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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전생 더 빌런-62화 (62/367)

061-07-더 빌런 라이징

김명이 덤벼들 자세를 취하자 경시청 소속의 초능력자도 능력을 끌어올렸다. 울룩하고 전신이 부풀었다. 괴력 능력자였다.

“으아아아!”

시간을 끌면 유리할 것이 없는 김명이 먼저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었다.

처절하다면 처절할 수 있는 싸움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장면을 경찰 헬기가 위에서 찍어서 현장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차량으로 보냈다.

초능력 범죄의 증가를 예상하고 준비한 전술 장갑차량으로 일본 경시청의 특수 초능력 대응 부서의 자산이었다. 거기에 탑승한 경완과 국정원 요원들은 마치 일본이 자랑하듯이 보여주는 체포 과정을 관람했다.

김명의 분투는 훌륭했다. 생체전류를 활용해서 신체 능력을 극대화한 것도 대단했다. 하지만 전문적으로 전투 훈련 및 격투기를 익힌 괴력 능력자를 상대로는 역부족이었다.

김명, 가네모토 아키라는 보는 사람이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심하게 얻어맞고 엉망이 되어 쓰러졌다. 쓰러진 그에게 경찰들이 달려들어 구속구를 채웠다.

“많이 폭력적이네요.”

홍영혜가 불편한 시선으로 화면으로부터 시선을 돌리자 오두관이 대꾸했다.

“일벌백계를 보여주려는 것이 아닌가 싶어. 초능력을 각성했다고 함부로 행동했다가는 좋은 꼴을 보지 못할 거라는 뜻이지.”

일본이 민도가 높다고 자찬하지만 사실 그 높은 민도란 국민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통제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 일본 특유의 와(和)라는 문화는 개인의 가치관보다는 집단의 질서나 조화를 중시하였고, 이는 국가적 질서를 위해 개인의 인권 따위 어느 정도 희생시켜도 된다는 정당성을 부여했다.

특히 국가의 통치에 해가 되는 범죄나 소란을 일으킨 자에 대해서는 그것이 가혹할 정도라 매스컴은 그러한 범죄자의 얼굴을 송출하는 데에도 거리낌이 없었다. 그리고 범죄자의 가족들은 범죄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주변에서 이지메를 당했다.

경완이 한 마디 툭 던졌다.

“그래서 부러워요?”

“부럽다기보다는.. 필요한 일이 있다면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누구를 위해 필요한 일이죠?”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죠.”

나름 신념에 차 있지만 국가와 국민이라는 이름으로 국민의 인권을 희생시켜도 된다는 뉘앙스가 좀 웃겼다. 타인에게 희생하라고 강요하는 순간 그것이 폭력이 되는 것임을 모르는 것일까?

원래 인간이란 제 잘난 맛으로 살아가는 존재이기는 하지만 저런 자기모순을 안고 현실을 어디까지 살아갈 수 있을까?

자기모순이 아니라면 그럴듯한 대의로 자신의 욕망을 포장한 위선이겠지.

“왜 그런 눈으로 봅니까?”

“우리 오 사무관님은 출세를 잘할 것 같아서요.”

사람은 정직해야 하지만 정직하기만 하면 내부고발자로 찍혀 좌천당한다. 겉과 속이 달라야 속으로는 ‘개씨발 부장새끼!’를 외치면서도 겉으로는 '헤헤 우리 존경하는 부장님'이라며 똥꼬를 빨 수 있어서 승진 루트를 탈 수 있었다.

모두 다 그렇진 않다고? 사람이 사는 곳이면 다 똑같다. 쓴소리에 기분 나빠하지 않고 자신을 되돌아볼 줄 아는 인격자는 어디든 드물었으니, 미덕이 미덕인 이유는 그것이 지키기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경완의 뜬금없는 칭찬에 오두관은 혼란스러운지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겉으로는 분명 칭찬인 것 같은데 국정원 생활을 하면서 의심하는 습관이 든 그는 경완의 칭찬이 순수한 칭찬으로 들리지 않았다.

“아무튼 이걸로 일단락했네요.”

“그래서 돈은 언제 줘요?”

이제 남은 일은 귀국뿐이라 돌아갈 기대가 가득한 홍영혜에게 경완이 동포를 팔아먹은 신성한 노동의 대가에 관해 묻자 그녀는 걱정 말라는 듯이 대답했다.

“이미 집행이 되었어요. 귀국해서 확인해보면 계좌에 찍혀있을 거예요.”

역시 경완이 미국 운운하면서 이관영을 단단히 협박해놨으니 입을 싹 닦지 못한 모양이었다. 언제고 경완의 능력을 또 써먹고 싶다면 뒤통수를 치는 일은 없어야 하기는 했다.

