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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전생 더 빌런-113화 (113/367)

112-11-초인충돌

테러범을 추적하기 위해 그 자리를 뜨던 초능력 공안 이인조가 급히 몸을 돌렸다. 거기엔 이미 공안 둘이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후드를 뒤집어쓴 거지가 그들을 향해 확인 사살을 하고 있었다.

탕! 탕!

“쉬벌놈들. 자는데 깨우고 있어.”

「찾았다! 놈이다!」

초능력 공안 둘은 얼른 무전기로 본부에 연락하고 총기를 꺼내 들었다. 그들에게 지급된 총기는 권총이 아니라 소총이었다. 테러 용의자가 초능력자라는 건 확실하지만, 총알에 면역은 아니라고 알고 있었으니까.

그 정도로 중국 당국은 경완의 능력에 대해서 많은 정보를 수집한 상태였다.

우월한 저격능력,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초감각과 괴력, 거기에 초능력 무력화.

경완에 대해서 조사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그를 상대할 자신이 없었다면 그를 중국 내로 데리고 들어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들에게 경완은 총을 맞히면 죽는 인간이었다.

두루룩!

소총을 연사로 갈기는 공안. 화망이 경완을 덮쳤지만 그는 나무 뒤로 몸을 굴리듯 던지며 딱 두 번 방아쇠를 당겼다.

탕탕!

단 총알 두 개에 초능력 공안 둘이 허무하게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인구 14억의 중국이었다. 곧 테러리스트를 제압하기 위한 엄청난 병력이 몰려올 거라는 건 경완도 잘 알았다.

‘튀자.’

상황이 안 좋다. 너무 생각 없이 방아쇠를 당긴 것일까?

밤이라면 어둠의 힘을 빌어 몸을 숨길 수 있지만 지금 같은 대낮은 분명 추적당할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딱 하나.

농성.

밤이라는 천혜의 장막이 그의 종적을 가려줄 때까지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자신이 자고 있던 나무 밑에 쌓인 낙엽을 걷어냈다. 거기에는 두툼한 더플백 하나가 있었고 그 더플백 안에는 공안 사무실을 습격해 탈취한 총기와 탄약이 가득 들어 있었다.

그는 더플백을 어깨에 짊어지고 일직선으로 달렸다. 목적지는 이 모든 일이 시작된 장소, 이유를 모르겠지만 중국 공안의 요원이 그를 죽이려고 들었던 베이징 공안부 본부 건물이었다.

「저기다! 잡아라!」

숨어서 움직일 여유는 없었다. 중국의 IT기술은 이미 감시사회를 형성했고, 용의자 발견이라는 보고가 들어간 순간 그 지점을 중심으로 포위망이 형성되어 있었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추적을 늦출 수 있었던 건 경완이 도주하면서 초감각에 걸리는 모든 감시 카메라들을 부숴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생긴 공백 지대가 그가 숨어 있는 장소를 특정하게 해준 단서가 되어주기는 했지만, 카메라를 놔둬서 핀포인트로 추적당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탕! 탕! 탕!

두두두두!

테러범이 다시 공안부 본부를 습격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한 공안들이 다급히 총을 쏘며 대항해 보았지만 화망은 촘촘하지 못했고 테러범의 사격은 미친 듯이 정확했다.

단발 사격으로 날아오는 총알에 미간이 뚫린 동료들이 하나씩 쓰러지자 공포심에 물든 공안요원들의 화망은 더욱 산만하게 흔들었다.

공안? 경완에게 그들은 그저 약자를 상대로 강력한 권력을 휘두를 줄만 아는 놈, 진짜 강자를 상대로 목숨 걸고 싸워본 적 없는 허깨비에 불과했다.

그는 공안의 필사적인 저항이 무색하게도 기어코 본부 건물로 침입해 들어갔다.

건물로 들어간 그는 그 즉시 S입자를 퍼뜨렸다. 벽마저 투과한 S입자는 그에게 투시와 같은 감지능력을 부여했다.

경완은 그 초감각을 바탕으로 자신에게 위협이 될 만한 놈들을 모조리 저격했다.

저쪽 복도 모퉁이에서 기회를 노리는 놈도, 문 뒤에서 튀어나올 준비를 하는 놈도, 벽 뒤에 숨어 배후는 노리는 놈도 파악당해 미처 총을 겨눌 기회도 없이 뇌수에 구리와 납덩이를 심는 임플란트 시술을 받았다.

