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한전생 더 빌런-180화 (180/367)

17-코어

“결국 중국 공산당 책임은 아닌가요?”

경완의 물음에 김준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말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중국 공산당이 개입했다면 이렇게 어설프게 일을 벌이진 않았을 테니까요.”

이미연 납치의 실행범인 세 사람 중에서 주동자는 빼빼 마른 조선족 폭발 능력자였다. 신체 강화 능력자와 염동력자는 이미연의 극단적인 팬, 혹은 잠재적 스토커였을 뿐이라 이용당했다는 것이다.

이미연이 한낱 전과자(?)와의 스캔들을 일으킨 것에 분노하고 그 대상인 이경완과 이미연 본인에게까지 온갖 조롱과 욕설을 내뱉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서로 의견을 합치한 세 사람이 쪽지를 통해 공모했단다.

하지만 사실 그렇게 유도한 쪽이 조선족 폭발능력자였으며,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공범을 찾으려고 한 자가 바로 그 조선족이라는 사실이 온라인에 증거로 남아 있었다.

그렇다고 납치에 가담한 다른 둘이 무고하다는 건 아니었다. 보통 사람들에겐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납치해서 어쩌려고? 그래서 스캔들이 없어지나?

하지만 경완은 인간이란 존재가 상상 이상으로 병신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병신들이네요. 미역이를 어쩌려고 납치하려 했데요?”

경완의 말에 김준은 그의 눈치를 살피며 말을 이었다.

“……미연 씨를 더럽혀서 경완 씨에게 상처를 줄 계획이었답니다.”

“더불어 자기들 더러운 욕구도 충족하고요?”

김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경완이 입맛을 다셨다.

“그때 바로 잘랐어야 했는데…….”

기회를 놓쳐서 아쉬웠다. 그래도 계속해서 설명을 요구했다.

“그 폭발능력자에 대해서 좀 더 설명해 봐요.”

“이름은 윤태오. 전형적인 링링허우 세대로 삼합회 간부의 아들입니다. 다만 삼합회 소속은 아닙니다.”

간부 자리에 있어서 돈도 좀 있고 세상 보는 시야도 트여 있었던 윤태호의 애비는 자신의 아들이 능력을 각성한 것을 보고 꿈을 크게 꾸었다.

중국 소수민족의 일원으로서 삼합회의 간부까지 올랐지만 거기서 만족하지 못한 것이다.

아들의 능력은 폭발 능력.

강한 화력이 특징인 이 희귀한 능력을 가진 아들을 고작 삼합회의 칼로 쓰기가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그는 아들의 각성 사실을 비밀로 하고 공산당 여기저기에 선을 대는 걸 시도했다.

초능력자가 귀하게 여겨지는 세상이 아닌가? 아들이 공산당에서 귀한 대접을 받을수록 그 부친인 자신 역시 삼합회 내에서 귀하게 여겨질 거라 생각했다.

어? 그런데 그 시기에 이경완이 원전을 테러했네? 어? 중공군이 북한에서 물러났네? 공산당이 정신이 없네?

부친이 공산당에 선을 대어 아들을 소개하려던 시도는 연이어 벌어진 사건으로 인해 어수선해진 분위기에 지지부진했다. 그리고 그동안 아들인 윤태오는 조국의 동량이 될 꿈을 꾸며 먹고 싸는 백수가 되었다.

그렇게 집에서 인터넷이나 하며 허송세월하다가 조국의 패배(?) 뒤에 경완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앙심을 품고 보복할 계획을 세운 것이다.

이미연을 납치해 더럽히는 것이 바로 그 계획이었다.

“중국 당국이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요?”

경완의 물음에 김준은 이렇게 대답했다.

“중공이 이 사건을 계획했을 가능성은 무척 낮다고 생각합니다. 경완 씨가 눈이 뒤집혔을 때 마땅히 대응할 방법이 없잖습니까?”

