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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전생 더 빌런-101화 (101/367)

100-10-빌드업 히어로즈

경완은 자신의 날아차기 실력이 죽지 않은 것에 묘한 만족감을 느끼며 미소와 함께 뒤에 앉은 이들을 돌아보았다.

그 시선에 쫄아든 사람들에게 경완이 말했다.

“등짝을 봅시다. 서도 좋고 엎드려도 좋고 앉아도 좋습니다. 아무튼 척추를 감싼 예쁜 기립근을 드러내 보세요.”

“아, 안 돼! 나, 난 여기서 나가겠어!”

경완의 말이 농담이 아님을 그제야 깨달은 학부모들은 패닉에 빠져 화들짝 놀란 쥐새끼들처럼 사방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사람 귀찮게 하지 마세요.”

경완의 투척 실력이 다시 한번 발휘되었다.

톱이 날아가 발목에 박히고, 각목이 창처럼 날아가 뒤통수를 때리고, 날카로운 수술용 칼이 비수처럼 정강이라든지 허벅지에 깊숙이 박혔다.

결과적으로 단 한 명도 도망칠 수가 없었다.

그 모습에 도망칠 기회를 노리던 조폭들의 머리는 하얗게 굳어버리고 말았다.

도망치지 않으면 저기서 엎어져 서럽게 울고 있는 아줌마처럼 반신불수가 될 것이다. 하지만 저 괴물에게서 도망갈 수가 있을까?

“허으으!”

“어어엉!”

강간 청소년들의 부모들이 일제히 척추 신경에 이상이 생겨 쓰러져서 신음하고 흐느끼는 소리를 배경음으로 경완은 어깨를 좌우로 들썩이며 코와 입을 두 손으로 가렸다.

그리고 흘러나오는 비트박스 소리.

푸취기! 푸취기! 푸푸! 취리취!

수준급 비트박스와 함께 이상한 댄스와 스텝을 밟으며 꿇어 앉아있는 조폭들의 주위를 도는 경완.

그리고 그런 그의 모습을 보는 양복 건달과 똘마니들의 모습은 마치 망망대해에 낙오한 자가 수면 위에 드러나 자신의 주위를 도는 상어 지느러미 보았을 때 어떤 느낌인지 확실하게 실감할 수 있었다.

푸취푸취푸취파~아!

그렇게 흥겹게 비트박스 한 곡을 땡낀 경완이 고개를 갸름하게 기울이며 양복건달을 내려다보았다.

양복건달은 차마 경완과 눈을 마주칠 용기가 나지 않아 고개를 숙인 채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미친놈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미친놈인 줄은 미처 몰랐다. 그것도 괴력 초능력을 가진 미친놈이었다니! 세상 사람 모두가 그동안 저놈에게 속고 있었던 것이다!

양복건달이 꿇어앉아서 생각을 해보니 그런 결론 외엔 얻을 수 없었다. 저 미친놈에게 괴력이 없었다면 결코 자신이 준비한 수갑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테니까.

“아저씨.”

흠칫!

“네, 방금 흠칫하신 양복 아으좌~씨. 내 말 들려요? 혹시 흉한 거 보고 실신하거나 맛이 간 건 아니죠? 맛 간 거 아니면 고개 좀 들어봐요.”

차라리 기절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양복건달이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미친놈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않기 위해서 최대한 간사하게 웃으면서 말이다. 웃는 얼굴에 침 뱉느냐는 말도 있지 않은가?

쫘악!

“컥!”

하지만 날아온 것은 침도 아니고 따귀였다.

“애쓰는 건 알겠는데, 웃는 거 좆같았거든요. 다시 한번 표정관리해서 얼굴 들어봐요.”

양복건달이 천천히 고개를 들자 거기에는 간도 쓸개도 빼줄 것 같은 미소 대신 공포에 젖은 울상이 나타났다.

경완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들었다.

“그래요, 사람이 그렇게 솔직해야지. 가식 같은 거 부리면 상대방이 헷갈리잖아요.”

“저, 저기. 이 선생. 내가 잘못했으니까 그냥 보내주면 안 되겠나? 도, 돈 받은 거 다 자네에게 줄 테니.”

최대한 용기를 내서 타협을 해보려 했지만 경완은 고개를 저었다.

“아유. 앞으로 치료비, 간호비 많이 나갈 텐데 그렇게 돈을 쉽게 포기하면 안 되죠. 저같이 미친놈이 돈에 혹하겠어요?”

“제, 제발!”

눈물까지 흘리며 애원하는 건달의 어깨에 경완이 손을 얹으며 말했다.

