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한전생 더 빌런-119화 (119/367)

119-11-초인충돌

동네 사람들의 차량이 도로를 다 막기도 전에 달려온 경완의 택시가 트럭 뒤를 밀고 포위망을 뚫고 지나갔다.

졸지에 인사고과에 마이너스가 박히게 된 공안이 악에 받쳐 택시를 향해 총을 쏘아댔지만 오히려 경완이 보복으로 쏜 총알에 인생에 마이너스가 박혔다. 미간에 총알이 박혀 뒈졌다는 소리다.

그렇게 포위망을 뚫은 경완은 서둘러 지도를 확인한 후 주거지역을 빠져나갔다. 광활한 농지 저 멀리 둥근 지붕을 가진 원자력 발전소가 아련하게 그를 유혹했다.

경완이 탄 차량이 곧장 원자력 발전소를 향하자 악에 받친 공격이 날아왔다. 포탄은 물론이고 장갑차의 중기관포가 날아들자 경완은 저들의 심정을 이해하고 즐거운 표정으로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설마 했던 니가 원전 향하고 있어, 설마 했던 너는 진짜 돌았어~”

다 흥얼거리고 나서는 그냥 뇌에 떠오르는 문장을 되는 데로 내뱉었다.

“뉴~클리어 파와~! 빛으로~오! 얍! 빰 빰 빰 빰 빠~암! 우~라~뉴~움~!”

경완은 흥에 겨웠지만 혹시나 중기관포에 맞을까 봐 감히 상체를 밖으로 내밀지 못하고 요리조리 핸들을 돌려가며 회피기동을 취했다. 다행히 중기관포가 달린 장갑차량의 거리가 멀었기에 화망은 촘촘하지 못했다.

그런데 운이 없달까? 그만 중기관총의 12밀리 탄환이 차량 하체를 관통하고 말았다. 차량 하체에 설치된 배터리 역시 관통되었다.

파손된 배터리는 대량의 방전을 일으키며 고열을 뿜어냈고 그 고열이 멀쩡한 배터리도 파손시키면서 연쇄적인 화재가 일어났다.

경완은 얼른 폭발물과 무기가 든 가방을 챙기고 차량 전면 유리를 깨고는 튀어나왔다. 그의 다리근육엔 꽈배기처럼 꼬인 S입자 구성체가 삽입되어 괴력을 뿜어냈다.

맨몸이라서 더 위험하지 않을까?

그렇진 않았다. 맨몸이라 피격면적은 더 작았고, 피부엔 힉스남의 힉스장 배리어에 더해 남동건의 피부강화능력도 사용했다. 지근거리에 폭발이 일어나 대량의 파편을 뒤집어써도 이 이중 방어를 뚫고 치명상을 내진 못할 것이다. 그리고 어차피 지근거리에 떨어질 포탄은 경완의 사격으로 격추되어 유폭되거나 엉뚱한 곳에 떨어졌다.

그를 진정으로 위협하는 것은 그런 직접적인 공격이 아니라 물량을 앞세운 지속적 공세와 그로 인한 소모전이었다. 그의 체력과 집중력엔 한계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다행히 그에겐 저 앞에 보이는 원전까지 도착할 여력은 충분히 있었다. 중공군이 아무리 발악하듯 총과 포탄을 쏘아내도, 도로가 망가져도 그의 뜀박질을 멈출 순 없었다.

출동한 원전의 경비들이 저지선을 만들어 대응했지만 엄폐물 위로 고개를 내밀자마자 미간에 총알이 박혔다. 손만 내밀어도 총알이 손을 관통했다.

끝내 원전 방어 최후의 저지선이 뚫리고 경완은 원전 내부로 침입했다. 포탄과 기관총 세례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중공군은 급히 원전을 포위하고 원전 내부로 진입할 특수부대를 불렀다.

초능력자들로 구성되어 가혹한 훈련을 견뎌낸 전사들이 원전으로 향했다.

하지만 잠시 후, 중국 인민해방군 중부전구의 군인들은 급히 뒤로 물러나라는 명령을 하달받았다.

