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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전생 더 빌런-118화 (118/367)

118-11-초인충돌

자칫 심각한 외교적 문제가 될 수 있는 사항이지만 고작 한 시간도 안 돼서 결정이 내려졌다는 건 그만큼 알아서 하겠다는 경완의 마인드가 반가웠다는 방증이었다.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미국 내 매파의 입장에선 그의 볼에 뽀뽀해 주고 싶지 않을까?

“그럼 저는 이만…….”

“조심해서 가요.”

“……미스터 리도 몸조심하십시오.”

김준은 경완의 인사에 대꾸를 할까 말까 하다가 그래도 조심해서 가라고 덕담을 해주는데 악담을 할 수 없어서 몸조심하라고 한마디 해주었다.

누구와는 달리 그는 예의를 아는 상식적인 사람이었으니까.

김준이 돌아간 후 경완은 이틀 정도 더 숨어서 쉬다가 위성폰으로 메시지를 받았다.

메시지엔 GPS 좌표와 물자를 파묻어 놓은 위치, 그리고 물자 리스트가 적혀 있었다.

위치는 허베이 항구 북쪽의 어느 산기슭.

경완은 차량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뛰어서 가기엔 지금 있는 곳에선 꽤나 멀었다. 가려면 갈 수 있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체력을 온존하는 건 정말 중요했다.

“아이고. 이 배려 없는 양키 새끼들.”

경완은 한국의 배달 서비스를 생각하며 너무한 거 아니냐고 궁시렁댔다. 문 앞까지 배달은 안 바라도 적어도 근처까지는 해주면 어디가 어때서?

하지만 이미 완료된 배달이었기에 경완은 물품 수령을 위해 몰래 베이징 근교에 있던 차량을 훔쳐 좌표가 있는 곳을 향해 달아났다. 중국의 IT 감시 시스템 수준이 상당했기 때문에 밤마다 새로운 차량을 탈취해 갈아타며 이동했다. 그나마 도시를 벗어나니 그런 감시망이 좀 느슨해져 숨통이 틔었다.

인해전술의 압박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허베이 항구에서 북쪽으로 떨어져 있다는 좌표에 가보니 논과 밭이 많은 농촌이었다.

경완은 근처 농가에서 몰래 빌린 삽으로 미국이 중국 몰래 파묻어 놓은 물자를 신속히 확보했다.

하지만 막상 열어보니 실망이었다. 몸집만 한 상자에 총기와 탄약은 충분히 들어있었지만 그런 거야 중국군인 놈들을 죽이면 얼마든지 얻을 수 있는 거 아닌가?

물론 레벨 4짜리 방탄복과 방탄모는 반가웠지만, 생각보다 C4와 뇌관의 수가 너무 적었다. 상자에 실린 폭발물의 양으로는 건물 하나라도 무너뜨릴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씹어야 먹고 살 수 있는 법.

경완은 물자를 어떻게 활용할까 궁리하며 그것들을 차량에 싣고 도로 베이징으로 향했다.

비포장도로에서 나와 포장도로를 한참이나 달리던 그는 갑작스레 저 멀리 느껴지는 감각에 곧장 브레이크를 밟고 핸들을 돌렸다.

노란색의 택시가 미끄러지며 도로 위에 스키드 마크를 남겼다. 분명 주목받을 만한 짓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경완의 감각에 걸린 것은 분명 장갑차와 중화기로 무장한 군인들이었기 때문이다.

경완은 그들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걸 확신했다. 왜냐면 그가 차량의 핸들을 돌리는 순간 서둘러 이쪽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택시를 훔쳐 탄 것이 문제였을까?

그는 저들이 자신의 위치를 파악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왜냐면 해가 질 시간이 얼마 안 남았기 때문이었다. 밤이 되면 그가 도주하기 쉬운 건 저들도 알고 있지 않은가?

잠복하고 있던 저들의 진형은 경완을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는 포위망 안으로 최대한 끌어들여서 아예 살아날 기회를 줄 생각도 없이 벌집을 만들려는 의도가 역력했다

단순히 검문검색을 위해 진을 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건물이나 컨테이너 뒤에 매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두두두!

헬기가 날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경완이 사이드미러를 보니 전투헬기였다.

“이야 독이 바짝 올랐네?”

저거 연료비만 해도 얼마야?

경완이 감탄하는 사이에 헬기가 그가 탄 차량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

“오우야! 미쳤나 봐!”

