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한전생 더 빌런-122화 (122/367)

123-11-초인충돌

금속과 금속이 충돌하며 불꽃이 튀었다. 괴력과 괴력의 충돌음은 귀를 찌를 듯이 예리했다.

짜증 날 정도로 정교한 4명의 합격으로부터 몸을 빼내기 위해 경완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인도에 깔린 보도블럭을 괴력으로 뽑아내 시야방해용으로 던지기도 하고 가로등이나 가로수를 우회해 걸리적거리게 만들기도 했으며 심지어 도망가는 행인을 붙잡아 프랜즈 쉴드를 부탁하며 놈들에게 던지기도 했다.

초면에 너무 무례한 거 아니냐고? 중국엔 사해가 동도라는 말이 있다길래 괜찮은 줄 알았지.

간간이 흑선의 검기가 날아왔지만 경완은 볼품없이 나뒹구는 걸 감수하며 피해냈다. 그러자 괜히 애꿎은 가게들만 박살이 났다.

하지만 전투가 지속될수록 경완의 집중력은 고조되었다. 버티다 보면 어느 순간 저들의 정교한 합격에도 틈이 생길 것이다. 그것이 그가 노리는 바였다.

버티다 보니 과연 그런 순간이 찾아왔다.

갑자기 날카로운 바람이 경완의 안구를 찔렀다. 그가 각막에서 느껴지는 아픔에 눈을 감는 순간 한 놈이 전력을 다해 돌진해 들어왔다. 얄팍한 수였지만 효과적인 전술이었다.

물론 경완은 초감각으로 보지도 않고 그것을 파악했지만 피하지 않고 총기를 놓으며 놈의 몸을 받아냈다.

“흐아앗!”

놈은 힘찬 기합소리와 함께 경완의 하체를 잡고 태클을 걸며 날카로운 카람빗으로 마구 허벅지를 난자했다.

하지만 경완이 그럴 줄 모르고 태클을 받아줬겠는가? 그는 남동건으로부터 배운 피부강화능력을 극대화했다. 바지는 누더기가 되어도 날카로운 칼끝은 그저 피부에 긁힌 자국만 남겼을 뿐 생채기 하나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러면서 그는 경완은 놈의 목을 끌어안고 뒤로 몸을 던졌다. 쇼윈도우가 와장창 깨지며 유리 파편이 비산했다.

경완은 다른 놈이 들러붙기 전에 자신에게 들러붙어있는 이 카람빗부터 처리했다.

방법은 단순했다. 그저 놈의 목을 감싼 팔뚝에 괴력능력을 집중해 그대로 목을 꺾은 것이다.

그의 어마어마한 S입자 농도 덕분에 발현된 능력의 출력은 오직 집중력에 달려있었고, 건장한 사내가 휘두르는 칼날에 뚫리지 않을 정도로 피부를 질기게 만드는 것은 상당한 집중력을 소모했다.

그래서 경완은 남은 집중력으로 괴력 능력을 끌어모아 오직 팔뚝에 집중했다. 놈의 목을 꺾기 위해서.

우득!

「아우야!」

목이 꺾여 덜렁거리는 동생의 모습에 흥분한 자가 있었다.

달려드는 그를 보는 경완의 눈이 반짝였다. 호기였다.

그가 바닥을 차서 유리조각을 날렸다. 비산하는 유리조각이 좌우에 따라오는 놈들의 얼굴로 날아가니 놈들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거나 팔로 얼굴을 가렸다.

그 잠깐의 틈에 경완은 흥분해서 선두로 나오는 놈에게 달려들었다.

괴력으로 강화된 팔다리가 얽혔다. 힘이 비슷하면 나머지는 기술과 판단력으로 결정된다.

어어 하는 사이에 경완이 화라락 움직여 놈의 뒤를 잡아 목에 팔을 감았다. 사자도 맨손으로 잡을 수 있다는 리어 네이키드 초크에 놈이 버둥거렸다.

다른 이들이 동료의 위기에 급히 돕겠다고 달려들었다. 흑선도 굳은 표정으로 뛰어왔지만 한쪽 팔에 집중된 괴력에 끝내 동료의 목에선 우드득 소리가 났다.

“으아아아!”

“틴찌!”

또 동료가 죽자 한 놈이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었다.

뒤에서 흑선이 진정하라고 소리를 질렀지만, 잔뜩 흥분한 부하의 귀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경완은 품 안의 시체를 왼쪽으로 달려드는 놈에게 던지고 오른쪽으로 달려드는 놈에게 주먹을 날렸다.

놈은 고개를 피하며 마주 주먹을 날렸으나 경완의 주먹엔 어느새 방금 죽인 자의 카람빗이 들려 있었다. 손목 아래에 숨겼던 날이 튀어나오며 날카로운 칼끝이 놈의 목에 걸렸다.

