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한전생 더 빌런-63화 (63/367)

062-07-더 빌런 라이징

“하아~. 경완 씨. 이러다가 경완 씨가 한국으로 송환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어머? 그럼 저 여기서 살아야 하는 거예요?”

어떡하지? 일본어 모르는데? 라고 중얼거리는 경완의 모습에 오두관은 자신의 이가 갈리는 것을 느꼈다.

“지금 경완 씨는 자신이 얼마나 어려운 상황에 처했는지 모르시는 겁니까?”

“산다는 건 원래 어려운 거예요.”

“지금 그런 개똥철학이나 읊을 때가 아니라고!”

울컥하며 책상을 내려치는 오구관을 향해 경완이 물었다.

“아니, 갇혀도 제가 갇히고 벌을 받아도 제가 받는 건데 왜 댁이 그렇게 혈압을 높이세요?”

“지금 일본의 언론이 어떤지 아십니까?”

“뭐, 두관 씨의 태도를 보니 지금 열라게 한국을 때리고 있겠죠.”

잘 알고 있네.

“.. 경완 씨가 한일 양국의 관계에 커다란 악영향을 끼쳤다는 걸 아십니까?”

“새삼스레.. 원래부터 안 좋았잖아요?”

“그래서 잘했다는 겁니까?!”

“아니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어차피 똥물에 침 좀 뱉어봤자 뭐가 그리 큰일인가 싶기도 하고,”

“경완 씨!”

“아아. 알았으니까 언성은 그만 높이고 저한테 뭘 바라는지부터 말해요. 지금 잘잘못 따져봤자 소용도 없고 제가 진심으로 반성할 인간도 아니잖아요?”

그래. 그렇게 자아 성찰은 잘 되어서 참 다행이다.

오두관은 속으로 그렇게 비꼬며 일본 경시청과 상의해 지금 당장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대처방안을 내어놓았다.

경완은 미심쩍은 표정으로 되물었다.

“어.. 그게 최선이에요?”

“그럼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습니까?”

“저야 모르죠.”

“그럼 하세요.”

“그럼 대가는,”

“댁이 싼 똥 댁이 치우라고!”

똥 싼 놈 따로 있고! 치우는 놈 따로 있고!

그것이 이 세상의 진실이라지만 경완은 그래도 여기까지 자신을 수행한 공(?)을 생각해서 사정을 봐주었다.

“아아. 알았어요. 그 정도는 서비스로 해줄 테니까 그렇게 언성 높이지 말아요.”

그렇게 경완의 대(大) 기자회견이 열렸다.

“쓰미마셍. 잔넨데스.”

경완이 기자들이 모인 앞에서 도개자를 하며 자신이 저지른 물의를 사과했다. 이를 위해서 한국의 큰절이 아니라 일본의 도개자 영상을 보며 공부까지 했다.

그런 경완을 향한 무수한 플래시 세례들.

기자가 아닌 이들도 깃발을 들고 몰려와 소리를 질러댔다.

“조센징오 코로세!”

“다께시마오 모도레!”

경완은 이미 일본 내의 유명인사가 되어 있었다. 원래 독심술을 익힌 범죄자로서 미국의 테러도 막으며 어느 정도 국제적인 인지도가 있었지만 이번 경사 폭행 및 상해 사건으로 인해 일본 내에서만큼은 순식간에 인지도가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 혐한 세력의 공로가 큰 것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물론 그 와중에 그가 자이니치 빌런의 수사에 참여해 신속한 검거에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도 알려졌지만 혐한에게 그건 딱히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자이니치 빌런을 멋지게 제압해 일본의 자랑이 될 수 있었던 제1기 초능력 경사를 감히 조센징 범죄자가 처참하게 조져놨다는 것이 문제였다.

“에~. 그러니까...”

경완이 종이를 보며 사죄하는 내용을 읊자 일본 측 통역사가 그 내용을 기자들에게 통역해 주었다.

“우우!”

“코로세!”

하지만 비난과 야유는 줄어들지 않았다.

그런데도 경완은 사죄문을 끝까지 읽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이미 다 시나리오가 짜져있기에 마음에도 없는 연기만 하면 된다.

“쓰미마셍데시다!”

다 읽은 경완이 다시 한번 도개자를 했다. 그를 향해 다시 한번 플래시 세례가 쏟아졌다. 어느 정도 플래시 세례가 줄어들자 경완은 몸을 일으켰다.

그런 그에게 경멸 섞인 목소리와 함께 뭔가 동그란 것이 날아왔다.

“조센징!”

그것은 달걀이었다.

