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한전생 더 빌런-157화 (157/367)

14-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이쯤 되니 경완도 슬슬 열이 받았다. 그냥 유턴해서 죄다 뚝배기를 깨버려?

승질이 나서 쫓아오던 헬기 한 대를 절단 초능력으로 쪼개주고 나니 슬쩍 공세가 약해졌다. 그가 불리함을 느껴서 도주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그렇게 한 번 성질을 부려놨더니 미사일도 안 날아오고 간간이 포탄이나 총탄만 날아오니 조금 심심해졌다.

오죽하면 중국 초능력자들은 안 오나? 이런 생각도 했을까?

하지만 그가 어찌 알겠는가? 중국이 야심 차게 준비했던 초인특수전대가 진즉 주석을 경호하다가 그의 손에 박살이 났음을.

죽은 놈은 없지만 아마 일상 생활하기까지 꽤나 시간이 걸릴 것이다. 뭐, 초능력이 있어서 금방 회복한다고 하더라고 과연 또다시 경완에게 덤빌 배짱이 있을지는 다른 문제지만 말이다.

경완이 압록강에 가까워지자 그를 향한 추적은 더욱 심해졌지만 공세는 오히려 약해졌다. 아무래도 국경 근처에서 총질하기엔 다른 나라 시선이 좀 부담이 되었던 모양이었다. 아무리 북한이 무너졌다지만 그렇다고 자기네 땅이 된 것은 아니지 않은가?

뭐 한 번 지들 땅으로 만들려고 시도했다가 눈알 한 짝씩 빠지고 도로 물리는 상황이기도 했고 말이다.

아무튼, 등평도수로 여유롭게 압록강을 건넌 경완은 이상한 것을 보았다. 뭐랄까. 한국군이 주민들과 승강이를 벌이는 모습이랄까?

이번 일로 한국 정부에 큰 빚을 지게 만들어서인지 왠지 오지랖이 넓어진 경완이 무슨 일인지 초감각을 열어 귀를 기울였다. 널리 퍼뜨린 S입자가 공기의 파동을 달팽이관으로 직접 전달했다.

“여긴 우리 땅이오! 우리가 돈 주고 산 우리 땅이란 말이오! 그런데 우리를 내쫓으려고 하다니! 후과가 무섭지 않소!”

말투를 들어보니 연변 사람, 아니 조선족인 것 같았다.

경완은 고개를 갸웃했다. 어라? 짱개 새끼들이 군대는 물리면서 지들이 들인 조선족은 안 데려갔나?

딩동댕! 정답입니다!

과연 그의 생각대로 중국은 군을 물리면서 거대한 똥무더기를 싸질러놓고 갔다. 짱꼴라 아니랄까 봐 꼭 티를 낸다니까. 중국여행객이 유명한 것 중 하나가 쓰레기 무단투기가 아니던가?

한국군 병사가 황당해하며 말했다.

“왜 여기가 댁들 땅입니까?! 얼른 돌아가세요!”

“허! 총칼로 우리를 죽여도 우리 땅은 못 뺏기오! 그렇지 않소?!”

“맞소! 땅 도적은 물러가라!”

“물러가라!”

와우. 역시 어디 빨갱이 국가를 조국으로 여기는 사람들답게 선동하는 솜씨가 장난이 아니었다.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아무리 한국군 쪽이 총기가 있다지만 조선족의 숫자 자체가 압도적이었다.

설사 총을 갈긴다고 해도 금방 총알이 동나고 분노한 조선족들에게 맞아 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저 많은 무리에 설마 초능력자 한 명 없겠는가? 총이 있다고 병사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명분도 약했다. 무장도 하지 않은 조선족들에게 총을 쏴?

당장이라도 중국이 다시 간섭할 계기를 만들기엔 충분했다.

이것이 중국 측이 노린 거라면 매우 똑똑한 수였다. 아니 반드시 그랬을 것이다. 아마 조선족들 중엔 공산당 소속도 있을 것이고, 애당초 이런 소요사태를 일으키라고 미리 지령을 받았을 수도 있었다.

어떻게든 분란이 일어나고 한국 측에 잘못이 생기면 북한 땅에 알박기 할 기회가 생기는 거니까.

경완은 잠시 다시 베이징으로 돌아갈까 고민했다. 이거 합의사항(?) 위반 아닌가 싶어서 말이다.

하지만 솔직히 다시 그 먼 거리를 돌아가기가 귀찮았다. 여기까지 해준 걸로 한국 정부에 밥상은 충분히 차려주었다. 여기까지 차려줬으면 됐지 입에 떠먹여 주기까지 하랴?

그런데 상황이 점점 더 안 좋아졌다.