그는 얼른 다른 소총으로 악셀을 눌러놓고는 창밖으로 상체를 내밀었다. 그러고는 발을 핸들에 걸어 요리조리 운전하면서 소총을 갈기는 묘기를 보여주었다.

펑펑펑!

비단 묘기 같은 기행만이 아니라 가히 신기에 이른 사격술은 날아오던 미사일을 모조리 공중에서 격추했다. 후폭풍에 차량이 밀려 휘청했지만 묘기와 같은 발솜씨가 핸들을 절묘하게 돌려댔다.

화염과 연기가 걷히자 멀쩡하게 달리는 택시가 모습을 드러냈다. 헬기 조종사는 잠시 당황하는 것 같더니 끝내 다시 한번 미사일을 쏘았다.

하지만 그것이 문제였다. 헬기 조종사가 미사일 발사버튼을 누르는 동시에 경완도 방아쇠를 당겼다. 초감각의 도움을 받은 정확한 사격은 미사일의 폭발 반경에서 헬기가 벗어나기도 전에 미사일을 맞추었고, 무장된 상태의 미사일은 신관에 충격을 받자마자 폭발했다.

퍼엉!

두두두두두!

와그작! 와장창! 끼이이익! 펑!

지근거리에 일어난 폭풍은 헬기의 균형을 흐트러뜨려 버렸고 균형을 잡지 못한 헬기는 도로에 추락하고는 관성을 이기지 못하고 구르며 도로와 주변을 파괴하더니 끝내 폭발해버렸다.

가히 중국산다운 폭발력에 중국산다운 헬기 성능이었다. 아무리 미사일이 잘 터진다지만 명색이 전투헬기라는 놈이 그 정도 후폭풍에서도 균형을 못 잡다니…….

한 가지 좋은 점은 추락한 헬기 덕분에 도로가 망가져서 허겁지겁 풀악셀로 쫓아오던 장갑차량의 발이 잠시 묶였다는 점이다.

경완은 이 잠시의 여유시간에 빠르게 앞으로의 계획을 재검토한 다음 김준이 준 폰으로 뭔가를 검색하더니 핸들을 살짝 돌렸다. 목표를 정한 것이다. 다행히 남은 배터리로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였다.

경완의 감각에 각종 기계화 전력이 걸려들었다. 그들은 반원 형태로 그를 쫓고 있었는데 아마 위성으로 내려다보면 장관일 것이다.

경완은 감각을 곤두세운 채 운전대를 잡았다. 공중에서 뭔가 날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쒜에에엑! 파아!

전투기가 공기를 가르며 내는 소닉붐이 아련하게 들려왔다. 전투기는 목표를 포착했는지 4자로 궤적을 그리며 경완이 모는 택시를 향해 날아들었다.

경완은 헬기가 쫓아왔던 때처럼 액셀을 총으로 누르고 상체를 내밀었다. 그리고 허공을 향해 총을 쏘기 시작했다.

총으로 과연 전투기를 격추할 수 있을까?

가능성은 있었다. 전투기가 2차 세계 대전 수준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요즘은 탄알의 속도 자체가 도저히 마하의 속도로 나는 전투기를 따라잡기는 힘들었다. 괜히 대공화기가 더 이상 제공권의 방어에 소용이 없다고 도태된 것이 아니었다. 아마 드론 무기체계가 주목받지 않았다면 대공화기에 대한 재평가도 없이 도태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경완에게는 초능력이 있었다.

힉스장 간섭능력이 총열내부에 형성되었다. 총알의 무게가 만분의 일로 줄어들자 총구 탄속이 수십 배 가까이 증가했다.

에너지 보존법칙에 따라 질량이 만분의 일로 줄어들면 속도는 백 배 증가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겠지만 가벼워진 총알은 그만큼 화약의 폭발 에너지를 덜 받을 수밖에 없었다. 마치 화살이 충분한 무게를 가져야 활의 에너지를 최대한 전달받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 정도 속도의 증가로도 충분했다.

쒜에엑!

총알이 공기를 뚫고 초음속에 도달하는 소리가 귀를 아프게 했다. 경완이 몇 발을 더 초능력을 동원해 허공에 총을 쏜 뒤 잠시 후, 하늘에선 커다란 폭발이 일어나고 시커먼 연기가 파란 하늘에 선을 그었다.

처음 폭발은 전투기가 발사한 공대지 미사일을 격추하면서 난 것이었고, 하늘에 그려진 검은 연기는 전투기 엔진이 맛이 갔기 때문이었다. 전투기 엔진이 맛이 간 이유는 총알이 엔진으로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중국산이라 그런가? 중국 전투기의 엔진은 구리로 감싸인 납덩이를 초음속으로 삼키자 소화불량을 일으켰다. 미제 엔진이었다면 탄알 정도는 갈아먹지 않았을까?