경완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달걀을 손목을 유연하게 돌리며 깨지지 않게 받아냈다. 그리고는 누가 뭐라고 끼어들기도 전에 날아온 방향, 달걀을 던진 중년인을 향해 팔을 휘둘렀다. 달걀이 빠르게 날아가 그 중년인의 얼굴에 직격했다.

“아악! 칙쇼!”

묘하게 아파서 기분 나빴지만 더 기분 나빴던 건 달걀을 도로 던진 경완의 태도였다.

“스뚜~라이크!”

“···. 고노야로오~!”

경완이 그렇게 소리치며 주먹을 쥐자 기자회견에 몰린 대중들이 잠시 멍해졌다가 단번에 들끓었다.

정녕 저것이 사죄하는 자가 보일 수 있는 행동이란 말인가?!

“고노야로!”

“코로세!”

그런 반응에 경완은 쑥스럽다는 미소를 지으며 연신 고개와 허리를 접으며 어설픈 일본어를 구사했다.

“쓰미마셍, 쓰미마셍. 습관데스. 캐치볼은 조또 시마이. 오케이?”

하지만 분위기가 개선될 여지는 보이지 않았다. 달걀을 가져온 사람이 한 명이 아니었는지 달걀 서너 개가 더 날아왔다.

경완은 그 어떤 예외도 없이 달걀을 받아서 던진 놈들에게 되돌려주었다. 보고 있던 오두관이 안타까움에 소리를 질렀다.

“이경완 씨!”

달걀 하나 맞아주는 것이 그렇게 힘들단 말인가?! 좀 맞아주고 망신 좀 당해서 저 흥분한 일본인들의 분을 좀 풀어주는 것이 그렇게 어렵단 말인가?! 나라를 위해서 좀 그래주면 안 된단 말인가?!

하지만 무시하는 건지 들리지 않은 것인지 경완은 자신을 향한 모욕적인 투척물을 본 주인의 면상에 되돌려주는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졌고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어느 정도냐면 일본의 유명한 칼, 사시미를 뽑아 들고 달려드는 이가 있을 정도였다.

경비가 급히 나서보았지만 그리 적극적이진 않았다.

딱히 윗선에서 이러한 상황을 조장하고 방관한 것은 아니었다. 일본 당국으로서는 아마 달걀까지만 계획했을 것이다. 아무리 자신들이 불렀다지만 자국민에게 해를 끼친 조센징 범죄자에게 망신을 주는 것으로 혐한을 일깨우고 국민적 자부심을 고취하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경완이 달걀 하나 안 맞아주고 일일이 받아내서 되돌려 준다는 상황 자체를 상상할 수 있을 정도로 일본 관료들이 그리 유연한 사고의 소유자는 아니었다.

그들이 상상이란 것을 할 수 있었다면 혐오증세 가득한 누군가가 흉기를 지참할 가능성을 배제했겠는가?

이런 배경에서 이런 돌발상황이 일어나면 경비의 입장에선 어떻겠는가? 이런 일본에서 조센징을 보호하다가 다치면 누가 제대로 칭찬이나 해주겠냔 말이다.

저 흉기를 든 괴한을 제압하면 저 일본인을 모욕하는 개 같은 조센징을 보호했다고 누군가 지랄할 것이 분명하니, 차라리 자신의 건강과 안전을 도모하는 편이 지극히 합리적이었다.

이것이 사시미를 뽑아 든 사내가 연단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이유였다.

“시네!”

마치 정치인 아사누마 이네지로를 암살하던 우익청년 야마구치 오토야처럼 멋들어지게 자세를 잡고 사시미를 찔러 넣는 이름 모를 일본인이었지만 경완은 칼을 맞았던 아사누마와는 달리 몸을 옆으로 틀며 찔러 들어오는 칼날을 피해냈다.

동시에 칼을 쥔 손목을 붙잡고 팔을 비틀며 몸을 회전시켰다.

암살미수자는 어느새 등 뒤로 비틀린 팔을 경완에게 붙잡힌 채 무릎으로 꿇고 말았다. 어깨가 찢어질 듯이 비틀리는 고통에 머리회전이 멈췄다.

하지만 본격적인 응징은 거기서부터 시작이었다.

콰득!

“끄아악!”

습격자의 입에서 끔찍한 비명이 터져왔다. 경완이 그의 발목을 콱하고 밟아 발목 관절을 빠개버린 것이다.

콰득!

“으아아악!”

습격자의 입에서 또 한 번 비명이 터졌다. 발목은 두 짝이지 않은가?

그렇게 습격자를 앉은뱅이로 만들었지만 경완의 손속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어깨를 비틀어 인대를 끊어버리고 팔꿈치를 밟아 역으로 꺾어버렸다.

