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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전생 더 빌런-60화 (60/367)

059-07-더 빌런 라이징

“그래서 얼마나 처먹었어요?”

“그런 적 없어! 오해다!”

이관영이 당황해서 소리를 질렀다. 그를 보는 교도관의 시선이 따가웠다. 이경완이 너무 위험한 흉악범이라 반드시 교도관이 참석해서 감시해야 한다는 홍 소장의 말을 듣는 것이 아니었는데...

하지만 경완은 그를 비난하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나는요?”

“.. 뭐?”

“왜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챙긴다고는 하지만, 우리 차장님이 짱꼴라는 아니잖아요? 당연히 제 몫도 챙겨주시겠죠?”

“우리의 권한 아래에서 충분히 여러 편의를,”

“절반. 반띵 합시다.”

“....”

경완이 개소리는 못 들어주겠다고 중간에 끊어 먹고 내민 요구에 이관영은 얼이 빠졌다.

뭔가 이상했다. 이경완이라는 놈은 돈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성격이 아니었던가? 그래서 교도소 내의 여러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무척이나 교도소에 협조적으로 지낸다고 알고 있었다.

물론 몇몇 재소자들에게 종종 폭력을 가하고 있기는 하지만 교도관에게 위협이나 폭력을 사용하는 일은 물론 금전에 집착하는 일도 결코 없었다고 말이다.

얼이 빠진 그의 정신을 퍼뜩 들게 하는 말이 이어졌다.

“나 미국 FBI에 친구 있는 거 알죠? 장난치면 재미없을 줄 알아요.”

“그, 그래도 절반은...”

“참고로 차장님 개인이 받은 거 말고 이번 일에 일본이 지불한 총금액의 절반이에요.”

누구에게 얼마나 나눠줬는지 알 게 뭐야?

경완의 말에 이관영의 표정이 썩어들어갔다.

= = = = =

결과적으로 경완은 일본의, 일명 자이니치 빌런에 대한 수사를 위해 파견이 되었다. 그리고 그 일의 주축이 된 이관영은 경완에게 대가로 줄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 특수활동비를 사용했다.

청와대에 상납할 때도 사용하는 쌈짓돈이라 부담이 없는 모양인지, 아니면 일본이 자기네들 호수머니에 직접 꽂아준 뇌물을 토해내려니 갑작스레 배알이 뒤틀린 모양인지, 아무튼 국민의 혈세를 사용했다.

특수활동비란 예산을 사용한 이상 경완을 일본으로 보내는 것은 국정원의 입장에선 기정사실이 된 것이나 다름없었고 국정원 요원이 두 명이나 붙었다.

한 명은 표준 체형의 사내였고, 한 명은 평범하게 생긴 여성이었다.

“저는 오두관이라고 합니다.”

“홍영혜라고 해요.”

“반가워요. 제 이름은 이미 아시죠?”

경완의 인사에 그들은 사무적인 태도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를 데리고 공항으로 향했다.

도교 국제공항에서 내린 세 사람을 피켓을 든 젊은 일본인 한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름은 타카츠키. 경시청 소속의 수사관이었다.

그는 다가오는 세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는 이름을 교환했다. 그리고는 경완을 힐끔 보더니 일본어가 되는 오두관과 홍영혜와 쑥덕거렸다.

“하잇!”

“쏘데스까?”

“와까리마시다.”

일본어를 못 하는 경완이 대화에서 소외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뭔가 분위기가 찜찜했다. 감추는 건지 아니면 일부러 드러내는 것인지는 몰라도 목적지로 향하는 와중에 경완은 자신에게 종종 경멸과 조롱의 눈길을 보내는 타카츠키와 시선을 마주했다.

그리고 그럴 때면 놈은 앗 뜨거라 하는 느낌으로 시선을 피하기는커녕 흥! 하고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돌리기 일쑤였던 것이다.

하지만 경완은 조용히, 얌전히 있었다. 저런 유치한 도발에 넘어갈 정도로 수양이 덜 된 그가 아니었다. 오히려 저런 도발에 넘어가는 것이야말로 도발하는 놈들이 원하는 모양새가 아닌가?

네 사람은 곧 경시청에 도착했다. 경완은 곧 자신을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을 목격할 수 있었다.

좀 나이 들어 보이는 중장년의 사내 몇 명.

경완은 그들의 얼굴을 보자마자 타카츠키의 상관이자 이 경시청에서도 제법 높은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그 왜 일본의 높으신 관료 특유의 선민사상 쩌는 권위주의적인 표정 있잖은가?

