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한전생 더 빌런-171화 (171/367)

16-스캔들

경완이 전생에 경험했던 열반의 경험과 감각을 토대로, 마치 신의 계시와 같은 위압과 감동, 종교적 희열로 포장된 명령을 텔레파시 네트워크에 바이러스처럼 퍼뜨렸다.

이러한 심상(心想)은 종교적 집단인 컬트 마피아에겐 거부할 수 없는 지상명제였으며 쥐약과도 같았다.

하지만 대체 죄란 무엇이란 말인가?

공포의 사제들 대부분이 카르텔 출신이었기 때문에 죄란 무엇인지 잘 몰랐다.

그들에게 마약 카르텔로서의 삶은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면도 있기 때문에 마약을 팔기 위해 사람을 죽이고 협박하는 것을 죄라고 느끼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고, 타인을 희생하지 않으면 자신이 제물이 되는 세계에선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닐까?

그러한 의문의 심상(心想)이 네트워크를 통해 느껴지자 경완은 기준을 세워주었다.

‘죄란 이런 것이다.’

그러면서 패스에 사념파를 보내 그들이 타인에게 한 짓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이 한 짓이 그들에게 되돌아갔을 때를 가정했을 때, 그것이 싫다면 죄고, 그것이 아무렇지 않다면 죄가 아니다…… 라는 심상(心想)을 보여 주었다.

유교에선 내가 원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행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기독교는 너희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고 가르친다. 이슬람교는 나를 위하는 만큼 남을 위하지 않는 자는 신앙인이 아니라고 가르친다. 심지어 힌두교에서도 자신에게 고통스러운 것을 남에게 강요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황금률.

인류의 수많은 문화, 종교에서 보편적으로 발견되는 원칙.

선과 악, 죄에 대한 기준은 시대와 사상, 문화에 따라 다르지만, 죄라는 개념이 진실로 진리로서 존재한다면, 그것은 마땅히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보편성을 지녀야 할 것이다.

내가 당하기 싫은 일이라면 당연히 남에게도 해서는 안 되는 것.

황금률만큼이나 죄의 기준에 보편성을 보장하는 원칙이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끼야아아악!

텔레파시 네트워크에 연결된 누군가가 소리를 질렀다. 밴시의 비명이었다.

밴시의 비명에는 그들의 종교적 네트워크를 통해 전달된 신의 지상명제, ‘죄지은 자는 죽어라’와 죄의 기준을 정하는 황금률을 강요하는 정신파동이 담겨있었다.

그리고 올드원을 숭배하는 광신도들은 이를 거부할 수 없었다.

탕!

탕!

탕! 탕!

타당!

본거지 여기저기서 연신 총소리가 울렸다. 광신도의 종교적 근원, ‘올드원’의 지시를 들은 이들이 일제히 자신의 머리나 턱밑, 입안에 총구를 대고 방아쇠를 당긴 결과였다.

총이 없는 자는 총이 있는 자가 죽기를 기다렸다가 떨어진 총을 들고 자신의 머리에 당겼다. 그들은 모두 자신들이 타인에게 가했던 살인, 고문, 고통이 자신에게도 향하는 것을 ‘싫다’고 생각한 자들이었다.

그건 경완이 있는 이곳 본부에서 저 멀리 떨어진 지부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거기에도 텔레파시 네트워크에 연결된 자들이 있었고, 그중에서도 밴시의 비명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자가 있었으며 그들의 내지른 비명은 네트워크에 접속하지 않은 자들도 ‘올드원’의 지시를 듣도록 했다.

총소리가 순식간에 잦아들고 기분 나쁠 정도의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모두가 죽은 것은 아니었다.

극소수의 황금률을 어기지 않은 자들, 자신이 타인에게 행한 일을 자신이 당해도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하는 자들은 당연히 살아남았다.

죄지은 자만 죽이려고 했던 경완의 고심은 어쩌면 극소수의 선인과 순수한 악만을 남겨놓은 짓에 불과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완벽한 해결책이란 존재하지 않는 법. 그는 나름 최선의, 아니 차악을 선택했다.

그때 교회 안에서 살아남은 한 사람이 나왔다.

