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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전생 더 빌런-154화 (154/367)

14-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미국으로 도망가는 것도 고려해 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과연 중국 공산당을 조지는 편이 좋은지 아니면 미국으로 가는 편이 좋은지, 우선 그 양쪽을 차근차근 비교해 보니 차라리 잠깐 고생은 해도 공산당을 조지는 편이 더 낫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가 ‘나는 공산단이 싫어요’의 반공소년이기 때문은 아니었다.

솔직히 미국으로 도망가는 편이 여러모로 몸이 편한 건 분명하다. 하지만 그 어떤 공동체도 어려움에 빠진 자기 공동체를 버리고 도망가는 비겁자 또는 배신자를 반기는 곳은 없었다.

아무리 인재이고 가치가 높다고 하더라도 언제고 그 공동체가 위험에 빠지면 배신하고 도망갈 것이 뻔한 인간을 진심으로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인다?

그냥 단물 빠질 때까지 이용해 먹고 버리는 편이 더 가성비가 높지 않겠느냐 이 말이었다. 경완이 그들 입장이라도 그랬을 것이다.

미국이 그를 능력만 좋은 인간쓰레기 취급하는 것보다는 여태처럼 기브앤테이크가 확실한 신용 있는 인간이라는 믿음을 남겨두는 게 만일의 상황, 그러니까 대한민국이 망한 상황이 왔을 때라도 미국이 기분 좋게 그를 수용할 수 있지 않겠는가?

대한민국이 도대체 그에게 뭘 해주었기에 전쟁까지 참여해야 하는 기브앤테이크가 있냐고 반박할 순 있지만 어떤 사회에 태어나면서부터 그 사회와 뭔가를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운명이었다.

거기서 빚을 진 느낌인지 아니면 빚진 거 전혀 없는 느낌인지는 개개인의 인생사와 가치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솔직히 경완의 입장에선 한국에 조금 빚진 기분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에게 처음 호의를 베푼 한상식 변호사, 직업윤리를 지키려다 죽을 뻔했던 장 형사와 실제로 죽은 김오민 검사 같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경완은 이 세상, 이 나라를 경멸하지 않고 조금은 마음 편히 지낼 수 있었던 것이다.

솔직히 중국 같은 곳에서 태어났어봐라. 경완이 지금 이 원룸 같은 감방에서 지내는 것을 과연 상상이나 할 수 있었으랴? 아마 그에게 인체실험을 가한 후 신비롭게 만들려는 공산당과 피 튀기는 전쟁이나 벌이고 있었겠지.

아무리 인권위라는 곳이 헛소리, 개소리, 병신소리를 잘 한다고 해도, 좌우 두 나라에 비해 그나마 인권이라는 걸 챙겨주는 한국이라 이만큼이나 편하게 지낼 수 있다는 사실을 경완은 부정할 수 없었다.

뭐, 그 인권이라는 걸 지켜줄 필요도 없는 새끼들의 인권마저도 지켜주는 게 마음에 안 들긴 하지만 인간이냐 인간의 탈을 쓴 유해동물인지 판단하는 걸 인간 스스로에게, 특히 공신력이나 공권력 있는 집단에 맡기는 것도 문제였다. 살짝만 삐끗해도 홀로코스트나 731부대 각이니까.

아무튼, 마지막으로 이 부분도 전쟁에 참여하겠다는 경완의 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솔직히 짱개 새끼들 좀 밉상이지 않나?’

지들 인구 많고, 시장 크고, 땅도 크다고 오만하게 구는 게 무한전생자의 입장에선 좀 눈꼴시려웠다.

어차피 지구 상에 있다는 그 많은 핵미사일로 중국 대륙을 일제히 샤워시키면 다 지워질 놈들이 머릿수 많다고 지랄하니 어찌 가소롭지 않겠는가? 현대 전쟁은 대가리 수만 가지고 하는 게 아니었다.

지들 힘세다고 예의와 염치를 밥 말아 먹은 놈들을 마주하면 제 주제를 파악하게 만들고 싶어서 손이 근질근질한 것이 경완의 고약한 심보이니만큼, 중국 공산당을 조진다는 것 자체는 오히려 기분 좋고 상쾌한 일이었다.

다만 어떻게 덜 피곤하게 ‘효율적’으로 조지느냐가 문제였지.

강태수에겐 황당하기까지 들렸던 핵미사일 요구도 편하게 조지는 방법이 뭘까 하는 구상에서 나온 것일 뿐이었다.

