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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전생 더 빌런-117화 (117/367)

117-11-초인충돌

[빌런 이경완 도주 성공!]

[중국 당국에선 한국에 강한 항의를…….]

인질극을 벌이며 농성을 하다가 밤이 되자마자 도주에 성공한 이경완에 대한 뉴스는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외신을 강타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역시 메이드인 차이나라고 비웃기 바빴지만 좀 아는 이들에게는 경악스러운 사건이었다.

드넓은 중국 각지에서 발호하는 초능력 범죄를 제압하는 공안의 대(對) 초능력 범죄 대응 능력은 그 경험이 적지 않았고, 충분한 지원과 각지에서 대거 끌어모은 초능력 요원의 존재 때문에 결코 만만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중국은 빌런들이 함부로 설치지 못하는 곳이었다. 대구경 기관총 세례나 미사일 등으로 화력 지원을 받는 초능력 공안을 감당할 수 있는 빌런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왜 우리한테 지랄인데?

┗K빌런 오졌다 ㄷㄷㄷ

┗XX 새끼들 다 죽여주세요

┗우리에게 맑은 하늘을! 제발!

한국 네티즌들은 경완의 편을 들었다. 범죄자라고? 범죄자가 중국에는 왜 가 있는데? 밀항이라도 했나?

중국이 부르지 않았다면 갔을 리 없다, 중국에서 뭔가 인체실험 비스무리한 걸 시도하지 않았다면 저렇게 폭주할 리 없다…… 라는 것이 네티즌들의 중론이었다. 경완에 대한 다큐도 온라인으로 볼 수 있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이해도가 꽤나 높은 덕분이었다.

적어도 그가 한국에서 살인을 저지른 적은 한 번도 없지 않았는가? 사람이 죽긴 했지만 파상풍에 의한 불의의 사고(?)에 불과했지 이번에 북경에서 난리 친 것처럼 작정하고 사람을 죽여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중국은 한국을 물고 늘어졌다. 명분이야 경완이 한국인이기 때문이라지만 속내를 따져보면 이기적인 합리성 때문이었다.

경완이 비록 미국국적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감히 미국에게 지랄하기에는 중국이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았기에 범인을 체포하지 못한 당국의 무능함을 혐한을 부각해 덮으려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중국 당국을 비웃기라도 하는 것인지, 경완은 계속해서 공안살인을 이어나갔다.

이미 한 번 추적당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그는 더욱 은밀하게 움직였고, 은밀해진 만큼 치명적이고 공포스러웠다.

제복을 입은 이들만 집요하게 죽여 댄 탓에 공안은 야간 순찰을 감히 나서지 못했고 북경의 밤은 그 치안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어떡할 거야? 마우쩌둥 대약진 운동하는 식으로 갑자기 전국적으로 공안 제복을 변경하기라도 할 거야?

답이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피해는 날로 심각해졌다. 빈부격차 때문에 쌓였던 증오와 박탈감이 돈을 노린 강력범죄로 발아한 것이다.

하도 범죄가 심각해지자 공산당은 결국 군대를 투입했다.

차마 계엄령을 선포한 건 아니지만 분위기만큼은 그 정도 수준이었다. 보아하니 공산당은 어떻게든 경완을 죽여버리겠다고 마음먹은 것 같았다.

하지만 그들이 모르는 것이 하나 있었다. 거의 전쟁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고양된 경완의 집중력은 그의 초능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전쟁의 비극이 어쩌고저쩌고 간에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전쟁이 비약적인 기술발전의 촉매라는 것이다. 더 우월한 기술을 적용한 무기가 아니면 승리해 생존하기 힘드니 이는 당연한 귀결이었다.

경완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천의무봉 한 수준이라 생각했던 사격 능력은 바람을 읽고 그 바람에 총알을 실어 총기의 사정거리 한계를 늘리는 수준에 이르렀고, 괴력 능력은 원본 수준에 못지않아졌으며, S입자를 다루는 능력 역시 비약적으로 발전해 과거에 스치듯 본 능력도 어느 정도 흉내 낼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또한 남동건이 무의식중에 사용하면서 미처 깨닫고 있지 못했던 피부 강화 능력과 힉스남의 힉스장 간섭능력도 어설프게나마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힉스장 간섭능력은 경완의 사격능력과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었고, 피부 강화 능력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보험이었다.