그게 면상에 드러나 있으니 알아보지 못할 수가 없었다.

“인사하세요. 경시청 대테러과의 이야모토 상과 참사관인 오무라 상입니다.”

홍영혜의 설명에 경완이 물었다.

“두 사람 중에 어느 분이 더 높죠?”

“왼쪽의 이야모토 상입니다.”

“알려주어서 감사합니다.”

경완은 홍영혜에게 감사를 표시하고는 자신의 나이 두 배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에게 다가가 다짜고짜 따귀를 날렸다.

쫙!

“컥!”

이야모토의 뺨이 돌아갔다. 분위기는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사색이 된 오두관이었다.

“이, 이, 이, 이게 무슨 짓입니까!”

놀란 그의 입에선 마치 새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경완이 대답했다.

“손님 대접이 좆같아서요.”

그렇게 대답하는 그의 시선이 다카츠키를 향했다. 말없이도 자신이 누구 때문에 이 지랄을 떨었는지 명백히 알리는 상황에 다카츠키는 현실을 부정하려 시선을 좌우로 움직였다. 잠시 어디 숨어있을 곳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가 쥐구멍에라도 숨어들기 전 오무라 참사관이 소리를 질렀다.

“난데스까!”

“스미마셍! 스미마셍!”

오두관과 홍영혜가 연신 허리를 숙이며 사죄를 표하는 와중에 경완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 얼른 허리 숙여 사과하지 않고 뭐하느냐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하지만 그런 것에 압박을 느낄 그였던가?

그는 오히려 이렇게 말했다.

“일본 측에서는 통역사를 안 구해왔어요? 도대체 국정원하고 얼마나 붙어먹었기에 한국말 할 줄 아는 사람 하나 없어?”

황당해하는 국정원 두 사람을 보며 경완은 뻔뻔하게 말했다.

“한국말 할 줄 모르는 사람이 있으면 한국인끼리 짜고 건성으로 심문하고 거짓말을 해도 어떻게 알아요? 이렇게 허점투성이 조직이 수사는 어떻게 한데?”

경완이 무슨 말을 하는지 궁금해서였을까? 뺨을 맞은 이야모토가 굳은 표정으로 오두관, 홍영혜 두 사람에게 물었고 그들은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도 감히 거짓말을 하지 못하고 사실을 고했다. 감히 물주한테 대드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범죄자인 경완을 어찌 믿고 한국말 할 줄 아는 일본인을 한 명도 준비해 놓지 않는 것이 조금 미흡해 보인다며 최선을 다해 유화적으로 비빈 설명을 들은 이야모토는 자신의 뺨을 때린 경완을 날카로운 눈으로 쳐다보더니 통역 담당인 홍영혜를 향해 뭐라 뭐라 말했다.

그녀가 그의 말을 통역해 경완에게 질문을 전달했다.

“왜 다짜고짜 자기를 때렸냐고 물으십니다.”

“내가 물어봅시다. 내가 필요합니까, 필요 없습니까?”

“그건 왜..”

“통역이면 통역답게 물어보세요.”

“이러면 신상에 좋지 않을 겁니다.”

오두관이 험악한 표정으로 경고했다. 그러자 경완은 그 자리에 드러누워 버렸다.

오두관은 언제 험악한 표정을 지었냐는 듯이 기겁했다.

“경완 씨! 얼른 일어나세요!”

“내가 정말 필요한지 물어보라니까요.”

“물어보면 일어날 건가요?”

“아예 옷까지 벗을까요?”

“물어볼게요! 물어볼 테니까 제발!”

나라 망신은 혼자 다 시키려는 경완의 모습에 홍영혜는 사색이 되어서 일본 측에 경완의 질문을 전달했다.

그 질문에 이야모토나 오무라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심이 되었다. 대일본국의 고위공직자로서 당당하게 필요 없다고 말하고 싶지만 바닥에 드러누워 버린 교진(광인狂人)에게는 그런 허세가 전혀 통할 것 같지 않았다.

이야모토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 일이 자신이 권한을 쥐고 있는 일이라면 그냥 ‘조센징 꺼져!’라며 돌려보냈을 텐데 윗사람들이 자이니치 빌런의 신속한 검거를 원하고 있었다.

저 미친놈의 능력이 없더라도 신속하게 잡을 수 있다는 보장만 있었다면..