“남조선은 물러나라!”

“물러나라!”

“여기는 우리 땅이다!”

“우리 땅이다!”

두두두!

험악한 분위기와 함께 고성이 높아졌다. 지휘관의 지시에 허공에 경고사격이 시행됐지만 군중심리에 물든 조선족 무리는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확실히 중국인임이 틀림없었다. 문화대혁명기의 광기를 엿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조선족 무리가 농기구까지 들고 몰려들었지만 지휘관은 좀처럼 발포사격 명령을 내릴 수 없었다.

지휘관도 한국사람이었으니 역사적으로 민간인 발포에 대한 기피감이 없을 수가 없었으며, 그것이 아니더라도 민간인 발포가 얼마나 큰일로 번질지 짐작할 수 있었다.

중국의 재개입을 허락하는 명분.

그리고 상대도 그걸 아는 게 틀림없었다. 조선족을 자신네들 소수민족이라 말해왔던 중국이며, 자랑스러운 조국 중국의 소수민속이라 자부하는 조선족이 아니던가?

그 장면을 본 경완은 귀찮지만 끼어들기로 했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대가리 수 많다고 자기 땅이라고 억지 부리며 달려드는 새끼들이 밉상이기도 했고, 국가에 강제로 끌려와 피 같은 젊음을 착취당하는 젊은이들에 대한 안타까움도 있었다.

어느 쪽에 공감이 더 될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나?

본인이 조선족이 아니라서 그런 건 당연한 거고.

“선생님, 선생님.”

“뭐이요?!”

경완이 아까 전부터 자꾸 선동을 시도하는 사내의 어깨를 두드리며 부르자 그가 눈을 희번덕거리며 짜증스럽게 경완을 돌아보았다.

경완은 그의 어깨에 손을 짚으며 물었다.

“여기가 선생님 땅이 맞아요?”

“맞소! 여기 내 땅이요!”

그 말에 경완은 머리를 긁적였다. 거짓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거짓말이라고 해봤자 인정하겠나? 오히려 경완을 개소리나 거짓말하는 작자라고 몰아세우며 억지를 부리겠지.

찍!

“아악!”

조선족 남자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경완이 결국 실력행사를 하기로 결정하고 그의 한쪽 귀를 뜯어냈기 때문이다. 폭력은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지 않은가?

상식인이라면 무슨 폭력이 답이 될 수 있겠냐고 반문하겠지만, 정답이란 상대적인 법.

대혁명을 하겠답시고 수없이 많은 지식인들을 죽이고 전통문화를 말살한 중공이 괜히 그랬겠는가? 딴에는 그게 정답이라고 생각해서 그랬겠지. 그러하니 그런 이들과 사상을 추종하는 무리들에게도 폭력이 곧 정답이 아니겠는가?

경완은 그저 그들의 정답을 그들에게 돌려줄 뿐이었다.

“선생님, 여기 정말 선생님 땅이 맞아요?”

그래도 그는 꼴에 문명인(?)이랍시고 말로 물어봤지만 상대는 떨어진 귀가 아픈지 소리를 질러댔다.

“으아아아! 도와줘!”

도움의 요청하는 조선족 사내의 목소리에 주변 사람들이 경완에게 달려들었지만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 연기에 오히려 밀려 나가떨어졌다.

이제 경완은 흑연의 능력을 쓰는 것에 주저함이 없었다. 이제 나라의 큰 은인인데 어쩔 건데? 흑연이랑 공범이라고 누명이라도 씌울라고? 디질라고?

그가 강력한 초능력을 선보였는데도 집단이 빚어내는 용기? 만용?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았다.

“우리는 폭력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정말? 진심으로 그렇진 않을 것 같지만 경완은 일단 말을 먼저 해보기로 했다.

“아이참. 저한테 거짓말은 안 통한다니까요. 저 몰라요? 하이양 원전을 테러한 테러범이자 걸어 다니는 거짓말 탐지기로 유명한 이경완이잖아요.”

“거, 거짓말하지 마라!”

역시 이경완이란 이름은 유명했다. 하긴 자기네 나라 원전을 폭파한 테러범의 이름을 잊기가 오히려 힘들지 않을까?

하지만 당황하는 것과 달리 상대는 현실을 부정하기 바빴다.

“진짜 이경완이에요. 보세요. 제 얼굴 익숙하지 않아요?”

“거짓말! 거짓말하지 마라!”

안타깝게도 상대는 순간적인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현실을 부정하려 격한 반응을 보였다. 마치 비극의 주인공처럼 무기를 들고 난폭한 행동까지 취하려는 이도 있었다.

