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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전생 더 빌런-170화 (170/367)

15-인간의 탈을 쓴 카미사마

해가 완전히 지고 어둠이 사위를 감쌌다. 스테이시가 펄스 레이다를 돌려 일행을 인솔해 뒤로 빠졌다. 하지만 경완은 그 어둠을 틈타 전진했다.

카르텔의 본부로 다가가자 여기저기에 조명이 켜져 있고 소총을 든 이들이 순찰을 돌았다.

나무로 지어진 건물이 여럿 있었다. 마약 창고, 무기 창고를 비롯해 조직원들의 숙소도 있었는데 그 중엔 공들여 지은 것으로 보이는 건물도 있었다.

중앙에 보이는 커다란 건물.

목재나 시멘트 벽돌로 투박하게 지어진 주변과 달리 건축에 정성을 들인 것이 분명해 보이는 건물은 꼭대기에 십자가만 없을 뿐, 마치 교회건물을 닮았다.

S입자를 뿌려 투시한 내부도 예배당이라는 확신을 주었다. 마치 교회처럼 예배를 볼 수 있게 의자들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연단까지.

저 연단 위에서 설교라도 하는 것인가? 사람 잘 괴롭히는 방법에 관한?

경완의 투시가 지하로 향했다.

지하에는 사용한 지 오래되어 보이는 고문실이 보였다. 갈고리 쇠톱 등의 흉악한 물건들이 놓여 있었지만 사용한 지는 좀 오래되어 보였다.

여기가 정말 사람들에게 공포를 주기 위해서 고문을 서슴지 않는 광신도 집단의 본거지가 맞단 말인가?

경완은 고개를 갸웃했다. 수천 명의 인원을 거느렸다는 조직치고는 본진에 있는 수가 너무 적었다. 약 천여 명 정도?

하긴, 좀 생각을 해보니 아무리 본진이라 해도 수천 명이 한곳에, 그것도 인프라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정글 속에 모여 있기란 쉽지 않았다.

사람이 모이면 수인성 전염병부터 걱정해야 하니까, 분명 여기저기에 분산되어 있을 것이다.

CIA에선 이미 이를 예상하고 이 분산된 거점에 대한 타격계획도 있었지만, 경완은 이들을 소탕하기 위해서 정글을 뛰어다닐 생각은 없었다.

그의 초감각에 사람들이 갑자기 분주히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하긴 스테이시를 떠올려보면 S입자의 유동을 느낄 수 있는 초능력자가 있는 것도 이상하진 않았다.

S입자를 자체를 느끼며 초능력을 한층 강화하거나 개변한 수준으로 올라선 초능력자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에게도 S입자를 이용해 탐지하는 능력자가 있는지 경완의 초감각에 시커먼 공동이 생겼다. 이름 모를 탐지능력자가 뿜어낸 S입자에 경완이 뿌린 S입자가 밀려나간 것이다.

이들이 강 건너에 있는 일행을 감지한 모양인지 무장한 놈들이 강쪽으로 향했다.

경완은 재빨리 무전기로 상황을 전달했다.

[에스퍼들이 그쪽의 존재를 감지했다. 신속히 도주하라.]

[치칙……. 알았다.]

다행히 그들은 경완의 지시를 충실히 따르기로 한 모양이었다.

경완에 대한 걱정? 이미 북경의 그 삼엄한 에스퍼들의 감시망을 뚫고 공산당 수뇌부들의 눈알을 숟가락 하나로 파낸 전적이 있는 그를 누가 걱정하겠는가? 그에겐 이미 에스퍼들의 탐지를 피할 정도로 충분한 노하우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얌전히 숨어 있길 택하지 않았다. 일행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또한 놈들을 소탕할 계획을 위해서라도 자신을 향해 어그로를 끌어야 했다.

그런 그의 선택은 포격전이었다. 무거워 보이는 건 죄다 들어 올려서 사정거리 안에 있는 카르텔 놈들에게 던져댔다.

힉스장과 염동력의 시너지는 경완이 보기에도 환상적이었고, 적들이 보기엔 환장할 정도의 효율을 뽐냈으니, 통나무에 맞고 날아가고, 시멘트 덩어리에 깔려죽는 자들이 경완을 발견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

휴대용 서치라이트가 일제히 켜지며 경완이 있는 지붕 위를 조준했고, 적을 발견한 컬트 마피아들이 맹공을 이었다.

선봉은 카르텔 소속의 초능력자들이었다.

끼야아아악!

그들의 선제공격은 음파에 정신충격파를 실어 보내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경완이 일본의 온천에서 마주했던 의문의 남자가 쓰는 것과 거의 동일한 능력, 아니 같은 기술이었다.