그 지시에 따라 원전에서 거리를 벌리던 그들은 폭음과 함께 원전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연기를 멍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 * *

경완이 원전 내부로 침입했을 내부의 저항은 미미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전투가 가능한 이들이 모여 형성한 최후의 저지선을 이미 돌파한 상황이라 남은 직원들은 그저 도주하기 바빴다.

내부 직원들이 도망 다니는 와중에 경완은 원자로를 찾아 움직였다. 마침 그 근처에 방사선 방호복이 비치되어 있어 최대한 옷을 벗고 방호복을 입었다.

입에서 절로 흥얼거리는 소리가 났다.

“오~오 오오! 오~오 오오! 뢔디오액티브! 뢔디오뢕티브!”

방호복을 다 갈아입은 경완은 폭발물에 적당한 시한장치 및 원격 기폭장치를 삽입하고 원전의 취약지점에 설치할 준비를 했다.

원전이 가진 취약점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냉각과 수소다. 사실 수소 역시 고열의 수증기가 화학반응해서 생긴 결과로, 냉각이야말로 원전 최악의 취약점이었다.

제대로 냉각이 안 되는 원전? 그건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원전 연구의 최신 트랜드가 냉각 시스템이 필요 없어도 저절로 원전 냉각이 가능한 나트륨 냉각 원자로 같은 것이지 않은가?

하지만 그렇지 못한 원전은 냉각을 위해서 대부분 바다나 큰 강을 끼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냉각을 위한 여러 단계의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었다.

그런데 원자로가 파괴되어 냉각수 자체가 유출되면 어떻게 될까? 폐연료봉을 식히는 냉각 시스템이 파손되어 수리가 불가능해지면 어떻게 될까? 원자로를 멈추는 제어봉이 제어 불가능이 된다면?

경완은 즐거운 상상에 키득거렸다. 원래 폭발은 예술이고, 영감이 부풀어 오르는 시기의 예술가는 즐겁기 마련이었다.

복도를 가로막고 있던 문을 수류탄과 총탄으로 열고 원자로를 마주한 경완이 폭발물을 설치하고 있는데, 위성전화가 요란하게 삑삑거렸다.

모르는 전화번호였지만 경완은 일단 예의 바르게 전화를 받기로 했다.

“모시모시?”

[경완 씨! 지금 거기서 뭐 하고 있는 겁니까?!]

김준의 목소리였다.

경완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으음……. 사보타주?”

[지금 어디다가 사보타주하는 겁니까?! 설마 폭발물을 원전에 사용할 생각은 아니겠죠?!]

경완은 고개를 갸웃하며 의문문으로 대답했다.

“딩동댕?”

[야이! 미친새끼야!]

김준이 그답지 않게 흥분해서 욕설과 소리를 질렀다. 경완으로서는 처음 보는 모습이라 신기했다.

하지만 그럴 만도 하지 않은가? 원전에 대한 공격은 준 핵미사일 공격이나 마찬가지였다. 핵미사일 공격이 무서운 점 중 하나가 터진 뒤가 깔끔하지 않다는 것에 있지 않은가?

모든 것을 깔끔하게 지우는 폭발력이 있다고? 그 뒤의 방사능 낙진은 어떻게 할 건데?

오죽하면 오직 방사능 피폭만을 노리는 더티밤이라는 것이 있을까? 게다가 원전에 있는 방사능 물질의 양은 그런 더티밤이 감히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경완은 김준의 욕설을 신기해하며 대답했다.

“딩동댕.”

그래요. 나 미친새끼예요.

그러나 그의 고백은 김준의 귀엔 들리지 않았다.

[그만둬! 당장 그만둬 주세요!]

김준의 사정에도 경완은 고개를 갸웃했다.

“김준 씨는 미국인이잖아요? 왜 그리 흥분하고 그러세요?”

[댁도 미시민권자라고!]

“아.”

아!는 지랄.

김준은 이를 갈며 사정했다.

[정말 원전을 폭발시키면 큰일 납니다!]

