, 부동산 투기가 시작된 이래 단 한 번도 투기꾼에게 확실한 철퇴를 먹이는 정책이 설계되고 실현된 적은 없었다는 점이다.

뭘 해보려고 해도 항상 기득권의 반발에 부딪혀 타협하다가 차라리 하지 않느니만도 못하게 된 반쪽짜리 법안이 한둘인가? 설령 윗대가리가 강한 의지를 가져도 수족이 되어 움직여줘야 하는 공무원들이 저 모양이니 부동산 정책이 하나라도 제대로 실현이 되겠느냔 말이다.

아니 그 정책과 법안을 만들어야 하는 국회의원 나리들부터 은근슬쩍 개혁 법안을 철회하시니, 분명 마누라나 친인척 중에 다주택자나 임대사업 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것도 아니면 집값 띄워주기로 재선을 노리고 있던가.

하지만 경완이 저 모양 저 꼴인 인간군상을 하루 이틀 보는 게 아니었다. 갭투기니, 국회의원 테러니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범인의 능력에 대해 더 관심이 갔다.

범인의 비상식적이고 주목받을 만한 능력이 여태 잠잠하다가 하필 왜 지금 나타났느냐가 그의 의문을 자극한 것이다.

그는 문득 자신이 명상할 때의 감각을 떠올렸다. 인간의 오감을 벗어난 제육감. 분명 뭔가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들.

당시에는 고조의 명상 시에 일어나는 감각의 공감각적 통합으로 인한 착시나 환각 정도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닐 수도 있었다.

그때 느낀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것이 저 범인의 괴력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한 가설을 뒷받침해줄 증거는 하나도 없었지만 사실 그것이 아니라면 여태 나타난 적 없었던 괴력의 인간이 하필 경완이 살고 있는 이 시대에 나타난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다.

물론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었다. 누군가는 경완의 그런 가설을 듣고 무슨 중2병 같은 자뻑이냐며, 세상이 너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일침을 가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경완의 입장에선 충분히 의심할 만한 가설이었다.

특이점.

무한전생자인 경완은 분명 특이점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어쩌면 자신이 도달한 명상의 깊이와 수준이 이 세상 인류가 한 번도 도달한 적 없었던 경지에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준안정상태에 있던 자연의 무언가를 건드려 자극할 정도로 말이다.

혹시 그 경지에 이른 명상이 그 준안정상태에 있던 에너지 저수지에 물꼬를 낸 것은 아닐까? 저 남자는 거기서 흘러나온 에너지를 받아 괴력을 낸 것이고 말이다.

하지만 확신할 수 없었기에 경완은 결국 제육감을 통해 느껴지는 그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물리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것 외에는 자신의 가설을 검증하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굳이 가설의 검증 때문이 아니더라도 그것은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확인하는 것도 나쁘진 않은 일이었다.

혹시 모르지 않는가? 자신이 조져놨던 인간 폐기물들이 혹여 초능력을 얻어서 자신에게 복수한답시고 찾아올지도?

총기의 위력이 경찰이나 범죄자를 가리지 않듯, 힘도 선악을 가리는 법이 없었다. 애당초 선악이란 인간이 만든 기준에 불과할 뿐이었다.

경완은 건방진 똥덩어리들이 힘을 얻었답시고 자신에게 보복하러 올 상황을 대비해 힘을 길러놔야 할 필요성을 느꼈고, 지금 가장 가능성 높은 방법은 제육감을 통해 느껴지는 무언가를 탐구하는 것이었다.

마침 독방에 있기도 했겠다, 경완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명상에 빠져 오감에 포함되지 않는 새로운 감각을 통해 느껴지는 것들을 관찰하고 탐구하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며칠 뒤, 누군가 경완에게 보복하러 올 수도 있다는 그의 예감은 그대로 사실이 되었다.

끼이익! 콰드득! 쿠왕!