[신이시여! 저희에게 왜 이러시는 겁니까! 당신을 섬기고자 한 우리에게 왜 이리 잔혹한 짓을 하는 겁니까?!]

교회에서 뛰쳐나온 그는 경완을 올려다보며 울부짖듯 외쳤다.

교주? 주교?

아무튼 공포의 사제들을 이루는 주축이자 최고위 간부인 그는 광역으로 뿌려진 죽음의 명령을 누가 내렸는지 알아차렸다.

가족을 붙잡고 협박하거나 미쳐버릴 것 같은 고문을 가하지도 않고, 그저 거대한 압박감으로 인간의 자유의지를 짓눌러 기꺼이 자살을 종용하는 카리스마를 가진 이는 그가 아는 존재 중엔 오직 한 명, 자신들이 올드원이라 부르는 존재밖에 없었다.

경완은 주교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어떻게 살아남았지? 죄의식이 없는 싸이코패스인가, 그것도 아니면 타인의 사념을 막아낼 수 있는 정신방벽을 쌓을 줄 아는 놈인가?

뭐, 그건 지금에 와선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경완은 스페인 억양이 섞였지만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는 영어에 무심하게 답했다.

[네가 믿는 신은 어떤 신이냐? 언제 네 신이 자비를 베풀어주겠다 약조한 적이라도 있냐?]

그 말에 주교는 대답하지 못했고 경완은 계속 말을 이었다.

[네 신이 너희의 멸절을 원한다. 그러니 기꺼운 마음으로 죽어라.]

그리고 살상의 바람이 주교를 휘감았다.

날카로운 통증과 함께 주교의 몸 여기저기서 피분수가 뿜어졌다.

그는 의식이 빠르게 흐려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의식이 다시 회복될 일도 없다는 것도…….

경완은 쓰러진 주교를 보며 잠시 상념에 잠겼다. 문득 신에게 대항했던 전생의 시절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왜 인간은 초월한 존재를 신으로 모시며 숭배하고 의존하려 할까? 그런다고 그 존재가 자신들에게 자비를 베풀어줄 거라는 보장이 없는데 말이다.

인류의 자유와 생존을 위해 초월적 존재에게 대항했던 경험을 가진 경완에겐 공포의 사제들이란 컬트 집단은 인간의 어리석음과 나약함의 상징과도 같았다.

물론 이해는 된다. 인간은 원래 그렇게 나약한 존재라는 것을.

인간이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인간이라는 존재에 정이 떨어졌다.

…….

어쩌면 인간의 나약함이 싫은 건 본인의 나약함에 대한 울분이 투영된 것일지도 모른다.

경완은 자신에게도 나약한 점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잡생각은 길지 않았다. 그는 S입자를 뿌려 생존자를 확인했다. 소수가 살아남았지만 경완은 그들을 내버려 두었다.

‘죄의 시험’을 통과한 이들 중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싸이코패스나, 광기에 젖어 자신이 저지른 일이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도 전혀 개의치 않는 이도 있을 수 있지만 일일이 가려낼 생각은 없었다.

그런 놈들이 있을 확률은 원래 낮지 않은가? 책임자를 제외한 찌꺼기까지 자신이 처리할 생각은 없었다.

그가 일행이 있는 곳으로 돌아오니 스테이시가 그를 맞이했다.

[끝난 건가요?]

그녀의 질문에 경완은 이렇게 대답했다.

[뭐 그렇다고 봐요.]

언제나 그렇지만 그는 결코 100%를 장담하진 않았다.

그래서 미국으로 귀환한 후 미 당국에 부탁했다.

[확실히 소탕되었는지 확인해 주세요.]

[알겠소. 확실히 확인해 보지.]

흐뭇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CIA국장의 대답에 경완은 멀뚱히 CIA국장의 얼굴을 보았다.

그 시선에 국장은 혹시 자신이 말실수를 했나 싶어 조금 당황한 기색으로 물었다.

[왜 그러시오?]

[아니, 그냥 어차피 할 일인데 생색을 내시니 보는 제가 다 민망해서요.]

어차피 일이 어떻게 마무리되었는지 다 조사할 것 아닌가? 경완의 능력이 어느 정도까지인지 궁금해서라도 말이다.

그 말에 CIA국장은 민망해하며 시선을 피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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