경완은 끊임없이 움직였다. 낮에는 종적을 감추기 위해 비트를 파 잠을 자고, 음식은 식당에 들러 남은 음식을 훔쳐 먹었으며, 그것도 모자라 편의점 등에 몰래 들어가서는 비상용 식량을 챙겼다.

은신에 기반을 둔 철저한 게릴라전은 개인이 국가를 상대로 싸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중국 당국도 바짝 독이 올랐다. 군대가 베이징 전체를 봉쇄했고 IT기술을 기반으로 한 긴밀하고 신속한 정보체계가 경완의 저격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응해 포위망을 구성했다.

그러다 보니 추적을 뿌리치기 위해서라도 경완의 행동반경은 더 넓어져야 했다.

그가 인질극을 벌였던 베이징 공안부에서 모습을 감춘 지 닷새째 되는 날. 그는 독이 오른 군의 등쌀을 피해 결국 베이징을 벗어나 인근 산에 숨어들었다.

아무리 철인(鐵人)이라도 며칠이나 독이 오른 군대의 포위망과 추격망을 피해 움직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냥 조용히 움직인 것도 아니고 총질까지 해댔지 않은가?

일단 한숨 돌릴 수 있는 상황을 만든 경완은 잠시 휴식을 취하며 몸에 쌓인 피로를 풀었다. 그에겐 한 줌의 체력도 귀한 소모품이었다.

하지만 휴식 와중에도 그는 경계를 늦춰지지 않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수 킬로미터까지 S입자를 퍼뜨려서 누군가 접근하는 건 아닌지 확인했다. 대량의 초능력 군인을 갖춘 중공군의 추적은 경완조차 뿌리치기 쉽진 않았던 것이다.

중국은 절대 만만한 나라가 아니었다. 앞으로 초능력을 발휘하는 초인들이 날뛰는 전쟁이란 어떤 것인지 정확히 가늠하고 있었다. 아무리 경완이라도 10억이 넘는 인구에서 뽑아낸 초능력 군인들을 쉬지 않고 죽일 순 없었다.

한자리에서 한 이틀쯤 쉬었을까? 슬슬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더 쉴까, 아니면 다시 북경으로 들어가 군부대의 물자를 훔쳐서 본격적으로 놀아볼까 고민할 때쯤 누군가 정확히 그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경완이 볼트액션 라이플을 견착하고 방아쇠울에 검지를 걸었다가 도로 조준을 풀었다. S입자로 파악한 그 누군가가 많이 익숙한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반나절쯤 지나자 그 누군가가 경완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여어~”

“허억! 허억!”

험준한 산길을 어찌나 열심히 뛰었는지 김준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경완이 물었다.

“어떻게 제가 여기 있는 걸 알았어요?”

“허억! 허억! 마이크로, 허억! 허억!”

“아, 맞다.”

숨이 차서 겨우 한 단어만 꺼낸 김준이었지만 경완은 무슨 말인지 바로 알아들을 수 있었다. 미국의 불안을 희석하기 위해 자기 몸에 위치추적용 마이크로 칩을 심은 걸 깜빡하고 있었다.

“이야~ 여윽시 천조국의 기술력.”

피에조 소자를 이용해 배터리 없이 마이크로 칩에 전력을 공급하는 기술도 기술이지만, 그 미약한 전기신호를 분별해 내는 레이더 기술이야말로 천조국의 위엄을 증명했다.

“하마터면 죽일 뻔했어요. 아마 준 씨 당신이 아니었다면 방아쇠를 당겼을걸요?”

경완이 볼트액션 소통을 가볍게 두드리며 하는 말에 김준은 숨을 고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왜 다른 요원 다 놔두고, 심지어 CIA요원도 아닌 FBI요원인 김준이 밀항까지 해서 이 땅에 들어온 이유가 무엇인가? 아무나 막 저격해 대는 경완으로 인해 혹시나 아군피해가 날까 봐 걱정해서가 아니겠는가?

다행히 멀리서도 경완은 김준을 알아보았다.

숨을 다 고른 김준이 본론을 꺼냈다.

“후우~ 어서 중국을 빠져나갑시다.”

“왜요? 이제 막 재밌어지기 시작했는데요?”

“…….”

김준은 뜻밖의 말에 멍하게 눈을 껌벅였다. 마치 자신이 방금 들은 말이 외계어가 아닐까 의심하는 사람의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는 바로 정신을 차리고 되물었다.

