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인간의 탈을 쓴 카미사마
때 아닌 호의에 남자는 당황했다.
“하지만…….”
“하지만은 무슨. 칼로리바나 먹으면서 제가 밥 먹는 거 구경할 생각이에요? 남이 보면 제가 먹방 찍는 줄 알겠어요.”
남성은 경완의 말에 민망해하면서 잠시 고민하다가 수락했다. 그렇게 동행하게 된 그의 이름은 한대정이었다.
두 사람과 함께 양갈비 전문점에서 맛있게 양고기를 흡입하던 경완은 어느 정도 포만감이 오르자 앞에 있는 두 사람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두 사람만 저를 감시하는 거예요? 국정원에 사람이 그렇게 없어요?”
예민하기도 하고 또 직설적인 말이기도 했다.
한대정은 어떻게 두 사람만 감시하고 있는지 묻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무서워서 말하지 못했다. 자신들이 그를 감시하는 것처럼 그도 자신들을 보고 있다고 하니 매우 찜찜하고 섬뜩했다.
하지만 이내 경완의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하기로 했다.
국정원의 감시를 알면서도 저렇게나 태연하고 담담하니 본인이 감시당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는 걸 잘 이해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실…….”
한대정의 말을 축약하자면 이미 미국과도 손을 잡고 함께 감시 중이라 국정원 요원을 많이 투입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어쩐지.”
경완은 고개를 끄덕였다. 종종 멀리서 시선이 느껴지던데 그게 미국의 감시인 모양이었다. 인공위성도 동원해서 관리(?)하는 건가?
의문이 풀린 두 사람에게 고기를 권했다.
“자자. 얼른 들어요. 제가 쏩니다.”
사면(赦免)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백수가 무슨 돈이 있기에 이렇게 쏘는가 싶겠지만 경완이 꾸준히 받는 돈은 결코 적지 않았다.
왜냐면 황사는 매년 있었고, 태안에 설치된 황사 방어용 스마트 포스필드를 사용하는 일에 경완 외에는 대체 인력이 없다시피 했다.
물론 스마트 포스필드 운용을 전문으로 하는 초능력 요원을 발굴하고 교육 및 훈련을 진행 중이라 평균적인 역량이 상승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1등인 경완과 너무나 큰 격차가 있었다.
그래서 경완은 황사가 잠깐 날아오는 시기에 건당 돈을 받고 황사를 처리하는 계약을 맺었으니, 그 돈이 웬만한 대기업 부장 연봉이 넘었다.
한철 벌어 한해 먹고 산다는 개소리도 이런 경완이 하면 너무나 양심적인 소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황사가 심할 경우만 투입되지만 그것만으로도 발생하는 부가가치를 생각하면 솔직히 정부에서 그를 헐값으로 부려 먹는 감도 없지 않아 있었다.
돈에 연연하지 않는 그였지만 상대가 자신을 호구라고 생각하는 것도 귀찮은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스마트 포스필드 이야기가 나오자 넌지시 그 얘기를 꺼내보았다.
“솔직히 너무 싸게 일해 주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두 사람은 어떻게 생각해요?”
“…….”
오하나와 한대정은 말없이 시선을 교환했다.
솔직히 경완의 말이 마냥 틀린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말하면 정부에 재정적인 손해가 오지 않겠는가? 이경완이 황사를 막아서 발생하는 부가가치를 따져서 적정한 지불액을 산정하면 들어가는 비용이 장난이 아닐 테니까.
솔직히 이경완이라는 인간이 평범한 준법시민이었다면 두 사람이 먼저 분개했을 것이다. 이건 착취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가 평범한 준법시민인가? 그가 지금까지 저질러온 사건들을 보면 그에게 감정적으로 동조하기가 힘들었다. 더구나 자신들은 명색이 공무원인 국정원 요원이지 않은가?
그래서 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경완의 편을 드는 척 중립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렇기는 합니다만, 정부도 나름의 고충이 있지 않겠습니까?”
“혹시 이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적정한 보수 금액은 어느 정도인가요?”
그 말에 경완은 이렇게 대답했다.
“저야 시설 나오자마자 노숙자 생활하다가 여태 교도소에서 살았던 사람이잖아요. 세상 물정 다 파악해서 어느 정도 받아야겠다고 감이 오면 이상한 거죠.”
그 말에 두 사람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시선을 교환하더니 질문을 던졌다.
“아무튼 지금보다 많이 받고 싶으신 거죠?”
“많이 받고 싶은 거야 다들 그렇잖아요?”
“그럼,”
“그런데 너무 많이 요구하면 또 정부가 심기 불편하잖아요. 제가 또 양심상 그럴 순 없죠.”
“…….”
양심이 있는 사람이 정부를 향해 여태 무엇을 해왔던가?
할 말을 잊은 두 사람에게 경완이 말을 이었다.
“뭐, 대충 윗사람이 저에 대해서 물어보면 이런 정도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죠?”
“아, 네, 뭐,”
“이웃 좋다는 게 뭡니까? 옆집에 사는 사이인데 이 정도도 못하겠어요?”
사는 게 아니라 댁을 감시하는 겁니다만……. 아니 그리고 그런 말을 하려고 우리를 데려온 건가?
할 말을 삼키는 두 사람에게 경완이 재차 당부했다.
“암튼, 제 말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
“…….”
“아아, 부담 주는 거 아닙니다. 그냥 그런 일이 있으면 사실대로, 들은 대로 이야기하면 돼요. 자자, 젓가락질 느려졌어요. 얼든 들어요. 먹는 게 남는 거라잖아요.”
말로는 부담 갖지 말라는데 오히려 역설적으로 부담이 가중되었다. 워낙 경완의 페이스에 말려 화이트 노이즈가 낀 듯 멍한 뇌리에 ‘김영란법’ 네 글자가 선명히 떠올랐다.
혹시 이거 뇌물 먹여서 엮으려고 하는 건가?
고작 식사 한 끼 대접해 주는 게 무슨 뇌물인가 싶겠지만, 그거야 힘 있는 윗분들 이야기고, 자신들처럼 빽 없는 아랫사람에겐 별거 아닌 미약한 건수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엮을 수 있는 것이 이 나라의 사법체계였다.
우리 아들 퇴직금 50억은 정당한 노동의 대가지만 느그 자식 장학금 400만 원은 황제 장학금이라지 않은가?
하지만 맛있게 먹고 있다가 또 안 먹으면 이경완이 이상하게 여길 것이 분명하기에 그들은 왠지 무거운 젓가락을 들어 맛있게 구워진 양갈비를 입에 넣었다.
그 와중에도 고기는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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