교단이 개발하고, 그것을 사용하는 이들이 명명하길 ‘밴시의 비명’이라고 불리는 기술로, 정신계 ‘능력’을 ‘기술’의 수준으로 승화시켜 놓은 것이었다.

아마 이러한 기술의 습득이 가능했던 것은 오랜 시간 마인드 브레이커에게 지배받았던 경험과 그를 통해 경완의 정신세계를 접했던 사건, 그리고 공포의 전파를 추구하는 컬트적 집단의 정체성이 한데 집대성된 결과할 수 있었다.

끼야아악!

밴시의 비명에 휩쓸린 경완의 능력이 일시 멈췄다.

그 모습에 적들이 빠르게 달려들었다. 방비하기 힘든 정신계 능력으로 상대방이 능력을 발현하는 걸 막고 그사이에 타격하는 방식은 분명 유효했다.

그러한 공격을 받는 이가 경완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사실 그는 밴시의 비명에 타격을 입은 것이 아니었다. 적들이 먼저 달려들도록 빈틈을 보여 유도한 것이었다.

누가 가장 적극적이고, 가장 먼저 나서는 전투요원인지 파악해서 무력화하는 것. 바로 그것이 그가 노린 바였다.

“Huh!”

반전된 중력장에 교회 지붕으로 뛰어오른 이들이 일제히 하늘로 솟구쳤다.

다들 몸이 무척 튼튼해 보이는 신체강화능력자였지만, 하늘을 나는 능력이 없으면 헛바람을 삼킨 채 이렇게 공중에 둥둥 띄워진 채로 무력화되는 수밖에 없었다.

그뿐인가? 경완의 몸에서 뿜어진 검은 연기가 그들의 신체 한 부분을 붙잡고 경완의 몸을 중심으로 그들을 빙빙 돌리기 시작했다.

왠지 신이 난 경완이 그 기술에 이름을 붙였다.

“휴먼 허리케인!”

그 장면을 본 사람이라면 동의할 수밖에 없는 작명이었다. 십수 명의 인간들이 경완을 중심으로 빙빙 도는 모습이 마치 사람이 허리케인에 휩쓸려 날아가면 분명 저런 모습이라 생각될 정도였으니까.

“Stop!”

하지만 동료들의 위기를 가만히 두고 볼 카르텔이 아니다. 가장 먼저 달려들지 못한 초능력자들이 뒤를 이어 달려들었다.

그들의 손엔 총이 들려있었지만 몇 발 쏘지 못했다. 경완이 공중에 둥둥 뜬 그들의 동료를 방패삼았기 때문이었다.

경완의 비열한 프랜즈 쉴드를 목격한 컬트 마피아들은 그가 만만하지 않은 자임을 깨닫고는 찬물을 뒤집어쓴 듯 냉정을 차리고 공략을 시작했다.

천여 명이 넘는 초능력자가 있는데 그들 중에 염동력자나 그와 비슷한 능력을 가진 이가 없을 리가? 다만 그 수준이 경완을 맞상대할 정도로 강력하지 않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교단의 주력을 보조할 능력은 충분히 있었다. 그들이 펼친 염동력은 경완이 더 이상 그들의 동료를 인질로 잡지 못하도록 방해했고, 다른 동료들이 경완을 공격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주었다.

탓탓탓!

염동력을 사용하는 동료들이 허공에 띄워준 판자 조각들을 대인 전투력이 강력한 능력자들이 밟고 경완에게 달려들었다.

남은 염동력자들이 그에게 염동력을 사용하여 그가 자신들의 동료를 장애물이나 방패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방해했다.

그뿐인가? 그에게 달려드는 초능력자들의 입에서 소름끼치는 비명소리가 연신 터져 나왔다.

끼야아아악!

정신에 충격을 주는 공포의 외침.

하지만 경완은 이번 비명에는 끄떡도 하지 않고 허공에 선을 그었다. 허공에 띄워진 발판을 밟고 그에게 달려들던 무리는 절단의 초능력이 쳐진 공간을 온전히 통과하지 못했다.

후드득!

토막난 신체가 목표에 닿지도 못하고 교회 지붕 위에 쏟아져 핏물과 함께 흘러내렸다.

총알도 막아내는 신체도, 몸 밖으로 흘러나온 피마저 도로 상처로 빨아들여 복구하는 회복능력도, 물질을 넘어 초능력의 근간인 S입자 구성체조차 잘라버리는 능력을 극복할 순 없었다.

경완의 절단 능력은 그것의 원래 주인인 흑선의 경지를 훌쩍 뛰어넘어 있었다.