“빠져나가지 않을 겁니까?”

“왜요?”

“왜라니요?!”

당연히 빠져나가야지! 이 땅에 계속 있다가 무슨 꼴을 당하려고?!

김준은 황당함을 억누르고 억지로라도 침착함을 유지했다. 덕분에 경완의 의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다.

“……어디까지 갈 건데요?”

“그건 저한테 달린 게 아니라 중국 당국에 달린 거죠. 이대로 제가 도망치듯 떠나면 중국이 어떻게 나올까요? 과연 거기서 멈출까요? 전 절대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경완의 반문은 핵심적인 부분을 찔렀다.

이대로 도주한다고 하면 중국은 과연 그 책임을 어디에다가 물을까? 한국? 미국?

엄청난 인명피해를 낸 중국은 그들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경완과 끝장을 봐야 했다. 왜냐면 아직 그가 어떤 인간인지 충분히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적어도 경완의 판단은 그러했다.

“절 돕고 싶으면 절 여기서 데리고 나가는 게 아니라 장비나 좀 지원해주세요.”

“……어떤 지원이요?”

“일단 지리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위성전화랑 폭발물을 비롯한 전투물자요.”

경완의 요구에 김준은 멍해지다 못해 말을 더듬었다.

“도, 도대체 뭘 하려고 하는 겁니까?”

“음…… 전쟁?”

고개를 갸웃하며 내뱉은 개소리에 결국 김준은 터져 버리고 말았다.

“말이 되는 소리를 좀 하세요!”

“에이. 세상에 말이 안 되는 게 어딨어요?”

다 내뱉으면 말이지. 뚫린 입인데 무슨 말을 못 할까?

김준이 역정을 냈다.

“당신은 미국인이라고요! 미국인! 그런데 전쟁?!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겁니까?!”

“허락은 김준 씨가 하는 게 아니라 위에서 하는 거죠. 김준 씨가 맡은 임무는 저를 데리고 나오는 거 아니었나요?”

“그러니까 당신을 데리고 이 나라를 빠져나갈 겁니다.”

“하지만 당신은 시키는 대로만 하는 그런 사람 아니잖아요?”

이랬다가 저랬다가 궤변을 내뱉는 경완의 미소에 김준은 결국 포기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작전에 직접 투입되는 책임자로서 어느 정도의 재량권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경완에게 들은 본인의 의지와 중국의 행동방향은 감히 혼자서 판단이 힘들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위성전화를 꺼내 들어 어디론가 연락해 지금 상황을 전달하고는 경완에게 대기를 요구했다.

“좀 기다리세요.”

위에서도 경완의 이야기를 듣고 고민이 많은 모양이었다.

약 한 시간 후, 결정을 내렸는지 연락이 왔다. 김준은 위성전화를 받고 상부의 결정을 전달을 받았다.

그런데 그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었는지 시시각각 표정이 굳어졌다.

전달이 끝나자 그는 눈을 감고 회한 어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경완에게 위성 전화를 넘겨주며 말했다.

“딱 한 번 거기로 연락이 와서 당신이 원하는 물자를 어디에 숨겨놨는지 알려줄 겁니다.”

아마 그 물자는 특수부대의 후방침투 및 사보타주 작전 때 사용하는 물자일 것이다. 당연히 경완이 필요로 하는 폭발물도 포함되어 있을 거다.

경완이 엄지를 치켜들자 김준은 또 한숨을 푹 내쉬며 말을 이었다.

“하아. 아무튼 모든 일이 끝나면 이쪽에서 연락할 겁니다만, 위성전화는 배터리 소모가 크니 되도록 필요할 때만 켜두는 것이 좋을 겁니다.”

“땡큐~”

반가워하는 경완에게 김준이 머뭇거리다가 냉정하게 말했다.

“그리고 이 일이 마무리될 때까지 우리 미국은 모르는 일입니다.”

“오케이.”

경완은 선뜻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미국의 도움을 기대하지도 않았다. 아무리 미국이 중국을 싫어한다지만 경완이 저지른 일은 그들로서도 쉴드치기 어려운 일이었으니 말이다.

아마 경완이 알아서 하겠다고 하니까 지화자 좋다며 얼른 그가 원하는 물자를 대준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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