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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전생 더 빌런-57화 (57/367)

056-07-더 빌런 라이징

물론 종교는 예민한 문제가 맞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종교를 비판한다고 살해당하는 것은 근대 이후의 국가, 표현의 자유가 있는 민주국가에선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비록 미국 내 테러 중 이슬람 극단주의에 기인한 것으로 판명된 것은 겨우 6% 안에 불과하지만 희생자가 평소에 이슬람을 비난해왔던 이였으므로 그와 관련된 것을 확인하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경완이 만난 재크 오하이요라는 남자는 전신 구속구를 차고 있었다.

심문실 안으로는 경완과 김준, 톰 세 사람만 들어갔다. 다른 이들은 옆방으로 들어가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로 참관하게 되어있었다.

재크라는 남자는 냉담한 얼굴로 들어온 세 사람을 보았다.

[반갑습니다, 재크.]

[....]

[이봐. 사람이 인사를 하면 받아주는 게 예의가 아닌가?]

[....]

김준과 톰이 말을 걸어도 그는 묵묵부답이었다.

경완이 김준에게 물었다.

“뭐라고 했기에 쟤가 대꾸도 안 해요?”

김준이 솔직하게 대답했다. 딱히 뭔가 대단한 말을 한 것도 아니었잖은가?

경완은 김준의 설명에 묘한 표정을 짓더니 이렇게 조언했다.

“인사를 받아주는 예의를 부모가 가르쳐준 적 없냐고 물어보세요.”

“.. 어.. 음...”

그건 좀.. 이라며 김준이 망설이자 경완은 톰에게 직접 말했다.

“에스크 힘. 해버 페어런츠.”

어설픈 영어였지만 말뜻은 충분히 통했다. 톰에게는 물론 재크에게도 말이다.

“퍽유.”

나지막한 욕설에 경완은 미소를 지으며 손뼉을 쳤다. 상대가 반응이 없는가? 그럼 더 강한 자극을 가해보라. 시체가 아닌 이상 언젠가는 반응하게 되어 있다.

“됐어요. 반응은 하네요.”

“하아.. 저번처럼 흥분시켜서 진실을 말하도록 하겠다는 건가요?”

“잘 아네요.”

그런 경완에게 김준은 적당히 좀 해달라고 눈짓했다.

경완은 그런 눈치를 슬쩍 모른 척하면서 재크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재크가 그런 경완을 보며 위협했다.

“하악!”

마치 고양이가 위협할 때 내는 소리를 내면서 동시에 그의 얼굴이 험상궂고 흉악하게 변했다. 능력을 이용해 얼굴을 변형시켰는데 수사관들을 놀리고 조롱하려고 연습한 얼굴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코스믹 호러에 비하면 무겁기는커녕 귀여운 수준이라서 경완은 피식 한 번 비웃어주더니 아무렇지 않게 김준을 향해 턱짓했다.

“시작하죠.”

[묻겠습니다. 당신은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 또는 그에 준하는 테러조직과 연관이 있습니까?]

[흥! 없다.]

재크의 대답에 경완은 의외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실.”

김준은 질문지가 적혀있던 종이를 몇 장 옆으로 옮겼다. 이슬람 테러조직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가정한 A 시나리오는 폐기다.

[하메드 교수를 죽인 것은 개인적인 원한이었나요?]

“Yes.”

재크의 대답에 경완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준은 고민했다. 단순 원한 살해인가? 여기까지는 이전에 진술한 내용 그대로였다. 하지만 FBI가 보유한 육감 능력자는 재크가 무언가를 감추고 있다고 보고했다.

김준은 B시나리오대로 질문을 진행했다.

[하메드 교수를 죽이는 일이 대가성이 있었습니까?]

“No.”

하지만 경완은 고개를 저었다. 대가성이 있었다는 말이다.

김준은 종이를 뒤져 다음 시나리오로 향했다.

[어느 곳에서 대가를 지불했는지 압니까?]

[대가성이 없었다니까.]

“모른다네요.”

재크의 오리발에 경완이 대신 대답했다. 그 대답을 들은 김준이 다음 질문을 진행했다.

[하메드 교수에게 개인적인 원한을 가진 상황에서 살인청부가 들어왔다. 이게 맞습니까?]

이어진 김준의 질문에 재크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려 자신의 어깨 위에 손을 올리고 있는 경완을 보았다.

경완은 그와 시선을 마주하자 미소를 지었다.

“Hi~.”

“I know you.”

재크는 그제야 경완이 누구인지 깨달았다. 미국발 하이재킹을 막은 범죄자. FBI에서 인정한 현시대 최고의 독심술사.

“Um Ahaaaaaa!”

