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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전생 더 빌런-112화 (112/367)

111-11-초인충돌

경완이 다시 모서리를 쥐고 뜯어내 꽉꽉 쥐며 날카로운 꼬챙이를 만들었다.

놈은 경완이 그 작업을 하도록 놔둘 수 없었던 모양인지 소리치며 달려들었다.

“취쓰바!”

책상을 넘어 달려드는 놈을 향해 경완이 의자를 발로 걷어 올렸다.

약간의 장애물로 만든 틈에 알루미늄 꼬챙이가 놈의 목을 노리고 들어갔다.

놈이 급히 손바닥으로 목을 방어했지만 경완이 한 손을 더 보태며 밀자 알루미늄 꼬챙이는 놈의 손바닥을 뚫은 채 그대로 목으로 밀고 들어갔다.

“큭!”

놈은 한 손을 더 보태 간신히 꼬챙이 끝이 목을 파고드는 것을 막았지만 두 손바닥은 알루미늄 꼬챙이에 꿰뚫려 버린 상태가 되었다.

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경완은 자신의 유리함을 더욱 유리하게 만들기 위한 스노우볼링을 시작했다.

그대로 놈을 밀어붙이자 놈의 몸을 감싼 S입자들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경완 역시 S입자를 활성화해 놈의 S입자들 사이로 밀어 넣으며 뭔가 수상한 초능력이 발동되지 못하게 막았다.

뒤로 밀려 뒷걸음치던 놈은 자신의 허리에 책상이 닿는 것을 느끼고는 급히 허리를 비틀며 경완을 떨쳐내려고 했다. 이대로 밀어붙여져 허리가 꺾이면 힘을 쓸 수 없게 되리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반응은 이미 경완이 의도한 바였다.

그는 놈이 허리를 비틀어 발생하는 힘의 방향을 거스르지 않고 오히려 그 방향에 자신의 힘을 보탰다.

하지만 정작 놈이 그 방향으로 합류할 수 없도록 발을 밟으며 다리를 걸었다.

적의 힘으로 적을 곤란에 빠뜨리는 고급진 기술.

놈이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어 힘을 회수하려고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경완의 몸이 바짝 붙었다. 팔꿈치 끝이 겨드랑이로 파고들어 와 밀어 올리자 놈의 몸은 균형을 잃었다.

놈은 이를 악물었지만 한쪽 발이 바닥에서 떨어지고 바닥에 쓰러지는 걸 막을 순 없었다.

경완이 쓰러지는 놈의 위에 올라탔다.

설명은 길었지만 짧은 시간에 이루어진 공방이었다.

승기를 잡은 경완은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눈웃음을 지으며 놈을 내려다보았다.

“내게 피를 보게 한 놈은 네가 처음이야. 대단해.”

이번 생에 관한 것이지만 대단하기는 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습격이었으니까.

“이제 너도 피 좀 봐야지.”

이미 뚫린 손바닥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경완의 입장에선 본전치기도 안 됐다.

놈의 손가락 여덟 개가 목을 긁었으니 적어도 손바닥 두 곳 말고 여섯 곳에 더 피를 흘리게 만들어줘야 제대로 된 앙갚음이지 않겠는가?

경완은 일단 놈의 양 볼에 연지곤지부터 찍어주고 나머지 네 곳을 찔러볼 생각이었다.

눈알도 좋고 불알도 좋았다. 음…… 눈알과 불알이라…… 괜찮은 라임이군.

하지만 급조한 알루미늄 송곳 끝이 놈의 뺨에 닿았을 때 심문실의 문이 벌컥 열리며 공안들이 뛰쳐 들어왔다.

“아, X발. 좀만 늦게 들어오지.”

경완이 인상을 찌푸렸지만 공안 요원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경완을 구속복을 입은 놈에게서 떼어냈다.

“저 새끼 좀 조지게…… 이 X발놈들이…….”

‘저 새끼 좀 조지게 시간 좀 주지’라고 푸념하려고 했던 경완은 눈앞의 광경에 황당해서 욕설을 내뱉었다.

들어온 공안 중 한 명이 구속복을 입을 그 새끼에 경례하더니 권총을 쥐여주는 게 아닌가?

경완은 놈들이 왜 이런 짓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었다.

용의자라는 새끼는, 구속복을 입은 저 새끼는 공안이나 공산당 소속이라는 것.

의문은 나중에 풀고 일단 이 상황을 벗어나는 것이 우선이었다.

경완은 정확한 타이밍에 고개를 젖혔다.

탕!

총알이 공기를 가르며 지나가는 충격파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총알을 피해내는 놀라운 묘기에 놀란 놈이 총구를 낮춰 몸통을 조준하고 서둘러 방아쇠를 당겼지만 경완의 발끝이 시기적절하게 총구를 걷어차자 두 번째 총알은 천장에 박혔다.