동료들이 토막 난 고깃조각이 되어 떨어지는 것을 본 후속 공격자들은 급히 멈췄지만 경완은 아직 제대로 공격도 하지 않았다.

전후좌우상하.

힉스장의 방향이 계속 바뀌었다.

그 방향 전환은 엿장수 마음대로였기 때문에 힉스장 공간 안에 들어간 적들은 염동력자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몸을 가눌 수 없었다.

그리고 아차 하는 사이에 경완의 절단 능력에 목숨이 날아갔다.

염동력자들이 안 되겠다 싶어 그를 향해 직접적으로 힘을 발휘했지만 동시에 한 점으로 모으지 못한 힘은 그에게 있어 그리 큰 위협이 되지 못했다.

놈들의 힘이 모여서 집중되기 전에 그의 염동력이 상대의 염동력을 깨거나 밀어냈다. 일종의 각개격파라 할 수 있었다.

희생을 각오한 조직원들이 드디어 동료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총을 쏘기 시작했다. 아무리 총알에 내성이 있는 능력이라고 해도 화력이 초능력을 소모시킬 수 있다는 걸 그들도 아는 모양인지 대구경 소총이 경완을 향해 날아들었다.

경완은 당연히 프랜드 실드를 사용했지만 수백 명이 쏘아대는 화력은 신체강화능력자라도 쉽게 버틸 수 없는 것이었고, 능력이 소모되자마자 피떡이 되어 실드 역할도 제대로 못 하는 인질들이 늘어났다.

대구경 탄환은 그저 시체가 되어버린 고깃덩어리들을 가볍게 뚫고 경완에게 닿았다.

그러나 그 총알들을 힉스 배리어에 막혀 운동량을 잃고 후드득 떨어졌다.

경완은 교회 지붕에서 버티며 시체에 박히거나 혹은 운동에너지를 잃고 떨어진 총알을 염동력으로 도로 놈들에게 날려주었다.

총구에서 발사되었을 때만큼의 화력은 나오지 않았지만 보통 인간 수준의 가죽을 가지고 있는 놈들이라면, 그 가죽을 찢고 근육에 박혀 비명을 지르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사실 이러한 전면전은 비효율적이었다. 밤이라는 시간, 정글 한복판이라는 지리적 이점과 경완의 능력을 생각하면, 치고 빠지는 식으로 더 빨리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저들을 소탕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경완이 그러지 않는 이유는 한 가지를 노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고생이 헛되지 않은 듯 교회 안쪽에서 투명한 선에 마치 빛의 속도로 뻗어 나오는 것이 그의 초감각에 걸렸다.

패스.

정신계 능력의 매개로 사용되는 S입자 구성체.

정신계 능력에 연결된 염동력자들은 그제야 비로소 마치 한 사람처럼 경완에게 염동력을 가할 수 있었다.

경완은 그 힘을 경시하지 않고 인질을 던져 버리며 교회 지붕을 벗어났다.

그를 붙잡으려는 무수한 염동력의 손길을 절단 능력으로 베어버리며 몸을 피하는 와중에 그는 패스가 시작된 교회 안쪽을 확인했다.

교회 지하에서 십수 명의 능력자가 서로 손을 맞잡은 채 패스를 펼치고 있는 것이 초감각에 잡혔다. 그러는 그들의 머리도 서로 패스로 연결되어 있었다.

거대한 의식 공유.

경완은 어째서 카르텔 같은 범죄 집단이 사이비 종교적 집단이 될 수 있는지 납득할 수 있었다. 저렇게 정신을 연결하니 종교적인 결속이 강할 수밖에.

그는 자신을 노리는 총알과 염동력을 피하거나 막으며 계속해서 사상자를 만들었다. 그렇게 좀 더 버티다 보니 패스 여러 가닥이 본진을 벗어나 저 멀리 뻗어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어디에 있는 누구와 연결되는 것일까? 분명 지부와 연결되는 것이겠지. 지금의 상황을 경고하거나 지원을 부탁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경완은 노리던 순간이 찾아왔다고 확신했다. 일부러 이렇게까지 어그로를 끌며 피곤하게 일을 처리하는 이유. 그것은 이 지겨운 컬트 조직을 한 방에 와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찾기 위해서였다.

그는 초능력을 뻗어 패스 하나를 끌어당겨 자신의 머리에 가져다댔다.

이들의 패스에는 함부로 타인의 접촉을 허락하지 않는 방벽이 있었으나 그 수준이 너무나 초보적이라 금방 뚫어낼 수 있었기에 그는 공포의 사제들이 정신을 접속한 텔레파시 네트워크에 침입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네트워크를 통해 원하는 명령을 집어넣었다.

‘죄 지은 자는 죽어라.’

무한전생-더 빌런 17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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