재크는 몸을 뒤틀며 용을 썼다. 질긴 천으로 만든 구속구가 뜯어질 듯 소리를 냈다. 실제로 찌찌직 소리를 내며 군데군데 실밥이 터지기 시작했다.

김준과 톰은 긴급한 상황에 얼른 총을 빼 들고 조정간 안전을 해제했다. 그럼 경완은?

“가만있어!”

퍽!

재크의 턱 끝에 훅을 갈겼다. 마치 헤비급 월드 챔피언을 연상시키는 멋들어진 훅에 재크는 곧장 의식을 잃고 기절했다.

경완은 멍한 표정으로 자신을 보는 김준과 톰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뭘 보고 있어요? 얼른 더 튼튼한 구속구를 가져오지 않고?”

그제야 모두는 부랴부랴 움직였다. 강철로 만든 구속구를 전신에 채운 다음에 다시 진실의 스무고개를 시작할 수 있었다.

재크는 애써 입을 다문 채 경완의 질문을 외면하려고 했지만 그런 식의 대응으로 진실의 스무고개를 회피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결국 진실을 찾는 질문은 차근차근 진행되었고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다크넷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존재하던 청부시장을 통해 재크는 의뢰를 받았고, 하메드 교수의 죽음은 그 청부의 결과일 뿐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재크가 하메드 교수에게 원한이 있다는 말도 거짓은 아니었다. 하메드 교수가 과거 여자와 함께 버린 아이가 바로 재크였으니까.

아무튼 원래라면 재크에게 고액의 몸값을 자랑하는 변호사가 붙어서 불구속 기소나 적어도 가석방을 얻어냈을 테지만 현재 상황이 초능력이 이슈가 되는 상황이고 재크는 초기 초능력 범죄자 중 한 명이었기 때문에 세간의 이목을 끌까 봐 그런 거액의 변호사가 붙지 않은 상황이란다.

결국 이렇게 잡힌 것도 재크 본인의 잘못이었으니, 타인으로 손쉽게 위장하는 초능력이 얼마나 쓸모가 있는지 검증해보고자 실전에서 한 번 써봤을 뿐인데 그것이 마침 신설될 초능력 범죄 수사부의 인재들에게 딱 걸리고 만 것이다.

“놀라지 않았습니까?”

김준은 이러한 국제적인 청부시장이 있다는 사실에 경완이 놀랄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빨간 마티즈에 태워져 자살 당하면 당연히 자살로 수사종결을 내버리는 세상인데 청부시장이 있는 게 이상할 리 없죠.”

비슷한 느낌으로 사발면 먹다가 천식으로 죽은 일도 있는데 고작 청부시장 정도야.. 별개로 다크넷이란 곳에선 비단 살인청부만이 아니라 온갖 스너프 필름과 아동포르노도 버젓이 거래되고 있었다.

에이~. 그런 일이 세상에 어디 있냐고? 인간은 생각보다 훨~씬 대단하고 무서운 존재다.

대화하는 두 사람을 보며 재크가 우묵한 눈빛으로 말했다.

[이러고도 너희가 안전할 거라고 생각해?]

“뭐래요?”

“협박 비슷한 위협 같은 겁니다.”

경완의 능력 앞에서 원치 않게 진실을 고백해버린 범죄자들이 흔히 하는 이야기였다.

경완이 농담조로 말했다.

“이번엔 여객기 폭발이라도 하려는 모양이네요.”

물론 농담조로 들리지 않았기에 김준의 표정은 굳어졌고 톰에게 경완의 말을 전달했다. 그러자 덩달아 톰의 표정도 심각해졌다.

경완이 물었다.

“농담이 아닌 모양이죠?”

“그게.. 톰이 말하길 청부시장은 상상외로 큰 곳이라는군요. 돈만 충분하다면 뭐든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정확히는 뭐든 하겠다고 나서는 인간들에게 의뢰를 넣을 수 있는 곳이었다. 그것이 심지어 미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라도 말이다. 다만 거기에 드는 비용이 어느 정도인지 계산이 안 돼서 그렇지.

이런 위험한 청부는 단순히 실행 비용만 계산하지 않는다. 실행 후 안전 및 도피를 위해 예상되는 리스크 비용까지 엄밀하게 책정한 후에 청구된다. 지불 방법에 대한 수수료로 계산해야 한다.

이런 청부시장에 대한 수사의 어려움은 워낙 음성적이고 점조직으로 이루어진 곳이라 관련자의 추적 및 검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이렇게 관련자인 재크가 붙잡힌 것도 사실 FBI 입장에선 운이 좋았던 것이다. 그의 입장에선 운이 나빴던 것이고.

“암튼, 위험은 인지했으니 나머지는 믿고 맡겨도 되겠죠?”

“저번 같은 일은 이제 없을 겁니다.”