걷어차는 탄력에 경완의 몸이 크게 움직였다. 그러자 그를 양쪽에서 붙들고 있는 공안요원이 그를 더 강하게 붙잡았지만 그는 이미 전투모드로 들어간 상태였다.

남동건의 괴력이 팔에 깃들었다.

경완의 손이 공안 요원의 팔뚝을 붙잡자 콰직 하고 뭔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비명이 귀를 찔렀다.

놈들은 경완의 팔 대신 자신들의 으스러진 팔꿈치를 감싸 쥐어야 했다.

구속복의 개자식이 다시 경완을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겼지만 그 전에 먼저 사각 지역에서 슬쩍 들어 올려진 발끝에 총 끝이 밀렸다.

이번에 틀어진 사선(射線)은 돌발 상황에 옆에서 다급해 하던 공안의 가슴으로 향했다.

탕!

“컥!”

그렇게 또 한 놈이 쓰러졌다.

세 번째 사격을 피한 경완이 구속복의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구속복의 남자가 경완의 머리를 노리고 다시 총을 겨누었다.

극한의 집중 상태에 빠진 경완에겐 그 모든 것이 느리게 느껴졌다.

방아쇠에 끝이 들어간 검지가 까딱이는 것이 보이자마자 경완은 다시 머리를 옆으로 꺾어 총알을 피해냈다.

초인적인 공간 감각이 총구의 사선이 어디로 향하는지 정확하게 가늠하고 있었다.

구속복의 남자는 급히 재차 방아쇠를 당겼지만 경완에게 팔이 붙잡혀 총구는 천장을 향했다.

탕탕탕!

치열한 몸싸움, 연신 발사되는 총알.

짧지만 살기(殺氣) 어린 싸움의 승자는 경완이었다.

그는 구속복 남자의 팔을 뒤로 꺾어 바닥에 쓰러뜨린 채 발을 들었다.

“!%[email protected]#$!%”

그가 뭐라고 다급히 말했지만 경완은 그저 비틀린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뭐라 씨부리냐?”

콰득!

괴력 능력으로 강화된 각력이 놈의 목뼈를 밟아 부쉈다.

이것이 이번 생의 첫 살인.

원래 죽이는 것보다는 살려서 고통받게 하는 것을 선호했지만, 치유 능력자라는 존재가 있다지 않은가? 중국 14억의 인민 중에 설마 치유 능력자 하나 없을까?

감히 자신의 목숨을 노린 놈이 멀쩡하게 살아 돌아다니면 응징의 의미가 없었다.

“[email protected]#$%!”

팔꿈치가 으깨져 엉엉 울던 것들이 경완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뭐래, 이 병신 새끼들이.”

탕! 탕!

경완은 권총을 쥐고 방아쇠를 당겼다. 뇌수를 흘리며 쓰러진 공안 요원들.

경완은 손속에 거침이 없었다.

밖에서 우르르 몰려드는 소리가 들렸다. 경완은 시신을 뒤져 총알과 무기를 확보했다.

이제부터 어떤 일이 벌어질지 뻔했다. 굴복을 요구하는 인구 14억의 국가와 절대 그러지 않을 자신.

이건 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경완은 씨익 웃었다.

그는 분탕질도 좋아하고, 잘났다고 지랄하는 놈들 엿 먹이는 것도 좋아하고, 음모 꾸미는 새끼들 계획 망치는 것도 좋아했다.

그는 몸 상태와 자신의 능력을 점검하고 앞으로의 방침과 전략을 수립했다.

일단 여기를 빠져나가야 했다. 그리고 숨어야겠지.

경완은 이 좁은 방안에 갇히기 전에 먼저 문을 박차며 나갔다. 문득 머리에 어떤 짤방이 떠올랐다.

‘야메로! 이런 싸움은 모 야메룽다!’

그래 놓고서는 열심히 방아쇠를 당기지.

전쟁을 멈추기 위해선 결국 전쟁이 필요하다는 걸까?

경완은 세상의 모순을 느끼며 총을 겨누었다.

이윽고 피와 총성과 비명이 건물 안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 * *

[Breaking News!]

여러 매체와 외신에서 베이징에 있는 공안부에서 일어난 테러를 다루었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는 중국 당국의 발표와 외신 기자들의 취재로 밝혀졌지만, ‘누가’, ‘왜’는 밝혀진 것이 없었다.

중국 당국에서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거부하는 불순분자의 난동이라고 밝혔지만 그것을 믿는 나라는 하나도 없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거부한다고? 그것도 중국 내에서?