“그거야 하나만 터뜨릴 경우엔 그렇죠.”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안 읽어봤어요? 사람은요, 약하게 때리면 앙심을 품지만 존나 때리면 겁먹고 설설 기어요.”

그래서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 이렇게 말하지 않았는가? 사랑받는 것보다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편이 훨씬 안전하다고 말이다.

만일 원전 하나만 폭발시키면 중국은 발광하고 날뛸 것이다. 하지만 원전을 두 개 폭발시키면 당황할 것이다. 그리고 원전을 세 개쯤 폭발시키면 지들이 어떤 또라이를 건드렸는지 절실히 깨닫게 될 것이다.

마침 경완이 침입한 이 하이양 원전에는 원전이 두 기나 있었다. 원자로 두 개에 폭탄 좀 먹여주면 아마 식은땀 좀 흘릴걸?

김준이 경악했다.

[지금 제3차 세계대전이라도 일으킬 셈입니까?!]

“에이. 설마 이 정도로 일어나겠어요?”

[넌 사라예보 사건도 모르냐?! 이 새끼야!]

끝내 김준의 입에선 험한 말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경완은 자애로운 마음으로 다~아 이해했다. 김준은 충분히 저렇게 나올 만했다.

하지만 경완에게도 억울한 점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제가 검정고시 출신인데 거기에 세계사는 없어요.”

[닥쳐!]

그럼 사라예보 사건이 세계사랑 관계있는 건 어떻게 알고 있는데! 경완의 개소리를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은 김준이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경완의 손과 발은 전화를 받는 와중에도 쉬지 않고 부지런히 움직였다.

“이미 늦었어요.”

[늦다니?! 설마?!]

“설치 끝!”

[이 미친 인간아!]

“내가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게 아닙니다.”

[설마 미국이 그랬다고 할 참이야?!]

“에이. 나도 양심이 있다고요. 그저 단지 일개인이 거대한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하려면 이 정도 미친 짓은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거죠.”

[전…… 쟁? 전쟁이라고?]

“Yes. This is war.”

전화 건너편이 침묵했다. 드디어 경완이 어떤 생각으로 이 일을 벌였는지 이해하게 된 것이다.

“아무튼, 전 끝까지 갈 생각이니까 모른 척하세요.”

[여보세요?! 잠깐! 경완 씨!]

“건물 안이라서 그런지 연결이 잘 안 되네요, 여보세요?”

경완은 그렇게 전화를 끊고 전원도 껐다. 다음에 다시 전원을 켤 때는 뭔가 큰일이 일어난 이후이리라.

전화를 집어넣은 그는 원자로 위쪽과 열교환 장치에 폭발물을 마저 설치했다.

그렇다. 김준에게 말할 때는 구라를 깐 것이다. 괜히 헛된 희망을 품다가 충격받지 말라고 경완이 배려해 준 걸 과연 김준은 알까?

아무튼, 원자로 위쪽에 설치된 폭발물은 제어봉 시스템을 노린 것이고, 열교환 장치에 설치된 폭발물은 냉각수를 노린 것이었다.

제어봉이 망가지면 원자로 핵연료봉에서 일어나는 핵분열을 멈출 수 없게 되고 냉각시스템이 망가지면 원자로의 온도는 끝도 없이 올라간다.

그렇게 되면 고온 고압의 수증기가 뻥!하고 원자로를 폭발시킬 것이다. 멜트 다운은 옵션이었다.

경완은 원자로 하나에 폭탄 설치를 끝내고 옆에 있는 원전으로 향했다.

납이 들어간 방사능 방호복이 무거웠지만 힘을 내서 걸음을 바삐 놀렸다. 저 멀리서 무서운 속도로 다가오는 초능력자들과 중무장 장갑차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초능력자만으로 이루어진 특수부대가 드디어 출동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출동시키려고 했으면 진즉에 출동시켰어야지, 이렇게 턱밑에 비수가 찔린 상황에선 아무리 좋은 패를 까봤자 잘해야 양패구상이다.

경원은 두 번째 원자로에도 폭발물을 동일하게 설치했다.