경완의 말에 김준은 그렇게 대답했다. 두 번 당하는 것은 FBI의 위명에 먹칠을 하는 꼴이었으니까.

“그럼 다음 심문을 시작할까요?”

“또요?”

“아직 퇴근 시간 전이랍니다.”

중간에 텀이 좀 있었지만 경완을 보조하는 김준의 감각은 녹슬지 않아서 재크에 대한 심문을 빠르게 진행했다.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건 다 알아낸 후에 나머지는 다른 수사관에게 넘겼다.

경완은 시계를 확인하고는 어깨를 으쓱했다. 확실히 퇴근하기엔 시간이 좀 남았다. 그렇지만 또 한 건의 심문을 진행하면 분명히 퇴근 시간이 지나갈 것이 분명해 보이는 애매한 시간이었다.

“야근 수당 챙겨줘요.”

경완의 한 마디를 김준은 톰에게 전달했고 그의 대답은 짧았다.

“Yes.”

재크 다음 타자는 찰스 아메드라는 이름의 흑인 남성으로 철갑탄까지 막는 각질 경화 능력으로 몸을 보호해가며 마약을 유통하던 갱단들을 모조리 죽인 일로 잡혀 들어왔다.

도주와 저항을 시도했던 재크와 달리 그는 검거과정에서 거의 반항하지 않았다. 이미 각오했던 일인 양 묵묵히 강철로 만든 초능력자용 구속구를 찼을 뿐.

[무슨 일이지? 이미 심문은 다 끝날 줄 알았는데?]

심문실에 앉은 찰스는 새로운 얼굴의 FBI요원(경완, 김준, 톰)들을 보고 질문을 던졌다.

톰이 대답했다.

[자백은 했지만 동기에 대해서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더군.]

[말하지 않았나? 지극히 개인적인 동기라고 말이다.]

[그거야 알아보면 될 일이지.]

경완은 찰스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는 신체 접촉이 불쾌한지 경완을 보며 능력을 상용했다. 얼굴이 마치 도마뱀의 피부를 연상시키듯 비늘로 뒤덮였다. 각질 경화 능력으로 만들어진 고강도 케라틴, 젤라틴 섬유 복합체였다.

경완이 그 모습을 보고 엄지를 내밀며 감탄을 표했다.

“오! 쿠울~!”

나름 미국물을 먹었으니 감탄사도 영어로 해야지 않겠는가?

그런 경완의 경박스런 태도에 찰스는 어이없어하는 표정으로 톰을 보았다.

[이런 놈도 FBI인가?]

그가 봐왔던 수사관들과 너무나 다른 태도는 절로 그런 의심이 들게 했다.

톰은 고개를 저었다.

[자네를 비롯해서 솔직하지 못한 이들을 위해 특별히 초빙한 독심술사지.]

[마인드 리딩? 그거 헛소리 아니었나?]

[자네 능력을 봐. 요즘 같은 세상이라면 독심술도 가능할 것 같지 않나?]

[.. 미리 경고하는데.. 사람에겐 건들지 말아야 하는 부분이 있어.]

[이봐, 찰스. 내가 이 일을 하면서 느낀 게 뭔지 아나? 진실을 찾는 걸 직업으로 삼은 이들은 반드시 누군가를 고통스럽게 만들 각오를 해야 한다는 거야. 그게 상대이든 아니면 나 자신이든. 킴.]

“시작하죠.”

김준은 톰이 자신을 부르자 경완에게 신호를 보냈다. 경완은 고개를 끄덕이며 준비됐음을 알렸다.

질문은 집요했다. 혹시 찰스가 갱단을 죽인 것에 대한 동기가 혹여 경쟁 갱단의 의뢰나 부탁, 또는 청부에 의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찰스가 말한 것이 맞았다. 지극히 개인적인 동기였다. 그의 동생이 마약 중독으로 폐인이 되어 사망한 일이 그가 일을 저지른 이유였다.

[병신 같은 호미(Homie) 문화. 개인이 열심히 노력해서 성공했는데 별 도움도 안 된 놈들이 친구, 가족이랍시고 기생충처럼 붙어서 피를 빨아먹지. 미국에서 흑인이 성공 못 하는 이유가 뭔지 알아? 그 병신 같은 문화 때문에 기껏 성공한 흑인도 도로 파산시켜버리기 때문이야. 그래 뭐 스스로 제대로 된 직업도 못 구하는 무능한 새끼들이야 자선사업 한다고 치고 거두어줘도, 갱? 마약이나 팔아먹고 같은 흑인들을 중독자로 전락시키는 그놈들이 친구, 가족이라고? 난 절대로 인정 못 해! 백인에게만 약을 판다는 헛소리를 늘어놓는 놈도 있었지. 그런데 백인에게 판 마약은 흑인한테는 약발이 안 받는데? 웃기는 소리 하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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