경완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진 것이 별로 없는 새끼들이야 너 죽고 나 죽자고 달려드는 전략이 자신을 보호하기에 나쁘지 않은 전략일 수도 있지만, 가진 것이 많은 놈은 그런 전략을 쓰기가 심히 부담스러웠다.

공산당이 모두 모든 걸 다 포기하자는 심정으로 다 같이 미치지 않으면 동귀어진은 꿈도 못 꾼다. 누군가 시도하려고 해도 주변에서 기겁하며 말리거나 광견병 걸린 미친개라고 오히려 본인들이 먼저 때려잡으려고 들 것이다.

“그래서요? 그냥 이대로 끝?”

“네. 이번 사건은 이대로 끝입니다.”

“또 이런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어요?”

“물론 있습니다만 뾰족한 대책은 없습니다. 중국이 변화하거나, 시간이 흘러 잊히길 바라는 수밖에요.”

김준은 그렇게 말하면서 경완의 눈치를 살폈다. 본인이 말한 대책이지만 솔직히 무대책이나 마찬가지이지 않은가?

중국인은 은혜는 잊어도 원한은 잊지 않는다는 말이 있었다. 시간이 흘러 원한이 삭거나 링링허우 세대들이 자신들의 민족주의, 애국주의가 그저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기 위해서는 최소 한 세대는 지나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사건은 본질적으로 뭔가 음모의 전개라기보다는 인간의 악의와 어리석음이 빗어낸 사고에 가까웠고, 경완이 그러한 점을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괜히 섭섭한(?) 마음에 한 마디 던졌다.

“그냥 중난하이에 한 번 더 다녀오면 안 돼요?”

중난하이, 중국 국가주석 및 총리의 집무실이 있는 곳으로 이미 한 번 다녀왔기에 그 넓은 중국땅이라 할지라도 잘 찾아갈 자신(?)이 있었다.

그런 경완의 말에 김준은 기겁했다.

“그건 심각한 도발입니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물려고 든다고요!”

그의 말도 맞기 때문에 경완은 입맛만 다셨다.

참 딜레마였다. 가만히 놔두면 계속해서 적대감을 가질 것이고 그렇다고 계속 압박하면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래서 사람이 원한을 맺게 되면 인생이 피곤해진다는 것이다.

그때 미연이 물었다.

“그러면 일단 저도 한동안 여기에 계속 있어야 하는 거죠?”

그러자 김준이 커흠커흠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일단은 그렇습니다. 미연 씨가 경완 씨의 약점처럼 보이고 있으니까요.”

경완이 그녀를 탈환하기 위해 신속하게 움직인 것도 그러한 인식을 가중시켰다. 미연에게 무슨 짓을 하려고 들면 그가 나선다는 고정관념이 생긴 것이다.

그 말에 미연은 좋다는 듯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경완을 보았다.

“왜?”

괜히 뿔이 난 경완의 음성이 뾰족해졌다. 물론 시간을 되돌린다고 해도 그녀를 구하러 갔겠지만 귀찮은 건 귀찮은 거였다.

미연이 물었다.

“혹시 나가라고 하는 건 아니지?”

그 말에 경완은 김준을 보았다.

“얘 언제쯤 내보낼 수 있어요?”

“일단 상황의 추이를 확인해야 합니다. 중국 내 여론도 확인해야 하고요.”

“그게 그렇게 어렵습니까?”

“언론 통제 국가라 물 위에 떠오른 여론과 물 밑에 움직이는 여론과 차이가 크고, 우리가 들어가서 직접 조사하기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

겉으로는 안 그런 척하지만 외국 국적자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엄청나게 증가했단다.

경완은 결국 시간이 약이라는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알아서 해라.”

경완의 허락에 미연은 의기양양하게 주먹을 쥐었고 그렇게 동거 생활이 시작되었다.

그는 곧 게임기를 켜고 패드를 잡는다고 미연과 김준이 서로 눈빛을 교환하는 정황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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