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한전생 더 빌런-121화 (121/367)

122-11-초인충돌

「돕지 않을 거라면 꺼,」

탕!

말하다 말고 흑선의 이마가 젖혀졌다. 경완이 문답무용으로 그의 대가리에 총을 쏜 것이다. 어차피 분위기를 보니 절대 경완에게 호의를 가지고 온 것은 아니라 망설임은 없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경완이 감탄할 정도였다.

“단단하네.”

S입자를 듬뿍 담았는데도 놈의 미간을 뚫지 못했다. 초능력을 무효화한다는 자신의 능력을 알고 그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했다는 말이었다.

S입자를 매개로 하는 경완의 초감각이 놈들의 신체를 훑자 그는 그 이유를 짐작하고는 감탄했다. 7명 전원의 몸 주변에 S입자가 단단히 방벽을 세우고 있었고 그 방벽은 타인이 밀어 넣는 S입자의 침습을 막아냈기 때문이었다.

저 말은 적어도 S입자의 침입으로 인해 초능력 발현이 방해된다는 사실을 이 중국 어딘가에선 알고 있다는 뜻이었으며 그 대응책까지 마련해 놨다는 의미였다.

분명 이 넓은 중국 어딘가에선 초능력에 관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단순히 S입자를 고농축한 탄환으로는 흑선이라는 자의 미간을 뚫을 수 없었던 것이 당연했다. 방탄능력으로 통칭되는 피부강화능력이 무력화되지 않았을 테니까.

경완의 공격으로 단번에 살벌해진 분위기에 고권은 자신의 일행에 눈짓하며 뒤로 물러났다.

당장 자신이 경완을 도와 흑선을 공격할 명분이나 이득 따위가 전혀 없었다.

그저 그는 경완에게 이런 말을 남길 뿐이었다.

[살아남은 후에 다시 봅시다.]

그 말에 경완은 고개를 끄덕이며 탄창을 갈아 끼웠다. 이런 상황에서 고권이 굳이 그를 돕지 않을 거라는 건 바보도 알 수 있었다.

흑선은 고권이 저 멀리 물러나는 것을 확인하고는 경완을 향해 턱짓했다.

그의 부하들이 달려들며 전투가 시작되었다.

경완의 전략은 당연하게도 히트앤런이었다. 일단 자신은 혼자고 상대는 다수이지 않은가? 딱 봐도 어중이떠중이 같지 않고 서로 호흡을 맞추는 게 눈에 보이니 포위되면 골치 아프다는 건 뻔했다.

탕탕! 탕탕!

경완의 몸이 하늘을 날았다. 힉스장 간섭능력으로 가벼워진 몸이 괴력의 다리 힘 덕분에 펄쩍펄쩍 지붕 위를 뛰어다녔다. 하지만 상대도 만만한 초능력자들은 아니라서 좀처럼 거리가 벌어지지 않았다.

흑선과 그 부하들도 지붕을 뛰어다니고 총을 쏘며 경완을 쫓았다. 마구 총을 쏘는 걸 보면 공안이나 혹은 더 위와 얘기가 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상당히 정확한 사격이었지만 힉스남이 그랬던 것처럼 전신에 힉스장을 두른 경완의 몸에 총알이 박히는 일 따위는 없었다.

하지만 역으로 경완이 쏜 총알이 흑선과 그 무리들의 몸에 박히는 일도 없었다. 놈들은 단단한 방탄복만을 입은 게 아니라 자체적으로 총알이 뚫기 힘들 정도로 질긴 거죽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바람을 가르고 한 건물의 지붕에 가뿐히 착지한 경완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놈 중 한 놈에게 집중적으로 사격을 가했다.

공중을 뛰어오던 놈은 총알에 구멍이 뚫리진 않았지만 총알의 운동량만큼은 어쩌지 못하고 도로 위로 추락했다. 그리고 때마침 도로 위를 질주하던 차량과 충돌해 멀리 튕겨나갔다.

놈의 불운이라기보다는 경완이 노린 바였다. 물론 차량 주인의 불운은 알 바가 아니었다.

하지만 흑선의 무리는 동료가 어찌 당했는지 보고도 또 당하는 멍청이가 아니었다.

그들은 약간 대각선 위치에서 경완을 쫓으며 총알이 전하는 운동량을 옆으로 비껴내거나, 안전하게 한 발 뒤떨어진 동료의 도움을 받아 도로 위로 추락하는 걸 막아냈다.

그들의 추격은 끈질겼고 경완을 몰이사냥하겠다는 의도는 명백했다.