“아저씨. 지금부터 고해성사 타~이임. 오케이?”

양복건달은 지금까지 그렇게 무서운 미소는 본 적이 없었다.

= = = = =

경찰과 FBI가 경완을 구하러 왔을 땐 이미 상황이 끝나있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볼일을 다 마친 경완이 먼저 경찰에 신고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경완을 납치해서 해코지하려고 그 자리에 왔던 이들 중에서 제 발로 설 수 있게 된 이는 한 사람도 없었다.

“좀 심한 거 아니오?”

경찰이 세상 다 잃은 표정으로 구급차에 실려 나가는 납치 용의자 겸 상해 피해자를 보며 경완에게 한 마디 하자 경완은 이렇게 받아쳤다.

“사람 해코지 해달라고 청탁하는 놈이나, 또 그래 주겠다고 돈 받은 놈이나 똑같은 것들이죠. 제가 아니었다면 시체도 못 찾고 실종 처리 됐을걸요? 죽이지 않은 것만 해도 감지덕지해야지.”

원한에 사무쳐 눈이 돌아간 인간은 이성이 반쯤 마비된다. 테러범 잡은 미국의 영웅? FBI 경호? 살인? 망가진 자식을 보는 부모에겐 그딴 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 심정을 이해한 경완이 그래서 그들을 죽이지도 않고, 전신불수로 만들지도 않고, 적어도 자기 주둥이에 자기 손으로 밥은 퍼넣을 수 있도록 반신불수에서 끝낸 거 아니겠는가?

청부받은 깡패들은 어찌 됐냐고? 그들도 운이 좋게(?) 반신불수로 그쳤다. 아무리 죄질이 나빠도 교사범보다 종범이 더 큰 벌을 받는 것도 모양새가 이상하지 않은가?

“....”

아무튼, 되로 주고 말로 받은 경찰관은 입을 다물었고 경완의 앞에 렛토보안의 요원들이 도착했다. 박해진이라는 경호원은 보이지 않았다.

그들에게 경완이 물었다.

“저랑 같이 타고 있던 사람들은요?”

“모두 병원에 있습니다.”

“심해요?”

“두 사람 다 타박상에 골절입니다.”

그럼 나만 멀쩡한 건가? 경완은 사고 당시를 다시 떠올렸다.

교도소에 도착할 때까지 차에서 한숨 자려고 드러누워 있었던 덕분에 옆에서 가해지는 충격을 일단 튼튼한 다리로 먼저 받아서 골절이 없었던 모양이었다.

“그럼 가시죠.”

“어디로요?”

“당연히 교도소죠.”

도망을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태도에 순간 꼴 받은 경완이 뒷목을 잡았다.

“아아! 갑자기 땡기고 멍하네요. 병원병원병원병원.”

“네?”

경완이 갑자기 엄살을 피우자 그들은 당황했다.

하지만 경원은 뭘 그리 꾸물대냐며 언성을 높였다.

“병원부터 갑시다!”

“....”

“뭐해요? 사람 다쳤다는데?!”

“하아..”

경호원의 한숨이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다친 건 댁한테 허리 부러져서 실려 가고 있는 저 사람들이고!’

하지만 경완의 꼬장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경완이 그를 노린 교통사고에 당한 건도 사실이지 않은가?

도저히 믿기진 않지만 아프다는 그의 말을 무시할 명분이 없었기에(혹시 진짜라 나중에 민원 들어올까 봐) 경완은 병원으로 실려 갔다.

“헤이, 제프리. 몸은 좀 어때요?”

“....”

제프리는 허망한 표정으로 환자복을 입고 병문안을 온 경완을 쳐다봤다.

“왜 그래요? 어디 반신불수 됐어요?”

“하...”

“하?”

“할부도 아직 안 끝났는데...”

부러진 팔뚝보다는 폐차 처리된 자동차가 그를 더 아프게 하는 모양이었다.

“월급 많이 안 받아요? 명색이 국가기관이라면서요?”

“공무원 월급이 다 거기서 거기죠.”

그 말에 경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인허가 권한을 쥐고 있는 공무원도 아니고 수사관에 불과한 제프리가 삥땅을 쳐봤자 얼마나 치겠는가?

“경비 처리해 주지 않겠어요? 제프리가 튼튼한 차로 사서 살았는데?”

“그래 주길 바래야죠.”

“혹시 안 해주면 나한테 얘기해요. 새로 차 살 때 보태줄 테니까.”

