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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전생 더 빌런-111화 (111/367)

110-11-초인충돌

“그럼 책이나 쓰죠.”

“그 테…… 러범의 추억이니 뭐니 하는 거로요?”

“네.”

“혹시 그 내용이 당신이 국회의사당에서 저지른 그 사건은 아니죠?”

“왜 아니겠어요?”

경완은 천진난만하게 활짝 웃었고 차관은 그 아구창에 주먹을 날리고 싶었다.

생각해 보라. 기껏 가라앉아 있는 정계에 또 한 번 핵폭탄을 투척하겠다는 말과 뭐가 다르단 말인가? 정치권이 혼란스러우면 공무원들이 피곤해진다.

“……뭘 원하십니까?”

“왜 그래요? 전 심문해 달라기에 공짜로 일해줄 순 없어서 그러는 것뿐이에요.”

“그건 다른 문제고요, 그 테러범의 추억이니 뭐니 하는 흉물스러운 책을 안 쓰는 대가로 뭘 받고 싶냐는 말입니다.”

“거참. 일을 하려면 순서대로 해야죠. 여기에 오신 이유가 제가 책을 쓰니 마니 하는 문제로 온 건 아니잖아요?”

차관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경완에게 주도권이 상당 부분 넘어간 것을 느낀 것이다.

“아무튼, 조건을 맞춰주면 중국으로 가실 의향은 있으십니까?”

“중국까지 발걸음하기가 귀찮기는 하지만 뭐 귀휴권을 주신다면 못 할 것도 없죠.”

일 년에 한 번씩 식도락 여행이라…… 나쁠 건 없지 않은가?

설마 또 저번같이 트럭과 랑데부할 가능성은 낮았다. FBI랑 한국 공권력이 병신도 아니고 말이다.

경원의 말에 차관은 이렇게 대답했다.

“법무부 장관이랑 이야기해 보죠. 다만 귀휴 동안 사고를 치면 귀휴가 짤릴 수도 있습니다.”

“그거야 당연한 거죠. 저도 그렇게 막무가내는 아니라고요.”

“…….”

그렇게 막무가내가 아닌 새끼가 국회의사당에서 그 지랄을 떠셨어?

외교부 차관은 하고 싶은 말은 굴뚝같았지만, 일단 경완이 중국으로 갈 조건은 확인했으니 여기서 할 일은 더 이상 없었다.

테러범의 추억이니 지랄이니 하는 개소리가 거슬리기는 했지만, 굳이 새삼 그것을 언급해서 긁어 부스럼 만들고 싶진 않았다. 공무원이잖은가?

그래서 차관이 주한중국대사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일어나려는데 경완의 말 한마디가 의자에서 떨어지려는 차관의 엉덩이를 붙들었다.

“그런데 귀휴 때 돈이 없으면 어떡하죠?”

“돈 같은 거 필요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야 교도소에 있을 때는 그렇죠. 하지만 밖에 나가면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는걸요.”

“가만히 있어도 돈이 나간다고요?”

어처구니없어하는 차관의 말에 경완이야말로 황당했다.

이 사람 자본주의 사회에 사는 사람이 맞나? 아니면 여기저기서 대접해 준다고 자기 돈 써본 일이 없었던 건가?

경완은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가만히 있는 게 가만히 있는 거예요? 먹어야죠, 싸야죠, 자야죠. 그것만 해도 돈이 몇 푼이에요?”

설령 풍찬노숙을 한다고 해도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다.

그의 혓바닥이 길어지는 이유가 또 조건을 달기 위해서라는 것을 파악한 차관이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원하는 금액이 얼마입니까?

과연 바로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이 외교부 차관다웠다.

높은 자리에 오르려면 그 정도 눈치는 있어야지.

경완이 대답했다.

“그렇게 많이는 필요 없고요, 그냥 귀휴 때 전국 각지에서 식도락을 즐길 수 있도록 낭낭하면 족합니다.”

족하기는 X같게…….

차관은 고위 공무원이 되어 충분한 권한을 쥐게 된 후에 느끼지 못했던 갑을 관계의 X같음을 새삼스럽게 느끼며 마음을 다스렸다.

그래! 상대는 사회화가 덜된 범죄자 나부랭이 아닌가? 쓰레기가 쓰레기 짓 했다고 새삼 흥분할 필요는 없었다.

“알았습니다. 그것도 법무부 장관님과 이야기해 보도록 하죠.”

솔직히 그러고 싶진 않았지만 이 새끼가 돈이 없다고 테러범의 추억이니 마니, 그놈 허리 쑤실 때니 마니 하는 책을 진짜로 써내면 관련된 사람들이 괜히 벌집을 들쑤셨다며 외교부도 들쑤실 것이고 그러면 차관인 자신도 피곤해진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경완이 본인의 처지를 잘 아니 크게 돈 벌 욕심이 없다는 거랄까?

