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한전생 더 빌런-155화 (155/367)

14-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텅!

어뢰가 접히며 잠금장치가 걸렸다.

어둡고 좁았다. 어깨를 과할 정도로 움츠리지 않으면 배겨서 힘들 정도.

하지만 그러한 상태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경완은 마음을 편히 먹고 기다렸다.

곧 그의 몸이 흔들렸다. 그가 몸을 담은 인간어뢰를 발사관에 넣고 있는 것이다.

발사관에 물이 주입되는 소리가 들리자 경완은 몸에 신체강화를 능력을 걸고 대비했다.

곧 추진제가 점화하면서 그의 몸에 힘을 가했다.

쓔우욱!

압력 차이로 인해 물속에 버블이 생기고 다시 그 버블이 터지는 소리가 어뢰 몸체를 타고 경완의 귀에 들려왔다.

아무것도 없는 빈 바다를 질주한 어뢰는 이내 추진체가 다 소모되어 느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속도가 일정 이하가 되자 잠금장치가 저절로 풀렸고 틈으로 물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경완은 산소 봄베를 열고 수중호흡을 준비했다. 곧 안에 물이 다 채워지자 발로 어뢰뚜껑을 밀어 열고 나왔다. 그 후 그는 저 밤바다 표면으로 솟구치기 시작했다.

해수면으로 얼굴을 내밀자 저 멀리 해안선에 놓인 불빛이 육지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짐은 풍에 안은 그는 전에 그랬던 것처럼 물 위로 솟구쳐 해안으로 향했다.

해안에 도착한 그는 위성전화기로 어디론가 메시지를 날리고 신속히 환복을 시작했다.

[상륙 성공. 지금부터 세컨드 페이즈에 들어가겠다.]

문자를 받은 한국 정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퍼레이션 빌런 드롭’의 첫번째 페이즈가 성공했다. 이 이후는 온전히 경완의 몫이었다.

경완은 예전에 중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차량을 훔쳐서 이동했다. 아무래도 거의 전시체제라 삼엄하기는 했지만 베이징 근처까지 차량으로 도달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다.

진짜는 베이징에 도착한 이후였다. 중국 공산당은 미국의 선제타격을 우려하는 것인지 거의 계엄령에 준하는 수준으로 베이징을 철통 경비하고 있었다.

에스퍼 군인들이 높은 곳에서 중요 지역들을 감시하고 있는 게 경완의 초감각에 걸렸다.

아마 중국에서 난리 피운 경험이 없었다면 그 감시를 피해내는 것에 애로사항을 느꼈겠지만, 지금의 그는 에스퍼의 감각도 피할 수 있는 요령을 익힌 상태.

그는 발각되지 않도록 어둠을 친구 삼아 조심스럽고 신속하게 움직이며 브리핑받았던 장소를 탐색했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저 그의 초감각이 닿을 수 있을 정도의 거리에서 S입자를 뿌려보면 3차원 투시도처럼 지하 내부까지 훑어보는 것은 물론 얼굴 형태까지 다 알 수 있었으니까.

중국에도 S입자를 느끼는 에스퍼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뭔가 이상함을 느끼기엔 워낙 짧은 순간이었으며 북경 전역을 감시하는 것도 아니었으니, 경완은 그저 멀리서 슬쩍 곁눈질하듯 확인하고 지나가는 행인이나 마찬가지였다.

[B포인트에 목표가 없는 걸 확인.]

경완은 위성전화로 작전본부에 세컨드 페이즈의 진행상황을 알렸다. 그리고 다섯 번째 후보지에서 마침내 목표를 발견할 수 있었다.

[목표발견. 이제부터 서드 페이즈에 돌입한다.]

자금성에서 북서쪽, 베이징 외곽 지역의 지하에 비밀벙커가 있었다.

그리고 현 중국 주석도 거기에 있었다.

경완은 침투할 만한 곳이 있는지 확인했다. 그의 초감각에 근처 지상에 있는 건물로부터 연결된 환기통로가 들어왔다.

환기통로는 좁았지만 사람 하나 들어갈 수 있는 크기는 되었다. 물론 간신히 몸이 들어갈 정도라 몸을 집어넣어도 움직이기 힘들 정도였지만 그에겐 초능력이 있지 않은가?

그는 환기통로의 덮개를 뜯어내고 몸을 집어넣었다. 마치 관에 들어간 듯 옴짝달싹도 하기 힘들었지만 그의 발밑에 흘러나온 검은 연기가 발을 밀어 올리자 그의 몸이 쑤욱 하고 환기통로 속을 미끄러졌다.

