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한전생 더 빌런-100화 (100/367)

099-10-빌드업 히어로즈

“머리 나쁜 변호사 아저씨도 오랜만이네요. 보아하니 이번 일에 꽤나 공을 들이신 모양이에요?”

“내가 말했지? 널 파멸시켜버리겠다고.”

“교도소에서 들어가는 거로는 부족했어요?”

경완의 말에 변호사 아저씨의 입술이 뒤집어졌다.

“교도소에 들어갔으면 죽은 듯이 살았어야지. 그런데 왜 나대?”

“그거야 제 맘이죠.”

“개소리 집어쳐!”

“큰소리치는 걸 보니 이 일에 꽤나 준비를 많이 하신 모양이네요.”

“암! 물론이지!”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하면 경완에게 원한을 갚을 수 있을까?

경완에게 원한을 가진 부모들은 오랜 시간 고민했다. 교도소에 있는 죄수들에게 청부라도 넣을까?

그런 고민을 하는 와중에 경완이 국회의원에게 테러를 가했을 때는 알아서 스스로 무덤을 판다고 좋아했다.

하지만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갔다.

쥐뿔도 없는 고아 죄수 주제에 미국도 갔다 오고 다큐도 찍고 아주 유명해지고 이렇게 귀휴를 받아서 교도소 밖에서 식도락 여행을 즐기니 배알이 꼴리다 못해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

반면에 자기 자식은 어떤가? 그때 일의 후유증을 못 벗어나서 작은 일에도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소심해지고 밖에 잘 나가지도 않는 히키코모리가 되어 버렸다. 얼굴이 갈린 아이는 몇 번이고 자살 시도를 했다.

부모들의 원한이 하늘을 찌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변호사는 이번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경완이 지내는 교도소는 이미 여러 높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어서 교도소를 통해서는 감히 어떤 수작질도 부릴 수 없었다.

하지만 교도소 밖은 달랐다. 놈이 귀휴랍시고, 식도락 여행이랍시고 밖에 나오자 놈의 행적은 SNS에 아주 잘 드러났다. 놈의 유명세가 놈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그렇게 드러난 정보를 바탕으로 계획을 짜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네비가 알려주는 루트는 뻔했으니까.

하지만 다른 길로 빠질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에 혼자서는 실패할 가능성이 있었다.

변호사는 법조인으로서의 신념을 버리기로 결심하고 오랜 시간 변호사로서 살아온 인맥을 활용해 부랴부랴 깡패를 고용했다.

그들은 경완과 그 일행이 식도락을 즐기는 사이에 그들의 차량에 GPS를 몰래 설치했고 몇몇은 트럭을 타고 이경완, 이 씹어 먹을 것이 지나갈 가능성이 유력한 길목에서 대기했다.

이 모든 과정을 혼자서 진행하기에는 돈이 모자랐기에 경완에게 원한이 있는 이들을 모집했다. 당연하게도 같은 사건으로 인해 얽힌 이들이었고 그들은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절대로 경완이 교도소에서 편히 살길 원하지 않았다.

“법이 잘못됐어. 너 같은 놈을 배때기 두드리며 편안히 살게 하다니.”

“암요. 잘못되고말고요. 미성년자를 성노예로 부리고 윤간해도 겨우 5년 받고 마는 세상인데요.”

“으득!”

경완이 조롱하듯 혓바닥을 놀리자 변호사는 이를 갈았다.

원래 목적은 그대로 트럭으로 치어 죽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만에 하나.. 놈이 살아남는다면.. 결코 편안한 죽음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버지로서의 마음이었다.

그래서 경완이 이렇게 이 인적 없는 폐공장에 있게 된 것이다.

경완은 이를 가는 그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을 이었다.

“잘 먹고 잘 살다가 별안간 미친개에게 물릴 수 있다는 게 세상의 불합리한 점이죠. 그러니 생각해봐요. 댁들이 낳은 짐승새끼들에게 당할 뻔한 그 여학생은 어떤 심정이었겠어요?”

“닥쳐!”

하지만 경완의 입은 닥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내 능력으로 편안하게 사는 게 왜 잘못이에요? 이런 능력주의 사회를 만든 게 아저씨 같은 사람이잖아요?”

경완의 말에 변호사는 어이가 없어 입술을 비틀었다.

“그게 왜 내 잘못인데?”

“능력 좋으면 공기업 들어가서 내부정보로 땅투기해도 좋고, 탈세해도 기업 키워서 경제에 이바지하면 사면해주고, 환자 강간하고 성추행해도 의사랍시고 봐주고. 능력만 좋으면 법이냐 도덕 따위 지키지 않아도 괜찮다는 사회를 만든 게 아저씨 같은 인간들이잖아요. 지금도 보세요. 변호사라는 인간이 깡패 새끼들 고용해서 하는 짓거리를. 그런데 왜 자기 책임이 없다는 듯이 말해요?”