그때 차량의 뒷문이 열리고 한 일본인 사내가 모습을 드러내서는 모시모시 데스데스라며 뭐라고 말했다.

경완이 홍영혜에게 무슨 일인지 물었다.

“뭔데요?”

“방금 범인을 검거한 형사가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네요.”

“굳이 받을 필요가 있을까요?”

이미 서로 줄 건 주고받을 건 받은 사이가 아니던가?

경완은 이런 형식적 예의에 거추장스러움을 느꼈지만 홍영혜는 잘됐다는 듯이 그의 등을 떠밀었다. 이 사회 부적응 개또라이가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상황을 경험해서 조금은 얌전해졌으면 하는 소망이 있었다.

가와구치 경사는 아직도 싸움의 흥분이 다 가시지 않은 얼굴로 경완과 국정원 요원을 보며 손을 내밀었다. 우선 오두관부터 그의 손을 잡고 악수했다.

마지막은 경완이었다.

[요즘같이 반일 감정이 들끓는 한국에서 같은 조센징의 체포를 돕겠다고 이렇게 오다니, 본관이 그동안 조센에 편협했다는 반성을 금할 수가 없소.]

“얘가 뭐라는 거예요?”

“어...”

홍영혜는 눈알을 좌우로 흔들며 가와구치 경사의 말을 어떻게 최대한 순화해서 통역할 수 있을까 머리를 짜낼 때쯤 경완이 고개를 갸웃했다.

“얘 분명히 조센징이라고 했죠?”

“어.. 그, 그게..”

홍영혜는 대답을 망설였지만 경완에겐 충분한 대답이 되었다.

그는 검지를 단단히 세워 가와구치 경사의 부푼 근육질 가슴을 푹 하고 찔렀다.

“아아악!”

가와구치 경사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경완의 검지 끝이 젖꼭지를 푹하고 파고들어 왔기 때문이다. 어찌나 세게 찔렀는지 손가락 두 번째 마디까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거죽이 얇고 신경이 모여있는 젖꼭지는 급소 중의 하나.

“고노야로!”

가와구치 경사가 경완의 손을 쥐고 있는 손에 악력을 가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손이 으스러져야 할 것 같은 고통에 비명을 질러야 할 경완이 아무렇지도 않아 하면서 오히려 머리를 향해 손을 내미는 것이 아닌가?

가와구치 경사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젖혀 손을 피하려고 했지만 경완의 신속 정확한 손놀림은 그의 귓바퀴를 붙잡았다.

그리고 악력도 어찌나 센지,

찌직!

“아아악!”

그의 귓바퀴를 찢어버리고 말았다.

“미, 미, 미쳤어요?!”

난데없이 벌어진 유혈사태에 홍영혜가 소리를 질렀지만 경완이 보인 반응이라고는 '그래서 뭐 어쩌라고?'라는 듯 뜯어낸 귓바퀴를 바닥에 톡하고 던지는 것뿐이었다.

눈앞에 떨어진 귓바퀴에 가와구치 경사의 눈이 돌아갔다. 바닥에 툭 하고 던져진 귓바퀴와 귀에서 느껴지는 극심한 격통이 저놈이 자신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자신의 귀가 어떻게 되었는지 깨닫게 된 것이다.

“시네!”

괴력 초능력자의 특징 그대로 전신의 근육이 울룩하게 부푼 가와구치가 살기를 담아 경완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경완은 마치 깃털처럼, 혹은 미꾸라지처럼 그의 겨드랑이 밑으로 몸을 빼내며 팔꿈치로 광배근과 가슴 근육 사이, 근육이 가장 얇은 곳을 찍었다.

우득!

가볍게 스친 것 같은데 갈비뼈가 부러졌다.

“으아아!”

가와구치가 비명 같은 함성을 지르며 백스핀 블로우를 휘둘렀지만 경완은 마치 예상했다는 듯이 다시 겨드랑이 밑으로 허리를 숙이며 지나가며 반대편의 멀쩡한 갈비뼈를 팔꿈치로 후려쳤다. 이번에도 우둑! 갈비뼈가 부러졌다.

그러고 나서는 정면에서 가와구치의 펀치를 가볍게 피하며 두 손으로 그의 가슴을 퍽퍽 밀었다. 강하게 팔을 휘두를수록 부러진 갈비뼈가 폐를 압박했다. 괴력으로 인해 근육의 수축력이 강해져서 그런지 힘을 쓸수록 그 압박은 더욱 강해졌다.

힘을 쓰려면 자연히 코어 근육에 힘이 들어가는데 갈비뼈는 그 코어 근육과 가장 가까운 부위였기 때문이다.

쌔액쌔액 헐떡이는 가와구치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딱 봐도 산소 부족이었다.