이렇게 침입루트가 되는 환기통로, 안 만들면 안 되는 걸까 싶겠지만 필요하니까 이렇게 만드는 거겠지?

물론 경완이 염동력이 있다고 마냥 편하게 들어간 건 아니었다. 통로에 쌓인 먼지를 몸으로 닦고, 중간에 있는 환기팬을 조용히 뜯어내야 했으며, 그래도 결국 감지장치 앞에선 멈춰서야 했다.

눈을 감고 초감각에 의존해 어두운 환기통로 속을 미끄러지고 있던 경완이 딱 벙커에 진입하기 직전, 환기통로 중간에 설치된 전자장비가 초감각에 걸려들었다.

환기팬의 모양도 아니고 공기 흐름에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었으니 아무리 생각해도 일종의 센서 같았다.

이대로 가면 들길 것이 뻔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이제 와서 뒤로 물러날 수도 없었으니 경완은 각오를 다졌다.

그의 몸이 센서가 있는 곳을 통과했다. 어차피 뜯어내서 치우나 그냥 걸리나 다를 바가 없었다.

과연 센서가 작동되자마자 벙커안의 인력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경완의 신경은 중국 주석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경호인력들이 서둘러 움직이고 있었고 에스퍼들도 동원되어 급히 무슨 일인지 감각을 펼치고 있었다.

더 이상 환기통로에서 버팅길 수 없었던 경완은 결국 신속하게 움직이기로 했다.

그의 몸이 환기구를 떼어내고 어느 방으로 뚝 떨어졌다.

보아하니 숙소 같았는데 어제 당직을 서다 비상벨 소리에 서둘러 깨어 옷을 입고 있던 병사가 뭔가 떨어지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더니 경완을 발견하고는 황급히 소리를 지르려고 입을 벌렸다.

“그, 켁!”

하지만 소리를 지르기도 전에 경완의 옆차기에 울대를 맞고 그대로 실신했다. 성대가 다시 제 기능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는 개뿔. 이 긴급한 상황에 그런 거까지 생각날까?

경완은 다시 한 번 초감각으로 주변을 살폈다. 주석이 있는 벙커 중심부까지 깔려있는 병력을 보니 한 번쯤 푸닥거리를 해야 할 듯싶었다. 생각보다 훠~얼씬 방비가 엄중했다.

아마 자신이 예전에 한 번 상무위원들의 사지를 밧줄 말듯 말아버리고, 두 눈을 뽑은 것이 백신 같은 예방효과를 준 모양이었다.

“쩝. 이거 어쩔 수 없구만.”

그는 입맛을 다시다가 이내 흥얼거리며 방문을 열고 나갔다.

“아껴왔던 나~의 수줍은 능력 모두- 보여- 줄게~에. 예이예~에.”

“쩨나비엔!”

복도에 경계를 서고 있던 병사가 그를 발견하고 소리를 치자 그의 몸에서 검은 연기가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마치 악마처럼 검은 연기에 휩싸인 경완이 자신을 향해 총구가 겨눠진 복도를 향해 질주했다.

* * *

중국 주석은 차분한 기색으로 초능력 전사들이 침입자를 소탕하기를 기다렸지만 솔직히 내심 초조했다.

자신이 안전하게 숨어 있는 벙커를 발견한 정보력을 보면 분명 미국이나 러시아가 개입한 것이 분명했고 단독으로 침입한 건 혼자서도 뚫을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리라.

「주석각하! 피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경호 책임자가 사색이 되어 말하자 주석은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심각한가?」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도대체 누군가?」

「이경완이 틀림없습니다!」

이경완이라는 이름에 주석이 표정은 불쾌감으로 일그러졌다. 중국의 얼굴에 똥칠을 한 시건방진 빵즈놈.

하지만 그럴 수 있는 것도 다 능력이 되어서라는 건 인정해야 했다. 어중이떠중이가 감히 그럴 순 없었으니까.

주석은 일어나며 말했다.

「초인특수전대를 출동시키게.」

초인특수전대는 전원 초능력자로 구성된 특수부대로 이경완에게 당한 이후 급히 조직한 부대였다. 당연하게도 이경완과 같은 상식 이상으로 강력한 초능력자를 상대하기 위한 부대였다.

아직 미흡한 점이 많기는 하지만 자신이 도망갈 때까지 시간을 벌기에는 충분하리라.

「넵! 즉시 출동시키겠습니다!」

주석이 있는 벙커 바로 옆방에서 대기하고 있던 초인특수전대가 곧장 침입자를 제압하려 출동했다.

그리고 주석은 서둘러 비밀통로를 개방하는 절차를 시작했다.