중국 내에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거부하는 조직과 집단이 있다는 사실조차 공산당의 입장에선 밝히기 싫을 텐데 굳이 그렇다고 발표한 거라면 정말 그거 외에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 무언가가 중국 당국이 발표한 반정부 집단이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거부하는 반정부 집단? 천안문에서 고작 민주주의를 요구하던 사람들마저 탱크로 밀어버린 후엔 중국 내에서 반정부 조직 따위는 있을 수 없었다.

정말 그런 조직이 있다면 공산당에선 분명 그 조직원을 특정해 수배라도 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그러지도 않았고 사건 당시의 영상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테러의 이유는 뭐고?

모두가 의문을 품고 있는 와중에 북경에서 총격 테러가 시작되었다.

범행 시각은 주로 밤.

대상은 공안부에 소속된 건물과 장비, 그리고 공안 요원.

테러의 형태는 저격.

중국에서 공안부가 경찰의 역할도 맡고 있다는 걸 생각해 보면 한국에서 경찰 조직을 노리고 테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베이징 시내에는 비상이 걸렸다.

공안 사무실도 습격당해 총기와 탄약이 대거 탈취된 이후에는 총격 테러의 빈도가 더욱 증가했다.

도대체 얼마나 멀리서 쏘는 건지 감도 오지 않는 저격에 공안들은 제복을 입고 밖을 나돌아 다니질 못했다.

드론 정찰도 대거 시도했지만 어디선가 날아온 돌이나 탄환을 맞고 추락하거나 폭발하기 일쑤라 오히려 혼란만 가중되었다.

공안들이 감히 나돌아 다니지 못하게 되자 북경의 밤은 치안이 엉망이 되었고 당연하게도 범죄 빈도도 치솟았다.

중국 당국에선 이 일을 좌시하지 않았다. 그들은 현 상황을 테러로 규정하고 이 테러를 진압하기 위해서 가용 수단을 죄다 동원했다.

그 첫 빠다는 초능력 공안부였다. 초능력 공안부는 초능력을 각성한 우민들이 감히 범죄를 일으키는 일이 많아지자 이를 단속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산당 산하의 초능력 범죄 단속 기구였다.

그들은 테러를 당한 건물과 저격당한 지점을 수색해 용의자로 보이는 자의 꼬리를 잡았다.

초인적인 감각을 지닌 에스퍼 수사관들은 화약의 잔흔을 찾아냈고, 그 주변의 냄새와 흔적을 발견해 분석했다.

그리고 범인은 필시 거지로 위장하고 있을 거라고 결론을 내렸다.

화약 냄새가 남아 있는 저격 지점에서 거지 특유의 지독한 쉰내가 났기 때문이다.

중국인은 다 안 씻어서 냄새 구분이 가능하겠냐고 의문을 품을 수도 있지만, 아무리 지독한 냄새라도 다 개인차는 있었다.

그리고 소위 중국 현대화의 중심지이자 수도인 북경인데 설마 대부분이 안 씻고 다닐 리가 있겠는가?

그리고 어차피 이런 거 저런 거 다 떠나서, 일정한 거처도 없는 범인이 노숙할 가능성은 너무나 높았다. 또한 거지로 위장한 범인이 낮에 은신해 있을 만한 지점은 CCTV가 없거나 망가진 구역뿐이었다.

그걸 어떻게 아냐고? CCTV가 설치된 곳에서 용의자의 얼굴을 발견할 수 없었으니까.

그 용의자의 얼굴이란 당연하게도 경완의 얼굴이었으니, 이를 중국 당국이 모를 리가 없었다.

감방에서 얼굴에 개기름이 좔좔 흐를 정도로 잘 있던 그를 데려와 이번 사태에 불씨를 댕긴 주체이지 않은가?

「저기도 있다.」

「확인해 보자.」

「누, 누구세요?」

「아닌가 봐.」

「일단 잡아가자.」

「왜, 왜 이러세요!」

「사지 멀쩡한 새끼가 민족과 나라를 위해서 열심히 일을 해야지. 노숙자 같은 거나 해서 되겠어?」

공안이 훈계하듯 노숙자를 끌고 갔다.

초능력 공안은 인원을 나누어 마치 토끼몰이하듯 CCTV가 없는 지역을 수색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거지들을 연행했다.

아예 이참에 베이징에서 거지의 존재를 싹 청소해 버리려는 건 아닌지 의심이 될 정도였다.

이인 일조로 구성된 초능력 공안 한 조가 베이징 공안부 본부에서 북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나무 그늘 밑에서 잠자고 있던 노숙자를 발견했다.

당연하게도 거지스러운 악취를 쫓은 결과였다.

이인조는 이번에도 거지 새끼려니 하면서 다른 공안을 불러 놈을 치우게 했다.

테러범이 거지로 위장한 상황이지만 지금까지 수천이나 되는 거지와 노숙자를 잡았는데도 단서를 찾지 못한 것이 안이한 태도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대가는 누군가의 목숨이었다.

탕탕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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