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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전생 더 빌런-156화 (156/367)

14-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정말 주석에게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경완이 왜 굳이 숟가락을 챙겨왔는지 알았다면 그 무모한 판단이 바뀌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오케이. 그럴 줄 알았어.”

경완은 새삼스럽지도 않다는 태도로 숟가락을 단단히 들고 주석의 눈으로 가져갔다. 주석의 머리통과 몸은 경완의 몸에서 흘러나온 검은 연기에 단단히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은 상태였다.

주석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떨렸다. 서, 설마!

“!#$!%@[email protected]”

쇠숟가락의 차가움을 각막으로 느낀 주석이 다급하게 뭐라고 소리를 질렀지만, 중국어가 짧은 경완은 이해할 수 없었다.

“뭐라는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짱깨 고 홈?”

주석이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태 하도 뒤통수를 맞은 적이 많은 경완이라 믿을 수가 있나.

“오케이. 소, 기브 미 콜레트럴.”

“와, 와, 아아아악!”

코, 콜레트럴? 담보물?

무슨 말인지 물어보려던 주석은 숟가락이 그의 안구를 후벼 파자 비명을 터뜨렸다. 그리고 깔끔하게 상처 없이(?) 파내진 안구가 숟가락 위에 놓였다.

경완은 해부학 표본으로 사용해도 무방할 만큼 깔끔하고 예쁘게 나온 안구를 보며 자신의 솜씨에 감탄했다.

고작 숟가락만으로 이렇게 깔끔하게 안구적출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그는 비닐팩에 눈알을 담으며 말했다.

“디스 이즈 콜레트럴. 이프 유얼 아미 돈 고 홈, 유얼 어나더 아이 윌 고 포에버.”

대충 이건 담보물이고 군대를 안 물리면 다른 쪽 눈도 파내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채찍을 주면 당근도 줘야 설득(?)이 잘 되는 법. 경완은 주석에게 희망(?)도 주었다.

“이퓨 키프 디스 프로미스, 아윌 기뷰 백 유얼 아이. 언덜스탠드?”

치유능력자도 있는 세상이지 않은가? 적출한 안구라도 돌려주면 알아서 잘 끼우겠지. 명색이 인구 15억 대국의 지도자 아닌가.

덧붙여 중국의 장기적출과 장기이식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었다. 죄수들의 장기를 이용해 세상에서 가장 많은 불법 장기이식을 벌이는 국가의 성과였다.

아무튼, 협박과 다름없는 경완의 말에 주석이 할 수 있는 건 멀쩡한 한쪽 눈에서는 눈물을, 다른 퀭한 눈구덩이에선 핏물을 흘리며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것뿐이었다.

“그럼 잘 부탁해.”

경완은 웃으며 주석의 어깨를 탁탁 두들겨 주고는 주석이 열어둔 비밀통로로 모습을 감추었다.

주석은 급히 방을 나와 복도로 나섰다. 욱신거리는 눈구덩이에도 불구하고 그를 더욱 섬뜩하게 만들고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도록 한 사실은 전쟁이 터진 듯 엉망이 된 복도에서 심하게 다친 이는 있어도 죽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이는 과거 그가 저격으로 무수한 인명을 해쳤을 때와 비교되어 더욱 큰 의미를 만들어냈다.

‘그는 죽이고 싶으면 죽이고, 살리고 싶으면 살린다.’

놈은 진정 강한 초능력자였다.

* * *

경완은 주석만 애꾸로 만들어준 것이 아니었다. 주석을 시작으로 부주석, 상무위원, 당 고위 간부와 덤으로 북구전구 사령관의 눈도 한쪽씩 담보물로 파내서 비닐팩에 담아 얼음물에 담가놨다.

그것이 다~ 경완의 배려였으니, 주석 혼자 애꾸가 됐으면 다른 공산당원이 북한에서 중공군을 물리자는 주석의 말을 듣겠는가?

공감대가 있어야 그런 주석의 지시에도 반항하지 않고 잘 도와 협력해서 빠르게 일을 처리하지 않겠는가? 그것이 아무리 천년중화의 역사에 똥칠을 하는 지시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들이 여기저기 흩어져있었다면 일이 좀 고됐겠지만 주석이 습격당했다는 말에 다들 급히 벙커로 숨어들어 모이니 경완으로선 참으로 편했다.

여윽시 정보의 미국. 아니 러시아도 한 첩보했다. 두 나라가 제공한 첩보가 아니었으면 이 넓은 중국 땅에서 놈들이 숨어있는 벙커를 찾느라 개고생을 했을 텐데 참으로 다행이었다.