그래서 경완은 좀 편해 보고자 자신의 명성(?)을 이용해보려 했지만 입만 아프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쫙! 쫙! 쫙! 쫙! 쫙! 쫙! 쫙! 쫙! 쫙! 쫙!

“사람이, 말을, 하면, 믿는 게, 이, 신용, 사회의, 미덕이, 아닐까요?”

검은 연기로 된 손바닥 수십 수백 개가 공중을 날아다니며 조선족 폭도들의 싸다구를 때렸고, 그들은 좌우 왕복으로 싸다구를 여러 대 처맞고 나서야 경완이 진실로 이경완임을 믿는 눈치였다.

역시 폭력은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는 말이 맞았다. 적어도 눈앞의 불법 입국자들에게는 말이다.

“네, 네가 왜 여기에!”

조선족 선동꾼이 싸다구를 맞으면서도 경완이 왜 여기에 있는지 그 경위를 물었다. 현실을 인정하기 위한 발버둥인가?

이에 경완은 청와대와 미리 얘기된 대외적인 핑계를 가져다 붙였다.

“제가 이래 봬도 한국사람이잖아요. 짱개새끼들이 침략했다기에 갑자기 솟구쳐 오르는 애국심(똘끼)을 참지 못하고 혹시나 도와줄(재밌는) 일이 없나 여기까지 나와 봤죠.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선생님들(병신들)이 억지를 부리고 있는 걸 발견했네요?”

경완은 단어 몇 개를 교체하여 자신의 진심을 포장할 줄 아는 능변가였다.

당연하게도 상대는 그 말은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 순 억지 아니오!”

“억지가 아니긴 뭘. 거짓말 검사 한 번 해볼까요? 구라 한 번 칠 때마다 손가락 한 마디씩 자르기. 콜?”

콜이라는 표현이 생소했지만 대충 동의를 구하는 뜻인 건 알아차린 조선족 선동꾼이 고개를 얼른 저었다.

경완이 말을 이었다.

“선생님들도 알잖아요. 이거 총칼만 안 들었지 침략이나 다름없다는 거.”

침략의 기준은 어디까지일까? 넓게 보면 그 땅에서 국가가 주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모든 행위가 아닐까?

중국 공산당을 추종하는 조선족이 북한땅을 차지한다면 그 땅에 대한 주권이 과연 남한으로 돌아올까?

그런 의미에서 경완이 침략이라고 말한 것이다.

“그러니 얼른 강 건너요. 처맞고 강제로 건너기 전에.”

그 말에 다들 불만이 많은 느낌이었지만, 그의 강력한 초능력 무력시위에 조선족 무리는 자기들만으로는 안 된다는 걸 깨달았는지 더는 반항하는 기색이 없었다.

그리고 상황이 정리되자 한국군이 조선족들을 압록강을 넘는 다리 쪽으로 인솔했다.

일단 그렇게 물꼬가 트이니 다른 조선족들도 불만은 있지만 따르기는 했다. 북한의 목 좋은 땅을 얻으려고 북부전구에 있는 인맥으로 중공군에 뇌물을 가져다 바친 이들은 망했다며 흐느꼈지만 말이다.

일단 압록강 부근에 조선족이 가장 많았기 때문에 다른 지역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굵은 줄기를 뽑으면 잔뿌리는 저절로 딸려 나오는 것이 세상의 이치.

압록강에서 좀 떨어진 곳에선 미약한 초능력이라도 각성했답시고 소란을 부리는 이들이 없잖아 있었지만 한국 히어로 컴퍼니에서 출동한 히어로들에게 손쉽게 제압당했다.

초능력이 없는 민간인에게 손을 대선 안 된다는 히어로의 규정이 없었다면 굳이 경완이 민간인 조선족 겁박이란 오명(?)을 뒤집어쓰면서까지 나설 필요가 없지 않았을까? 정말 민간인인지도 따져봐야 하는 문제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A/S까지 하고 교도소로 돌아온 경완을 먼저 맞이한 건 홍 소장이 아니라 안보실장 강태수였다.

“조선족들을 치워준 것에 감사를 드립니다.”

그 말에 경완은 손사래를 쳤다.

“북경에 또 가기 싫어서 그런 거예요.”

만일 조선족들이 소요사태를 일으킨다면 필시 뒤에 공산당의 입김이 있을 것이 분명할 테니, 이미 터진 사태를 수습하려면 사건의 주모자와 이야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경완의 겸양에 강태수는 그래도 그의 공을 인정해야 했다.

왜냐면 사실 ‘오퍼레이션 빌런 드랍’은 그가 베이징에서 난장을 피우는 정도만 기대했지 설마 실제로 중국 공산당 수뇌부를 굴복시킬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무한전생-더 빌런 159화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