하지만..

‘질기다.’

경완의 머리에 떠오른 느낌이었다. 상대의 거죽은 질겼다. 예리한 칼끝은 그저 거죽을 누를 뿐 피부를 째고 들어가지 못했다. 과연 총알조차 통하지 않는 신체의 소유자다웠다.

하지만 이내 칼끝에 집중된 S입자가 놈의 피부에 침투해 신체강화능력을 교란했고 야들야들해진 피부로 카람빗의 뾰족한 끝이 파고들어 끝내 경동맥에 상처를 냈다.

“크윽!”

목을 붙잡고 급히 지혈하는 놈을 놔두며 급히 돌아서는 경완의 얼굴에 유리조각을 잔뜩 머금은 돌풍이 쏟아졌다. 왼쪽에선 흑선이 사력을 다해 연속으로 검기를 뿌렸다.

얼굴에 쏟아지는 유리조각보다 흑선이 뿌리는 검기가 더 위험했다. 거기에 담긴 절단의 속성은 경완이 가진 초능력 방해 기술로도 쉽게 파훼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파훼하기 전에 경완의 몸이 절단될 정도로 빨리 날아왔다.

그는 최대한 거리를 벌리며 아크로바틱한 몸짓을 선보였다. 관절이 삐걱거리고 인대가 찢어질 듯 비명을 질렀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거리를 벌린 덕분에 촘촘한 검기 사이에 간격이 생겼다. 경완은 몸무게를 가볍게 하고 시시각각 무게중심을 이동하며 마치 허공에서 유영하고 춤추는 듯한 모습으로 검기의 그물을 피해냈다.

그런 그에게 하나 남은 부하가 달려들어 몸을 붙들었다.

“따거!”

뭔가 결심한 듯한 외침은 경완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설마 이 새끼?! 동반자살하려고 하는 건 아니지?!

안타깝게도 그랬다. 경완을 붙잡은 놈은 경완이 움직이지 못하게 버텼고 흑선은 눈시울을 붉히며 비명 같은 기합성을 내질렀다.

검이 연속으로 휘둘러지며 두 사람을 덮쳤다. 경완은 힉스장 간섭능력과 괴력 능력을 동시에 끌어올렸다.

하지만 경완을 붙드는 놈도 필사적이었다. 놈의 또 다른 능력이 바람을 다루는 능력이 있는지 공기의 압력이 가벼워진 두 몸을 내리눌렀다.

염동력에 가까운 힘이라 힉스장 간섭능력을 방해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을 깨달은 경완은 반대로 몸무게를 무겁게 하며 괴력을 집어넣은 다리로 땅을 차올렸다. 바닥이 부서지고 경완의 능력에 의해 가벼워진 덩어리들이 공중으로 떠오르며 검기를 가로막았다.

두꺼운 덩어리를 잘라내느라 검기의 절단력이 소모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치명적이었다.

경완이 진각을 밟으며 몸을 돌렸다. 프랜즈 쉴드가 아니라 에너미 쉴드였다.

“커억!”

“큭!”

검은 선이 두 사람의 허리를 지나가자 놈의 입에서도, 경완의 입에서도 비명과 신음이 흘러나왔다. 에너미 쉴드의 성능이 그리 좋지 않았다.

털썩!

두 사람이 쓰러졌다. 흘러나온 피가 웅덩이를 이루었다.

전력을 다해 능력을 사용한 탓인지 급격한 피로로 흑선의 눈 밑이 시커메졌다.

그는 부하이자 아우들을 잃은 슬픔을 삼키며 확인사살을 위해 경완에게 다가갔다.

최후에 자신을 희생한 아우의 몸은 상하로 두 조각이 나 있었다.

흑선은 아우들의 가족들이 호의호식할 수 있도록 충분히 보상해 줄 거라고 마음속으로 약속하며 검을 수직으로 들었다.

그리고 확인사살을 위해 경완의 목에 검 끝을 박아넣으려는 순간, 끔찍하고 예리한 고통이 항문부터 등줄기를 타고 목덜미까지 올라왔다.

“크아악!”

고통에 쓰러지는 그의 시야에 잡힌 것은 검은 연기로 이루어진 촉수에 걸린 카람빗 한 자루였다. 촉수가 움직이자 그의 목으로 카람빗의 날카로운 끝이 향했다.

그리고 그것이 그가 이승에서 보는 마지막 장면이었다.

“으윽! 뒈질 뻔했네.”

경완이 인상을 쓰며 일어났다. 다행히 그간 잘 숨겨둔 한 수를 적절히 잘 써먹었다.

그 한 수란 다름 아닌 흑노야의 염동력이었다.