“그럼 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특수작전부 장교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을 포함한 이들이 교도관도 물린 접견실에서 작전 브리핑을 했다. 듣자 하니 원격으로 청와대에서도 보고 있단다.

이번 작전은 일종의 블랙옵스였지만 이경완과 최대한 합을 맞춰야 했기 때문에 그들은 면밀한 작전계획을 세웠다.

미국과 러시아 도움까지 받아 베이징의 병력배치, 주요 당간부와 중국 주석이 숨어있는 벙커 위치 추정지 등이 지도에 하나하나 점점이 찍혀 있었고, 그중 몇 개는 별표가 찍혀 있었다.

별표가 찍혀 있는 지점은 경완이 직접 대한 세립 연구소에서 ‘아직’ 연구 중인 천리안 장비로 훑어서 한 번 확인까지 거친 지점으로, 지하벙커가 존재 여부 자체는 확실히 확인된 곳이었다.

브리핑이 끝난 후 육군참모총장이 우려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혹시 침투요원이 붙잡히면 어떡합니까?”

그가 말한 침투요원이란 바로 경완을 가리켰다.

육군참모총장이 그를 보며 우려 섞인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만일을 대비해서 뭔가 조치를 해두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표정이야 나라 걱정하는 참군인이었지만 뭔가 수상한 느낌에 경완은 피식 웃었다.

“무슨 조치요? 원격으로 작동하거나 타이머 기능이 달린 독약 캡슐이라도 삼키라고요?”

“아, 아니, 그건 아니지만,”

육군참모총장은 급히 손을 내저었지만 붉어지고 당황한 얼굴을 보니 정곡을 찔린 사람의 표정이었다.

경완이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갸웃하면서 한 마디를 더 던졌다.

“참모총장 아저씨. 저 싫어하는 누구한테 청탁이라도 받았어요? 이참에 일석이조라도 노리자고요?”

“절대 그런 적 없네!”

그는 기어코 부정했지만 S입자를 퍼뜨려 그의 신체 반응을 읽은 경완은 그저 실소를 지을 뿐이다.

“그래요? 저한테 손목 내주고 다시 한 번 대답해 봐요.”

거짓말을 판별한다는 희대의 범죄자. 그것을 상기한 육군참모총장의 낯빛은 시커멓게 죽어갔다.

경완은 그 얼굴에서 시선을 돌려 청와대로 직통한다는 카메라 렌즈를 보며 이렇게 물었다.

“이야~ 나라 명운이 달린 일에 사적인 일을 결부시키는 사람이 육군참모총장씩이나 되는 자리에 있다니 대~단하네요. 이따위 나라 그냥 망하게 두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러자 곧장 전화가 왔다. 전화의 주인은 국정안보실장 강태수.

그는 서둘러 전화를 받고는 육군참모총장을 향해 날카로운 시선을 주면서 입을 열었다.

“대통령께서 지금 즉시 오랍니다.”

“뭐, 뭣?!”

“못 들으셨습니까?”

날선 어조에 육군참모총장은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그리고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청와대 경호요원들에 의해 연행되듯 끌려갔다.

그렇게 육군참모총장이 사라지자 안보실장 강태수가 어색한 분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육군참모총장의 동기가 불순하더라도 그가 한 말이 전혀 틀린 건 아닙니다. 만일 이 선생님이 중국 당국에 붙잡혀 우리 정부와 일을 도모한 사실이 발각될 경우 그 후환을 감당하기 힘듭니다.”

“참나. 내가 권력이나 힘 따위에 굴복할 인간이었으면 이렇게 살고 있었겠어요?”

“…….”

경완의 말에 강태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태수가 파악한 경완의 성격 중에는 강강약약의 특성이 있었다. 그는 차라리 죽었으면 죽었지 꺾일 인간이 아니었다.

그가 차기 대선 주자로 유력한 국회의원에게 한 짓을 봐라. 중국 원전에 저지른 짓도 봐라. 이경완이라는 인간은 붙잡힐 상황이 오면 차라리 다 같이 죽는 쪽을 택하지 결코 굴복할 인간이 아니었다.

“자 그럼 어떻게 절 북경에 보낼 생각이세요?”

브리핑이 끝나자 경완이 물었다. 강태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선생님은 어떻게 중국에서 한국으로 귀환하셨습니까?”

“북한을 지나서요.”

이미 예전에 진술하지 않았나? 물론 바다를 건너다닌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경완이 고개를 갸웃하자 강태수가 다시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번에도 그 길로 가시면…….”