벙커 탈출용 비밀통로는 워낙 보안을 철저하게 해둔 터라 개방에 시간이 걸렸다.

12겹의 철문을 열기 위해 전력을 우회하고 모터를 구동시키는 것만 해도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다. 약간이었다. 컵라면이 다 익기도 전에 끝날 시간이었지만 주석이 있던 중앙 임시회의실의 문이 쾅 하고 열리고 말았다. 믿었던 초인특수전대는 비밀탈출통로가 개방될 그 잠시의 시간조차 벌지 못하고 궤멸하고 말았던 것이다.

열린 문으로 검은 연기에 휩싸인 경완이 모습을 드러냈다. 경호원들이 급히 권총을 쐈지만 검은 연기에 맞고는 뚝하고 떨어졌다. 그 모습이 마치 널어둔 이불을 때린 후 에너지를 잃고 떨어지는 비비탄총알 같았다.

이는 흑연의 염동력으로 짜올린 질기디질긴 일종의 방탄막과 힉스장 베리어의 콜라보는 대구경 기관총 세례, 심지어 탱크의 고폭탄까지 막아낼 정도였다. 당연히 저들이 던진 수류탄도 경완에게 큰 타격을 주지 못했다.

퀑! 퀑!

밀폐된 실내라 폭발음이 울렸다. 하얗게 피어오른 먼지 사이로 검은 연기를 두른 경완이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흑연의 초능력은 단순히 방탄만 담당한 것은 아니었다. 일부는 거대한 주먹으로 뭉쳐져 다른 사람들을 강타했다. 그 충격에 주석만 남고 모두 날아가 의식을 잃어버렸다.

“자, 그럼…….”

경완은 흑연의 염동력에 붙잡힌 주석을 앞에 두고 이때를 위해 주머니에 챙겨놨던 것을 꺼냈다.

그것은…… 한국 특유의 쇠숟가락이었다.

주석은 경완이 그것을 꺼내든 이유를 도저히 알 수 없어서 두려웠다.

주석은 그가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자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느낌에 두 손바닥을 앞으로 내밀며 외쳤다.

“Wha, what do you want?!”

그 말에 경완은 걸음을 멈추더니 고개를 갸웃하며 대답했다.

“양키, 아니 짱개 고 홈?”

위기감으로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주석은 그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 필시 북한에 진출시킨 중공군을 물리라는 의미겠지.

주석의 얼굴에 갈등이 서렸다. 아무리 자신이 위기 상황이라지만 천년중화의 대업이 담긴 전략을 뒤로 물릴 순 없었다.

북한에 대한 지배는 반만년 눈엣가시였던 동이족을 중화에 편입시킬 수 있는 동시에 미국의 압박에 대응할 태평양 진출이라는 카드를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걸 자신이 권력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포기할 순 없었다. 자손만대를 누릴 영광을 손에 거머쥘 기회이자 본인의 종신독재를 정당화해 줄 명분을 어찌 쉽게 내던지랴?

“쏘. 짱개 고 홈?”

“I can’t.”

주석이 결심한 것인지 경완의 물음에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결국 협박을 거부한 것이지만 그는 자신이 이경완에 의해 죽을 거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았다. 상대방 최고 통치자에 대한 암살은 분명 효과적인 전략이었지만 동시에 전면전을 선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주석인 자신이 죽어도 부주석이 그다음을 이을 뿐이었으니, 이경완을 중국에 보낸 한국 정부가 이를 모를 리 없었다.

근거는 없었지만 주석은 한국 정부가 이 일을 꾸몄다는 걸 확신하고 있었다. 물론 한국 정부도 발뺌할 근거를 마련해 놨겠지만 주석 살해 암살 같은 큰일을 저지르면 그런 근거는 무시되기 십상이었다.

심증만으로 보복할 수 있다는 것이 힘 있는 자의 특권 아니겠는가?

이러한 주석의 논리는 충분한 근거와 이성적 사고판단에 의해서 이루어졌지만, 이경완이라는 인간의 행동을 그런 이성적 판단만으로 추론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걸 주석은 몰랐다.

그래, 한국 정부가 사주한 것도 맞고 다~ 맞다고 치자.

그럼 숟가락은? 이경완이라는 인간은 도대체 무슨 이유로 한국의 쇠숟가락을 들고 왔단 말인가? 주석의 뇌는 쇠숟가락이라는 존재를 마치 본 적도 없는 것처럼 무시했다.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인간의 뇌에는 해석할 수 없는 건 일단 제쳐놓고 보는 매커니즘이 있기 때문이었다.

무한전생-더 빌런 157화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