경완의 말에 제프리는 감동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경완을 노리고 저지른 차량 테러였기 때문에 경완이 그에 도의적인 책임을 지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제프리의 직장이 그의 손실을 보전해 주지 않으면 모양이 이상하다. 아무리 식도락 여행이라지만 제프리가 경완과 동행한 건 사적인 일이 아니라 상부의 지시에 따른 공무였지 않은가?

“놈들은요?”

제프리가 새삼 기억났다는 듯이 묻자 경완은 웃으며 대답했다.

“조져놨어요.”

“.. 어떻게요?”

“앞으로 평생 휠체어 신세를 져야 할걸요?”

“.....”

좌우로 떨리듯 움직이는 제프리의 눈동자가 그의 복잡한 심경은 대변했다.

복수를 해줘서 고맙기도 하지만 법을 똥통에 처박을 정도로 손속이 잔혹했으니, 명색이 치안 공무원인 제프리로선 경완을 대하는 마음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지켜본 바에 따르면 평상시의 경완은 정말 멀쩡한(?) 청년이었기 때문이다.

“그럼 저는 제 병실로 돌아갈게요.”

“네... 잘 가요.”

제프리의 배웅을 뒤로하고 경완은 박해진 경호원의 병실에도 들러 병문안을 한 뒤에 병실에 드러누웠다.

대한민국 역사상 존재한 것 없었던 특급 범죄자였기 때문에 다른 환자들과 같은 방을 쓰게 할 수 없어서 혼자 지내는 특실로 들어갔다.

하지만 거기에 오래 있을 수는 없었다. 경완이 또 사고 쳤다는 소식이 언론에 슬슬 퍼지자 얼른 그를 병원에서 교도소로 데려오기 위해서 병원에 연락해 경완에 대한 진료를 서둘러 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병원은 흔쾌히 높으신 분의 부탁을 수긍했다. 돈도 안 되는 주제에 특실을 쓰며 병원에 폐를 끼치는 경완을 얼른 진료하고 치료해서 내보내는 것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서둘러 진료를 하니 멀쩡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삼일 정도 병원에서 신세를 지려고 했던 경완으로서는 애석한 일이었다.

그리고 교도소에 돌아오니 과연 홍 소장이 그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내가! 사고 치지! 말랬지!”

“아이고 귀야. 아직도 정정하시네요.”

“제발 좀 도와주라!”

도와달라는 사람의 표정치고는 참 화가 많이 난 얼굴이었지만 경완은 거기에 딴죽을 걸지 않았고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다.

“전 가만히 있었다고요.”

“가만히 있었다고오~! 열세 명을 병신으로 만든 게 가만 있었다고오~!”

“본보기를 보여줬으니 다시는 앞으로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없겠죠?”

상큼하게 웃으며 엄지를 드는 경완의 모습에 홍 소장은 뒷목을 잡았다.

환장하겠네, 진짜.

“앞으로 너에게 귀휴 허가가 나올 거라고 생각하냐?”

홍 소장이 경완이 제발 좀 정신 차리길 바라며 잔소리를 시전했지만 경완은 어깨를 으쓱했다.

“안 나오면 어쩔 수 없고.”

‘그런 거로 날 어찌할 수 없으셈’이라는 태도에 홍 소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 = = =

검찰에서 경완에게 상해죄로 12년의 형기를 추가로 더 때리거나 말거나 경완은 게임 타이틀을 조지는데 열심이었다.

더 재미있는 게임도 있지만 그렇다고 덜 재밌는 게 안 재밌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그런 와중에 김준이 접견을 왔다.

“오랜만이에요, 준 씨. 제프리 차는 어떻게 하기로 했어요?”

“경비 처리하기로 했습니다.”

“잘됐네요.”

돈이 아쉬운 건 아니지만 재소자 신분으로는 송금 절차가 귀찮았다.

경완은 김준과 잠시 근황 토크를 나누었는데 그중에 그의 호기심을 끄는 항목이 있었다.

“히어로 컴퍼니가 한국에도 들어올 겁니다.”

“히어로 컴퍼니라.. 결국 만들어졌네요.”

예전에 강우빈이 디트로이트의 사정에 관해 언급했던 게 떠오른 경완이었다. 미국에선 벌써 히어로 컴퍼니가 이상한 사업이 아니게 된 걸까?

김준이 대답했다.

“사실 전미 초능력자 협회가 만들어진 이상 시간문제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미국의 상황상 치안의 민영화는 정해진 수순이었다. 극심한 빈부격차, 초능력의 각성, 초능력 범죄의 증가, 빌런의 등장, 마지막으로 자본주의.

이 모든 것을 결합하면 결국 치안의 민영화는 돈 되는 사업이라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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