경완은 능력이 풀린 가와구치 경사를 쓰러뜨리고 등을 밟으며 외쳤다.

“난 조센징이 맞지만 조센징이라고 부르는 것은 참을 수가 없다!”

이게 뭔 개소리야?!

국정원 요원들은 경완의 헛소리에 어이없어하고, 일본 경찰들은 어어? 하는 사이에 자신들의 초능력자가 별로 능력자처럼 보이지도 않는 놈에게 제압당하자 얼이 빠졌다. 그러다가 경완이 가와구치 경사의 멀쩡한 귀끝을 붙잡자 소리를 질렀다.

“야메떼!”

소리를 지른 이는 동료 경찰로 보였다.

경완이 그 경찰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야메, 떼?”

“쏘오다!”

“야메! 떼!”

“아악!”

경완은 그렇게 소리를 지르며 남은 한쪽 귀까지 뜯어버렸다. 그리고 미소 함께 자신에게 야메떼라고 소리를 친 경찰을 향해 뜯어진 한쪽 귀를 던져주며 이렇게 말했다.

“야메떼라기에 야메로 떼줬습니다.”

“야이! 미친놈아! 그게 그 소리야?!”

정신을 차린 오두관이 삿대질을 하며 소리를 쳤다.

경완이 순진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저 일본어 못해요. 아시면서.”

“넌 야동도 안 봐?! 야메떼를 왜 몰라!”

한국 남자들은 거의라 할 수 있을 정도로 하반신만큼은 친일이므로 야메떼의 의미를 모르면 남자가 아니다.

하지만 경완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고 보니까 본 기억이 없는데요?”

컴퓨터 하나 사주지 못한 애비를 둔 지금의 육신은 그 흔한 야동을 볼 여유조차 없었다. 왕따당한다고 매일이 스트레스였는데 딸딸이 칠 여유가 있었을까?

“구라 까지 마!”

“진짠데.. 저에 대해서 조사 안 해봤어요?”

경완의 뻔뻔함에 이미 눈이 돌아간 오두관은 계속해서 소리를 질렀다.

“너 이거 어떻게 할 거야! 이러다가 한일관계가 경색되면 어쩌려고 그러는데!”

하지만 경완은 그의 상상보다 더 뻔뻔했다.

경완이 손사래를 쳤다.

“그런 귀찮은 걸 한낱 범죄자인 제가 왜 신경 써야 하나요? 게다가 거기까지는 계약에 언급된 적도 없는데요?”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잖아!”

“굳이 참을 필요도 없었잖아요?”

솔직히 말하자면 이래 봬도 한민족이라는 허울을 뒤집어쓰고 있는 경완이었다. 비록 스스로 한민족이라고 자부하는 일은 없더라고 이 혐한에 미친 나라는 단지 그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조롱하고 멸시하고 차별하려는데 가만히 당하고만 있는 것이 과연 그의 지랄맞은 성미에 맞겠는가 이 말이었다.

다 일본의 자업자득이었다.. 라는 게 경완의 생각이었다.

물론 일본이 그의 입장을 이해하고 납득하는 것은 무리였고 곧장 유치장에 갇히고 말았다.

그리고 한국 정부와 국정원은 골치가 아파졌다.

전화로 상부로부터 잔뜩 질책을 받고 냉정을 차린 오두관이 유치장에 갇힌 경완에게 찾아와 물었다.

“도대체 왜 그런 겁니까? 미국에서는 얌전했잖아요?”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는 물음이었지만 경완의 대답은 간단했다.

“미국에서는 제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지랄하는 놈은 없던데요?”

가만히 있는데 다가와서는 조센징 운운한 가와구치 경사의 잘못이라는 경완의 말에 오두관은 속이 답답해졌다.

“나라의 입장을 생각해서 한 번 참아줄 수도 있었지 않습니까?”

“참아줬으니까 귀떼기로 끝난 거죠. 무법지역에서 그런 예의 없는 새끼를 만났다면 관절을 자근자근 밟아주면서 뼛속까지 예의를 주입해줬을걸요?”

“....”

멍하게 입을 벌리며 허탈해하는 오두관을 향해 경완은 인생의 진리라는 듯이 설교를 늘어놓았다.

“상대가 이유 없이 나를 좆같이 대한다면 그 이유를 만들어 주는 게 인지상정이에요. 그럼 상대는 이유 있게 나를 좆같이 대할 수 있고 그리고 나는 그걸 납득할 수 있고.. 서로가 좋잖아요?”

“좋긴 뭐가 좋아!”

오두관은 다시 폭발하고 말았다. 이런 궤변을 참아주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슬프게도 그는 공무원이었다. 상사가 좆같은 소리를 해도 표정을 관리하며 썩어가는 감정을 억눌러야 하는 조직의 말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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