경완의 신랄한 혓바닥엔 조롱이 가득했다. 하지만 아직 말이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쓰레기 같은 자식새끼 낳았으면 수치스러워서 얼굴도 못 들고 다니는 게 정상 아니에요? 하긴 뭐 내 자식새끼가 마약을 빨든, 음주운전을 해서 사람을 치든, 발정 나서 강간이나 하든, 성실하게 일해서 사회에 이바지하는 남의 자식보다는 소중하시죠? 쯧쯧쯧. 콩 심은 데 콩 난다는 말이 틀린 게 아니라니까.”

안타깝다는 듯이 혀를 차며 고개를 끄덕이는 경완의 모습에 변호사는 비틀린 입술로 말을 꺼냈다.

“넌 지금 네가 무슨 상황인지 감을 못 잡는 모양인데, 넌 살아서 여기를 못 나가.”

“왜요?”

“왜냐고? 이제 보니 머리가 나쁜 건 너구나! 주변을 보라고. 아직도 상황 판단이 안 돼?”

“아이고. 머리 나쁘다고 한 거 아직도 신경 쓰고 계셨어요?”

딱해라..

불쌍하다는 경완의 표정에 더 이상 참지 못한 변호사가 경완의 멱살을 잡고 속삭였다. 눈알이 살기로 번들거렸다.

“절대로 쉽게 죽이지 않을 거다. 단단히 각오하는 게 좋을걸?”

경완이 그 눈빛을 마주 올려다보며 싱긋이 웃었다.

“제가 방금 전에 왜 살아서 못 나가느냐고 물은 이유가 뭔지 아세요?”

콰드득!

경완이 손목을 비트니 튼튼한 강철수갑의 연결고리가 그대로 망가지고, 자유로워진 손이 자신의 멱살을 잡은 변호사 아저씨의 멱살을 잡았다.

살기로 번들거리던 변호사의 눈빛이 순식간에 당혹과 공포로 물들었다.

“이, 이게 어찌 된 일이야?!”

왜 구속구가 이렇게 약하냐는 물음이었지만 양복건달은 그 물음에 답을 할 여유가 없었다.

“튀어!”

지엄하신 형님의 외침에 건달들이 일제히 입구로 달려갔다. 그 뒤로 한발 늦은 학부모들이 공포에 질린 얼굴로 뒤따랐다.

구속된 맹수는 그 구속이 풀리는 순간 공포의 존재가 된다.

콱! 콱! 콱!

하지만 창고를 문을 열어젖히려던 노랑머리 양아치는 자신의 머리 옆에 연속으로 박혀버린 연장에 문고를 채 잡기도 전에 얼어붙고 말았다.

그리고 이어진 경완의 말에는 모두가 멈추고 말았다.

“동작 그만.”

멈칫!

경완은 모두 자신의 지시를 잘 따르는 것을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로 아주 친절한 어조로, 그래 마치 유치원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말하는 느낌으로 말했다.

“자. 모두들 여기에 와서 나란히 앉아요.”

누구의 말씀인데 감히 거부하겠는가?

청부를 받은 조폭들과 학부모들이 경완의 눈치를 보며 움직였다. 왼손엔 변호사의 멱살을 쥐고 발끝으로만 간신히 서도록 높이 들고, 오른손으론 테이블에 놓인 연장들을 어루만지는 모습에서 도무지 틈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결국 비닐 위에 나란히 꿇어앉았다. 방금 입구 옆에 나란히 박힌 연장의 모습이 머리에 박혀 잊히지 않았다. 정확히 위에서 아래로 일직선을 그리며 나란히 박힌 연장은 경완의 투척 능력에 대한 두려움을 안겨주었다.

튀려고 하면 분명 몸 어딘가에 꽂힐 것이 분명했다.

더 무서운 건 저 흉한 연장을 머리에 꽂아 줄 거란 보장이 없다는 것이었다. 여태 경완이 죽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으니까.

그리고 그 의미를 모르는 사람은 여기에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들이 나란히 앉자 경완은 마치 사열을 점검하는 지휘관처럼 그들의 앞을 왔다갔다 걸었다.

“어떻게 제가 저 튼튼한 구속구를 풀어냈는지 궁금하죠?”

경완의 말에 양복건달의 고개가 저도 모르게 저절로 끄덕여졌다.

건달 생활이란 칼밥 먹는 생활이다. 그가 경완이 위험한 놈이라는 걸 간과했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튼튼하기 짝이 없는 수갑과 사람의 힘으로 도저히 끊을 수 없는 사슬을 구했다. 경완이 괴력 능력자가 아니라는 것도 확인했다.