뭔가 우당당탕 넘어지고 찌그러지고 망가지는 소음이 들렸다. 간간이 교도관들이 피하라고 소리치는 소리도 들렸고 말이다.

그 소란 와중에 경완은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걸 들었다.

“씹새끼 나와! 이경완, 이 개자식아!”

뭐야뭐야?

경완은 문에 달린 창문을 열고 소리쳤다.

“나 여깄어!”

“이 씹새끼야!”

경완의 맑고 청아한 부름에 화답이라도 하듯 욕설을 내뱉은 남자가 복도를 뛰어오더니 철문 앞에 서서는 끄응하고 용을 쓰며 힘을 썼다.

그러자 튼튼한 철문이 귀를 찌르는 듯한 소음을 내며 찌그러지고 뜯겨져 나갔다. 그리고 그 자리에 헐크까진 아니고 헐크 반만 한 덩치의 근육질 남자가 나타났다. 금방이라도 찢어질 듯이 팽팽해진 죄수복을 보면 분명 재소자이긴 한대 낯설었다.

“누구세요?”

“나 몰라 이 새끼야?!”

경완이 묻지 놈이 소리를 질렀다. 안 그대로 소리가 울리는 독방 안에서 우렁차게 소리를 지르니 귀가 아팠다.

경완은 귀를 막고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모르는데요?”

경완의 말에 놈이 빼액 소리를 질렀다.

“네가 개 패듯이 팬 사람 얼굴도 몰라?!”

“나한테 처맞은 놈이 한둘이 아니라서요.”

뻔하지. 교도관에게 개기다가 자신에게 걸려서 처맞은 놈이겠지. 그런 얼굴을 일일이 기억해줄 정도로 경완은 배려심 넘치는 남자가 아니었다.

“이 씹새가!”

경완의 심드렁한 대꾸에 흥분한 놈이 다짜고짜 주먹을 휘둘렀다. 훙! 하고 바람을 가르며 날아오는 주먹은 척 봐도 감당하기 힘든 충격량이 담겨있었다.

경완은 손바닥으로 주먹을 옆으로 턱 쳐냈다. 비록 주먹의 궤도는 미세하게 비틀릴 뿐이었지만 그가 노린 것은 작용과 반작용이었다. 주먹의 궤도를 비트는 대신 자신의 몸을 깃털처럼 가볍게 움직여 주먹을 피해낸 것이다.

목표를 잃은 주먹이 좁은 독방의 벽을 두들겼다.

빠악!

“끄아악!”

놈의 입에서 비명이 터졌다. 주먹이 깨졌는지 벽에서 피가 흘렀다.

“비응신.”

경완이 작게 조롱했지만, 놈은 듣지를 못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주먹을 피한 것이 예상 밖인지, 그도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당황해서 소리를 질렀다.

“너, 너! 어떻게!”

“뭐가?”

경완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되묻자 놈은 신중해진 표정으로 주먹을 내질렀다. 권투선수를 흉내 낸 듯이 양팔을 가슴 앞으로 모으고 스트레이트를 연신 내질렀다. 헛손질로 혹여나 벽을 때리지 않도록 신중하게 치명적인 한방을 계속해서 날렸다.

바람을 가르는 커다란 주먹은 한 대만 제대로 맞아도 뼈를 부러뜨릴 정도로 살벌했지만, 때론 산책하듯, 때론 아크로바틱하게 좁은 독방 안에서 놈이 휘두르는 펀치를 피해내는 경완의 몸놀림은 가히 신기에 가까웠다.

그렇게 5분 정도 피하고 있다 보니 놈이 지쳤는지 땀을 흘리며 숨을 헐떡였다. 때리는 것도 생각보다 체력 소모가 큰일이었다.

하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헐크처럼 부풀었던 놈의 몸이 천천히 쪼그라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금방이라도 찢어질 듯했던 죄수복이 헐렁해지자 놈은 당황했다.

그런 놈의 모습에 경완은 자상한 미소와 함께 어깨춤을 추면서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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