외교부와 법무부가 원래부터 잘 협조를 하던 사이였던지 그 날 경완은 연 1회 귀휴권을 약속받고 다음 날 중국 베이징으로 향했다.

외교부에서 나온 공무원과 통역사, 그리고 중국 공안 요원이 경호 및 감시로 붙었다.

FBI 요원인 김준, 혹은 제프리가 붙지 않자 경완은 고개를 갸웃하며 외교부 직원에게 말했다.

“그런데 저 중국에 보낸다는 거 미국에는 말했어요?”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 당장 통화 한 통 할 수 있어요?”

“제 권한이 아닙니다.”

“그럼 중국에 가기 전에 홍 소장님께 인사하고 가도 되나요?”

경완에게 중국은 낯선 땅이기에 미국이라는 비빌 구석을 만들어보려고 했지만 안타깝게도 전화도 허락되지 않았고, 홍 소장도 자리에 없었다.

개똥도 약에 쓰려니 없다더니 딱 그 꼴이었다.

결국 찜찜함을 품고 전세기에 몸을 실은 경완은 베이징에 도착한 후 삼엄한 감시인지 경호인지 모를 호위를 받은 채 어디론가로 이동했다.

차량 호위만 해도 다섯 대였다.

“제가 무척 귀빈인 모양이네요.”

“귀빈이라기보다는 위험 분자라서 그렇겠죠.”

외교부 공무원이 비겁하게 팩트 폭행을 시전했다.

사실 공산당의 입장에선 그럴 만도 했다. 하나의 중국, 중앙집권, 일당 독재체제를 추구하는 그들의 입장에서 반골 중의 반골인 경완에 대해 도저히 안심할 수 있을 리가?

무능력하기라도 하면 무시하면 되는데, 권총으로 저격수를 저격할 정도의 능력에, 다른 초능력자의 능력을 방해하는 능력에, 괴력에, 독심술까지!

혹여나 반체제 조직에 경완의 신변이 넘어가면 분명 큰 문제가 발생할 테니 이렇게 과도할 정도로 경호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경완을 태운 차량이 경비가 삼엄해 보이는 어느 건물로 들어갔다. 내부 시설을 보아하니 경찰서 같았다.

“여기로.”

통역관이 공안으로 보이는 제복의 남자와 마주하더니 경완을 안내해 지하로 향했다.

외교부 공무원은 다른 곳으로 안내받았다.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공산당 간부가 얽혀 있다는 예민한 사건인데 심문할 때 오갈 예민한 사항이 타국 공무원의 귀에 들어가도록 놔두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었으니까.

경완은 심문실로 보이는 방으로 들어갔다.

방 중앙에는 구속복을 입고 있는 남자가 무게를 잡고 앉아 있었다. 뭐, 경완의 시선엔 그저 똥폼 잡는 것에 불과했다.

공안이 뭐라 뭐라 말하는 걸 통역사가 전달했다.

“‘홍살’ 사건의 용의자라고 합니다.”

“그게 뭔데요?”

“연속 식인 살인 사건입니다. 살인한 것에 그치지 않고 인육을 먹었다는군요.”

한니발 렉터 같은 놈인가?

그런데 싸늘한 살기와 냉혹한 분위기가 있다는 건 인정할 수 있지만 한니발 렉터 같은 차분하고 지적인 광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통역이 말을 이었다.

“그래서 마지막 희생자가 살아 있을 거랍니다.”

“신선할 때 잡아먹겠다고요?”

경완이 묻지 통역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중국인 수사관이 뭐라 뭐라 말했다.

“시작하잡니다.”

경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용의자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수사관이 입을 열었다.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사람을 죽였냐고 물었습니다.”

“그렇다네요.”

경완의 말을 통역관이 중앙에서 전달했다.

“홍살 사건의 범인이 맞냐고 물었습니다.”

“……아니라는데요?”

경완이 고개를 갸웃했다. 혹시 홍살 사건이 뭔지 모르는 거 아닌가?

하지만 더 이상한 것은 수사관의 눈빛이었다. 경완이 사실을 판독해 주어도 전혀 당황한 기색이 아니었다.

이거 혹시 미국에서도 있었던 독심술 능력 테스트인가?

하지만 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 구속복을 입고 있던 용의자가 구속복을 어떻게 풀었는지 몰라도 자유로워진 몸으로 갑작스레 경완을 덮쳤기 때문이다.

완벽한 기습이었다.