모퉁이에 숨어 있던 놈은 경완이 던진 시체에 화들짝 놀라 엉뚱한 곳에 사격하다가 미간이 뚫렸고, 총을 들고 각각 문과 벽 뒤에 대기하고 있던 놈들은 각각 문과 벽을 뚫고 들어온 총탄에 두개골이 뚫렸다.

당사자 동의 없는 거친 시술에서 그 누구도 벗어날 순 없었다.

그렇게 장애물들을 하나하나 제거해 나가는 동안에도 경완은 퍼뜨린 S입자를 통해 건물 내부를 샅샅이 탐색했다. 농성할 장소는 물론 농성에 필요한 준비물도 찾기 위해서였다.

농성에 필요한 준비물에 뭐가 있는지는 각자 선호하는 것이 있겠지만 지금과 같은 조건에서 그가 가장 유용한 준비물이라고 판단을 내린 것은 다음과 같았다.

인질.

S입자에 걸려든 공안요원들 중에서는 총을 들고 덤비는 전투요원들도 많았지만, 벌벌 떨며 엎드려 있는 단순 사무직은 더 많았다.

하지만 경완은 그런 이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인구 14억이나 되는 일당독재의 중국에서 인질의 가치는 그 수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중앙권력과 가까우냐로 결정될 테니 말이다.

그의 초감각에 경호를 받으며 서둘러 위층 복도를 뛰고 있는 인간이 포착되었다.

경완은 천천히 걸으며 덤벼드는 공안요원들을 공자님께 절하도록 보내버린 후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탕탕탕! 탕탕탕!

더플백을 등에 사선으로 매고 양손에 쥔 권총으로 달리며 총을 쏘는 경완의 모습은 홍콩 느와르 영화 마니아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소위 ‘간지’가 넘쳤다.

이 층으로 올라간 그가 표적을 발견했다. 표적을 호위하던 자들도 그를 발견했다.

“[email protected]#$!%@!”

총성이 교차했지만 경완이 한 발 더 빨랐다.

그가 쏜 총알은 상대에게 맞고, 상대가 쏜 총알은 그를 비껴가는, 밸런스 폭망의 전개를 가능하게 한 것은 S입자를 바탕으로 한 초인지적 감각과 그 감각을 바탕으로 최선의 결정을 내린 무한전생자의 판단력이었다.

“[email protected]#$^!!$”

경호요원을 모두 잃어버린 남자가 뭐라 뭐라 경완을 향해 소리를 쳤지만, 경완은 알아듣지 못했기 때문에 그저 뚜벅뚜벅 그를 향해 걸어갔다.

“으아아아아!”

탕!

공포심을 이기지 못한 그가 경완을 향해 총구를 겨눴지만 경완의 사격이 더 빨랐다.

손에 총알이 스쳐 권총을 놓친 예비 인질에게 경완은 두 번 더 사격했다. 맞추지 않고 거죽만 스치게 쏜 총이지만 저항 의지와 저항 능력을 낮추기엔 충분했다.

“!#$!%@$!”

남자가 경완을 향해 뭐라뭐라 말했지만, 다시 설명하자면 경완은 중국어를 알아듣지 못했다. 알아들을 의지도 없었고.

그저 그는 남자의 어깨에 붙은 계급장을 확인했다. 언제고 인터넷에서 스치듯 본 중국 계급장을 떠올리니 총경감급 인사가 분명했다. 총경감인지 부총경감인지 확신하지 못한 이유는 두 계급장 사이의 정확한 차이에 대해선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총경감이든 부총경감이든 뭐가 중요하단 말인가? 인질로 삼을 가치가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경완은 만족했다.

“가자.”

“아아악!”

경완은 왼손으로 놈의 머리칼을 쥐고 질질 끌고 갔다. S입자의 감각으로 확인해본 결과 놈에게 다른 무장은 없었다.

“아아악!”

경완이 발걸음을 바쁘게 놀리자 인질이 발을 버둥거리며 비명을 질렀다.

무려 총경감급이나 되는 자신이 테러범에게 끌려가고 있다는 수치심 때문일까, 아니면 두피에서 느껴지는 아픔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무자비하게 뽑힐 위기에 처한 가여운 모근 때문일까?

“아이씨. 바쁜데.”

경완은 초능력까지 써가며 인질을 끌고 가는 데 힘을 썼다. 왜냐면 육감에 빠르게 다가오는 사람들의 존재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움직임을 보니 특경대로 생각되는 놈들이었는데 초능력자들도 섞여 있었다. 놈들이 달려들기 전에 얼른 농성하기 좋은 곳에 가서 대응할 태세를 마쳐야 했다.

본부 주변은 이미 포위된 상태.