어쩔 수 없는 것이 서로가 서로에게 유효한 타격을 먹이기엔 화력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경완은 이제 총알에 맞아도 땅콩에 맞은 정도로 힉스장 제어능력이 원숙해졌고, 상대방 역시 경완이 가진 화력으로는 무력화하기가 힘들 정도로 방어구와 방탄능력을 잘 갖추고 있었다.

아무래도 제대로 된 타격을 주려면 근접밖에는 딱히 방법이 없는데, 하필이면 죄다 신체강화능력을 가지고 있는 데다가 합격에 능숙해 보여서 포위당하면 위험해 보였다.

아무리 경완이 무한전생자라도 빠져나오기 힘든 함정에 스스로 뛰어들 정도로 무모하진 않았다.

아, 여기가 차라리 원전이었다면…… 경완은 아쉬웠다.

그랬다면 원전 파괴를 빌미로 협박해서 어떻게 빠져나갈 구석을 만들었을 텐데, 중국의 초능력 전력은 경완의 생각보다 훨씬 우수했다. 초능력 방해 능력에 대한 대응책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는 것 하나만으로 방탄능력도 무력화하는 그의 화력이 봉쇄된 것이다.

시간은 경완의 편이 아니었다. 그에겐 체력적 한계가 있었고, 상대는 계속 차륜전으로 그의 진을 뺄 수 있었다.

경완을 상대하기에는 상성이 안 좋았다. 비싼 미사일보다 저들이 더 효과적이었다.

그에게 남은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어떻게든 저들을 따돌리느냐, 아니면 결전을 벌여 어떻게든 저들을 제압하느냐.

각각 장단점은 있었지만 경완은 결전을 선택했다. 왜냐면 각 시나리오의 이후를 생각해야 했기 때문이다.

도주한다면? 경완을 만만하게 보는 놈들이 많아질 것이다. 하지만 싸워서 극복한다면? 경완의 능력을 두려워하는 놈들이 많아질 것이다.

혼자서 국가라는 거대한 괴물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그런 심리전까지 고려해야 했다.

「포기한 건가?」

경완이 한 건물의 옥상에 멈춰서자 흑선이 물었다. 물론 경완은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뭐라 씨부리냐? 타이완 남바 원?”

경완은 답답해서 중국어를 익히고 말겠다고 생각했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고 아쉬운 사람이 익혀야지 않겠는가?

흑선은 경완의 도발과 같은 말에 어이없다는 듯이 웃더니 예고도 없이 갑작스레 달려들었다. 그 부하들도 곧장 뒤를 이었다.

탄환이 다 소모된 총기를 버리고 그들의 손엔 다양한 날붙이가 들려있었다. 중식도, 카람빗, 단검 등 모양새도 가지각색이었는데 그중 흑선이 들고 있는 것은 낭창낭창한 연검이었다. 그들도 총으로는 경완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한 모양이었다.

경완은 총검술로 대응했다. 비록 단검도 꽂히지 않았지만 제대로 때리면 뚝배기 정도는 쉽게 깰 수 있는 둔기가 바로 총이었다. 그 무게와 형태 때문에 파지법과 사용법에 유의해야 하지만 일단 쇳덩이지 않은가?

한 놈이 바람을 가르며 경완의 오른쪽으로 다가와 단검으로 간을 노렸다. 왼쪽으로 돌아온 놈은 중식도로 갈비뼈 사이를 노렸고 정면으로 다가오는 흑선이라는 자는 검으로 경완의 목을 노리고 칼끝을 밀어 넣었다.

합이 잘 맞은 공격에 경완은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그라도 팔이 네 개가 달린 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연이은 합격은 빈틈을 찾기 힘들 정도로 훌륭했기에 그는 계속 뒷걸음질 쳤다.

위기감이 경고했다. 어떻게든 이 정교한 합격에 틈을 만들어야 한다고.

경완의 초감각이 뒷걸음질 칠 공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려주었다.

턱끝으로 연검의 끝이 뱀 혓바닥처럼 파르르 떨리며 다가왔다. 스치면 베일 것 같은 예리함에 경완은 총열로 연검을 걷어내며 힘껏 뒤로 점프했다.

그의 몸이 펄쩍 뛰어 8차전 도로 너머에 있는 옥상으로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졌다. 뒷걸음질 때문에 도약력이 조금 모자란 것 같았지만 힉스장 간섭 능력으로 가벼워진 육체는 아크로바틱한 몸놀림으로 바람을 타고 활공하듯 옥상에 착지했다.

도망간 그를 따라 흑선과 똘마니들이 힘껏 뛰어넘어왔다.

거의 동시에 뛰어넘어오는 것이 착지하는 동시에 합격하려는 의도가 분명했기에 그는 결단을 내렸다. 여기서 물러섰다가는 방금 전의 불리한 상황이 반복될 거라 확신했다.