이야모토는 그렇게 아쉬워하며 뺨을 맞은 굴욕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홍영혜로부터 경완은 그의 능력이 필요하다는 일본 측의 답변을 받고는 상체를 일으키며 물었다.

“그런데 왜 손님 대접이 이리 좆같아요?”

“도대체 저쪽이 무슨 잘못을 했냐고 묻습니다.”

“저 새끼요, 저 새끼. 저 새끼가 은근히 나 무시하고 야려보잖아요.”

경완의 말에 홍영혜는 통역하기 전에 오두관과 시선을 교환했다.

도움을 요청하는 동료의 시선에 오두관이 나섰다.

“그건 좀 너무 억측 아닌가요?”

“내가 당했다는데 오두관 씨가 뭘 알아서 억측이라고 하는데요? 여자가 당하면 시선강간이고 남자가 당하면 괜한 과민반응인가요?”

하지만 오두관은 쉽게 물러설 수가 없었다. 경완이 이 지랄을 하는 사유가 밝혀지면 또 나라 망신이었다.

그래서 잠시 설득과 거절의 설왕설래가 벌어졌는데 그 꼴을 보던 일본 측이 도대체 무슨 대화를 나누냐고 물어보았다.

홍영혜는 주변의 눈치를 살피다가 이야모토와 오무라의 험악한 시선에 결국 경완의 말을 그대로 전했고 두 사람의 시선이 다카츠키를 향했다가 다시 홍영혜와 경완에게 향했다.

“그게 뺘, 뺨을 때린 이유냐고 물으십니다.”

홍영혜의 통역에 경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모찌롱.”

경완의 확답에 다카츠키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그는 이야모토가 자신을 향해 치워지라는 듯이 검지를 훽! 하고 긋자 흙빛이 된 얼굴로 허리를 숙였다.

밀어서 잠금 해제도 아니고 밀어서 보직해임을 당한 다카츠키는 억울했지만, 이야모토 등에게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었다.

오죽 네가 처세를 잘못했으면 저놈이 저러겠느냐! 꼬투리 잡힌 네 잘못이다! 등, 필요하다면 하급자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고 잘라내는 건 일본의 사회 구조상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상급자의 허물을 뒤집어씌워 설거지를 시키는 것이 바로 일본이란 나라의 종특이 아닌가? 오죽하면 정치인의 비리를 그 보좌관이 뒤집어쓰고 자살하는 것으로 사건을 무마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곳이었다.

“이제 됐냐고 하십니다.”

“그럼 심문하러 갑시다.”

홍영혜의 말에 경완이 벌떡 일어났다. 그 모습에 다들 어이없어하는 표정이었지만 기왕 서둘러준다는 모습에 핀잔을 줄 정도로 일의 경중을 따지지 못하는 이들은 아니었다.

뒤끝이 있으면 나중에 풀면 되는 법. 우선은 그 자이니치 빌런부터 잡는 것이 먼저 했다.

경완의 첫 번째 심문 상대는 사건에 가장 먼저 연루되었던 편의점 사장이었다. 물론 혐한 초능력자의 테러 대상이 되었던 만큼 재일한국인이었다. 이름은 김명환.

“안녕하세요, 김명환 씨.”

그는 일본 사법당국의 심문을 가장한 고문을 받았는지 눈이 퀭했다. 21세기 현대 일본에서 무슨 고문이냐고? 오죽했으면 닛산의 구원자였던 곤 회장님이 악기 대신 악기 상자에 들어가 일본을 탈출하셨을까?

그런 그들에게 빽도 힘도 없는 일반 재일한국인 따위에게 '합법적 고문'을 가하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그냥 잠잘 시간도 주지 않고 밤낮으로 불러서 안구가 타버릴 정도의 조명을 눈앞에 켜놓고 했던 질문을 또 하고 또 하면 된다.

그럼에도 확실히 조센징은 독한 면이 있는 모양이었다. 보통 사람이었으면 있는 말 없는 말 다 불었을 텐데 이렇게 일본에서 직접 초대한 국정원 요원 앞에 앉을 때까지 순순히 말하지 않는다니 말이다.

김명환은 자신의 귀에 들리는 능숙한 한국어에 피곤한 얼굴에도 의문이 가시지 않는지 결국 입을 열었다.

“한국인인 것 같은데 왜 여기에...”

“피곤하신 것 같은데 걱정하지 마시고 편하게 있으세요. 굳이 대답하실 필요도 없습니다.”

오두관의 말에 김명환은 한층 편해진 표정을 지었다.

“시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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