“에이. 농담이죠? 그때랑 완전히 상황이 다르잖아요.”

북한땅은 지금 중국군과 한국군의 대치와 신경전이 살벌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당나라 군대인 북한군이 건재(?)하던 시절이랑 경계태세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경완이 말했다.

“어떻게든 북경 근처까지만 데려다 놔줘요.”

그 뒤는 알아서 할 테니까.

그런 뉘앙스에 강태수는 해군참모총장과 시선을 교환했다.

“이 선생님. 좁고 어두운 곳에서 잘 버틸 수 있으십니까?”

경완이 대답했다.

“상황과 정도에 따라서.”

그리고 곧 이경완 베이징 침투계획이 짜였다.

작전명하야 ‘오퍼레이션 빌런 드랍’의 시작이었다.

* * *

좁고 냄새나고 공기도 눅눅해 불쾌지수가 급증하는 환경에 경완은 심호흡을 하며 스트레스를 조절했다.

“시간이 됐습니다.”

잠수함에 근무하는 승조원의 부름에 경완은 좁은 침상에서 일어나 그 승조원을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시선에 승조원은 당황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무, 무슨 문제 있습니까?”

경완이 대답했다.

“참 죄도 짓지 않고 이런 곳에서 생활하다니 안타까워서 그래요. 나 같은 놈도 이것보단 좋은 곳에서 지내는데 참 대단합니다.”

“그렇습니까…….”

승조원은 쓰게 웃었다. 사실 잠수함 승조원의 근무환경은, 그 열악함에 비해 보상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유명했다. 솔직히 해군에서도 잠수함으로 보내지는 사람은 입지가 약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줄타기할 요령이 없는 사람들.

사실 연합 훈련 때마다 한국 잠수함 병력의 전과는 다른 나라마저 감탄시킬 정도지만, 실상은 잠수함 승조원의 70%가량이 5년 이내에 군인을 그만두는 것이 대한민국 해군의 현실이었다.

“아무튼 갑시다.”

경완을 데리러 온 승조원은 그에 관해 굳이 말하지 않고 그를 어뢰실로 데려갔다.

“이야! 이거군요!”

경완은 수직으로 길게 갈라져 있는 어뢰를 보며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인간어뢰!”

북한도 아니고 웬 때아닌 인간어뢰인가 싶겠지만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한중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건 비단 육지만은 아니라 바다 쪽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왜 굳이 바다인가?

그건 바로 한국 잠수함 전력의 전과(戰果) 중엔 연합훈련이 끝날 때까지 탐지되지 않다가 훈련이 종료된 이후 미 해군 항공모함 아래에서 부상했다는 전설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때 그 전설로 인해 퍼펙트란 별명을 받은 것이 장보고함이란 이름의 잠수함이고 지금 경완이 타고 있는 잠수함이 바로 장보고함이었다.

몰래 경완을 북경 근처까지 쏴줄 역량은 충분히 있다는 말이었다.

“준비해 주십시오.”

“물자는 다 준비되었죠?”

“이쪽에 있습니다. 확인해 주십시오.”

한쪽 테이블 위에 그리 많진 않은 것들이 놓여있었지만 경완이 정확히 타겟을 찾아가는 데 도움을 줄 매우 중요한 장비들이었다.

암호화된 위성전화, 비상식량, 정수제 등의 생존장비 위주로 총기 등의 무기는 제외했다. 경완이 필요 없다고 하기도 했고, 한국제 무기가 발각되면 ‘이경완 혼자 날뛴 거다!’라는 어설픈 변명 따위는 통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폭발물이야 터져 버리면 증거가 안 남으니 C4 몇 덩이와 기폭장치 몇 개만 챙겼다. 뭐 굳이 그것도 걸고넘어질 수 있지만 경완이 ‘폭발은 예술이다!’라며 억지를 부렸기 때문에 한국 정부도 못 이기는 척 챙겨주었다.

아마 속내는 다 함께 폭사해라는 것이겠지만 경완은 그리 쉽게 죽어줄 생각이 없었다.

“이상 없네요.”

“그럼 준비해 주십시오.”

경완은 고개를 끄덕이고 잠수복을 입고 장비가 담긴 작은 배낭을 허리에 끈으로 연결한 다음 반으로 갈라진 인간어뢰의 텅 빈 곳에 누웠다. 배낭은 발치에 놓였다.

그 후 승조원이 경완의 입에 수중용 산소호흡기를 물려주고 작은 산소 봄베를 품에 안겨주었다.

무한전생-더 빌런 15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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