경완이 힘껏 뛰었다. 뒤가 아닌 앞으로, 중식도를 들고 날아오는 놈을 향해서.

놈이 당황했는지 무의식중에 중식도를 내려그었지만 경완이 든 소총에 가로막혔다.

그대로 충돌한 두 사람은 도로 위로 추락했다.

두 사람은 추락하는 그 짧은 시간에 엎치락뒤치락했다. 하지만 힉스장 간섭능력으로 무게중심을 조절할 수 있는 경완과 공중에서 주도권 다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결국 중식도의 남자는 경완의 아래에 깔려 그대로 아스팔트 도로 위에 떨어졌다.

퍼억!

“꺼억!”

경완이 쿠션 대용이 된 놈의 명치에 무릎을 대놓은 덕분에 어마어마한 충격을 받은 놈은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하지만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법. 경완 역시 추락의 충격을 모두 해소할 순 없었다. 막판에 힉스장 간섭능력으로 무게를 더했으니 더욱 그러했다.

그러나 훌륭한 교환비임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랬다면 이렇게 빠르게 한 놈을 제압할 순 없었을 테니까.

정신을 차리는 경완의 주위로 흑선과 부하들이 내려앉았다. 경완은 얼른 기절한 놈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며 외쳤다.

“스탑!”

“[email protected]#$!%”

그걸 본 놈의 동료들이 욕설같이 들리는 중국어를 내뱉었지만 경완은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주변을 관조했다.

일곱 명 중에 남은 건 다섯 명. 어떻게 조져야 할까?

빠~앙! 빵빠~앙!

도로를 가로막은 남자들 때문에 멈춰서야 했던 차량이 경적을 울려댔다.

안 그래도 형제 같은 부하들이 사냥감에게 오히려 사로잡힌 것이 화가 났는데 경적을 마구 울려대며 신경을 긁어대니 흑선이 검을 휘둘렀다. 그의 검 끝에서 검은 선이 호를 그리며 날아가 차량을 반토막 냈다.

전기차였던지 파손된 배터리로 인해 순식간에 불길이 치솟았다.

경적소리가 뚝 끊기고 간신히 살아남은 운전자가 비명을 지르며 인도로 걸음아 나 살려라 도주했다.

경완의 눈이 가늘었다. 5미터 거리에 있는 자동차를 반토막 내는 검은 선의 능력은 마치 무협지에 나오는 검기를 닮아있었다.

그래서 흑선(黑線)이라고 불리는 건가?

그런데 왜 진즉에 저 능력을 쓰지 않았을까? 뭔가 제약이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경완의 초감각이 S입자의 유동을 감지했다. 흑선의 몸으로 빨려 들어가는 S입자. 그리고 S입자의 흡입이 멈추자 놈이 검을 휘둘렀다.

경완은 급히 뒤로 눕듯이 상체를 젖혀 가로로 날아오는 흑선을 피해냈고 그 능력의 약점이 뭔지 파악할 수 있었다.

그것은 능력의 사용을 위해선 S입자를 흡입해 충전해야 한다는 것.

아무래도 경완을 추적하던 중에 그러한 능력을 쓰지 못한 건 열심히 뛰면서까지 S입자를 축적할 집중력이 모자라거나, 신체강화능력을 사용하면서 저 절단능력도 사용하기엔 가지고 있는 S입자의 양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경원은 땅에 떨어진 중식도를 발끝으로 차올려 손아귀에 쥐고는 높이 뛰어올랐다. 한 자리에 머물러 있으면 득보다는 실이 많았다.

탕탕!

그는 뛰어오르면서 기절해서 중식도를 헌납해준 고마운 중국인에게 대금으로 총알을 쏴주었다.

다행이랄까 아쉽다랄까, 아니면 예상대로랄까. 경완의 총구가 동료의 몸을 향하는 것을 보자마자 동료를 보호하는 이가 있었다.

그리고 흑선이 경완을 향해 검기를 쏘아냈다.

경완은 힉스장 간섭능력으로 몸의 무게중심을 이동해 그 공격들을 피해냈는데, 갑자기 위에서 거센 바람이 경완을 내리눌렀다.

높이 뛰어오르느라 몸을 가볍게 한 경완으로서는 그대로 바람에 눌려 도로 땅으로 착지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를 향해 흑선의 부하들이 달려들었다.

4명이 각각 좌, 우, 좌상, 우상에서 벽을 등진 경완을 향해 날붙이를 휘둘렀다.

경완은 왼쪽으로 몸을 던지며 연이은 사격으로 뜨끈해진 소총의 총열을 쥐고 몸을 보호하기 위해 몽둥이처럼 휘둘렀다.

컁!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