초감각에 놈들 중 일부가 원자로 쪽으로 향하는 것이 느껴졌다. 혹시 폭탄을 설치한 사실을 알게 된 것일까?

그렇게 생각되진 않았다. 원전에 설치된 감시카메라는 초감각에 걸리는 족족 쏴 부쉈으니 말이다. 아마 혹시나 해서 확인하기 위해 인원을 나눈 모양이었다.

경완은 잠시 폭발물의 설치를 늦추고 기폭장치에 전원을 넣었다.

그리고 초감각에 원자로를 확인하러 온 초능력 군인이 근처에 다가오자마자 버튼을 눌렀다.

통석의 염을 금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방사선 피폭으로 고통받으며 죽는 것보다는 한 방에 공자님 곁으로 보내주는 것이 부처님이 말씀하진 자비요 예수님이 말씀하진 사랑이 아닐까?

퍼엉!

폭발음과 함께 경완이 침입한 원전으로 들어오는 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원전에서 난 폭발음에 잠시 발걸음을 멈췄지만 이미 터진 원전을 그들이 어떻게 할 순 없었다. 차라리 원전 테러범이 또 다른 원자로를 또 부수기 전에 막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들은 미리 원전의 구조를 숙지하고 왔는지 경완이 있는 원자로를 향해 빠르게 다가왔다.

하지만 이미 경완은 폭발물의 설치를 끝낸 후라 나가는 길을 막고 있는 그들과 마주했다.

살기등등한 눈빛에도 그들이 곧장 화기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경완의 뒤에 원자로가 있었기 때문이며 또한 그의 손에 딱 봐도 기폭장치로 보이는 것이 들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초능력 군인으로 구성된 대테러 진압팀에게는 불행하게도 이미 원자로엔 폭발물이 설치되어 있었다. 첫 번째 원자로처럼 꼼꼼하게 설치하진 않았지만 X되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경완은 그들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120-11-초인충돌

“Don’t move!”

단순한 명령이 아니라 위협이었다.

탕!

“어허! 돈 무브. 짱꼴라 왕빠단 새끼들아!”

어떻게든 경완의 주의를 돌려 기회를 노려보려 했던 군인들은 그들의 발치에 쏘아진 경고 사격에 수작을 부리려는 시도를 멈췄다.

총알이 무서워서는 아니었다. 이미 테러범의 신들린 사격실력은 모두가 알고 있는바, 경완을 잡기 위해 투입된 초능력 군인들 모두 죄다 방탄방패를 전면에 내밀고 몸을 가리고 있었다.

경완도 그걸 알고 발치에 쏘아 경고를 한 것이지만 그러한 위협이 단순히 위협에서 그치진 않을 거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

초능력 군인들의 시선이 교차했다. 눈빛만으로 뜻이 통했다. 그들은 국가에 충성하고 인민을 수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들의 기세가 바뀌자마자 경완은 망설임 없이 버튼을 꾸욱 눌렀다.

이 새끼들 원전 폭발을 감수하고 달려들 기세였다. 설마 본인도 있는데 폭발버튼을 누르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면 오산이었다.

퍼어엉!

원전 내부에 폭발음이 일어남과 동시에 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나 시선을 가렸다. 폭발은 첫 번째 원자로에서의 폭발보다 훨씬 컸다. 왜냐면 경완이 벽에 따로 탈출구를 만들기 위해 남은 폭발물도 몽땅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폭발물을 다 써야 했기에 그는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아무리 경완이라도 독기 어린 다수의, 전투훈련을 받은 초능력자 군인을 상대하는 건 버거웠다.

싸우면 전술적 승리를 확신할 수 있지만, 그러다가 발목이 잡히면? 이미 먼저 터뜨린 원자로에서 뿜어진 방사능이 언제 전신을 덮칠지 모르는데?

전략적 승리를 위해선 저들과 드잡이질하는 게 아니라 얼른 빠져나가 종적을 감추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시기적으로 적절한 선택이기도 했다. 해가 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으아아아!]