S입자를 제어해 초능력을 구현해 낼 수 있는 경완에겐 힉스장 간섭능력보다 더 먼저 접한 것이 흑노야의 염동력이었다.

다만 사용하면 너무나 눈에 띄었기에 연습을 하지 않았을 뿐.

생각해 봐라. 이경완이 흑연의 초능력까지 사용한다! 그에겐 타인의 초능력을 흉내 내는 능력이 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 얼마나 귀찮아지겠는가? 경완이 사실은 흑연이라며 지랄하는 놈들이 나올 수도 있었다.

그래서 그동안 감춰놨던 것인데 덕분에 이번에 잘 써먹었다.

흑선과 그 무리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지금처럼 당한 척하면서 방심을 끌어내지 않았다면 이렇게 쉽게, 또 이렇게 빨리 해치울 순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방심을 유도하기 위한 대가는 꽤나 쓰라렸다.

흑선의 검기는 예리했다. 검기가 닿기 직전, 경완은 최선을 다해 피부강화능력을 사용했지만 거죽이 깊게 베여 피가 철철 흘렀다. 검기의 위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바닥을 뒤집어 장애물을 만들고 에너미 쉴드를 앞세우지 않았다면 근육과 신경은 물론 뼈까지 베여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했을 것이다.

출혈이 심하다고 하지만 거죽만 베인 것은 정말 천만다행이었다.

초감각에 저 멀리서 공안들이 급히 오는 것이 느껴졌다. 경완은 검은 연기의 염동력으로 베인 상처를 잡아당겨 출혈을 최대한 막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어두운 밤이고 옷도 펑퍼짐했기 때문에 상처를 덮은 검은 연기는 누구도 보지 못했다.

공안을 피해 도망친 경완은 약국을 약탈해 지혈용품을 확보한 후 종적을 찾을 수 없는 옥상으로 올라가 상처를 지혈했다. 깊은 상처라 기워야 했지만 당장에 그럴 수는 없어서 지혈제를 뿌리고 붕대만 감았다.

그렇게 응급처치를 마친 경완은 고권인가 권고인가 하는 양반의 접선을 기다렸다.

새벽이 가까워지고 있었지만 이 넓은 상하이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아낸 고권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자신을 찾아올 거라 생각했다.

생각처럼 안 되면? 은신처에 숨어서 혼자서라도 상처를 기워야지 별수 없었다.

하지만 고권은 빠르게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

[대단하오. 그자에게서 살아남다니 …….]

경완을 보는 고권의 눈빛은 깊었다.

경완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왜? 지금 덤비면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뼈있는 말에 고권은 고개를 젓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그대는 너무 위험하오.]

위험부담이 커서 잡기 싫다는 말이었다.

[왜? 당신은 중국인이 아닌가?]

[그렇긴 하지만 내겐 충성보단 생존이 더 중요하오.]

보라! 출세를 위해 공산당에게 충성심을 보이려 한 흑선의 말로를!

설사 그가 경완을 잡는 일에 성공했다고 과연 순순히 출세할 수 있었을까?

꽌시가 중요한 중국사회다. 능력과 인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또한 혈통이었다. 태생에 따라 금수저와 흙수저가 갈리는 것처럼 혈통이야말로 그들만의 리그, 그들만의 꽌시를 맺는 기초였다.

그런데 제대로 된 교육도 받은 적 없이 뒷골목에서 굴러먹다가 운 좋게 초능력을 얻은 흑선 같은 자를 제대로 대접해 줄까?

이리저리 이용하다가 팽할 것이 분명했다. 그것이 권력자의 속성이었다.

경완이 고권의 표정을 살피다가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말했다.

[사냥개는 사냥이 끝나면 솥에 삶기지만 경비견은 사료를 계속 얻어먹을 수 있지.]

[실로 옳은 말이오.]

고권의 표정에는 감탄과 경계가 서려 있었다. 상황을 꿰뚫어 보는 경완의 통찰력에 과연 흑선이 죽을 만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이경완이라는 희대의 테러범을 잡았다는 실적이 아니었다. 적어도 그를 물러날 수 있게 할 정도로 만만찮은 실력자라는 명성이었다.

아무리 주인을 불안하게 할 정도로 사나운 사냥개라도 쓸모가 다하기 전에는 솥에 삶기지 않는 법.

고권이 노리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가 바로 거기였다. 그렇다면 공산당이 아무리 자신을 경계하더라도 선을 넘진 않을 거라고 판단했다.

[그럼 갑시다.]

고권의 말에 경완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뒤를 따라 상하이에서 종적을 감추었다.

하루 동안 치료도 받고 먹을 것으로 배도 채운 그는 고권이 인도해주는 밀항선에 몸을 실었다.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