그런데 어떻게?

두려움 가득한 시선에 의문의 빛이 떠올랐다.

경완이 입을 열었다.

“계속 궁금하세요. 히히.”

그의 미소는 악동이 아니라 악마 같았다.

사실 경완이 구속구를 풀어낸 것은 남동건의 공이 컸다. 그가 경완의 조언에 따라 능력의 발현 타이밍 조절을 연습할 때 어떤 S입자패턴을 보였는지 기억하고 있던 경완은 강철로 만들어진 구속구를 끊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힘이 필요한 상황에서 그 S입자의 패턴을 흉내 내보았다.

S입자를 서로 얽히게 하고 그것을 꽈배기 꼬듯이 복잡하게 꼬은 후에 근육과 근육 사이에 밀어 넣었다.

그러한 시도가 운 좋게 맞아떨어졌는지 근육이 부풀어 오르고 완력이 강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동시에 왜 남동건의 능력이 쿨타임 형인지도 이해하게 되었다. 꽈배기 꼬이듯이 꼬인 S입자 다발이 풀리면서 괴력을 만들어 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꼬인 것이 다 풀리면 괴력 능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되는 것이고.

물론 경완이 따라 한 남동건의 괴력 능력은 그저 흉내에 불과했기 때문에 남동건이 보인 출력에 비하자면 미미하기 짝이 없었지만, 그래도 수갑과 수갑을 연결한 연결고리를 비틀어서 끊어내고 두 손을 자유롭게 할 수 있을 수준은 충분히 되었다.

“자 그럼 일단 싸다구 한 대씩 맞을까요? 모두 이 감고 눈을 악무세요.”

목적어가 바뀐 문장에 모두 어리둥절했지만 경완은 아랑곳하지 않고 빠르게 걸어가며 팔을 움직였다.

쫙쫙쫙쫙!

“크윽!”

그의 팔은 마치 모터가 달린 듯이 후다다닥 움직이며 청부자와 청부업자들의 뺨을 갈겼다.

고통 어린 신음성이 흘러나왔지만 경완은 멈추지 않았다.

“자~아, 반대로~.”

쫙쫙쫙쫙!

오른손-으로 때리고~ 왼~손으로 비비, 아니 때리고.

경완의 왼팔 역시 오른팔이 그랬던 것처럼 모터 달린 듯이 화라락 휘둘러졌다.

그의 ‘반대로~’라는 말에 서둘러 오른쪽 뺨을 맞을 준비를 한 자는 뺨을 맞았지만 뺨을 맞은 충격에서 회복하지 못해 미쳐 고개를 돌린 채 있던 자들은 안면을 처맞았다.

“커억!”

“내가 반대로라고 했잖아요. 왜 말을 안 들어서 엉뚱한 곳에 맞아요?”

과연 맞은 놈이 잘못일까, 때린 놈이 잘못일까?

하지만 세상은 종종 때린 놈보다 맞은 놈을 더 탓한다. 왜 괜히 나대서 처맞냐고.

“아무튼, 한 대씩 맞았으니 이제 슬슬 정신이 들죠?”

한 대가 아니라 두 대 때렸으면서..

화끈 얼얼한 뺨에 정신이 들기는커녕 나가버릴 것 같아 따지지 못하는 사이에도 경완의 주둥이는 멈추지 않았다.

“이런 짓을 당한 게 나였으니 망정이지, 힘없는 일반인이었으면 시체도 못 찾을 뻔했어요. 그죠?”

동의를 원하는 물음이었지만 결코 동의할 순 없었다.

거기에 동의함으로써 그에게 어떤 ‘명분’을 준다는 사실에 머리털이 쭈뼛 설 정도의 위기감이 들었다.

“일단 청부하신 분들부터 갈게요. 자식이 그렇게 된 부모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라서 깔끔하게 하반신마비로. 오케이?”

하반신마비가 어떻게 깔끔할 수 있겠는가? 혼자서는 제대로 화장실도 못 가는데?

학부모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아, 안 돼!”

그중 겁먹은 아줌마가 일어나 문을 향해 뛰어갔지만, 그것을 놓칠 경완이 아니었다.

“헥토파스칼 킥!”

“끄아악!”

멋들어진 자세의 날아차기가 허공을 갈랐다.

발꿈치가 정확히 허리 척추에 박히자 아줌씨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그리고는 일어나지 못했다.

“아줌마? 죽은 건 아니죠?”

다행히 죽진 않았고 신음을 흘리며 꿈틀거렸다. 하반신은 빼고 상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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