아무튼, 북경에서 벌인 경완의 무력시위가 특효약이었는지 일단 북한영토 조선족 사민(徙民) 작전은 중지되었다. 이제 남은 건 중공군이 물러나는 것만 남았다.

그런데 경완이 일방적으로 정한 약속 시한은 얼마 남지 않았다. 그가 파낸 눈알이 담보물로서 남을 수 있는 시간이 곧 약속 시한이었다. 담보로서 가치가 상실하면 저 유물론적 영혼을 가진 중국인들에게 약속이 무슨 상관이랴?

경완은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 볼 일이라며 일단 머리 한구석에 치워놓고 편의점에서 훔쳐낸 얼음으로 눈알들이 동동 떠있는 아이스박스에 얼음을 보충했다.

그때 위성전화로 메시지가 왔다.

그는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작전 성공. 귀환하라.]

다행히 중국 공산당은 이성적으로 냉정히 상황을 판단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당 주요지도부들이 죄다 장님이 되게 생겼으니 아무리 천년중화의 소망이라도 북한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상하지만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자신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 천안문을 짓밟은 공산당이 아닌가?

‘북한 점령으로 권력 유지’ vs ‘공산당 죄다 장님으로 권력 상실’.

이 둘을 비교해 보면 아무래도 압도적으로 후자 쪽으로 저울이 기울 수밖에 없었다.

야심 차게 키웠던 초인특수전대가 일방적으로 압살(죽은 건 아니지만)당하지만 않았다면 다른 수단을 강구했을 텐데, 너무나 쉽게 당한 것이 중국 공산당의 선택지를 좁혀놓았다.

경완에게 대항할 마땅한 방법이 없는 이상 일단 살아남아야 했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말이야말로 그들의 우상이 했던 말이지 않은가?

하지만 그냥 물러나면 개쪽 팔리니 물러나면서 일단 면피하는 성명을 내긴 했다.

[우리 중화(中華)는 북한의 소요사태를 진정시키는 목적을 달성했으므로, 국제사회의 우려를 종식시키기 위해서 군을 물리기로 하였다.]

이러한 성명에 러시아나 미국은 입이 근질거렸지만 일단 중국 정부의 올바른 선택을 지지한다고 받아주었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애꾸가 되고 또 장님이 될 거라는 협박을 받아 그런 결정을 내렸다는 진실을 밝혀서 체면을 한번 뭉개주고 싶기는 했지만, 그건 중국 공산당의 발작 버튼을 누르는 꼴이라 일단 참았다.

안 그래도 중국은 체면치레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이며 중국 공산당은 자신들의 권위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그런 발작 버튼을 누르면 어떤 광기 어린 짓을 할지 알 수 없었다.

뭐, 그래 봤자 그들의 광기는 핵전쟁이 최종이겠지만 이쪽엔 그보다 더한 놈이 있었다.

[국장님이 말씀하시길 눈알을 파내서 담보물로 삼는 미친 짓은 인류 역사에도 기록된 적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위성폰으로 들려오는 김준의 말에 경완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야 예전에는 초능력도 없으니 파낸 눈을 도로 끼울 수도 없었을 테니까요. 깔끔히 뽑아내는 것도 문제고.”

[…….]

그 말에 김준은 잠시 침묵했다. 내뱉는 말 봐라. FBI 동료들이 자신보고 (저런 미친놈을 담당해서) 괜찮냐고 걱정하는 이유가 있었다.

[그나저나 귀환 안 하십니까?]

“눈은 주고 와야 할 거 아니에요. 이거 담보물이거든요. 그리고 제가 이걸 어디다 써요? 팔아먹을 것도 아니고. 중국에선 팔리겠지만 또 언제 팔아요? 그리고 살 사람도 없을걸요? 이 중국 땅에서 누가 감히 중국 공산당 고위 인사들의 안구를 사겠다고 달려들겠어요?”

그 공산당 고위 인사들의 안구를 직접 적출하신 분의 입에서 나오기엔 너무나 앞뒤도 맞고 사리에도 맞는 말이었다.

그런데 왜 행동은 제정신이 아닌 건데?

[그럼 언제쯤 오실 겁니까?]

“주고 바로 갈게요. 중간에 마중 나올 필요 없어요. 마중 나오면 짜고 쳤다느니 하면서 지랄할 게 뻔하지 않겠어요?”