그를 향해 달려드는 초능력 군인들의 몸짓에서 다급함이 엿보였다.

그들도 아는 것이다. 지금 바로 그를 잡지 못하면 그는 다시 어둠을 위장막 삼아 종적을 감출 것이라는 걸 말이다. 그리고 또 어디에서 불쑥 튀어나와 테러를 저지르겠지.

그러니 반드시 여기서 잡아야 했다.

경완이 총을 쏘아 그들을 견제하며 뚫린 구멍을 향해 뛰었다.

구멍의 위치가 많이 아쉬웠다. 아무리 중국이 만든 원전이라지만 남은 폭약으로 원전을 감싼 두꺼운 콘크리트 벽에 빠져나갈 만한 구멍을 만들 수 있는 취약 지점은 딱 한 곳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폭약이 모자랐다면 외벽에 구멍도 못 뚫고 아마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저놈들과 드잡이질을 해야 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원자로가 언제 뜨거운 수증기를 뿜어댈지 몰라 지금처럼 미리 폭발물을 터트릴 수도 없었을 것이고, 자칫 폭발물이 해체당할 수도 있었다.

중국이란 이 거대한 나라에 걸맞은 커다란 빅엿을 먹이려고 하는데 그럴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군인들이 구멍을 향해 달려드는 그를 필사적으로 막아보려고 했지만, 그는 그들을 향해 풀오토로 총을 갈기며 견제했다.

방패 옆으로 튀어나온 총구로 총알이 들어가는 신비한 사격술에 총알을 제대로 발사한 총은 몇 정 되지 않았고 그나마 총구가 경완이 쏜 총알에 맞아 엉뚱한 곳을 쏘았다.

그사이에 경완은 자동차 창문만 한 크기의 구멍을 향해 총기와 탄약이 가득 든 더플백부터 던져 넣고는 곧바로 자신도 다이빙하듯 몸을 던졌다.

그는 올림픽 체육 종족에 구멍 통과하기 종목이 있다면 바로 금메달을 딸 수 있을 정도로 아크로바틱하고 예술적인 곡선을 그리며 구멍을 통과해서는 낙법으로 몸으로 말아 깔끔하게 한 바퀴 구른 후 일어났다. 아마 입은 옷이 방사선 방호복이 아니었다면 더 멋졌겠지만 말이다.

경완은 구멍을 향해 총을 쏘아대며 구멍을 통과해 나오려는 군인들을 견제했다.

그러고는 서둘러 바다를 향했다. 내륙 쪽은 이미 군대가 진을 치고 있었기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하지만 바다로 몸을 던지는 경완의 기분은 좋았다.

“깔깔깔!”

석양을 배경으로 한 원전에서 하얀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엿 맛있니? 짱꼴라 새끼들아?

* * *

[중국 하이양 원전 테러 발생!]

[용의자는 누구?]

[경악스러운 희대의 빌런!]

[중국 당국은 한국 정부에 책임을 추궁!]

하이양 원전에 있던 원자로 두 기가 폭발해 되돌릴 수 없는 손상을 받았다.

중국은 후쿠시마 꼴이 나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냉각수를 퍼부어 멜트다운만은 피했으나 고방사성의 핵종이 다량 유출된 것은 틀림없었고 더구나 원전 두 기에 달하는 막대한 전력 부족에도 시달리게 되었다.

이렇게 국가적 피해를 낸 범인은 누구인가? 이런 짓을 저질렀는데도 그 정체조차 밝히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기 때문에 중국 공산당은 결국 테러범의 정체를 밝혔다.

물론 상무위원들은 누구를 테러범으로 규정하느냐 깊이 고심했다.

중국 내부의 반동분자? 소요사태를 일으키려고 작정했나?

테러단체가 그랬다고 하면 공안의 무능함과 당의 안이함을 인정하는 꼴이었고, 다른 국가의 음모라고 하기엔 전쟁을 벌여야 할지도 모르는 위험성과 다른 국가들의 눈치가 있었다.