경비들이 급히 그를 제지하려고 달려들었지만 어느새 그의 손에 들린 사시미가 습격자의 목을 겨누자 일단 접근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경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If you try to kill someone, you are able to die. You should know that.”

(누구를 죽이려면 너도 죽을 수 있어. 그걸 알아야지.)

제법 유창한 발음의 영어가 튀어나왔다. 그동안 미국에 왔다갔다한 것이 그리 헛되지만은 않은 모양이었다.

경완은 놈의 마지막 멀쩡한 팔 한 짝까지 아작 내고 칼을 떨어뜨리며 일본인들에게 결코 잊어선 안 되는 교훈을 상기해 주었다.

“Don’t forget Pearl harbor.”

(진주만을 잊지 마라)

자신이 그어 놓은 선을 넘는다는 건 바로 그와 같은 의미였다.

= = = = =

사태는 더욱 악화되었다. 일본 정부는 연신 한국 정부에 사과를 요구하며 다케시마에 대한 영유권을 다시 한번 주장했다.

왜 지들이 요청해서 보낸 범죄자가 저지른 사고랑 다케시마랑 엮는지는 이해가 안 되지만 언제 혐한이 이성과 논리로 무장한 적이 있었던가?

지진이 나도 한국 탓, 판데믹이 벌어져도 한국 탓, 올림픽이 비난받아도 한국 탓, 뭐가 실패해도 한국 탓.

그래놓고는 재난모금을 해주지 않는다고 징징, 소방관과 구조대를 안 보내준다고 징징.

혐한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것은 마치 심연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았다. 이해해보려고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밑바닥이 보이지 않는 인간의 저열함에-저런 것들도 인간이라고 인정한다면- 인간혐오증에 걸릴 테니까.

기껏 긍정적이 되어봤자 일본인들은 이런 놈들이라며 인종차별증상을 얻을 뿐이었다.

“아무래도 경완 씨는 잠시 일본에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십 년은 더 늙은 얼굴이 된 오두관이 유치장에 있는 경완을 찾아와 말했다. 이제 사태는 고작 말단인 그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버렸다.

경완이 습격자의 사지관절을 비틀어 장애를 남기는 영상은 이미 일본을 넘어 전 세계로 퍼졌다. 일본 당국은 이것이 한국인의 잔악한 본모습이라며 입에 거품을 물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해외에 한국을 망신 주려고 외신기자들도 여럿 불러모은 덕분에 경완이 영어로 한 말이 왜곡 없이 해외에 알려졌다는 점이다.

일본? 당연히 경완이 영어로 한 말은 삭제되고 오직 습격자를 잔인하게 병신 만드는 장면만이 자극적으로 퍼져나갈 뿐이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경완은 딴 세상일이라는 듯 이런 거나 물어보았다.

“일본 교도소는 밥 잘 나와요?”

“잘 나오겠습니까?!”

자국민을 반쯤 개돼지 취급하는 나라다. 범죄자 인권이라고 좋을까? 아직 유죄인지 무죄인지도 모를 용의자 인권도 개무시 하는데?

“허허. 그것참 큰일이군요.”

“고작 그게 큰일입니까?!”

걱정하는 경완에게 오두관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경완의 낯가죽은 뻔뻔했다.

“큰일이죠.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오두관은 현타에 빠졌다. 애라 모르겠다. 어차피 자신이 더 무얼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아무튼 조용히, 얌전히 계세요. 제발!”

“저도 그러고 싶어요.”

오두관에게 대꾸하는 경완은 자신이 내뱉은 말에 기시감을 느껴서 고개를 갸웃했다. 왠지 예전에 했던 말을 또 하는 느낌이었다.

그때 어땠더라? 분명 조용하진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우려는 이번에도 이어졌다.

“야! 밥 줘! 왜 밥을 안 줘! 고항! 고항 몰라?! 고항!”

경완이 철창을 흔들며 소리를 질렀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가 유치장에 홀로 갇힌 지 이틀째, 분명 어제저녁까지는 나왔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아무것도 못 먹었다.

혹시 배식 업체에 문제라도 생겼나?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경완은 아침에 분명 두 눈으로 유치장에 갇힌 다른 사람들에게는 배식하는 걸 자신의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보라! 지금도 경완의 간절한 외침을 외면하고 그만 쏙 빼놓고 배식하는 꼬라지를!

경완은 이를 갈았다.

치사한 쪽발이 새끼들. 감히 밥을 안 줘?

그는 이 새끼들이 왜 밥을 안 주는지 그 이유를 고민해보았다. 혹시 자신이 뭔가 큰 잘못을 했나? 밥도 안 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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