경완은 인질을 끌고 위로 올라갔다. 거의 뛰듯이 움직이는 그로 인해 인질은 두피에 고통을 느끼며 비명을 질렀다.

7층. 건물의 꼭대기 층이었다.

경완은 그중에 가장 벽이 두껍고, 적당한 크기에, 좌우 계단 복도를 견제하기도 좋은 중앙 부근에 있는 방을 선택했다.

그리고는 창문의 블라인드를 내려 죄다 가린 후 창 하나만 연 후, 창문으로 인질을 끌고 왔다. 인질의 머리에 총을 대고 말이다.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확성기로 뭐라뭐라 중국어가 씨부려졌지만 경완이 왜 그들의 말을 알아들으려고 노력해야 하나?

“야이 씹새들아! 영어 할 줄 몰라! 영어?! 이 씹새들이 누가 이런 짓 하고 있는 줄 뻔히 알면서도 수작 부리고 있어!”

[^!$^!%$#]

“뭐라 씨부리는지 모르겠다고 이 씹새들아!”

탕!

“아아악!”

경완은 지들 말만 하는 X같은 놈들의 입을 닥치게 하기 위해서 인질의 한쪽 귀에 구멍을 뚫어주고는 놈의 어깨에 붙은 견장을 총구로 밀어 창밖에 있는 놈들에게 보여주었다.

“야이 새끼들아! 이거 보여?! 이 새끼 총경감이야! 이 짜바리 새끼들아! 자꾸 알아듣지 못하게 니들 말로 씨부리면 진짜 이 새끼 X되는 경우가 있어!”

그렇게 외치던 경완은 저 멀리 반대쪽 건물 옥상의 저격수를 느꼈다.

입으로는 마구 소리를 지르고 욕설을 내뱉고는 있지만 뇌리 한구석은 냉정한 살인마처럼 침착함을 유지한 채 주변 상황을 주의하고 있었다.

경완의 발끝이 바닥에 놓인 더플백 속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발끝엔 장전이 완료된 볼트액션 라이플이 걸려있었다.

경완은 메시, 아니 호날두 뺨치는 발놀림으로 총을 건져 올려 잡은 후 인질을 방패 삼아 앞으로 내밀고는 인질의 어깨에 총열을 놓았다.

그리고 그대로 인질의 청각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망원경이 부착되지도 않은 소총이지만 굳이 필요가 있나? 초감각과 초능력을 동원한 정교한 신체 제어는 망원경도 없이 단 2초 만에 저격수 하나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분명 상대는 골치가 아플 거다. 만일의 상황에 기회를 노려 인질범의 대가리를 날려버리는 방법이 봉쇄되어 버린 데다가 귀중한 저격수도 잃었으니까.

이제 남은 건 특경대 투입인가?

그건 확실히 경완에게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투입된 특경대와 싸우다가 인질이 죽기라도 한다면 해가 질 때까지 농성을 하겠다는 1차 목표도 수행이 힘들어진다.

그는 인질을 좀 더 확실하게 활용해보기로 했다.

“왓츄얼 네임.”

“[email protected]#$!%”

“캔유 스피크 잉글리쉬?”

“!%[email protected]#$!%”

영어 할 줄 모르냐는 물음에도 계속 중국어로 뭐라뭐라 씨부리는 인질에 경완은 짜증이 났다. 국제화 시대에 세계 공용어 한마디 알아듣지 못한다고? 총경감인지, 부총경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렇게 높은 계급장을 다신 분이?

혹시 일본 고위직이신가?

“Can you speak english?”

혹시나 자신의 발음에 김치 냄새가 섞여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경완이 혀를 말며 최대한 ‘영어’스럽게 발음했다.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하지만 여전히 들려오는 중국어.

경완은 주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국제사회의 기본소양조차 갖추지 못한 놈을 응징하기로 했다.

퍽! 퍽!

모르면 맞아야죠.

“아악! 아악!”

권총을 쥔 손으로 머리를 퍽퍽 찍자 들려오는 비명소리. 알아듣지 못할 중국어보다는 훨씬 나았다. ‘나 아파요!’라는 의미는 정확히 전달되었으니까.

“캔유 스피크 잉글리쉬? 캔유 스피크 잉글리쉬? 캔유 스피크 잉글리쉬? 캔유 스피크 잉글리쉬?”

퍽퍽퍽퍽!

“Y, yes! yes! yes! yes!”

바디랭귀지야말로 영어보다 한 수 위인 만국 공통어임이 분명합니다. 드디어 놈의 입에서 영어가 튀어나왔습니다.

경완은 ‘드디어 내 진심(?)이 통했구나’라고 흡족하게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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