아무튼, 엔진에 결함이 생긴 전투기는 끝내 귀환하지 못하고 추락하기 시작했다. 콕핏트에서 조종석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중공군은 포기하지 않았다. 경완의 초감각에 저 멀리서 기갑전력이 분주히 움직이는 것이 느꼈다. 방금 전투기마저 격추당하자 다른 방법을 시도하기로 한 모양이었다.

미사일도 격추당해, 헬기도, 전투기도 추락해.

이런 신들린 사격능력에 격추당할 가능성이 높은 비싼 무기 말고 격추도 어렵고 싼 데다가 물량도 많은 무기가 있다?

이걸 안 쓰면 그 지휘관은 경질해야 한다.

저 멀리서 불꽃과 함께 연기가 피어올랐다. 몽골인이 아니면 그저 먼지바람으로 보일 정도였지만 초감각을 열어두고 있는 경완은 그것이 주포 사격임을 알아차렸다.

“어우 씨부럴!”

경완은 인상을 썼다. 미사일은 정밀무기라 약간의 손상에도 치명적이지만 대포알은 단순해서 격추가 쉽지 않았다.

자연히 소모되는 탄약도 많아졌다.

탕탕탕! 탕탕탕!

펑! 펑!

경완은 택시에 직격으로 날아오는 포탄부터 우선순위로 쏴 맞췄다. 원거리에서 뇌관을 맞은 포탄은 그대로 유폭했고, 빗맞아 균형이 흐트러진 포탄은 공기저항에 속력이 줄어들어 땅에 처박혔다. 물론 그 뾰족한 끝을 맞추기보다 빗맞아 균형이 흐트러진 경우가 더 많았다.

게다가 현실적으로 다 쏘아 맞힐 수도 없었다. 쫓아오는 장갑차만 해도 그 수가 얼만데?

포탄 몇 개는 도로 앞에 떨어져 구덩이를 만들었고 경완은 핸들에 걸린 다리를 놀려 요리조리 구덩이를 피해 달렸다.

거의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했지만 상황은 좋지 않았다. 포탄이 주변에 일으키는 후폭풍만으로 차체가 조금씩 걸레짝이 되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본 중국기갑부대는 사기가 죽지 않고 약이 바짝 올라 가열 차게 포탄을 쏘아댔고 말이다.

솔직히 반격은커녕 막아내기도 힘든 것이 경완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저 멀리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날아오는 포탄들의 수가 더 많아졌지만 정밀함은 더 떨어졌다.

경완은 그러한 변화에서 저들의 다급함을 읽을 수 있었다. 차량이 시내로 들어가면 함부로 포탄을 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그는 악동같이 웃으며 날아오는 포탄을 요격했다.

도로를 노리고 떨어지는 포탄을 쏘아 맞히어 최소한의 진로를 확보했다. 도로가 많이 망가졌지만 택시 하나 지나갈 간격은 충분했다.

경완은 결국 허허벌판의 농지를 지나 주택들이 즐비한 동네로 들어섰다. 번화한 지역이 아니라 건물들이 죄다 2층 아래였지만 포격을 멈추기에는 충분했다.

그렇다고 중공군이 경완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그의 초감각에 저 앞쪽 도로가 차량으로 막혀있는 것이 느껴졌다. 아마 이 지역의 공안이 동네 사람들의 차량을 징발해서 막은 모양이었다.

경완은 지체 없이 핸들을 틀어 우회로로 움직였다. 그러자 공안이 당황하여 동네 사람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농부로 보이는 이들이 굳은 표정으로 차량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

그들이 움직이는 방향을 초감각으로 확인한 경완은 어디서 그의 움직임을 보고 있다는 걸 확신했다. 하지만 그의 초감각에 걸리는 것은 없었다. 더 먼 곳, 더 높은 곳에서 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경완은 하늘을 한 번 째려보았다. 위성까지 동원해 추적하다니…… 잔뜩 체면을 구긴 공산당이 진심으로 나온 모양이었다.

하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첩보기관도 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과연 초능력자가 군대를 상대로 어디까지 해낼 수 있는지 그 시범케이스가 될 테니 말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실시간 위성 자료를 현장에 있는 공안이 곧장 활용할 순 없었는지 경완이 수정한 경로에 대응하는 움직임은 느렸다.

경완이 그 틈을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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