경완은 미처 대응하지 못하고 목이 붙잡히고 벽에 밀어붙여졌다. 그런데 가관인 건 공안 소속 수사관의 태도였다.

“!#@$%!”

뭐라고 외쳤는지 모르겠지만 통역관의 표정과 이후 행동을 보면 ‘도망쳐!’ 정도가 아닐까?

사색이 된 얼굴로 수사관의 뒤를 따라 심문실 밖으로 달려 나갔으니까.

이 X발놈들이 의리 없이 지들끼리 도망쳐?

경완은 꼴 받았지만 우선 자신의 목을 조르고 있는 이 미친놈을 조지는 것이 우선이었다.

이름 모를 놈의 눈이 붉게 빛났다. 초능력자인 모양이었다. 목을 조르는 두 팔뚝이 마치 쇳덩이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경완은 숨이 막혀 흐릿해지는 정신에서 괴력 능력을 만들어냈다.

잠이 들기 전에 심심해서 여러 번 해봤던 것이 흐릿한 정신에도 어찌 S입자 구성체를 만들 수 있게 해주었다.

하지만 능력은 발현되지 않았다.

목이 졸려 정신이 흐릿해져서?

아니었다. 붉은 안광을 흘리는 놈이 경완이 만든 S입자 구성체를 흡수해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완의 초감각이 놈의 전신을 빠르게 훑었다. 나선의 깔때기 패턴을 보이는 S입자 구성체가 놈의 손바닥에서 그 입구를 벌리고 S입자 구성체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능력을 흡수하는 능력자가 분명해 보였다. 그렇다면 초능력만으로는 안 된다.

경완이 손가락에 힘을 주고 두 손을 찌르듯 뻗었다. 적당히 벌어진 손가락이 놈의 눈을 노렸다.

엄지가 안구를 노렸다. 옆으로 고개를 돌려 피할 수도 없도록 검지부터 약지까지 힘을 준 손가락은 놈이 고개를 돌려 피할 곳도 노리고 동시에 찔러졌다.

어쩔 수 없이 놈은 고개를 뒤로 젖혀 경완의 손가락을 피했다. 그 바람에 경완의 목을 조르는 힘이 약간 약해졌다.

경완은 그 틈을 타서 다리를 끌어당겨 놈과 붙어 있던 몸 사이에 끼워 넣었다. 그렇게 벌어진 틈으로 다른 다리를 밀어 넣어 놈의 쇄골을 밀듯이 밟았다.

다리의 힘은 일반적으로 팔 힘의 세 배.

충분히 밀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놈은 바윗덩이처럼 단단했다.

경완은 어쩔 수 없이 놈을 밀어내기보다는 자신이 물러나기로 했다.

등 뒤가 막혀 있었기에 그의 몸은 벽을 미끄러져 올라갔다.

천장에 정수리가 부딪힐 정도로 놈의 몸을 밟고 힘차게 솟구친 그는 놈의 어깨를 밟고 머리를 차면서 책상 너머로 착지했다.

“아이 X발.”

목에서 느껴지는 몹시 쓰라린 통증이 경완의 본능을 자극했다. 놈이 그의 목을 놓지 않으려고 손끝에 힘을 줘서 피가 흐를 정도로 피부가 긁힌 것이다.

고통은 위협이다. 위협은 생존 본능을 자극한다.

생존의 대표적인 세 전략, 도주, 투쟁, 굴복 중 경완은 투쟁을 선택했다.

사방이 막힌 공간, 상대는 초능력을 흡수하는 능력자에 단련 정도도 심상치 않아 도주는 어려워 보였다.

그렇다고 굴복한다고 해도 상대방이 받아들일 것 같지 않았다. 놈의 살기는 진심이라고 느껴졌으니까.

불리한 상황이었지만 경완은 두렵지 않았다.

상대는 겨우 인간이었다. 인식하는 것만으로 정신을 갉아먹고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위험 존재가 아니었다.

저런 놈에게 도망친다는 건 그런 존재들과 수백 년씩 싸웠던 기억이 있는 무한전생자에겐 치욕이었다.

경완의 하박이 벌크업 하듯 굵어졌다. 강인해진 악력으로 테이블 모서리를 떼어내 달려드는 구속복의 용의자에게 던졌다.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책상 모서리는 프레스 기계 못지않은 악력에 뾰족한 방추형이 되어 놈을 향해 총탄처럼 날아갔다.

“큭!”

방추형의 알루미늄 조각이 놈의 손바닥에 박히며 생채기를 만들었다.

다행히 방탄 능력 같은 건 없는 모양이었다. 아니, 방탄 능력이 있어도 상관없었다. 경완이 알루미늄 조각에 실은 농밀한 S입자 덩어리가 방탄 능력을 방해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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