이미 주석은 이경완이 한국 정부와 붙어먹은 것을 확신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겉으로는 ‘애국자인(?) 이경완이 북한을 침략하는 중국에 격분하여 탈옥해서 중국으로 가 일을 저질렀다’는 겉모양이 유지되는 이상 명분 없이 발작할 순 없으리라.

증좌를 확보하고 지적하는 거랑, 의심만으로 지적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명분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결국 빌미를 주지 않는 편이 뒤가 더 깔끔할 거란 경완의 말에 김준은 납득하고 말았다.

[알겠습니다.]

“그럼 알아서 갈 테니 걱정 마요.”

그렇게 통화를 끊은 경완은 주석이 있는 중난하이로 향했다. 자금성 근처인 데다가 지도까지 숙지해서 금방 찾을 수 있었다.

경계가 삼엄했기에 경완은 몰래 담을 넘어 중국 주석이 있는 사무실로 직행했다. 그냥 당당히 정문으로 쳐들어가는 것도 고려해 보았지만 다 끝난 일에 힘 빼기도 싫고, 괜히 중국의 발작버튼을 쑤시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도 않았다.

정문으로 당당히 밀고 들어가면 중국이 북한에서 순순히 물러난 일이 혹시?라는 세간의 의심을 피하기 힘들기 때문이고 그러한 상황에서 궁지에 몰린 중국 공산당이 무슨 극단적인 선택을 할지 알 수 없었다.

“오하이요~!”

경완이 창문을 통해 주석의 사무실로 난입해 손을 흔들어주었다. 일본어 인사를 알아들을지 몰라.

경완의 등장에 주석은 급히 문쪽으로 몸을 피했고 경호원은 경완을 향해 총을 마구 쏴댔다.

탕탕탕탕!

누가 중국인 아니랄까 봐 반드시 죽으라고 네 번 쏘는 거 보소.

반인반신의 독재자도 탕탕탕 세 발 맞고 죽었는데 네 발이나 쏘는 건 신이라도 죽이겠다는 뜻인가?

물론 총알이 경완의 몸에 닿는 일은 없었다. 그것들은 힉스장 배리어에 충돌하자마자 모든 충격량을 잃고 툭툭 땅에 떨어져 버렸으니까. 아무래도 경완이 반인반신보다 급이 좀 더 높은 모양이었다.

그는 자신을 향해 총을 쏜 경호원을 한 번 째려봐준 후에 아이스박스를 꺼내 주석의 안구가 든 비닐팩을 꺼내어 주석의 책상에 올려두며 말했다.

“이츠 유얼즈.”

그리고는 아이스박스를 열고 기울여 그 내용물을 보여주면서도 한 마디 해주었다.

“디즈아 유얼즈.”

영어의 유는 단복수가 똑같다던가?

아무튼, 의미는 통했다. 투명한 비닐에 담겨 얼음물에 둥둥 떠 있는 여러 눈알에 경호원의 안색이 안 좋아졌지만 경완이 중국에서 할 일은 이것으로 끝.

비닐팩에 이름이 적혀 있으니 자기 눈알 찾아가기엔 어렵지 않을 것이다. 괜히 파인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는 놈들을 일일이 붙잡고 유성매직으로 비닐에 자기 이름을 쓰게 했겠는가?

그게 다~ 경완의 배려였다. 물론 당사자들이 그의 배려에 얼마나 감사할 마음을 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럼 굿바이~”

경완은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는 주석의 사무실을 벗어났다.

추적이 붙기는 했지만 딱히 공격하려는 의도는 아닌 것 같았다.

하긴 자기들 눈알을 파낸 미친놈이 북경을 벗어나는지 아닌지는 심히 궁금한 사항일 것이다.

아마 북경을 벗어나자마자 미친 듯이 쏴재끼지 않았다면 경완은 계속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두두두두!

“이 새끼들 질척거리는 거 봐라.”

졌으면 진 걸 인정해야지.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고 질척거리는 남자는 인기 없다는 걸 모르나?

아,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도 강간하는 놈들이라 그런 건 모르는 모양이었다.

경완은 딱히 맞대응하지 않고 도망쳤다.

그래,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심정으로 중공군에게 위험한 초능력 빌런을 도주시켰다는 전과 하나 입에 물려주기로 했다. 그러면 징징거리는 주둥이도 다물어지겠지.

그렇게 그가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도망 다니자 중공군은 헬기와 비행기까지 동원해서 신나게 그의 꽁무니를 쫓기 시작했다.

이 기회에 정말 죽여 버리고 싶은 것인지 심지어 미사일까지 쏘는 게 아닌가?

무한전생-더 빌런 15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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