거짓 발표를 한다면 그 반대급부로 뭐가 돌아올지 계산이 서질 않았다. 그만큼 경완이 미친 짓을 해놓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상무위원은 사실대로, 이경완이라는 한국인이 이 큰 짓을 저질렀다는 걸 밝혔다.

에이~ 어떻게 겨우 일개인이 그런 엄청난 사고를 칠 수 있을까?

평범한 사람이라면 의심부터 하고 보겠지만 중국인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공산당의 공식발표는 마치 교주님의 말씀과도 같았으니, 공산당이 발표한 명명백백한 증거 앞에서도 의심한다면 오직 신비해질 뿐이었다.

그리하여 중국인들이 일어났다. 사드로 인한 한한령은 상대도 되지 않을 정도의 혐한이 일어났고, 그들의 반한감정은 곧바로 행동으로 이어졌다.

과연 떼놈이라는 단어는 조상님들의 지혜가 서린 것이 분명했다. 그들은 함께 할 때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았으니까.

떼로 몰려간 그들은 한국 기업이라고 하면 일단 때려 부수고 보았다. 상점이 부서지고 상품은 약탈당했다.

한국은 싫지만 한국 제품은 좋았던 모양이다.

한국은 이런 사태를 수수방관하는 중국에 제대로 된 항의조차 못 했다. 원전 두 기에 대한 테러와 그로 인한 피해를 생각하면 지금 중국은 코털 뽑힌 맹수였다. 함부로 자극하면 큰일 난다.

그저 중국이 책임을 추궁하는 것에 이쪽은 억울하다고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 외에는 그저 입을 꾹 다물고 이 일이 지나가기를 바라는 것이 최선이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한 가지 전제가 필요했다. 그것은 바로 이 사태의 원흉인 이경완을 어떻게든 처리하는 것.

그렇다면 그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인가?

“배고파.”

중국 하이양 남쪽. 어둠과 바다를 이용해 끝내 추적을 뿌리친 경완은 굶주린 배를 감싸 안고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 단어의 뜻을 곱씹고 있었다.

후회가 몰려왔다. 괜히 중국을 도와준다고 설쳐서는 이렇게 뒤통수를 맞고, 이역만리에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떠돌아다니다니…….

위성전화를 사용해 미국에 도움을 요청해 볼까도 생각해 봤지만, 독이 바짝 오른 중국이 가만 있을 리가 없었고 그런 상황에서 미국이 쉽게 도움을 줄 리도 없었다.

어쩌면 오히려 경완을 재료로 뒷거래를 할지도 모른다.

국가를 믿기보다는 사람을 믿어야 하고, 사람을 믿기보다는 상황을 더 믿는 것이 뒤통수 맞을 확률이 적다는 걸 잘 알고 있는 경완은 위성전화를 사용하지 않고 해안선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갔다.

인가가 보이면 몰래 음식을 훔쳐 먹고 옷도 훔쳐 입으며 인적을 피해 낮과 밤이 뒤바뀐 생활을 했다.

공안놈들과 군인놈들이 보일 때마다 방아쇠를 당기고 싶어 손가락이 간질간질했지만 일을 저지르기엔 별로 좋지 않은 곳이라 참았다.

상하이 같은 대도시에는 들어가야 마음 놓고 분탕질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래야 원전에 들어가기 전에 겪었던 포탄포화를 미리 막을 수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원전 하나를 또 터뜨려주고 싶었지만 적절한 폭발물을 구하기도 힘들었고 아마 각 원전에 군대가 주둔해 경비를 서고 있을 것이 뻔했다.

그런 위험과 번거로움을 감수하기보다는 뻔하지 않은 수로 저들의 뒤통수를 때려야 하지 않겠는가? 또 원전을 노리는 건 너무 뻔한 수였다.

설마 원전을 또 공격할까 방심하기를 기대하는 건 무리였다. 이미 경완이란 인간은 설마 했는데 원전을 두 기나 폭파시킨 미친 테러범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낮에는 먹고 쉬고 자고, 밤에는 도둑질로 음식과 옷을 확보하며 마침내 휘황찬란한 거대한 대도시, 상하이에 도착했다.

경완은 야트막한 언덕에서 야경을 관람하며 흥얼거렸다.

“완전 펑펑펑~ 오 나의 샹하이 bom 자꾸자꾸 나타나~ 원전 펑펑펑~”

그는 더플백을 잘 숨겨놓은 다음 낡고 허름하고 유행에 뒤떨어진 코트에 소총 한 자루와 탄창을 숨기고 상하이 시내로 들어갔다.

괴력을 집어넣은 다리와 힉스장 간섭능력이 그를 벼룩처럼 지붕 위를 뛰어다닐 수 있게 해준 덕분에 CCTV를 잘 피해 다닐 수 있었다.

CCTV는 인민 감시용이라 인민들이 잘 지나다니는 길거리에만 설치되어 있지 지붕까지 감시하진 않았다.

적당한 높이의 빌딩 위에서 경완은 초감각을 넓게 펼쳐졌다.

딱히 뭘 찾아야겠다는 목표는 없었다. 그저 구경하다 보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지 않을까? 날 싫어하는 사람을 더 꼴 받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라는 막연한 느낌만 있었을 뿐.

그가 멍 때리며 도시를 내려다보는 와중에 도심을 폭주하는 고급 외제 승용차가 초감각에 감지되었다.

마데인 차이나도 경완의 입장에선 외제가 맞긴 하고 마데인 차이나에 고급 명품 상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중국차는 아니었다. 마데인 차이나 딱지가 붙은 차량에 고급이란 단어가 붙으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

경완은 자신의 주의를 끌은 차량 덕분에 뭔가 생각이 나서 그 차량을 향해 움직였다.

마침 멀어지는 게 아니라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이라서 폭주차량의 운전자와 대면할 기회를 충분히 가질 수 있었다.

면담은 앞바퀴 타이어에 총알 한 방 먹여주는 것으로 시작했다.

탕!

팍! 끼이익!

화려한 상하이의 밤공기에 총탄 소리가 울렸다.

고급 외제차는 총알에 앞바퀴 한쪽이 터져 균형이 흐트러졌다.

운전자는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한쪽 타이어가 터져나간 차량은 제대로 제동을 잡지 못하고 회전하며 미끄러지다 가로등 하나를 넘어뜨리고서야 멈춰 섰다.

옥상에서 멋진 저격을 선보인 경완은 힉스장 제어를 통해 체중을 가볍게 하여 지상에 사뿐히 착지하고는 사고 난 차량을 향해 다가갔다.

젊은 청년이 차량 밖으로 나와 부서진 차량을 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상황을 봐서 욕설이 분명했다.

역시 비싼 차가 최고다. 그 속도로 폭주하다가 사고가 났는데도 저리 멀쩡하게 나와서 욕설을 내뱉을 기력도 남아 있고 말이다.

경완이 청년의 어깨를 두드리자 청년이 고개를 돌려 그를 보더니 턱을 쳐들며 뭐라뭐라 소리를 질렀다.

처맞으려고.

“!%[email protected]#$ 꾸엑!”

경완의 주먹이 부유한 중국 청년의 명치에 박히자 돼지 멱따는 소리를 지르며 허리를 숙였다.

비명을 지르며 기절한 청년을 바닥에 눕힌 경완은 청년의 품을 뒤져 지갑과 휴대폰을 챙겼다.

그렇다. 강도질이었다.

경완은 경찰이 오기 전에 얼른 청년의 지문으로 휴대폰 잠금을 푼 후에, 설정에 들어가 휴대폰 잠금설정도 해제했다. 그 후에는 근처 편의점으로 가서 가장 비싸고 맛있고 영양가도 있는 식품을 사 먹었다. 아이스크림과 과일로 입가심도 하고 말이다.

인민들을 감시하기 위한 빅브라더식 감시사회를 구축하느라 덕분에 캐시리스가 된 중국이었기에 청년이 정신을 차리고 나면 카드는 정지당하고 휴대폰은 추적당할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그전에 유용하게 써야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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